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0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08화(104/675)
제 108화
“자네! 괜찮은가?”
스톤 라바가 쓰러지자마자 고창석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가진 내공과 마나를 모두 소모한 탓에, 세운은 딱딱한 바닥 위에 대자로 쓰러져 있었다.
그런 세운을 보더니, 그가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하늘이 하나씩 나눠준 약병.
개인당 한 병밖에 없었기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제2에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약이었는데, 그는 망설임 없이 그 뚜껑을 따고 세운의 입에 물려주었다.
“전 괜찮…… 웁.”
“누가 봐도 괜찮은 꼴이 아니라네. 일단 들이켜.”
이하늘이 제조한 약품이 훌륭하다지만, 지금 세운의 상태는 일종의 마나 탈수 증상에 가까웠다.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먹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러나 고창석의 눈빛이 하도 진지했기에 세운은 군말 없이 약을 모두 들이켰다.
약초 특유의 씁쓸한 맛이 느껴지며, 알게 모르게 쌓여 있던 상처가 조금씩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자네가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저런 괴물을 일격에 쓰러트리다니! 정말 놀랐다네.”
“하하…….”
“다른 사람들도 저놈을 상대하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저놈은 자네가 아니라면 무리일 텐데…….”
“아뇨. 다른 사람들은 처음 보았던 오우거만 상대하면 될 거예요.”
“그렇겠지? 역시 저놈은 자네가 일부러 부른 모양이구먼.”
“그렇죠.”
솔직히 세운이라 하여도 스톤 라바가 등장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지만, 뭐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떻게든 놈을 물리칠 수 있었다.
저런 괴랄한 놈을 처치했으니, 시련의 보상도 높아질 게 분명하다.
‘검은…….’
세운이 고개를 내려 뒤랑달을 바라보았다.
엑스칼리버의 힘이 스며들었을 때 뿜어져 나오던 광채는 사라지고, 그 대신 마른 진흙이 떨어져 나와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직접 사용하던 것과 달리 장비에 적용되는 보구의 힘은 시간이나 힘의 제한이 있는 모양이다.
‘그럼 만약 뒤랑달의 봉인이 전부 풀리면?’
지금은 봉인이 덜 풀려 B급의 성능을 자랑하는 뒤랑달이지만, 봉인만 풀리면 지금보다 강한 내구도를 지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보구의 힘도 충분히 견디지 않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검과 관련된 보구라면 내구도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침을 줄줄 흘립니다.
그러던 중, 베엘제붑이 세운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톤 라바의 파편들이 정상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어 어차피 치워야 했던 터라, 세운이 망설임 없이 권능을 발현하였다.
콰득, 콰득!
날카로운 이빨들이 나타나더니, 평소와는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게 스톤 라바의 피부는 바위로 이루어져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빨들은 포기하지 않고 바위를 잘게 부수어 꿀꺽 삼켜 넘겼다.
크기가 그리 크지 않은 바위는 씹지도 않고 삼키기도 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빠각빠각한 식감이 아주 일품이라며 행복해합니다.
바삭바삭도 아닌 빠각빠각한 식감이라니.
아마 저런 표현을 사용하는 건 베엘제붑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었다.
스톤 라바의 덩치나, 단단한 몸체 때문에 생각보다 권능이 마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저 이빨들은 볼 때마다 신기하구먼.”
고창석이 멍하게 이빨들을 감탄할 때쯤, 마침내 정상을 가리고 있던 스톤 라바의 잔해가 전부 사라졌다.
-‘스톤 라바’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스톤 스킨’을 획득합니다.
“어?”
드드드득!
당연히 평소처럼 능력치가 올라갈 줄 알았는데 예상을 깨고,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세운의 몸에 흡수되었다.
피부에서 회색빛이 일렁이듯이 바위처럼 딱딱하게 굳어갔다.
손을 들어 올리니 돌이 갈리는 듯한 소리를 냈었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본래의 피부색을 되찾아갔다.
스톤 스킨.
