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0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06화(102/675)
제 106화
-5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제 : 산의 주인
-시간 제한 : 10시간
-산의 주인을 처치하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르십시오.
5층의 시련이 시작되고, 동굴을 빠져나가니 가장 먼저 푸른 하늘이 보였다.
이곳이 바로 동굴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산의 정상. 산을 주제로 한 첫 테마의 마지막 시련이다.
“후. 공기 좋구먼. 나도 이 공기를 마시기 위해서 산을 자주 올랐었지.”
고창석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높은 곳 특유의 시원한 공기가 가슴을 가득 채웠다.
아무래도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동굴 속에 있다 보니 공기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세운이 차분하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앞장서서 전방의 길을 따라갔다.
만들어진 길이라기보다는 덩치 큰 무언가가 지나가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듯한 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의 주체인 ‘산의 주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놈인가?”
“그런 것 같네요.”
정상으로 향하는 길목을 막은 채로 대자로 뻗어 있는 몬스터.
고창석은 처음 보는 몬스터겠지만, 세운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몬스터였다.
회귀 전은 물론이고, 튜토리얼 때도 보았던 몬스터였으니까.
“그르렁…….”
-성좌, ‘배고픈 왕자’가 쫄깃한 힘줄의 식감을 생각하며 군침을 줄줄 흘립니다.
오우거.
‘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몬스터다.
덩치를 보아하니 완전한 성체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오우거는 오우거. 그 힘은 주먹만으로도 바위를 박살 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회귀 전에는 상대가 저놈이라는 걸 알자마자 기겁했었지.’
튜토리얼을 통과했다지만, 겨우 두 명의 플레이어에게 오우거를 상대하라는 시련을 내주다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는 난이도였다.
세운이야 튜토리얼 때 굶주린 오우거를 상대한 전력이 있지만, 그 역시 원래는 잡으라고 나온 몬스터가 아니었다.
다만, 탑도 플레이어들에게 완전히 불가능한 시련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정상에서 굴러 떨어트리기 딱 좋아 보이는 바위나 곳곳에 자라난 독초, 풀숲으로 가려진 낭떠러지 등.
플레이어는 오우거가 자는 틈에 주변을 탐색하고 공략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계획을 실행한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련이었다.
회귀 전의 세운 역시 그런 식으로 5층을 공략했고 말이다.
“어쩔 건가? 바로 공격할 텐가?”
그러나 지금의 세운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미 튜토리얼의 굶주린 오우거는 물론 그 수장인 ‘크락카틀락’도 상대한 마당에 아성체의 오우거 따위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고창석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별다른 계획을 제안하지 않았다.
“음…….”
다만, 세운의 머릿속은 오우거 대신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전 층에서 획득한 퀘스트 아이템, 돌 피리.
5층에서 사용한다고만 적혀 있을 뿐, 오우거를 상대하기 전에 사용하는 건지, 전투를 끝낸 후에 상대하는 건지 자세한 내용은 전혀 적혀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민은 곧 끝났다.
‘뭐, 때마다 다 사용해 보면 되지.’
지금 불어서 특별한 일도 안 생기고, 오우거가 깨어나 버린다? 깨어난 그대로 오우거를 때려눕히면 그만이었다.
혹시 모르니 전투 중간에도 사용해 보고 전투가 끝난 후에도 사용해 보면 된다.
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고민을 마친 세운이 아공간 주머니에서 돌 피리를 꺼내 들었다.
마몬의 창고에서 피리의 악보라도 하나 꺼낼까 생각했지만, 세운에게는 이전에 ‘요정을 닮은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사용했던 보물인 ‘거친 바다의 악보’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
군가의 악보가 돌 피리와는 어울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어떠한 노래를 연주하라는 말은 없었으니까.
부우-
세운이 돌 피리를 불자 묵직한 중저음이 흘러나왔다.
흔히 알고 있는 피리음과는 전혀 다른 소리에 고창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돌 피리의 중저음은 생각보다 거친 바다의 악보와 잘 어울렸고, 그 연주는 산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엉……?”
대자로 퍼져 있던 오우거가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운이 연주를 멈추지 않았기에, 녀석은 곧 세운과 고창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녀석은 잠이 덜 깼는지 잠시 멍하게 세운을 바라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침을 흘리며 옆의 무기를 주워 들었다.
“밥시간이다. 먹이 도착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계속하고 있게! 내가 어떻게든 막아보지!”
여기서 돌 피리의 두 번째 문제점이 드러났다.
시기는 물론 피리를 얼마나 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최소한 악보를 한 번은 완주해야겠다는 생각에 세운이 피리를 부는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쿵!
“먹이, 단단하다! 하지만 나, 강하다!”
“오래는 못 버틸 것 같구먼!”
고창석의 힘은 어지간한 전사계 플레이어 이상으로 강하다.
그 증거로 타워 실드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오우거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다행인 점이라면 오우거의 지능?
무식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것보다 방패를 뺐거나 큰 덩치로 짓누르는 등 다양한 공격법이 있을 텐데.
녀석은 힘자랑하듯이 방패를 향해 조잡한 나무 몽둥이를 연신 휘두를 뿐이었다.
오우거의 강한 힘 때문에 고창석이 조금씩 뒤로 밀려났지만, 장비의 우월한 방어력 덕분에 큰 피해는 입지 않고 있었다.
‘이게 아닌가?’
그러나 세운에게는 방패에 몸을 기댄 채 힘들어하는 고창석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지금이라도 피리를 놓고 그를 도와줘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그 순간…….
드드드드-
땅바닥에서부터 미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오우거의 공격 때문에 일어난 진동인 줄 알았지만,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땅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듯한 감각이었다.
