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2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32화(128/675)
제 132화
“키야아악!”
“그오오오-”
콰아아아-
모래폭풍이 세기를 더하고, 수백의 몬스터가 동시에 굉음을 내지르며 세운과 야샤의 뒤를 따라왔다.
다행인 점이라면, 모래 표범의 속도가 놈들보다 빠르다는 점이었다.
만약 표범들이 조금만 더 느렸다면, 이대로 저 끔찍한 폭풍에 집어삼켜지고 말았을 것이다.
‘설마, 봉인되었다던 괴물이 풀려난 건 아니겠지?’
세운의 예상이 맞다면, 그 괴물의 정체는 아마 아우터에게 집어 삼켜진 몬스터일 것이다. 동상이 원래 가지고 있던 형태처럼 말이다.
아우터의 침식에 저항할 수는 있었지만, 만약 그 괴물이 결계를 뚫고 튀어나온다면 세운이라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동상에게 그랬던 것처럼, 괴물에게는 성좌의 힘도 통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니겠지.’
마지막에 나타난 시스템 메시지에서는 분명 ‘모래폭풍 결계를 지켜내어’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결계를 지켜냈으니 괴물이 튀어나오지는 않았을 거다.
이것은 아마, 그 주술사가 스카베를 공격하기 위해 준비해 두었던 최후의 공격이었겠지.
‘관리자들은 뭘 하는 거야?’
이런 상황을 조율하기 위해 관리자가 있는 게 아니던가?
세 마신의 권능이 통하지 않는 순간부터, 탑의 관리소는 물론 성좌들도 이변을 깨달았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관리소에서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시스템의 지시에 따라 시련을 극복할 수밖에.
[유서아. 있나?] [유서아 : 세운 씨!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시련이 시작되다니요!] [사정이 있었어. 지금 몬스터들을 데리고 성벽으로 가는 중이야.] [유서아 : 몬스터를 데리고……?]클랜챗을 이용해 그녀에게 연락하였다.
성벽에 도착하고, 최소한의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는 디아블로 클랜과 스카베의 병사들에게 의존해야만 했다.
[클랜원은?] [유서아 : 방금 막 전부 모인 참이에요!] [좋아. 아마 3시간쯤이면 성벽에 도착할 거야. 그쯤까지 전투 준비를 마쳐 놔. 가능하지?] [유서아 : ……알겠어요.]모래폭풍의 앞까지 도착하는 데 3시간이 걸렸고, 윈드 커튼을 통해 모래폭풍을 뚫고 들어간 게 대략 30분이었다.
지금의 속도로 봤을 때, 성벽까지 3시간이 조금 안 걸릴 거다.
수성 준비를 마치기에는 촉박한 시간이지만,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병사들도 이미 습격을 대비한 준비를 마치고 있었으니,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였다.
[유서아 : 그렇지만 병사들은 어떻게…….]“제가 지시했다고 하시면 됩니다! 오늘 밤에 ‘데이반 주점’에서 보자고 하면 알아들을 겁니다!”
[유서아 : 알겠어요!]세운이 야샤의 말을 클랜챗에 대신 올려주었다.
그녀의 말대로, 데이반 주점에 관해서 얘기하니 병사들이 곧바로 수긍하며 유서아의 지시에 따라주었다.
“암호 같은 겁니까?”
“암호는 아니고…… 저희 퇴역 병사 하나가 남문 주위에 차린 주점입니다. 모래폭풍을 막아 내면 늘 찾아가던 곳입니다.”
“그렇군요.”
그런 곳이라면, 분명 외부인인 유서아가 알 리가 없는 정보였다.
병사들이 돕기 시작하면 수성 준비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과연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준비한 것으로 뒤를 따라오는 수많은 몬스터를 막아 낼 수 있느냐는 것.
여기부터는 이미 세운이 관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지금까지 잘해 온 디아블로 클랜과 야샤와 함께 모래폭풍을 막아 내온 남문의 병사들을 믿는 것뿐이다.
* * *
“다들 서둘러 주세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네!”
“거기, 아저씨! 투석기 각도가 삐뚤어졌잖아요!”
