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tin's youngest brother RAW novel - Chapter 83
제82화. 썰물. >
이준이 김정일의 지하 궁전에 도착한 것은 새벽 6시경, 김정일이 예견한 것보다 최소 5시간은 빠르게였다.
김정일은 지하 궁전이 함락당하는 시간을 오전 11시경으로 잡았다.
놀라운 것은 공수특전단이 지하 궁전으로 돌입하자 지하 궁전을 지키던 호위총국군이 반항 없이 항복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피를 보지 않고 지하 궁전을 접수했다.
하지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때는 이미 평양의 모든 인민군과 교도대, 적위대가 항복을 선언한 상황이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광신적으로 시베리아군을 향해 공격하던 소년근위대와 청년근위대는 거의 전멸했을 때였다.
더 이상 시베리아군에 대적할 적은 없었다.
“대단하군! 이건 정말 지하 궁전이야!”
김정일의 집무실에 들어선 이준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김일성 시대부터 수십 년 동안 건설했다는 지하 궁전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중국 진시황의 무덤이 최고라고 하지만 이 지하 궁전에 대비하면 반딧불과 달과의 차이다.
“그런데 김정일은 도망쳤단 말이지?”
이준이 중얼거릴 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공수특전단 방첩 장교가 들어섰다.
“각하. 김정일은 잠수함을 타고 대동강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럼 놓친 것인가?”
이준의 말에 방첩 장교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각하. 여기서부터 서해까지의 대동강은 120km(300리)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대동강의 끝, 서해와 합류하는 지점에 북한이 10년에 걸쳐 건설한 서해갑문이 있습니다.
이 서해갑문은 김정일이 한국의 잠수함이 평양까지 들어올 것이 두려워 갑문의 두께를 10미터로 제작하였습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무려 5개나 됩니다.
그걸 뚫자면 잠수함은 노출될 것이고 서해갑문에 거치된 스커드미사일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게 되어 있습니다.
서해갑문은 이번 전쟁이 일어나면서 친위대로 교체되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서해갑문을 우리가 장악하면 김정일은 도망치지 못합니다.
아직 김정일의 잠수함은 대동강을 달리고 있으니까요!”
“명석한 해석이다. 수고했다. 대령.”
“충, 성!”
이준의 칭찬에 얼굴이 붉어진 방첩 장교가 부동 자세를 취하며 충성을 외쳤다.
“사령관.”
이준이 옆에 서 있던 공수특전단 사령관을 불렀다.
“예, 각하!”
“즉시 수송 헬기들에 특전단원을 태워 서해갑문을 점령하라. 공격헬기들도 함께 보내서 그들을 지원하게 하고, 몇 대의 공격헬기들을 대동강을 따라 수색해보도록, 혹시라도 김정일의 잠수함을 발견하면 가능한 생포 하라.”
“예썰.”
평양 김일성 광장.
“전투경보, 전투경보, 공격헬기들은 즉시 이륙 준비를 하라. 이륙 준비를 하라!”
김일성 광장에는 수백 대의 공격헬기와 수송 헬기들이 내려앉아 전투에서 소모한 기름을 주유하던 중이다.
그러자 먼저 기름을 채운 헬기들이 저마다 이륙하기 시작했다.
“Mi-28, 709호기. 이륙한다!”
“mi -24, 213호기, 이륙한다!”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수백 대의 공격헬기와 수송 헬기들이 호수가에 앉았던 잠자리들처럼 일시에 날아올랐다.
헬기들은 즉시 방향을 돌려 서해 갑문으로 날아갔고 6대의 헬기는 대동강을 따라 수색을 시작했다.
서해는 물이 항상 뿌옇다. 서해갑문이 있는 남포 앞바다도 역시 같다. 친위대 제12여단장 박성룡소장은 망원경으로 계속 대동강물을 바라보았다.
“빨리 오셔야 할 텐데···.”
박성룡소장은 김정일이 가장 신임하는 친위대 장군이다.
박성룡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 때 실수로 동급생을 죽였었다. 북한에서 살인은 사형이다. 하지만 김정일은 박성룡의 출신성분을 알아보고는 사형을 중지 시켰다.
