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2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31화(127/675)
제 131화
-히든 퀘스트, ‘추방당한 주술사’를 완료하였습니다.
-시련 ‘다가오는 모래폭풍’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플랑베르주의 열기는 엄청났다.
주술사가 잿더미가 되어 모래알 사이로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그 엄청난 힘을 가져다주던 동상도 흐물거리며 녹아내릴 지경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사막의 열기에 더불어 자하신공을 통해 쌓은 양기의 내공이 시너지를 이룬 덕분인 듯했다.
들끓던 화염이 가라앉자, 어찌나 다급하게 몸을 내뺐는지 모래를 한가득 뒤집어쓴 야샤가 모습을 드러냈다.
“엄청난 공격이었습니다. 강하신 분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잘 피해서 다행입니다. 동상이 힘을 회복하기 전에 처치하고 싶었거든요.”
“이해합니다. 만약 공격에 휘말렸어도, 당신을 원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일은 제가 사양입니다.”
주술사의 시체는 모래와 함께 흩어졌기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니 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동상이 있던 자리로 향했다.
열기가 어찌나 뜨거운지 동상을 이루고 있던 금속이 아직까지 부글거리며 끓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
세운이 손을 뻗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였다.
일단은 주술사가 있던 자리를 향해서.
뜨거운 열기로 형태조차 남아 있지 않았지만, 어쩌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제뷔스 세루’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지력이 3 상승합니다.
사각사각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수하게 많은 이빨이 흩어진 주술사의 잿가루를 찾아 먹고 있는 모양이다.
그것보다, 지력 3이라니.
도저히 보스 몬스터급 능력치 흡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수치였다.
이 정도면 그저 길 가다 걸리는 몬스터 수준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역시, 저거라는 말인데.’
세운이 녹아내린 동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렇게 흐물거리고 있는데도 모래 아래로 스며내려거나 하지 않았다.
열기로 들끓는 모습이 꼭 지상 위에 남기 위해 꿈틀거리는 것만 같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시도해 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법.
세운이 팔을 들어 동상을 향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였다.
-‘집어 삼켜진 동상’을 포식…….
파직, 파직!
메시지가 이어지던 중, 오류라도 난 것처럼 치직거리며 글자가 멈추었다.
그와 덩달아 폭식의 어금니가 액체를 삼키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불쾌한 냄새에 질색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잠깐 입을 가져댄 것만으로도 토가 나올 것 같다며 헛구역질을 시작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눈을 감고 코를 막은 채로 입을 크게 벌립니다.
한번 튕겨 나갔음에도 폭식의 어금니는 포기하지 않았다.
더 크고, 더 날카로운 이빨이 생겨나며 다시 한번 동상을 깨물었다.
그러고도 튕겨 나가자, 이번에는 집채만 한 아가리가 생겨나며 모래더미와 함께 동상을 꿀꺽 집어삼켰다.
그러나…….
우웩-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건 도저히 삼킬 수가 없다며 좌절합니다.
폭식의 어금니는 결국 동상을 삼키지 못했다.
침을 닮은 검은 액체까지 질질 흘리며 동상을 뱉어낸 아가리가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시며 사라졌다.
‘베엘제붑이 못 먹는 동상이라니.’
상대가 몬스터가 아니라서 그런 것일까?
수정 동굴에서 본 전갈마저 씹어 삼킨 베엘제붑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만약 상대가 강한 힘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해도, 베엘제붑은 올림포스의 신인 판의 격마저 씹어 삼킨 존재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할수록, 동상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다.
‘아무리 봐도 아우터를 닮았단 말이지.’
흘러내리는 듯한 동상의 모양이나, 우주의 절대자를 외치던 주술사의 주문 등.
분명 그럴 리가 없는데, 모든 정보가 아우터를 향하고 있었다.
