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30)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34화(130/675)
제 134화
모래폭풍을 뚫고 나타난 첫 번째 보스 몬스터는 거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벽보다 높은 크기에 몸에는 긴 털이 수북하게 자라나 있었는데, 그 사이로 모래알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모래폭풍으로 인해 쌓인 모래라기에는 그 양이 범상치 않아 마치 몸에서 모래알을 뿜어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감히 자신에게 독니를 드러내는 거미를 바라보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냅니다.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역시 거미란 것들은 죄다 마음에 안 든다며 혀를 찹니다.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감히 저딴 하급 종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냐며 털을 곤두세웁니다.
저 거미는 세운도 보았던 몬스터이기에 잘 알고 있었다. 본래 10층의 시련에서 보스 몬스터의 역할을 맡은 몬스터였으니까.
방법은 모르겠지만 털을 이용해 모래바람을 조종하는데, 그 위력이 성벽 위의 병기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거기에 몸에서 흘러나오는 모래알까지 더해지니, 눈을 뜨고 상대하는 것조차 어려운 몬스터였다.
심지어 배 끝에서 거미줄 대신 모래를 쏘아대는데 그 위력이 상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다행인 점이라면 공략법을 알고 있다는 점.
괜히 처음부터 치명타를 날리려 하지 않고 털을 공격하다 보면 바람을 다루는 능력도 사라지고 균형 감각도 사라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약점이 드러나는 녀석이다.
물론, 회귀 전의 세운이 참여했던 클랜은 이것을 알아내기 위해 수많은 플레이어가 희생을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한 마리.
본래는 존재하지 않은, 세운이 공략한 히든 퀘스트로 인해 나타난 보스 몬스터가 하나 더 있었다.
“쿠아아악!”
콰아아!
나일강에서 유영하는 악어처럼 사막 아래를 헤엄치다 거친 비명을 토해내며 튀어나오는 악어 한 마리.
전신이 갑옷처럼 단단한 가죽으로 뒤덮여 있었고, 툭 튀어나온 주둥이는 성벽마저 한입에 물어뜯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역시 악어란 것들은 죄다 마음에 안 든다며 혀를 찹니다.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감히 저딴 하급 종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냐며 바닥을 내려칩니다.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악어가 다 똑같지 않냐며 비아냥거립니다.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거미 놈들은 다 짓밟아 죽여야 한다며 으르렁거립니다.
우연히도 시련의 두 보스 몬스터가 모두 바알과 아가레스를 상징하는 동물인 거미와 악어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반응을 보아하니 둘도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마몬과 케프리가 대립했던 것처럼, 혹시 이곳도 두 대마왕과 관련이 있나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저 악어는…… 물리 특화인가?’
탑을 등반한 오랜 경력 덕분에, 세운은 처음 보는 몬스터라도 그 형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모래와 바람을 이용해 장거리 공격을 사용하는 거미와 다르게, 악어는 튼튼한 가죽과 거대한 주둥이를 바탕으로 근접 공격을 벌이는 몬스터처럼 보였다.
게다가 회귀 전에 상대해 본 적이 없어 공략법도 모르는 상황.
아무래도 상대하기가 꽤 까다로울 것 같았다.
“유서아.”
“네!”
“아무래도 성벽 위에서 간 보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투인가 보네요. 하긴, 저런 괴물이 성벽을 공격하게 놔둘 수는 없으니까요.”
유서아의 말 그대로다.
보스 몬스터가 거미 하나면 모를까, 박치기 몇 번으로 성벽을 무너트릴 것 같은 악어를 상대로 안전하게 싸울 수는 없다.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놈의 발을 묶어둘 필요가 있었다.
“혹시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거미는 내가 혼자 상대할 테니까, 저 악어 좀 잡고 있어.”
“혼자서요? 아무리 세운 씨라고 해도 저런 몬스터를 혼자서 상대하는 건…….”
“그럼 나보다 먼저 악어를 쓰러트리고 도우러 오든지.”
“……알겠어요.”
유서아가 굳은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저렇게 했지만, 공략법을 알고 있는 만큼 거미부터 최대한 빨리 쓰러트리고 악어를 쓰러트리는 데 합류할 생각이었다.
