Putin's youngest brother RAW novel - Chapter 4
제4화. 노출맨.
모스크바 동부 행정구 소콜리키거리는 부랑자들의 천국이다.
1985년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천명한 소련공산당 총서기 미하일 세르게예비치 고르바초프에 의해 소련은 무너져 내렸다.
수십 년 동안 철의 장막을 두르고 핵전쟁의 위기까지 치닫던 냉전은 종식되었다.
대신 소련은 철의 장막을 해제하고 서방을 비롯한 자본주의 세계에 소련의 문을 모두 열어젖혔다.
소련의 정치체제도 뜯어고쳤고 경제 체제 역시 뜯어고쳤다.
그리하여 주민공급제로 살아가던 공산당의 계획경제는 사라지고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생겨났다.
하지만 개혁, 개방의 초기 정치체제의 혼란으로 나라가 대혼란에 빠졌다. 물가는 끝없이 상승하고 회사들은 파산하고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되었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으로 루블(러시아 화폐)의 가치가 휴지가 되고 말았다. 수많은 사람이 모스크바의 엄청난 물가를 견뎌낼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의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소콜리키거리도 그렇게 집을 나간 사람들 때문에 빈집이 수백 채가 된 것이다.
빈집이 생기자 실업자들과 노숙자들이 몰려들어 이곳에 터를 잡았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마피아들이 몰려들어 괜찮은 건물들을 차지하고 간판을 달았다.
무슨 용역업체, 인력 공급소, 건설회사. 경호회사 보도방 등등이 생겨났고 마피아들의 세상으로 변했다.
1990년 1월.
쿠웅~
갑자기 어디선가 무엇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반쯤 무너진 빈집이다. 하지만 허리를 꼬부리고 있는 사람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누가 죽든 말든 상관하지 않는 것이 이 거리의 불문율이다. 그들은 너무 추워서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 끄덕끄덕 졸고 있을 뿐이다.
‘여기가 어디지?’
먼지가 자욱이 일어난 반파된 집안에서 한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방금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사람이다.
그런데 사내의 모습이 참으로 기괴하다. 어디서 자다가 토네이도에 휘말려 날아온 것 같다. 그의 상체는 알몸이었고 하체는 팬티만 남았는데 그것마저 갈가리 찢어져 살이 들여다보인다.
”끄응!“
몸을 일으킨 그는 자기의 몸을 훑어보았다. 하나도 이상이 없다.
”그럼 난 살아난 것인가?“
중얼거리는 사내는 바로 KNSA국장의 욕심과 야망 때문에 살해된 K301호였다.
그런데 그 가공할 폭발 속에서 어떻게 살아났을까?
아무리 개조된 육신이라고 해도 그 엄청난 폭발 속에서는 온몸이 갈가리 찢겨 흔적조차 남지 않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옷만 다 사라졌지, 몸은 어디 하나 상처를 입은 곳 없이 정상이다.
“어떻게 살아난 게 문제가 아니지.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지. 박광식, 이 개새끼. 곧 네놈을 죽여주마! 뿌드득.”
섬뜩하게 이를 간 K301호, 이준이 폐허의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모닥불을 피우고 앉아서 졸고 있던 노숙자들이 눈이 휘둥그레져 바라보았다.
지금은 1월이다. 모스크바의 1월은 영하 30도에 달한다. 그 혹독한 추위 속인 데도 찢어진 팬티만 입고 나오니 놀랄 수밖에 없다.
“말 좀 물읍시다. 여기가 어디요?”
“???”
어리둥절해서 바라보던 노숙자들 속의 한 명이 대답했다.
“여긴 소콜스키거리요!”
“소콜스키? 그럼 여긴 모스크바?”
그러자 거지들은 속으로 ‘미친놈이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추운 겨울에 팬티만 입고 나다니는 놈이 여기가 모스크바인지도 모르니 확실히 미친놈이다.
