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1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23화(119/675)
제 123화
개미집이 무너진 여파는 엄청났다.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생을 마감한 여왕개미로 인해 혼란에 빠진 개미들이 개미집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상의 개미들이나 개미집 속에 있던 개미들은 모두 전멸. 날개미들 역시 대부분 목숨을 잃었다.
그나마 목숨을 건져낸 날개미 몇 마리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공을 맴돌았지만.
서걱-
세운은 놈들을 놓치지 않았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개미들이 모두 사라졌다.
-8층의 시련 ‘폭염 속 개미집’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공적치 집계 중…….
-남은 시간 : 9시간 02분
-사냥한 몬스터의 수 5012 마리.
-히든 퀘스트 ‘여왕개미의 죽음’ 완료.
-히든 퀘스트 ‘개미집의 몰락’ 완료.
…
-총 누적 공적치 302,200point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지만, 개미가 전멸하여 자연스럽게 시련이 종료되었다.
사냥한 몬스터의 수는 무려 5,000마리 이상.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처음의 계획대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고 하여도 10시간 안에 끝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30만 포인트가 넘었는데 1등이 아니라니.’
탑에 괴물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 알려주는 증거였다.
히든 퀘스트로 인한 추가 점수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아무리 세운이라 하여도 그 괴물들의 기록을 모두 뛰어넘는 것은 어려웠다.
다만, 세운이 1등을 차지하지 못했을 뿐이지, 유서아는 다르다.
누가 뭐래도 이번 시련의 주인공은 그녀였으니까.
여왕개미를 처치하고, 잠재력인 지배를 이용하여 개미집을 무너트렸으니 할당된 공적치 역시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 증거로, 메시지를 확인하던 그녀의 눈이 놀랍도록 크게 뜨여 있었다.
“순위권은 달성했어?”
“네! 2등이래요! 공적치도 엄청나게 많이 들어왔어요!”
“축하해.”
“아, 세운 씨는 순위권이 아닌가요?”
“아니긴 한데, 공적치는 어지간한 순위권만큼 받았어.”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놀랍도록 인상적인 사냥법이었다며 계약자를 칭찬합니다.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자신의 계약자에게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힘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유서아의 잠재력, 지배.
아직 다루는 법을 잘 몰라서 조금 미숙해 보이긴 했지만,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이는 힘이었다.
지금이야 잔챙이 몇 마리를 다루거나, 죽기 직전의 여왕개미를 아주 잠깐 다루는 정도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힘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폭식의 권능으로 ‘개미집’ 전체를 지정하였습니다.
-폭식의 어금니가 몬스터를 덮쳐옵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톡톡 터지는 식감을 즐기며 기뻐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조리법이 다양하니 골라 먹는 맛이 있다며 즐거워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사방에 가득한 먹이들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아쉬워합니다.
콰득, 콰득!
무수히 많은 이빨이 개미들의 사체를 씹어 삼켰다.
다만, 애초에 권능의 대상은 세운이 쓰러트린 몬스터였기에 5,000마리가 넘는 개미 중에 삼켜진 개미의 수는 몇백에 지나지 않았다.
베엘제붑이 아쉬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세운이 쓰러트린 개미의 수도 엄청났기에 꽤 많은 마나가 양분으로 흡수되었다.
용량이 늘어난 서클을 채우기에는 무리였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세운은 조급해하지 않고 앉아서 텅 비어 버린 서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왕개미를 지배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거야?”
“음, 솔직히 확신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죄송해요.”
“아냐, 오히려 좋아. 가끔은 이성적인 판단보다 직감이 더 중요할 때도 있으니까.”
“……감사해요.”
“다른 사람들은…….”