“언니, 몬스터 수가 엄청 많다니까 그런 것보다는 병기의 수나 왕창 늘려두자!”
“하긴, 어차피 수가 많으면 하나하나의 정확도보다는 물량이 제일 중요하지.”
-성좌, ‘검은 새’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거대한 새’가 어떻게 해야 성벽을 효율적으로 축성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유서아의 지시에 따라 디아블로 클랜의 사람들이 다급하게 움직였다.
모두 9층의 시련을 끝내고 막 도착한 참이라 지쳐 있었지만,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럴 시간에 쌍둥이 자매를 도와 하나라도 더 많은 병기를 배치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게 이번 시련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치신 분 계신가요? 전투가 일어나고 상처가 벌어지면 그게 더 손해니까 버티지 말고 치료부터 먼저 받으세요.”
-성좌, ‘피투성이 사자’가 수긍합니다.
“약을 다 쓰신 분도 여유분 받아 가세요!”
이하늘은 9층의 시련에서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 주거나 약병을 나눠주고 있었다.
그녀의 치료 실력은 이미 세운을 뛰어넘어 어지간한 상처는 일 분도 되지 않아 완치할 수 있었다.
게다가 디아블로 클랜 사람들은 대체로 실력이 좋은 편이었기에, 9층의 시련에서 큰 상처를 입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들 장비가 엉망이구먼. 다들 여기 벗어놓고 가게! 수성을 준비하는 동안 내가 다 손질해 둘 터이니.”
“감사합니다. 어르신.”
-성좌, ‘금관을 쓴 병사’가 엉망이 된 장비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구깁니다.
9층의 시련이 개미집이었기 때문일까?
사람들의 무기와 갑옷은 대부분 벌레 특유의 진득한 진액으로 여기저기 더럽혀져 있었다.
심지어 말라붙은 진액 위로 모래 먼지가 한껏 붙어 있었으니,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이대로 다음 시련에 돌입하면 날이 들기나 할까 의심될 지경.
그래도 고창석이 깔끔하게 손질을 해 주었기에 그런 걱정은 덜 수 있었다.
그의 손질 실력은 이미 어지간한 장인의 수준을 뛰어넘어, 장비 한 세트를 손질하는 데 몇 분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백현 씨, 도와 드릴 거 없을까요?”
“괜찮습니다. 9층에서 상처 입은 언데드들은 모두 수복을 끝냈으니까요. 오히려, 새로 시도해 볼 기술이 생겨 기대되는 참입니다.”
백현의 주위로는 이전보다 훨씬 많아진 언데드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명의 네크로맨서가 조종할 수 있다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수.
마계 최고의 사령술사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가미긴의 계약자이기에 가능한 힘이었다.
게다가, 무릎을 꿇고 있는 언데드 사이로 굳건히 다리를 펴고 있는 만티코어는 크기는 작아도 모든 언데드를 아우르는 왕의 기세를 떨치고 있었다.
뚝뚝 흘러내리는 만티코어의 극독은 돌로 이루어진 바닥마저도 치익거리며 녹여 버리는 중이었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주세요!”
“네!”
3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성벽 위에 자리 잡은 병기의 수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병사들은 활을 잡는 대신 병기의 사용법을 익히고 그 앞에 자리를 잡았다.
활을 아무리 잘 쏜다고 해 봤자, 집채만 한 돌덩이를 하나 날리는 게 훨씬 위력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형니이이임!”
“다들 준비해 주세요!”
사막의 지평선 위로 모래 표범을 타고 달려오는 두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수천에 달하는 몬스터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래폭풍과 함께 일어난 먼지 때문에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수는 사람들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했다.
“성문 열어! 야샤 님이 들어오자마자 닫는 거다!”
“다들 팔에 힘 빡 주고 있어! 시원하게 끝내고 데이반 주점에서 한잔하자고!”
몬스터가 달려드는 이 시점에서 성문을 여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병사들은 야샤를 포기하지 않았다. 모래 표범의 크기까지 고려하여 성문을 벌리고는, 언제라도 성문을 닫을 수 있도록 몸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
“거리가 너무 가까워 보입니다!”