어느 정신병원에서 도망쳐 나온 미친또라이일 수도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말건 이준은 천천히 거리를 걸어 나갔다.
***
“파릇파릇 보도방” 사장 세르게이는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깜짝 놀라 얼른 전화를 받았다.
“예. 예. 알겠습니다. 곧 애들을 데려가겠습니다.”
수화기를 놓은 세르게이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하들은 각 술집과 호텔, 모텔, 나이트클럽 등에서 요구하는 여자애들을 데리고 모두 떠나서 자기밖에 없다.
그래도 여자애들은 아직 12명이나 남은 것은 다행이었다.
“빌어먹을, 그래도 명색이 사장인 내가 창녀들 운전기사 노릇까지 해야 하나?”
하지만 투덜거릴 수만은 없다. 자칫 늦었다가는 마피아 감찰대장에게 끌려가 반쯤 죽도로 맞을 것이다.
세르게이는 이곳 모스크바 동부 행정구의 마피아조직인 딴키(전차)파 소속이다. 딴키파는 동부 행정구에 있는 6개의 마피아 조직 중 하나로 포악함이 장난이 아니다.
“야, 니들 뭐해? 빨리 나가 승합차에 타.”
우르르~
여자들이 달려 나가 승합차에 오르려는 때였다. 그녀들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어마나!”
“누, 누구세요?”
그녀들의 눈앞에는 팬티, 그것도 갈가리 찢어져 안이 다 들여다보이는 팬티를 입은 근육질의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 사장님. 치, 치한이에요!”
“빠, 빨리 나오세요.”
“뭐, 치한?”
세르게이는 여자들이 고함치는 소리에 화가 벌컥 났다.
“파릇파릇 보도방”은 ”딴키파“소속이다.
어떤 죽고 싶은 놈이 감히 딴키파 소속 보도방 계집들을 노린단 말인가?
“기분도 꿀꿀하던 판인데 잘됐군!”
철컥.
권총을 뽑아 장전한 세르게이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어? 네놈은 뭐냐?”
세르게이는 어이가 없었다.
이 추운 날씨에 알몸으로 여자들 앞에 서 있다니?
이놈은 바바리맨도 아니고 알몸 노출맨인가?
개방 후 미국 영화가 강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면서 러시아에도 바바리맨이 출현했다. 그런데 이놈은 아예 옷 자체를 걸치지도 않았다.
게다가 팬티는 일부러 찢어서 안의 거시기가 얼핏얼핏 보였다.
그런데 알몸 노출맨이 세르게이를 찬찬히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옷이 괜찮군, 너, 옷 좀 빌리자.”
“뭐, 뭐라고?”
세르게이의 귓구멍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졌다.
감히 자기에게 옷을 빌리자니?
저 미친놈이 간뎅이가 부어도 엄청 부었다.
그는 잔인한 표정을 지으며 권총을 추켜들었다.
“미친놈, 저승에 가면 빌릴 옷이 많을 거다.”
탕탕탕탕탕~
말이 끝나자마자 총소리가 밤의 얼어붙은 정적을 깨트렸다.
“감히 내 앞에서 설쳤으니 이렇게 뒈지는 거다!”
세르게이가 만족한 음성으로 말했을 때였다.
여자들이 눈이 둥그레서 자기를 보며 말했다.
“사, 사장님, 뒤, 뒤에···.”
“뒤에 뭐?”
“치, 치한이···.”
홱!
머리를 돌린 세르게이는 움찔 놀랐다.
방금 총에 맞은 놈이, 아니, 죽었어야 할 놈이 자기의 뒤에 서 있었다.
“네놈이 어떻게, 헉!”
세르게이의 눈이 둥그레졌다. 아니, 찢어질 것처럼 부릅떠졌다.
놈은 총에 안 맞은 것이 아니었다. 가슴과 배에 다섯 개의 총알이 박혀 있었다.