[박정필 : 형님, 형님, 형님! 보고 싶습니다아아!] [한아름 : 아, 진짜! 나 이 오빠랑 다니기 싫어!] [백현 : 여왕개미라. 탐나는 몬스터입니다. 저 많은 개미를 한 번에 통솔할 수 있다니…….] [이하늘 : 이번 시련도 계속 이어져 있네요. 다들 약이 부족하진 않으셔야 할 텐데.]‘아, 백현이라면…….’
클랜챗을 통해 백현이 아쉬워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가 아무리 뛰어난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이번 시련을 완벽하게 정복하기는 힘들 것이다.
세운도 평소라면 폭식의 권능 때문에 사체를 남길 일이 없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유서아. 여왕개미의 사체 좀 찾아보자.”
“사체요? 남아 있을까요? 가장 위에서 떨어졌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만약 신체 일부만 남아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만티코어를 구울로 일으킬 정도의 실력이라면, 몬스터의 신체를 짜깁기하여 만드는 키메라의 제작 역시 가능할 테니까.
세운이 바람 마법을 일으켜 먼지를 치우고는 개미집의 파편 위를 걸었다.
개미의 체액을 통해 누린내가 올라오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코를 막게 되었다.
서칭 마법까지 활용하며 여왕개미를 수색하던 중, 파편의 중간쯤에서 유난히 많은 개미의 사체가 쌓여 있는 게 보였다.
영 부자연스러운 모습에 세운이 그중 일부를 걷는 순간.
“……끝까지 지켰나 보네요.”
수많은 일개미와 날개미, 병정개미들로 둘러싸인 여왕개미의 사체가 드러났다.
개미집이 무너지는 순간, 놈들이 여왕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모양이다.
정수리에 검이 꽂힌 순간부터 여왕이 죽었다는 사실은 이미 인지했을 텐데.
시련의 내용에 의하면 놈들은 사막의 여행자들을 공격하는 악충이었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지만, 그 충성심만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었다.
개미들의 보호 덕분에 잘 보호된 사체를 아공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정세운 : 여왕개미의 사체, 챙겼습니다.] [백현 : 정말입니까? 정말 감사합니다!] [정세운 : 유서아 덕분입니다.] [유서아 : 아, 아니에요! 세운 씨가 아니었으면 저도…….] [백현 : 보답은 꼭 하겠습니다! 얼른 연구해 보고 싶습니다! 특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언데드를 통솔하는 통솔관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생각 이상으로 좋은 반응이다.
백현의 전투력이 높아지는 건 곧 디아블로 클랜의 전투력이 상승한다는 의미이니 세운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이후 세운이 마나를 전부 회복하고, 유서아 역시 휴식을 마쳤다.
“유서아, 몸은 좀 괜찮아?”
“조금 피곤하긴 한데, 견딜 만해요. 그것보다 몸이 좀 찝찝해서 얼른 씻고 싶네요.”
유서아는 물론 세운 역시 꼴이 말이 아니었다.
갑옷 곳곳에 개미의 체액이 묻어 있었고, 머리카락도 체액으로 젖은 채 햇볕에 말라 누린내를 풍기고 있었다.
싸울 때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전투가 끝나고 보니 여간 찝찝한 게 아니었다.
평소에 몬스터의 피가 튀는 것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던 세운이었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조금 심했다.
이에 곧바로 새로운 마법을 꺼내 들었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클린 샤워(clean shower) ]– 청탑의 생활계 마법으로써 가벼운 소용돌이를 이용해 몸과 옷을 씻어낸다.
촤아아아!
마법의 발현과 동시에 세운과 유서아의 아래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시원한 물기가 몸을 적셔나가며 개미의 체액과 모래를 걷어냈다.
갑작스러운 물벼락에 유서아가 당황했지만, 이건 엄연히 청탑에서 직접 고안한 마법이었다.
몸의 이물질들을 깨끗이 씻어낸 후, 물기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머리카락 하나 젖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와! 대단해요!”
“이제 좀 괜찮지?”
“네! 샤워하고 나온 기분이에요. 엄청 편리한데요?”