그 진동은 연주가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더욱 거세졌고, 오우거도 강해진 진동을 느꼈는지 공격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정답임을 확신한 세운이 힘차게 돌 피리를 불며 클라이맥스에 다다르자.
-돌 피리의 연주로 인해 스톤 라바(Stone larva)가 깨어났습니다.
-시련의 장소가 본 터인 ‘잠곤산(潛昆山)’으로 전환됩니다.
-시련의 주제가 ‘산의 주인’에서 ‘산의 지배자’로 변경되었습니다.
-산의 지배자, 스톤 라바를 처치하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르십시오.
“우엉?”
콰아아아!
오우거의 발밑에서 뿌연 흙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고창석이 다급하게 몸을 뒤로 빼고, 세운 역시 돌 피리를 입에서 떼고 전방을 바라보았다.
흙먼지 사이로 무언가의 기다란 그림자가 보였다.
이대로 기다릴 생각이 없었던 세운은 브리즈 마법으로 바람을 일으켜 먼지를 날려 보냈다.
“자네, 대체 뭘 불러낸 겐가?”
먼지가 사라지자 드러난 것은 커다란 바위였다.
크고 작은 바위가 뭉치고 뭉쳐, 기다란 형체를 이루었는데 그것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놈이 고개를 크게 흔들며 오우거를 날려 보내자.
-성좌, ‘배고픈 왕자’가 터져 나가는 자신의 간식거리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릅니다.
오우거가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벽에 부딪혀 터져 나갔다.
아무리 아성체라고 해도 오우거는 오우거. 그런 오우거를 한 방에 죽인 순간, 놈이 얼마나 강한 몬스터인지 증명되었다.
“혹시 해서 물어보는 건데, 아군은…….”
“카아아아-!!”
“……아닌 것 같구먼.”
놈이 돌로 이어진 입을 쩌억 벌리더니 거친 포효를 내질렀다.
포효에 섞인 돌가루가 고창석의 방패에 부딪혔는데, 그 위력이 꽤 강력했던지 튕겨 나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스톤 라바…….”
실제로 본 건 처음이지만,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몬스터 도감을 읽어보았던 세운이었기에 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스톤 라바.
보이는 것처럼 전신이 바위로 이루어진 애벌레 형태의 몬스터였다.
나이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지는데, 10m는 가뿐히 넘어가는 길이를 보니 라바로서 완전히 성장한 개체로 보였다.
‘저런 몬스터가 5층에 있었다고?’
전신이 바위로 이루어져 공격도 잘 안 통하고, 힘도 강하긴 하지만, 놈의 위험성은 그 성장 단계에 있었다.
지금은 가장 어린 단계인 라바 급이지만, 번데기를 거쳐 최종 형태로 변태하면 그 힘은 가히 드래곤에 가깝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놈이 겨우 5층에서 등장했으니, 세운이 놀라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할 수 있겠나?”
“안 돼도 해야죠.”
-시기의 눈초리가 ‘라바 스톤’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성체라고는 해도 아직 애벌레 형태라는 점이다.
만약 놈이 완전한 형태로 우화를 끝냈다면, 세운이라 하여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애벌레 형태라도 놈이 강하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승리의 가능성은 존재했다.
“그럼 나도…….”
“아뇨, 어르신은 뒤에 숨어 계세요.”
“……미안하구먼. 도움이 되지 못해서.”
“제 장비 대부분이 어르신의 작품인걸요. 이미 충분히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힘내게. 장비라면 내 얼마든지 수리해 줄 테니.”
“네.”
고창석이 아무리 플레이어 중에서 강한 편이라고 해도, 스톤 라바의 공격을 막아내기는 무리다.
세운 역시 그를 지키면서까지 스톤 라바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고창석이 뒤로 빠지는 사이, 세운이 달려드는 스톤 라바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스톤 월(Stone wall) ]– 황탑의 방어 마법으로써 바위로 이루어진 벽을 만들어 적의 공격을 막아낸다.
쿠구구구!
바닥에서 바위가 솟아올라 놈의 돌진을 막아냈다.
다만, 그것도 한 번뿐. 고작 한 번의 충돌로,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균열이 생겨났다.
스톤 월은 황탑의 마법답게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높은 방어력을 자랑하는 마법인데, 그런 마법이 상성의 차이도 아닌 그저 박치기 한 방으로 저 지경이 되었다.
아마 직접 부딪힌다면, 갑옷이고 방어력이고 할 것 없이 한 방에 몸이 터져 버릴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세운은 놈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대신 지속해서 거리를 벌리며 석벽을 일으켰다.
-황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쿠쿵!
어차피 지금 당장 부딪혀 봤자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마몬의 보구를 이용한 무기 공격?
전설의 무기들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지만, 그마저도 놈의 압도적인 방어력을 한 방에 뚫기는 힘들어 보였다.
여태껏 다양한 무기의 힘을 사용해 본 세운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피해 다닐 수만은 없는 노릇 아니냐고?
아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렇겠지만, 세운에게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없는 힘이 있었다.
바로, ‘질투의 권능’.
-시기의 눈초리가 ‘스톤 라바’의 견고함을 질투합니다.
-방어력을 앗아옵니다.
-민첩성을 앗아옵니다.
…
질투의 권능에 의해 놈은 지속해서 힘을 빼앗길 것이고, 반대로 세운의 힘은 증가하게 된다.
일단은 시간을 끌어 놈의 힘을 최대한 앗아온 후, 놈에게서 빈틈이 드러났을 때.
‘한 방.’
놈이 세운의 힘을 눈치채고 대처하거나 도망칠 틈도 주지 않고, 한 방에 목숨을 끊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