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0화(10/675)
제 10화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십시오.
남은 시간이 0이 되자 당연하게도 새로운 몬스터가 나타났다.
첫 번째, 두 번째 웨이브 때는 다들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컸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두가 굳은 눈빛으로 몬스터의 공격을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다들 마음 단단히 먹어요! 계획대로만 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을 거예요!”
캠프의 암묵적인 리더가 된 유서아가 존재했다.
그녀의 외침에,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의기투합하며 각자 손에 쥔 무기를 꽉 붙잡았다.
“끽! 끼긱, 끽!”
“워, 원숭이?”
세 번째 몬스터 웨이브의 주역, 브라운 몽키.
바위산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낸 녀석들은 1m 정도 되는 작은 덩치를 가졌지만, 각자 손에 무언가를 단단히 쥐고 있었다.
돌을 쪼개어 날카롭게 만든 뗀석기부터 시작해, 막대기에 돌을 연결해 만들어 낸 돌도끼나 끝을 날카롭게 갈아 만든 창까지.
녀석들은 마치 인간이라도 되는 것처럼 당당하게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다들 당황하지 마세요!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유서아가 사람들을 다독임과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원숭이들이 무기를 휘두르고, 전열의 사람들이 두꺼운 나무막대기로 공격을 막아 냈다.
후열의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 둔 나무창을 내지른다.
푸북!
“우끼익!”
방패와 창.
고전적인 수법에다가 장비의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사람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할 때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첫 공격에 원숭이 네댓 마리가 쓰러져 나가자, 사람들의 얼굴에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러나.
“우끽!”
“우끼이익!”
“끼익!”
“저, 저 녀석들 수가 너무 많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웨이브에 비해 적의 수가 대폭 늘어났다.
당장 눈에 보이는 원숭이의 수만 해도 삼십 마리를 가뿐히 넘어가는 것 같은데 바위산 너머로 새로운 원숭이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적의 수가 많아지자, 자연스레 진형이 조금씩 불안정해졌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시작해.”
세운이 활약할 차례였다.
“혀, 형님. 이거 진짜 맞는 겁니까? 저, 다리 겁나 느리다니까요!”
툭.
“으악, 미친!”
어디서 구해 왔는지 샛노란 바나나를 들고 있는 박정필.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녀석의 등을 힘차게 떠밀었다.
바나나를 든 박정필이 원숭이들 사이에 던져지자, 즉각 원숭이들의 반응이 나타났다.
“끽?”
“욱끽?”
‘저 녀석들, 바나나라면 환장을 하지.’
회귀 전의 기억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다.
육식을 하기도 하지만,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는 역시 숲속에 열리는 바나나다.
평소에는 숲의 늑대들 때문에 쉽게 먹지 못하는 열매. 그런 열매를 마찬가지로 먹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이 들고 나타났으니.
“끼이익!”
“우끽! 우끼릭!”
원숭이들이 신나서 박정필을 잡으러 달려왔다.
녀석들의 시선이 분산된 덕에, 힘겹게 전투를 벌이던 사람들의 상황이 한결 나아졌다.
“으아아악!”
곧이어, 박정필은 계획대로 원숭이들을 유인하며 필사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니, 저 상태라면 이미 계획 따위는 잊었을 테지만 말이다.
‘생각보다 빠르네.’
적어도 몇 대쯤은 맞고 있을 줄 알았는데.
‘대산동의 거북이’라는 말을 방증하듯, 박정필의 다리는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미 그의 뒤로 붙은 원숭이의 수만 스무 마리가 넘어갔다.
“형니임! 살려주십쇼! 이제 더 못 도망쳐요!”
“이쪽으로 와라.”
“이미 가고 있습니다아아!”
“우끼익!”
“끽! 끽! 끽!”
스무 마리. 아니, 이제 서른 마리에 달하는 원숭이를 달고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피리 부는 사나이가 연상되었다.
우웅!
세운의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마나 서클이 빠르게 회전하였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 생성해 둔 마나 서클을 사용할 차례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파이어 볼(Fire ball) ]– 적탑(赤塔)의 숙련 마법사 ‘데이린 메이챌트’의 장기 마법. 개량을 통해 서클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불어 넣은 마나의 양에 따라 파괴력이 크게 달라진다.
화륵!
세운의 손 앞으로 불씨가 생겨났다.
서클이 빠르게 회전하며, 웨이브 전까지 쌓아 둔 모든 마나를 불씨 속으로 불어 넣었다.
어젯밤에 사용한 카샤의 불씨와는 완전히 달랐다.
화구의 크기는 이미 주먹 크기를 넘어, 세운의 상반신에 비견될 정도로 커다래졌다.
1 서클이라고는 하지만, 가지고 있는 마나를 모조리 쏟아부었으니.
“정필아, 알아서 피해라.”
“네? 아니, 무슨! 으아아악!”
세운이 야구공을 던지듯이, 화구를 힘차게 내던졌다.
박정필이 비명을 내지르며 옆으로 몸을 던지자, 자연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오던 원숭이들이 표적이 되었다.
“……우끽?”
바나나에 눈이 팔려 있던 녀석들이, 그제야 화구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피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콰아아앙!!
화구가 첫 번째 원숭이에게 닿는 순간, 거친 폭발이 일어났다.
본래 파이어 볼이 이런 위력을 보일 리가 없지만, 세운이 사용한 건 평범한 파이어 볼이 아니었다.
마몬의 창고에 있던, 누군가의 개조식.