곧 그녀가 악어를 상대할 팀을 모집하였다.
공격수라 할 수 있는 강한철과 적의 움직임을 막고 치명타를 입히기 적당한 백현, 혹시 모를 부상을 대비한 이하늘.
마지막으로 악어의 시선을 끌기 위해 박정필을 데려가기로 하였다.
“으아아악! 싫어! 난 형님이랑 걸 거야!”
성벽만 한 악어를 상대로 미끼 역할을 하라는 말에 박정필이 비명을 지르며 세운의 다리를 붙잡았지만.
“박정필.”
“넵! 저, 평생 형님만 따라다니겠습니다!”
“또 ‘교육’ 받고 싶어?”
“……넵?”
“이번 시련 끝나고 온종일 ‘교육’ 받고 싶으면 날 따라오든지. 아, 내 뒤를 따라와도 네 역할은 똑같을 거야.”
“……하핫, 저 박정필! 동료들을 위해 장엄히 희생하겠습니다! 자자, 다들 뭐해? 나만 따라오라고!”
1층의 쉼터에서의 다정한 교육 시간을 떠올리게 해 주자, 금방 세운의 다리를 놓고 유서아에게로 달려갔다.
진작에 말을 잘 들었으면 다들 별생각 없었을 텐데, 꼭 저런 식으로 한 번 튕겨서 고개를 젓게 만드는 놈이다.
“다른 분들은 성벽 위에서 저희를 지원해 주세요! 최대한 다른 몬스터들이 접근 못 하도록 부탁드려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들 무사하길 빌겠습니다!”
너무 많은 인원이 빠졌다가 보스 몬스터가 아닌 일반 몬스터에게 성문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딱 이 정도 정예 병력이 빠지는 게 좋을 것이다.
간단한 작전 회의를 마친 세운이 고개를 돌렸다.
모래폭풍을 완전히 뚫고 나온 거미가 본격적으로 털을 곤두세우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악어도 모래 안으로 몸을 감추며 성벽을 향해 접근하려 하였다.
“가자.”
“네!”
선수필승(先手必勝).
놈들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
세운은 악어 쪽에 관심조차 주지 않고 즉시 거미를 향해 달렸다.
이전이었으면 다른 사람들을 보스 몬스터에게 보내기도 불안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방금 성벽에서 본 무력을 생각했을 때, 그들은 충분히 보스 몬스터를 막아 낼 힘을 지니고 있다.
타앗!
성벽을 박차는 것만으로도 세운의 신형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높게 솟았다.
폭식의 권능으로 키운 높은 능력치와 무공, 그리고 이전에 사용한 마몬의 보물인 극천산 산양의 발굽.
세 가지 힘이 시너지를 이룬 덕분에, 한 번의 도약으로 거미와의 거리를 반이나 좁힐 수 있었다.
세운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 등 뒤에서 펄럭이던 태조 무황제의 전포가 은은한 빛을 발휘했다.
-‘태조 무황제의 전포’의 능력 ‘친정중시(親征重視)’에 따라 아군의 전투력이 10% 상승합니다.
-‘태조 무황제의 전포’의 능력 ‘친족중시(親族重視)’로 플레이어 유서아, 강한철, 백현, 이하늘, 박정필을 지정하였습니다.
-지정받은 아군의 전투력이 추가로 10% 상승합니다.
튜토리얼 랭킹 보상으로 받은 망토인 태조 무황제의 전포.
여기에는 착용자가 군사의 선두로 나설 시 아군 전체의 전투력을 상승시켜 주는 능력이 있었다.
즉, 유서아의 팀을 포함해 성벽을 지키고 있는 모두의 전투력이 10% 상승한다는 뜻이다.
S-라는 등급에 걸맞게 사기적으로 뛰어난 능력.
거기다 지정한 군사의 전투력을 추가로 상승시켜 주는 ‘친족중시’까지 더해져, 현재 유서아의 팀은 전투력이 20%나 상승한 상태였다.
이 정도라면, 세운이 빠져 있어도 몬스터를 상대하기 충분할 것이다.
“키쉬이잇!”
겁도 없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세운을 향해 거미가 털을 곤두세우며 거친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바람에는 시야를 덮을 정도로 수많은 모래알과 함께, 거미의 독 털마저 뒤섞여 있었다.