“진짜 씻은 것만은 못하겠지만, 임시방편으로는 충분할 거야.”
간단하게 씻고 나니 거주지에 있던 목욕탕이 떠올랐다.
다음에 거주지로 돌아간다면, 온탕에서 몇 시간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됐지?”
“네! 언제든지요.”
“가자.”
다음 시련을 선택하자 시야가 빠르게 어두워졌다.
* * *
-9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주제 : 사막의 유적지
-시간 제한 : 48시간
-사막의 유적지를 발굴하기 위해 찾아온 당신들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주변의 유적지 중 한 곳을 발견하여 탐사하십시오.
“이번에도 사막이네요.”
“마법 걸어줄까?”
“아뇨, 이제 적응됐어요. 언제까지고 도움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유서아가 당차게 대답했다.
그와 별개로 벌써부터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그녀가 원하지도 않는데 마법을 걸어줄 생각은 없었다.
플레이어는 시련과 함께 성장한다. 이런 더위도 겪다 보면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만약 다른 층에서 더위를 겪는다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사막에서의 경험으로 어떻게든 견디지만, 여기서 적응하지 못한 자는 그곳에서도 힘들어할 것이다.
기왕이면 힘든 환경을 꼼수로 넘기는 게 아닌, 몸으로 부딪치며 견디는 게 제일이었다.
“그나저나 유적지라면 저걸 말하는 걸까요?”
유서아가 전방의 기둥들을 가리켰다.
마치 그리스의 신전처럼 하얀 기둥이 연이어 솟아나 있었는데,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여기저기 무너지고 부서져 있었다.
“그것도 맞아.”
“그것도요?”
“저기, 그리고 저기. 보이지?”
세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남쪽에는 검은 전갈 모습의 동상이 날카로운 꼬리를 자랑하고 있었고, 서쪽에는 정체 모를 거대한 몬스터의 백골이 반쯤 파묻혀 있었다.
9층의 시련, 사막의 유적지.
시련의 내용이 괜히 ‘주변의 유적지 중 한 곳을 발견하여 탐사하십시오.’인 게 아니었다.
이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적지가 존재하고, 유적지마다 그 난이도와 보상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플레이어들은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탐사하면 된다.
1층보다 쉬운 시련이 될 수도, 9층의 난이도를 뛰어넘는 어려운 시련이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이번 시련이었다.
‘아쉽지만, 나도 이곳의 히든 피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니까.’
세운이 과거를 회상하였다.
6층의 시련부터는 동료와 함께 진행하지만, 세운의 동료는 6층에서 세운의 말을 따르지 않다가 개미지옥에 당해 목숨을 잃었다.
다음 층으로 넘어가도 새로운 동료는 나타나지 않았고, 덕분에 개미집 시련 때는 정말이지 목숨을 걸고 시련을 탐사하였다.
최대한 모습을 숨기며 혼자 다니는 개미를 기습하는 등.
몇 분만 모자랐어도 시련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곳이 바로 이 9층이었다.
동료도 없고, 전투력도 미약했기에 당시의 세운은 당장 보이는 유적지 중 가장 쉬워 보이는 유적지에 도전하였다.
도착한 곳은 운 좋게도 몬스터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유적지인 덕에, 어떻게든 탐사해 낼 수 있었다.
도중에 여정의 지침표가 반응을 보였지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과거를 회상하다 보니, 탐사하던 유적지에서 발견한 문이 하나 떠올랐다.
유적지의 탐사와는 상관이 없는 코스였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당시에 여정의 지침표가 반응하던 게 기억났다.
당시에는 혹시나 안에 몬스터라도 있을까 봐 열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분명 평범한 문은 아니었다.
어차피 어떤 유적지가 최선일지 모를 바에, 그곳의 문을 열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유서아, 이쪽으로 가자.”
“네!”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알 위로 세운과 유서아의 발자국이 새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