“젠장, 이래서야 성문을 닫아도 잠글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무려 세 시간 동안 최고 속도로 달려오던 모래 표범의 체력이 한계에 도달했는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속도가 느려지니 자연스럽게 뒤의 몬스터들과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세운과 야샤가 들어오고 난 후, 그대로 몬스터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때, 성벽 위에서 유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저희가 해결할게요!”
그녀가 팔을 들고 몬스터 무리를 향해 집중하였다.
적들이 수성 병기의 거리에 들어오는 순간, 정확하게 사격 지시를 내려야만 놈들과 세운 사이에 거리를 벌릴 수가 있었다.
지시가 너무 빠르면 공격이 빗나갈 것이고, 너무 느리면 거리를 벌리지 못한다.
세운뿐만 아니라 스카베의 운명이 걸린 지시.
평소라면 막대한 책임감에 조금이나마 흔들렸을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유서아, 넌 여길 지켜줘.’
세운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그녀를 다잡아주었다.
빠르게 다가온 모래 표범 위에 올라탄 세운과 눈이 마주친 듯했다.
생각이 통한 것처럼 세운이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발사!”
“발사아아!”
투우웅!
그녀의 손이 전방을 가리키고, 성벽 위의 사람들이 일제히 ‘발사’를 외쳤다.
거대한 돌덩이와 화살 등 다양한 수성 병기가 일제히 작동하였다.
쾅, 콰광!
쿠구궁!
“키에엑!”
“크어어!”
어느덧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몬스터들이 수성 병기의 압도적인 위력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거대한 화살에 몸이 꿰뚫리고, 돌덩이에 짓뭉개지며 전열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모든 몬스터가 나가떨어진 건 아니었다.
데저트 웜.
크게는 10m도 넘게 성장한다는 몬스터였지만, 그 상식을 가볍게 초월하고 20m도 넘어 보이는 괴물이 꿈틀거리며 모래 위로 솟아올랐다.
녀석은 뿌연 모래 먼지를 휘날리며 세운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톱니바퀴처럼 원형으로 박힌 이빨이 게걸스럽게 꿈틀거렸다.
공격을 피하기에는 표범들이 너무 지쳐 있었다.
만약 피한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우면 성문을 닫지 못할 수가 있었다.
위기의 순간, 성벽 위에서 손목을 풀고 있던 인영 하나가 울타리를 밟고 높이 뛰어올랐다.
태양이 등을 가리자, 바닥에 거인의 모습을 닮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흔한 무기 하나 들고 있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진(震)’을 사용합니다.
머리를 직격당한 데저트 웜이 일순간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내 ‘폭력(爆力)’이라는 그의 이명을 증명하듯, 넘쳐 오르는 힘이 놈의 몸을 가득 채워나갔다.
이내 감당하지 못한 힘은 내부를 진탕 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퍼어엉!!
데저트 웜의 몸을 허공에서 터트려 버렸다.
사방에 끈적한 진액과 물컹한 외피가 흩어졌다.
강한철이 고개를 돌리며 모래 표범 위의 세운과 눈을 마주쳤지만, 입은 벌리지 않았다.
평소처럼 주먹을 들어 올리며 듬직한 존재감을 내세울 뿐이다.
“야샤 님이 들어오셨다!”
“얼른 문 닫아!”
“하지만 저 남자는…….”
병사가 강한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성문을 닫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세운은 알 수 있었다. 강한철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며 무언으로 전한 한 마디를.
문 앞은 자신이 맡을 테니, 먼저 들어가 있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말이다.
“닫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저러면 꼼짝없이 죽고 말 겁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절대.”
“에이, 몰라! 진짜 닫습니다!”
드드드득!
병사들의 노력으로 몬스터들이 닥쳐오기 전에 성문을 잠글 수 있었다.
강한철이 홀로 성문 앞에 자리 잡았지만, 디아블로 클랜의 사람들은 모두 그의 무력을 믿고 있었다.
이에 유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외쳤다.
“발사!”
“발사아아!”
투우웅!
10층의 시련, ‘다가오는 모래폭풍’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