다가오는 것은 물론, 눈을 뜨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 공격.
그러나 그 바람은 세운에게 닿지 못했다.
-황탑의 묘리에 따라 ‘윈드 커튼’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모래폭풍 속에서 나아가기 위해 습득했던 바람 마법, 윈드 커튼.
아무리 윈드 커튼이라 해도 거미의 공격을 막아 내기는 어려웠지만, 황탑의 묘리까지 적용하자 모래알과 독 털이 전부 튕겨 나갔다.
되레 바람으로 인해 주변의 일반 몬스터들이 다가오지 못해, 오히려 거미에게 접근하기 편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걸 기회 삼아 세운이 박차를 가했다.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고, 거대한 여덟 개의 홑눈이 세운을 향해 번들거렸다.
솨아아아-
거미가 몸을 털자 황금빛 모래알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윈드 커튼으로도 막아 낼 수 없는 양.
세운의 접근을 막아 내려는 방법인 듯했지만.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사 초식, 혈랑포효(血狼咆哮)가 강화됩니다.
아우우-
우렁찬 늑대의 하울링과 함께, 쏟아지던 모래알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세운은 그 안에서 튀어나오며 윈드 커튼을 해제하고 새로운 마법을 준비하였다.
-흑탑의 묘리에 따라 ‘인페르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화르륵!
마나를 쏟아부은 만큼, 엄청난 크기의 화염이 거미를 향해 뿜어졌다.
거미가 화염에 저항하기 위해 모래를 뿜어내 보았지만, 털이 타들어 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5 서클 수준의 화염 마법.
10층의 시련에서 존재할 리도 없고, 존재하지 않아야 할 수준의 마법에 당황한 거미가 할 수 있는 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며 뒤로 내빼는 것뿐이었다.
“키쉬이잇-!”
놈이 살아남기 위해 털을 일으켜 새로운 공격을 준비하였다.
주위로 거대한 소용돌이가 몇 개나 생겨났지만, 그것들은 얼마 가지 않아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주위로 퍼져나갔다.
털이 타들어 간 덕분에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 온전하지 않았다.
놈이 어쩔 수 없이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막무가내로 세운에게 달려들었다. 근접 공격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단순한 몸통 박치기지만, 이 정도 체격 차이라면 가뿐히 지르밟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여덟 개의 눈을 아무리 굴려도 세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의아함을 느끼며 돌진을 멈추려던 중, 위에서 거대한 중압감이 닥쳐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거인을 위한 검, 나겔링 ]– 난쟁이 알베리히가 거인을 위해 만든 검으로, 거대한 검신에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공이 가득하다 알려진 검이다.
동상을 터트리며 사용한 ‘플랑베르주’ 덕분에 달아올랐던 뒤랑달의 검신은 세운이 마나를 회복하는 동안 원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거미를 처치하고 유서아를 돕기 위해, 세운이 아끼지 않고 탐욕의 권능을 발현한 것이다.
거인을 위한 검이라는 이명 그대로, 태양을 가릴 정도로 거대해진 뒤랑달의 검신이 놈을 덮쳤다.
두꺼운 털로 가려져 있던 머리가슴과 배의 이음새. 놈의 거대한 몸체에서도 가장 얇은 부분을 향해, 나겔링을 내려쳤다.
서걱-
섬뜩한 절삭음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잘려 나간 이음부에서 걸쭉한 진액과 모래가 뒤섞여 사방으로 뿜어졌다.
단 일격에 보스 몬스터를 절명시킨 것이다.
-사티로스의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키, 키익…….”
“크에엑…….”
모래바람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고 이 장면을 직관하던 몬스터들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압도적인 공포가 놈들의 머리를 침식했다.
끈적한 체액을 뚫고 나온 세운을 바라보며 가망이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빠른 사냥을 위해 내공과 마나를 대폭 사용한 것은 물론, 뒤랑달도 한동안 보구의 힘을 견디지 못하게 되었다.
하지만, 덕분에 십 분도 걸리지 않고 보스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세운이 얼른 유서아를 돕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콰아아앙!!
귀를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반대편의 보스 몬스터가 명을 다한 채 자리에서 쓰러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