세운이 회귀를 하며 미래가 바뀐 것일까? 아니면 원래 시련 속에 존재하던 요소였는데 이전 생의 세운이 끝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세운이 아쉬운 마음에 이미 형체를 잃어버린 동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자신의 비위가 이렇게나 약했을 줄은 몰랐다며 크게 좌절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동상에 대해 경계를 멈추지 않습니다.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녹아내린 동상은 부글거림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면 열기로 인해 끓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세운이 손을 내뻗는 순간.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위험하다며 당장 떨어지라고 경고합니다!
처억!
녹아내린 액체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세운의 손목을 붙잡았다.
레비아탄의 충고가 있었지만, 그것을 미처 확인할 새도 없었다.
다급하게 거리를 벌리려 하였지만, 그때는 이미 액체에게 손목을 완전히 붙잡힌 후였다.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팅!
“무, 무슨!”
곁에서 이를 지켜보던 야샤가 검을 휘둘렀다.
검기가 날카롭게 둘러싸인 검에, 검술도 깔끔해 보였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젓가락으로 바위를 내려친 것만큼이나 형편없었다.
꿈틀거리는 액체가 순간적으로 단단하게 변해 그녀의 검을 튕겨낸 것이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다크 플레어’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검이 통하지 않는다면 마법이다.
세운이 서클을 팽팽하게 회전시키며 검은 불꽃을 일으켰다.
동상일 때 불꽃으로 녹여 버렸으니, 불꽃이라면 지금도 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화염이 이글거리자 액체는 놀란 듯이 꿈틀거리며 반응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고체의 형태로 굳어간 동상은 더 이상 화염의 열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마치, 한 번 당해 본 공격에 적응을 마친 것처럼 보였다.
스르륵.
액체에게 붙잡힌 손목을 통해 알 수 없는 힘이 흘러들어 왔다. 아니, 이미 한 번 느껴본 적이 있는 힘이었다.
질투의 권능을 통해 느껴보았던 미지의 힘.
주술사가 사용하던 것과 같은 힘이었다.
질투의 권능을 사용했을 때는 처음에는 어색해도 곧 힘이 끓어오르는 기분이었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과하면 독이 된다고 하였던가?
권능을 통해 흡수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힘 때문에, 손목부터 팔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극심한 고통이 닥쳐오며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해졌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사신의 낫’을 꺼내 들어 동상을 베어내려 합니다.
깡!
마몬이 세운을 통해 자신의 창고를 개방하였다.
칠흑처럼 새까만 낫이 허공에 떠오르더니, 원을 그리며 회전하여 액체를 베어내려 하였다.
이름 그대로 사신이 사용하는 무기인 만큼, 그 절삭력은 단순히 물리적인 수준을 벗어나 혼마저도 잘라낸다고 알려진 낫.
그 낫이, 쇠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반대편으로 튕겨 나갔다.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권능을 발현합니다.
-시기의 눈초리가 ‘집어 삼켜진 동상’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집어 삼켜진 동상’이 시기의 눈초리를 거부합니다!
레비아탄이 힘을 써 보았지만, 그마저도 무리였다.
성좌의 힘이 통하지 않는 동상.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건 분명 아우터와 연관이 있는 동상이다.
그러나, 그것을 알아냈음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미 극심한 통증이 머릿속을 뒤덮어, 이성적인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단전의 내공과 서클의 마나가 외부의 힘을 막아 내려 하였지만, 단 몇 초도 버티지 못하고 형편없이 무너져 나갔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다급하게 떠올린 해답은 하나.
‘팔을 잘라내야 한다!’
동상으로 붙잡힌 손목. 아니, 이미 미지의 힘이 침범한 오른팔 전체를 잘라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지의 힘이 세운의 전신을 잠식해 버릴 것이다.
마치, 회귀 전에 보았던 아우터를 뒤집어쓴 생명체들처럼 말이다.
세운이 오른팔의 통증을 잊기 위해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혈관이 터지며 붉은 피가 흘러내리자, 순간적으로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철컥.
통증으로 인해 바닥에 떨어트린 뒤랑달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눈을 질끈 감고 완전히 잘라내기 위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화아앗!
순간, 오른손등에서 붉은빛이 일어났다.
