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in's youngest brother RAW novel - Chapter 51
제50화. 인연. >
“노란 원숭이 년이 제법이군, 그년을 잡아서 내 앞에 꿇려라.”
누클리어 피스트의 보스 아갈로 라로프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고 내린 명령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기 앞에서 계집들이, 그것도 동양 계집이 저리도 당당하게 맞서는 것을 처음 보았다. 흥미보다도 분노가 더 먼저 일어났다.
그는 슬라브족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민족 제일주의자다. 그건 그의 할아버지 대부터 그러했는데 아버지도 그랬고 그 영향은 아갈로 라로프까지 잠식했다.
그로서는 동양 원숭이 같은 계집이 맞서는 것을 두고 볼 만큼 마음이 넓지 못했다.
‘쌍년, 예뻐 봐야 동양 원숭이다. 그냥 하룻밤 노리개로 쓰고 부하들에게 던져 준다!’
이것이 아갈로 라로프의 속셈이다. 그도 지금 맞선 여자가 매우 아름다운 동양 여자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더 짓밟아 버리고 싶었다.
그의 이념대로라면 인간계에서 가장 용맹하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머리가 좋은 것은 백인이어야 한다.
한데 저년은 동양의 노란 원숭이인데도 미모가 백인이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게다가 기품도 있었고 깡패들에게도 굽힘이 없었다.
그러니 오늘 반드시 잡아 먹어야 했다. 지금 이 나이트클럽 안의 모든 백인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뭐해? 당장 그년을 꿇리지 않고.”
그가 부하들을 다그쳤을 때였다. 바 쪽에서 한 명의 남자가 말했다.
“어이, 언제부터 누클리어 피스트 마피아가 여인 한 명에게 떼로 덤벼들었지? 내가 누클리어 마피아를 잘못 알고 있었나?”
“누구냐?”
갑작스러운 상황에 라로프는 흠칫 몸을 떨었다.
사실 오늘 밤 있은 일이 세상에 새어나가면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다.
동양인에게, 그것도 동양 여자에게 누클리어 피스트 마피아가 집단으로 덤볐다는 말은 절대 새어나가면 안 된다.
라로프의 사나운 눈빛이 바에서 말하는 자 쪽으로 돌아갔다. 웬 남자다.
아래위 검은 정장을 입은 그자는 그냥 바 앞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고 있어서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네놈은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내 정체를 밝히는 거야 쉬운 일이지.”
그리고 사내가 돌아앉았다. 순간, 네온등 불빛에 사내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내는 잘생긴 동양인 남자였다.
그것도 겨우 18~19세 정도로 보이는 어린 청년이다.
“네놈은 어디 소속이냐?”
“나?”
이준이 자기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난 저 아가씨의 보디가드다.”
“뭐, 뭣이?”
보디가드는 분명 아니다. 만약 보디가드라면 애초에 나섰을 것이다.
그렇다면 젊은 혈기에 이른바 정의를 실현하려고 나선 것이 분명하다. 넌 그 혈기 때문에 오늘 뒈진다.
“좋아. 네가 저 계집의 보디가드라면 어디 막아봐라.”
철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아갈로 라로프가 권총을 뽑아 요란하게 장전했다.
그러자 나이트클럽 전체가 조용해졌다. 총은 아이가 쏴도 맞으면 죽는 법이다.
그러니 조용해질 수밖에, 하지만 이준은 아니었다.
“너 진짜 쪽팔린다! 보스라는 놈이 맨손인 사람에게 총을 뽑냐? 아유, 빙신.”
순간, 아갈로 라로프는 분통이 터졌다. 그도 자기가 권총을 뽑았다는 것이 실수라는 것을 안다.
게다가 상대는 이제 20살이 되었을까 말까한 애송이, 그것도 동양 애송이었다.
“죽어, 이새꺄!”
타앙~
핏핏핏핏~
총소리가 울렸다. 순간, 사람들은 보았다.
총성과 함께 동양 남자가 서 있던 곳부터 아갈로 라로프에게까지 수십 명의 동양 남자가 생겨나는 것을!
그건 정말 그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기이한 광경이었다.
그때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끄악.”
꽈당~
그 소리와 함께 수십 명의 동양 남자가 무슨 비눗방울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미 동양 남자는 울란우데 마피아 보스를 덮쳤고 그의 몸을 잡아 바닥에 태질한 상태였다.
그때야 사람들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잔영. 그건 잔영이었어!’
물체가 너무 빨리 움직이면 인간의 눈은 미처 따라가지 못한다.
그 때문에 시야에 잔상을 보게 된다.
방금 수십 명으로 나타났던 동양인 남자는 너무 빨라 시각이 착시현상을 일으킨 사람의 잔영이었다.
‘맙소사! 사람이 이렇게 빠를 수도 있단 말인가?’
하지만 현실이다. 그들 모두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사실이었다.
“그따위 허접스러운 총질로 나를 죽이겠다고? 네놈은 좀 맞아야겠다!”
어리디어린 동양 청년은 육중한 몸의 아갈로 라로프의 허리를 잡아 번쩍 들었다.
“아, 안돼!”
아갈로가 청년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이준은 인정사정이 없었다. 육중한 몸의 아갈로가 이준의 머리 위까지 쳐들렸다가 지상으로 내리꽂혔다.
콰앙~
마치 폭탄이 터진 것 같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아갈로가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그것을 본 마피아들이 품속의 권총을 잡았다.
그때 이준의 섬뜩한 말이 그들의 귓전을 때렸다.