덕분에 서른 마리에 달하던 원숭이들이 전부 화염 속에 녹아들었다.
최중심부에 있던 녀석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거리가 있던 녀석들도 털에 화염이 옮겨붙어 비명을 내질렀다.
다급하게 바닥을 뒹굴어 보았지만, 일반적인 불이 아닌 마법으로 일으킨 불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서른 마리가량의 원숭이들이 전멸했다.
“……혀, 형님. 이거 뭡니까? 마법? 이거, 마법 맞죠? 미친!”
놀란 것은 박정필뿐만이 아니었다. 원숭이들을 상대하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도 전부 세운을 향하고 있었다.
“마법이라고?”
“무슨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하긴. 저 시스템 메시지라는 것도 그렇고 몬스터 웨이브도 그렇고. 이미 판타지 소설이랑 다를 게 없으니까.”
“그럼 혹시 우리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마법?”
“그, 그럴지도?”
적의 수가 단번에 절반 이상 줄어들자, 사람들의 전투는 수월하게 흘러갔다.
마나를 전부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세운의 주 전투 스타일은 근접전이었다.
당장 세운이 전투에 합류하면, 몇 분도 걸리지 않아 웨이브가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저 정도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겠지.’
세운은 굳이 나서지 않았다.
지금 세운이 나서서 몬스터를 처리해 봤자, 사람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빼앗을 뿐이다. 게다가 계속해서 나서다가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의존할 수도 있다.
포인트를 획득할 기회이긴 하지만, 세운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포인트는 바깥에서 쌓으면 되니까.’
히든 피스는 늑대 숲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멧돼지들이 뛰쳐나온 언덕이나, 원숭이들이 나타난 바위산에도 비슷한 히든 피스가 존재할 게 분명하다.
지금은 그것들을 먼저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브라운 몽키’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3 상승합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0.3 상승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이가 아주 바싹하게 잘 익었다며 크게 만족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원숭이 구이를 한 입 베어 물자마자 환호성을 크게 내지릅니다!
폭식의 권능을 잊지 않고 사용한 세운이 등을 돌렸다.
당장 발을 옮기려는 순간, 정신을 차린 박정필이 말을 걸어왔다.
“혀,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야, 마법이라니! 저, 형님을 따르길 잘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고 말고요! 저, 박정필! 평생 형님을 보좌하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물론입니다! 앞으로도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전부 저에게 맡겨 주십쇼!”
“잘됐네. 못 하겠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바나나는 네가 먹어 둬. 다음 웨이브 때도 많이 뛰어야 할 테니까.”
“넵! 제가 많이 뛰어야……. 예?”
대화는 끝났다는 듯이, 세운이 언덕을 향해 발을 옮겼다.
그리고 그 뒤로는.
“또 뛰라구요……?”
바나나를 든 박정필이 처량한 눈으로 세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 *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세 번째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였습니다.
-웨이브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50point를 제공합니다.
세운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웨이브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원숭이의 수를 크게 줄여두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십 분은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오 분도 지나지 않아 적을 다 물리쳤다.
그만큼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뜻이리라.
곧이어, 개인 공적치 역시 집계가 완료되었다.
[ 1위 : 정세운 2,480point ] [ 2위 : 유서아 340point ] [ 3위 : 강한철 320point ]“오호.”
자신의 공적치는 그렇다 치고, 2위와 3위, 유서아와 강한철의 순위가 변동되었다.
“하긴, 싸구려라고는 해도 제대로 된 무기가 쥐어졌으니까.”
회귀 전에는 ‘선풍’이라 불리며 랭커 반열까지 올라간 그녀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는, 지구에서 검을 배우고 있다고 했었지.
강한철의 피지컬은 인정해도, 검을 든 무술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꾸익?”
“꿰에엑!”
언덕 위로 올라가자, 생각보다 많은 멧돼지가 세운의 눈에 들어왔다.
뭘 찾는 것인지, 땅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녀석들이 세운의 존재를 파악하자마자 힘차게 달려온다.
그야말로 저돌맹진(猪突猛進).
일반인이 보았다면 기겁하며 달아날 정도로 위협적인 돌진이지만.
서걱-
일반적인 브라운 보어 따위, 이미 세운에게 상대가 될 수준이 아니다.
십로담퇴의 보법으로 돌진을 피해내며, 하멜가 장검술을 응용하여 검을 휘두르자 멧돼지들이 허수아비처럼 쓰러져 나갔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언덕을 절반쯤 돌파했을 때, 세운의 몸이 잠깐 번쩍였다.
제한된 몬스터만을 상대하는 튜토리얼 특성상, 본래는 다섯 번째 웨이브쯤은 되어야 1레벨이 상승하는 게 보통인데, 세운은 고작 세 번째 웨이브만에 벌써 3레벨을 달성하였다.
거기에 포식의 권능까지 더해지니, 능력치는 이미 초심자의 것을 가볍게 벗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언덕에서 날뛰던 멧돼지들이 빠르게 정리되며, 가장 높은 언덕에 도착하자 세운이 찾아다니던 목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꿰에엑!”
“시간 아까우니까 빨리 끝내자.”
세운의 키보다 큰 덩치에 두꺼운 가죽으로도 감춰지지 않은 단단한 근육.
멧돼지 언덕을 지배하는 보스 몬스터, ‘언덕을 파헤치는 멧돼지’가 두꺼운 어금니를 드러내며 콧김을 내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