깊이는 들어가지 못하고 총알의 크기만큼 박혀 있다. 그런데 세르게이가 놀란 것은 총알이 박혀서도 죽지 않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총알이 저절로 구멍에서 밀려 나오더니 툴렁툴렁 땅에 떨어졌다.
마치 무우가 자동적으로 뽑히는 것처럼!
그리고 피가 흐르던 총알구멍이 순식간에 아물어갔다.
곧 노출맨의 몸은 흔적 하나 없이 매끈해졌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컥!”
세르게이는 더 말할 새가 없었다. 노출맨의 한 손이 쑥 나오더니 세르게이의 목을 잡아 번쩍 들었다. 세르게이는 무게 89kg이다.
그런데 노출맨은 한 손으로 달랑 쳐들어 올렸다.
마치 종잇장을 들듯이, 힘이 장사다!
“윽, 윽윽!”
세르게이는 목이 빠지는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숨이 막혀왔다. 그는 총을 떨어뜨리고 두 손으로 노출맨의 강철같은 팔을 두드렸다. 내려달라는 표현이다.
노출맨은 아무 말도 없이 세르게이의 두 눈을 노려보았다.
‘헉, 저건 사람의 눈빛이 아니다!’
노출맨의 두 눈에서는 마치 사자의 눈처럼 노랗고 푸르스름한 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콰앙~
“컥컥!”
노출맨이 내동댕이치는 바람에 세르게이는 땅바닥에 태를 치며 나뒹굴었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새가 없다. 노출맨이 다가오고 있다. 벌떡, 몸을 일으킨 세르게이가 차가운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노출맨님. 아, 아니, 형님. 제가 최고급 옷들로 준비하겠습니다.”
그제야 다가오던 노출맨의 발걸음이 멈추어졌다.
“어디 있냐?”
“저, 저기 보도방에요.”
“가자.”
세르게이는 후다닥 일어나 보도방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리고 자기가 가장 아끼던 수달피 코트와 담비 털로 만든 모자. 새 내의와 다람쥐 털가죽을 댄 겨울용 단화, 그리고 부드러운 양가죽으로 만든 장갑까지 모두 내주었다.
모두 엄청나게 비싼 옷들이지만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못했다.
”헤헤. 마치 잰 것처럼 딱 맞습니다요. 형님.“
세르게이가 비굴한 웃음을 지으며 발라맞추었다. 하지만 노출맨의 요구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방안을 쑥 둘러본 노출맨이 금고에 시선이 박혔다.
그것을 본 세르게이는 심장이 철렁하였다.
‘제, 제발 그냥 가라. 제발.’
“열어라.”
묵직하면서도 살벌한 목소리가 세르게이의 고막을 두드렸다. 세르게이는 찍소리 한마디 못 하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금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러시아의 루블과 달러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모두 여자들이 몸을 판 돈에서 뜯어낸 화대다.
하지만 저 돈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딴키파에 비쳐야 할 돈이다.
“담아라.”
‘이, 일단 살고 보자!’
세르게이는 이를 악물었다. 살아야 복수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벽에 걸려 있던 가방을 꺼내 달러와 엔, 루블을 가득 담았다.
“잘했다. 반항했으면 넌 목이 뽑혀 죽었을 것이다!”
‘헉!’
세르게이가 저도 모르게 목을 두 손으로 감싸 쥐였다. 그때 걸어 나가던 노출맨, K301호, 이준이 머리를 돌리고 말했다.
“곧 이 돈의 3배를 가져다주마.”
“아, 아닙니다. 그저 형님이 쓰실만큼 쓰시면 됩니다, 예, 아무렴요!”
살기 위해 허리를 구십 도로 굽히며 조아리던 세르게이는 아무 소리도 없자 머리를 들어 앞을 보았다. 그런데 놈은 언제 사라졌는지 없다.
“으아악. 이 개새끼. 내 네놈을 잡아서 간을 씹어 먹을테다아~”
분노한 세르게이의 외침이 밤공기 속으로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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