그것은 빛으로 그치지 않고 불꽃처럼 일렁거리더니, 오른팔을 잠식하던 미지의 힘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사티로스의 성흔. 이제는 세운의 고유 형태로 변한 성흔이 미지의 힘을 몰아내고 있었다.
아니, 몰아낸다고 보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불꽃은 미지의 힘을 불태운다기보다는 잔인하게 물어뜯으며 집어삼키는 중이었으니까.
꾸르륵!
위기감을 느꼈는지 손목을 쥐고 있던 액체가 더욱 강한 힘을 들이부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성흔에서 뿜어나오는 불꽃이 더욱 강해질 뿐이었다.
마치 활활 타는 불꽃 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었다.
-성흔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을 집어삼키며 힘이 강화됩니다.
-미지의 힘을 집어삼키며 혈랑의 이명이 강화됩니다.
피처럼 새빨갛던 성흔의 빛에 검은 기운이 섞여 들어갔다.
그제야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액체가 다급하게 세운의 손목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그런데도 성흔의 불꽃은 크기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손목에서 떨어지며 딸려 나온 불씨 하나가 동상 전체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성흔의 세 번째 능력, ‘@#!%’가 깨어납니다.
-주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힘에, 성흔이 자체적으로 세 번째 능력을 봉인합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저게 아우터가 맞다는 전제하에, 놈은 분명 세운을 흡수하려 하였다.
회귀 전, 저런 식으로 당한 생명체 중에서 침식을 저항하는 데 성공한 플레이어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그 콧대 높은 성좌들마저 아우터 앞에서는 꼼짝없이 침식당하고 말았다.
그런 힘을, 단순히 저항하는 것을 넘어서 반대로 그 힘을 흡수했다.
회귀의 영향일까? 아니면 세운이 가진 성흔의 힘 덕분일까?
자세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분명한 점은, 성흔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다.
쿠구구-
동상이 괴로운 듯이 몸부림치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결계도 힘을 다하고 사라졌다.
동상이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불타 없어지자, 결계로 인해 들어오지 못하고 있던 모래폭풍이 다시금 몰아쳤다.
구석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표범이 세운에게 다가와 혀를 할짝댔다.
“괜찮으십니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글쎄요.”
정말 알 수 없었다.
고민한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검붉게 물든 성스러운 흔적을 바라보던 중, 모래폭풍의 너머에서 엄청난 수의 기척이 느껴졌다.
“……출발하죠.”
“네?”
“몬스터들이 오고 있습니다. 얼른 성벽으로 도망가야 합니다.”
“그럴 리가……. 몬스터들은 항상 가장 어두운 밤에 모래폭풍과 함께 나타납니다.”
“그럼 저건 뭡니까?”
“키야아아!”
세운의 질문에, 그제야 몬스터의 기척을 느낀 야샤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욱한 모래 먼지 사이로, 수백 수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끔찍한 굉음과 함께 빠르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침식에 저항하느라 세운의 마나와 내공은 모두 바닥난 상태. 아무리 세운이라도 지금은 놈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아니, 만약 마나와 내공이 충만하더라도 저 수의 몬스터를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단신으로 상대하기는 불가능했다.
지금은 최대한 빨리 성벽에 도착하여 디아블로 클랜과 병사들의 도움을 받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크앙!”
두 모래 표범이 세운의 의지를 알아채고 등을 내밀었다.
세운과 야샤가 올라타자마자 표범들이 즉시 모래를 박차며 성벽을 향해 내달렸다.
-히든 퀘스트, ‘추방당한 주술사’의 완료로 인해 10층의 시련인 다가오는 모래폭풍이 즉시 시작됩니다.
-히든 퀘스트의 성공으로 인해 시련의 난도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몬스터의 난폭성이 늘어나고 수가 늘어납니다.
-새로운 보스 몬스터가 추가됩니다.
-추방당한 주술사를 처치하고 모래폭풍 결계를 지켜내어 시련의 보상이 대폭 증가합니다.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10층의 시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