“이제부터 총을 뽑는 자는 무조건 쥑인다.”
쥑인다! 쥑인다! 쥑인다!
큰 소리로 말한 것도 아니다. 낮은 목소리로 그냥 힘을 주어서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말소리에 다섯 명 경호원들의 행동이 일시에 멎었다.
그만큼 그들은 이미 공포로 이준에게 심령이 제압된 상태였다.
거기에 협박이 가해지자 정신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본능이 눈을 뜬 것이다.
덤비지 말라고, 지금 덤비면 죽는다고, 몸의 주인에게 소리치는 것이다.
그것은 살모사 앞에서 개구리가 온몸이 굳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보스가 저렇게 되었으니 놈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 순간이다.
핏핏핏~
젊은 동양 청년이 순식간에 여인의 앞에 나타났다. 여인은 깜짝 놀랐다. 이준이 다짜고짜로 그녀의 손을 잡더니 냅다 달렸기 때문이었다.
“뭐, 뭐에요?”
“뭐긴 뭐예요? 도망치는 거지!”
이준의 말에 뒤를 돌아보니 마피아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서라. 안 서면 쏜다.”
“병신, 니들 같으면 서겠냐?”
탕탕탕탕~
총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졌다.
이준과 여인은 캄캄한 어둠 속을 달려가 차에 탔다. SUV다.
부르릉~
차 시동이 걸리고 순식간에 현장을 벗어났다.
곧 아우성치는 소리, 총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시창 밖으로는 진한 어둠이 깔려 있고 흰 눈이 얼핏얼핏 지나간다.
“정말 고마워요, 당신이 아니었으면 오늘 큰일을 당할 뻔했는데···.”
여인이 아직도 가쁜 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우리 통성명해요, 보디가드가 지키는 사람의 이름도 모르면 안 되죠. 난 이준이에요. 특구 의장님의 경호원이고요!”
이준이 자기 이름을 알려주었다. 사실 이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의 러시아 이름은 아르진 리이기 때문이다.
사라 푸틴도, 디나 쿠르바코바도 아르진 리라는 이름만 알지 이준이라는 이름 존재 자체를 모른다.
그러고 보면 이 여인은 자기의 진짜 이름을 알려준 첫 여자다.
“난 강소라예요. 오늘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의장님의 경호원이라고 했나요?”
“예. 맞아요!”
“그래서 싸움 솜씨가 뛰어나군요!”
“뭐, 제가 좀 싸울 줄 알긴 하죠. 하하!”
이준이 유쾌하게 웃었다. 그러자 강소라가 말했다.
“난 교육국장 비서실의 비서예요!”
강소라의 목소리가 갑자기 침울해졌다. 그녀 본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이준은 알 수 있었다. 강소라가 비서실에서 일하는데 뭔가 있단 것을!
사실 강소라는 이화여대 비서학과를 졸업했기에 국정원에서도 그녀가 의장 이준의 비서실에 채용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데 뜻밖에도 교육국의 비서실로 채용되었으니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사표를 내고 대한민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특구 의장에게 접근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국정원에서는 끈기를 가지고 기다리란다.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면서···.
‘가만, 이 사람은 의장의 경호원이잖아? 이게 혹시 하늘이 주는 기회가 아닐까?’
강소라는 슬쩍 이준을 보았다. 기껏해야 20살 정도! 자기보다 5살은 아래인 것 같다. 하지만 잘 생겼다.
또 싸움도 진짜 잘한다. 아니, 싸움에서는 그 누구도 상대할 자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쌈꾼이다.
허니 특구 의장의 신임을 받고 있지 않을까?
“이준씨는 어떻게 그렇게 싸움을 잘해요? 혹시 의장 경호원들은 모두 그렇게 싸움 수준이 높아요?”
“아뇨. 제가 좀 특별하죠. 뭐, 그래서 의장님의 비밀 경호원이 되기도 했고요!”
“비밀 경호원이요?”
“음, 이건 비밀이긴 한데, 전 아무도 모르게 비밀리에 경호해요. 경호원들도 제 정체를 모르게요. 오직 의장님만 내가 주위 어딘가에서 자기를 지킨다는 것을 알죠.”
“아, 대단하네요!”
‘그래. 이 사람이다!’
강소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특구 의장에게 접근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의장의 신임을 받는 비밀 경호원과 친해서 그를 징검다리 삼아 의장에게서 점프해야 한다고 강소라는 생각한 것이다.
“소라 누님은 집이 어디예요?”
“워스토츠카 8번지 316호에요.”
“그럼 속도를 냅니다. 꽉 잡으세요.”
부응~
SUV가 맹렬한 속도로 시내를 질주해갔다.
이준과 강소라!
운명의 구슬은 꿰기도 힘들지만, 운명이라면 오히려 쉽게 꿰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이준과 강소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
모스크바 FSB 장관 집무실.
조용한 집무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은 시베리아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음. 다른나라라···.”
푸틴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푸틴은 원래 소비에트 시대의 강력한 러시아를 추종하는 사람이다.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소비에트는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자본주의 러시아가 되었다. 거기까지는 상관없다.
자본주의든 소비에트든 러시아가 강하면 되니까! 하지만 러시아는 너무 약해졌다. 세계를 두고 미국과 경쟁하던 소련은 이미 없어졌다.
그런데 시베리아까지 떨어져 나가면 러시아의 미래는 없다.
“아무래도 아르진 리를 제거해야겠군!”
푸틴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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