박성룡의 아버지는 평범한 노동자였지만 “노동당”원이었고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자를 살려주면 당연히 충성하게 마련이다.
김정일은 박성룡을 무죄 방면 시켰고 살던 지역을 옮겨 주었고 훗날 사관학교에 보내주었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나온 박성룡은 친위대 장교로 뽑혀갔다. 그리고 김정일의 저택 호위 소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때부터 박성룡은 빠르게 진급했고 20년이 지난 지금은 친위여단장 소장이 되었다. 그는 자기를 이렇게 만들어준 김정일을 위해서라면 당장 불구덩이라도 들어갈 각오가 되어 있었다.
김정일은 서해갑문에 그의 여단을 배치해 놓았다. 최후의 순간에 박성룡이라면 자기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김정일은 잠수함으로 지하 궁전을 떠나기 전에 박성룡에게 연락했다.
갑문을 모두 열어 놓으라고, 자기가 평양을 탈출한다고!
박성룡은 그 즉시 서해갑문의 수문을 모두 열었다.
김정일의 잠수함이 잘 빠져나가게 하려고! 한데 지금은 썰물이 지는 시간이다. 대동강의 수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대동강의 수위가 낮아지면 김정일의 잠수함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워낙 대동강의 깊이가 얕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이 불안해진 박성룡이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감시병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평양 쪽 상공에 헬기 출현!”
“뭐, 헬기?”
놀란 박성룡이 머리를 홱 돌려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찢어질 듯 부릅떴다. 하늘이 온통 공격 헬기와 수송 헬기로 뒤덮였다.
박성룡은 저 헬기들의 목표가 서해갑문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어림도 없다.”
그는 권총을 뽑으며 외쳤다.
“여단 전투 준비, 헬기를 추락시켜라.”
제12 친위여단의 친위대원과 장교들이 일제히 14.5mm 고사기관포(대공포)에 달라붙어 하늘을 겨누었다.
그리고 중기관총과 경기관총들, 친위 대원들의 AK 자동소총까지 모두 헬기를 향해 겨누어졌다. 하지만 스커드미사일과 RPG-7은 사용할 수가 없다.
이미 시베리아군과의 전쟁 시작 때 EMP탄의 공격을 받아 미사일과 RPG-7 로켓의 내부에 있던 전자 부품들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헬기들을 향하여, 쏴!”
“쏴, 쏴!”
사방에서 장교의 외침이 터지고 모든 총이 하늘을 향해 발사되었다.
투투투투투투~ 타타타타타타~
카카카카캉, 카카카카카카캉~
고사기관포와 중기관총, 경기관총과 AK의 총탄이 mi-24와 mi-28을 향해 빗발처럼 날아갔다.
순간, 하늘을 덮고 날아오던 공격 헬기들에서 오렌지색 불줄기가 뿜어지며 날카로운 소리가 대기를 뒤흔들었다.
쮸웅, 쮸웅, 쮸웅, 쮸웅~
일시에 쏘아진 100여 발의 공대지 미사일과 대인용 로켓탄들이 서해갑문 위에서 헬기를 향해 사격하던 제12 친위여단의 대공포와 중기관총 좌, 경기관총 좌와 무릎을 꿇고 앉아 헬기를 쏘던 병사들 속에서 폭발했다.
순간, 섬광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고 수천수만 개의 작은 베어링이 주변을 휩쓸었다.
콰콰쾅, 콰쾅, 콰쾅, 쾅쾅쾅~
“아악. 으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올랐다. 대인 살상을 위해 장착된 작은 베어링들이 폭사하면서 친위대 병사들의 육신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후드득, 투드득~
허공에 떠올랐던 인간의 살점과 뼈조각들이 핏물이 출렁거리는 갑문 위로 떨어졌다. 갑문 위는 끔찍했다.
파괴된 대공포들, 박살 난 중기관총과 경기관총들, 엎치고 덮쳐 쓰러진 친위대 장교들과 병사들의 시신! 이곳은 지상에 강림한 지옥이었다.
하지만 그 지옥은 이제 시작이었다.
츙츙츙츙츙츙~
공대지 로켓들이 끊임없이 날아왔고 공격헬기의 기관포와 미니건이 무지막지하게 친위대를 찢어발겼다.