스킬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신체 강화 같은 개념으로 보였다.
가만히만 있어도 방어력이 대폭 상상하는, 능력치 상승에 비할 바가 못 되게 좋은 힘이었다.
“방금 무엇이었나? 자네 피부가 돌처럼 굳어 가던데.”
“저놈을 잡은 보상인가 봐요.”
“호오, 그거 신기하구먼.”
사실 보상은 아니었다.
폭식의 권능을 가지고 있는 세운이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얻지 못했을 힘이었으니까.
그렇게 단단해진 피부에 만족하던 중, 전혀 예상치 못한 성좌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뒤늦게 자신의 죽은 애완벌레를 확인하고 비명을 지릅니다.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애완벌레의 사체라도 찾기 위해 당신의 주위를 빠르게 탐색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꺼억- 하고 트림을 내뱉습니다.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태양이 흔들릴 정도로 크게 비명을 내지릅니다.
‘태양을 굴리는 자?’
세운의 기억 속에 있는 신좌였다. 그도 그럴 게, 그는 이집트를 상징하는 세 태양신 한 명이었으니까.
정오의 태양신이라 불리는 ‘라’보다 격이 떨어진다지만, 그렇다 하여도 그의 격은 주신급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 성좌가, 갑자기 애완벌레를 운운하며 나타났다.
깊게 고민하지 않아도, 해답을 알 수 있었다.
‘스톤 라바가 케프리의 애완벌레였다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세운이 눈을 껌뻑였다.
저렇게 발작을 일으킬 정도로 소중한 애완벌레를 어째서 이런 곳에 숨겨 두었단 말인가?
그 순간, 돌 피리를 발견한 문에 걸려 있던 자물쇠가 떠올랐다.
‘여정의 지침표로도 그곳의 열쇠는 찾을 수 없었지.’
여는 게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방. 그리고 그곳에 숨겨진 돌 피리. 마지막으로 시련의 장소가 전환되며 본 터라 불리는 ‘잠곤산’으로 바뀐 것까지.
그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연결되었다.
‘케프리가 스톤 라바를 성장시키려고 이곳에 두었던 건가?’
이렇게 해석하면 말이 되었다.
이에 방에서 서적을 해석하기 위해 사용했던 ‘베르헬 대륙의 역사’ 속 지식을 떠올려 보았다.
‘역시.’
역사서에 적힌 천신과 마신의 이름은 각각 일출의 신 ‘케프리’와…….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역시 저 딱정벌레의 것이었냐며 비웃음을 내보입니다.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까마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네놈이 어떻게 이곳을 알았냐며 경악을 내지릅니다.
탐욕의 마신, 마몬이었다.
‘그래서 힌트를 알려준 거였나.’
방에서 세운에게 서적의 언어가 베르헬 대륙의 것이라고 알려준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나 보다.
역사서의 지식을 이해할수록 더욱 확신이 갔다.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이미 죽어 버린 스톤 라바를 살려낼 수도 없으니, 세운으로서는 둘의 신경전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이번 일은 결코 가만히 넘어가지 않겠다며 복수를 다짐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벌레가 발악해 봤자 벌레일 뿐이라며 비웃음을 유지합니다.
‘아니…….’
마몬의 반응에 절로 한숨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케프리가 직접 만마전에 찾아가 마몬에게 복수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그 대신 모종의 방법을 이용하여 세운을 괴롭히려 하겠지.
자신의 사도를 이용하거나 신도들을 이용해서 말이다.
‘하긴, 알고 있었다고 해서 살려두진 않았을 테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세운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의 말싸움이 끝났는지 케프리의 메시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덕분에 재밌었다며 당신의 행동을 칭찬합니다.
“다음부터는 미리 언질이라도 해 주시죠.”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좋은 게 좋은 것 아니겠냐며 부리를 까딱거립니다.