한쪽에서는 수송 헬기에 타고 온 시베리아군 공수특전단원들이 줄줄이 땅에 내려섰다.
“제1중대. 유탄 발사 준비!”
“예썰!”
먼저 땅에 발을 딛은 공수특전단 제1중대 병사들이 소총 밑에 달린 유탄들을 발사했다. AK -103에는 유탄발사기가 달렸고 6발의 유탄을 발사할 수 있다.
“발사!”
팡팡팡팡팡팡~
쐐애액, 쐐액, 쐐애액~
그러잖아도 지옥인 갑문 위로 수백 발의 유탄들이 날아가 지옥의 불꽃을 터뜨렸다.
김정일의 친위대는 태풍에 휩쓸린 연약한 풀처럼 갈가리 찢기고 몸통이 끊어져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 개새끼들아!”
박성룡소장은 눈이 뒤집혔다. 자기의 부하들이 속절없이 죽임을 당해 넘어졌다. 시베리아군의 화력은 어마어마했다.
북한군의 화력으로 맞설 상대가 아니었다. 더구나 전쟁 초기 EMP탄의 공격으로 중무기들은 모두 무력화된 상태다.
시베리아군에 맞선다는 것은 사실상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부하들을 잃어버고
눈에 핏발이 선 그는 중기관총을 잡고 총탄을 퍼부었다.
“죽어라. 이 개쎄들아!”
투투투투투투투~
중기관총탄이 빗발처럼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그건 지옥으로 빨리 가는 지름길일 뿐이었다.
공격헬기에서 불꽃이 번쩍 일더니 화염을 내뿜으며 공대지 로켓이 곧장 중기관총을 향해 쏘아져 왔다.
꽝꽈꽈꽝~
중기관총 좌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하늘로 흩날리는 부서진 중기관총의 잔해들, 그것들이 땅 위로 떨어져 내렸다.
철퍼덕~
그런데 하체는 사라지고 상체만 남은 박성룡 소장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는 자기의 몸을 보았다. 허리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박성룡은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자각했다. 하지만 광신적인 그의 정신에는 이상이 없었다. 그는 안간힘을 써서 입을 열었다.
“기, 김정일 장군 만세!”
순간. 유탄 한 발이 날아와 그의 머리에 박혔다.
콰앙!
폭발이 지나간 후, 땅에 남은 것은 머리가 없는 상체뿐이었다.
***
대동강은 평양시 구역에서는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강바닥을 파내서 깊이도 깊고 강둑도 정리해서 거의 일직선이다.
하지만 그건 평양시 구역에서뿐이다. 북한의 모든 것이 그렇듯 평양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1945년에 정지해 있다.
시간이 고인 땅, 그것이 바로 북한이다. 대동강도 마찬가지다. 평양 시 구역을 벗어 나서부터는 뱀처럼 구불구불하다.
게다가 깊이도 얕다. 물론 평소에는 서해 갑문이 바다로 흘러가는 강물을 막는다. 그 때문에 대동강의 수위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김정일이 지하 궁전을 탈출하는 순간부터 서해갑문의 수문들은 모두 열렸다.
김정일이 장애 없이 속전 속결로 서해로 탈출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취한 행동이다.
문제는 지금이 썰물 시간 때라는 것이다.
평생을 군인으로 보낸 박성룡소장은 그걸 알지 못했다.
썰물 때 서해갑문의 수문을 모두 열어 놓았으니 대동강물이 걷잡을 새 없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대동강 속을 달리던 김정일의 잠수함에 치명적이었다.
“지, 지도자 동지. 잠수함이 물 밖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뭣이?”
김정일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로서는 왜 잠수함이 물 밖으로 드러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아마도 지금 서해갑문이 모두 열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썰물 시간입니다.
이때 수문을 모두 열면 대동강물이 너무 빠른 속도로 낮아져서 잠수함이 드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김정일은 알 수 있었다. 박성룡은 자기가 명령하면 다른 것은 생각지도 않는다. 마치 로봇처럼 명령하는 대로 집행한다.
당연히 수문들이 모두 열렸을 것이고 잠수함의 몸체가 노출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이, 이제 어떡하지?’
김정일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것은 살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