마몬의 무책임한 대답에 작게 한숨을 내쉬던 세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련의 본 터인 잠곤산에 도착했으니 히든 피스가 추가로 숨겨져 있을 수도 있었지만, 여정의 지침표도 없는 지금, 괜히 시간을 끈다고 무언가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스톤 라바는 케프리의 애완벌레였던 만큼 보상 공적치가 엄청날 것이다.
이 정도면 랭킹 1위를 놓칠 리 없겠다고 판단한 세운이 잠곤산의 정상을 향해 올랐다.
“장소가 변경됐다더니, 확실히 티가 나는구먼.”
“그러게요. 풍경부터가 다르네요.”
“그러게 말일세. 아까는 무슨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해 보였는데, 지금은 장관이 따로 없어.”
산의 정상에서 내려본 풍경에 세운과 고창석이 감탄하였다.
왼쪽으로는 들쑥날쑥한 산맥으로 이루어진 지평선이, 오른쪽으로는 바다로 이루어진 수평선이 이어져 있었다.
지구 사람들이 왜 등산을 했는지 이해가 가는 장관이었다.
‘조금 더 높은가?’
회귀 전에 올랐던 산의 정상.
너무 오래된 탓에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어쩐지 지금이 그때보다 높은 듯한 기분이었다.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최정상의 바위에 서자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그리고…….
-5층의 시련 ‘산의 지배자’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공적치 집계 중…….
-남은 시간 : 8시간 47분
-히든 퀘스트 ‘돌 피리’ 완료.
-히든 몬스터 ‘스톤 라바’ 처치 완료.
…
-총 누적 공적치 400,000point
-축하드립니다! 5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여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허허, 자네 덕분에 십만 단위의 공적치도 얻어 보는구먼.”
이번 시련으로 획득한 공적치는 어지간한 다른 시련의 두 배가량 높았다.
게다가 1위 보상에 합쳐 업적 보상까지 합쳐졌으니, 세운의 공적치가 순식간에 200만을 뛰어넘었다.
시련이 끝나자, 평소와 같이 다음 시련을 향해 나아가는 선택 창이 떠올랐다.
“휴식 시간은 없나 보구먼. 내심 기대했는데 말일세.”
탑에서의 쉼터는 10층마다 하나씩 존재한다. 그전까지는 고창석이 말한 것처럼 시련과 시련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클랜에 소속되어 있는 플레이어에 한해 한데 모여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었다.
대부분 혼자서 행동하던 회귀 전의 세운으로서는 탑의 중층에 오르고서야 알 수 있었던 클랜의 혜택 중 하나였다.
‘클랜 업그레이드.’
[ 클랜 최대 인원 증가 ] [ 클랜 공격력 증가 ] [ 클랜 방어력 증가 ]…
세운이 클랜장으로서 시스템 메뉴를 떠올리자, 다양한 항목이 눈앞에 떠올랐다.
최소 5층을 정복한 이후에야 떠올릴 수 있는 메뉴였다.
제법 끌리는 항목이 많이 보였지만, 지금 찾는 건 이게 아니었다.
‘여기 있다.’
[ 클랜 전용 거주지 생성 ]클랜 전용 거주지.
플레이어가 어디에 있던지 상관없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물론, 하나의 테마가 끝나야만 입장할 수 있는 등의 제약이 존재하긴 하지만 클랜 거주지는 그것들을 감안할 만큼의 성능이 있었다.
문제라면 그 가격.
-클랜 전용 거주지 생성을 선택하였습니다. 1,000,000point를 소모합니다. 괜찮겠습니까?
무려 100만 포인트.
세운으로서도 가진 공적치의 절반가량을 투자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5층에 다다른 시점에서 절대 구입할 수 없는 가격이지만…….
“물론.”
-클랜 전용 거주지가 생성됩니다.
세운에게는 크게 곤란할 것 없는 가격이었다.
망설임 없이 거주지를 생성하자, 백만 포인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5층 시련이 끝나면, 바로 시스템 메뉴에서 클랜 전용 거주지 이동을 선택할 것.]클랜챗으로 짧은 메시지를 남긴 후, 세운은 고창석과 함께 클랜 거주지에 입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