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3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35화(131/675)
제 135화
콰앙!!
전투의 시작을 알린 건 강한철의 주먹이었다.
사막 아래에서 부드럽게 유영하며 성문으로 다가오는 악어의 머리를 향해 지진의 힘이 작렬했다.
큰 타격을 입히지는 못했지만, 성문을 향하던 악어를 멈추게 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어딜 건방지게 눈을 부릅뜨냐며 하급 종을 호통칩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파충류 특유의 날카로운 동공을 빛내는 보스 몬스터.
그는 모래를 빠져나오자마자.
“으아아아악! 아니, 왜 나를 따라오냐고! 왜, 왜에!”
박정필에게 거대한 이빨을 드러냈다.
꼬리로 모래를 일으키고, 발로 내려찍는 등. 분명 공격은 강한철에게 당했는데, 박정필이 애꿎은 화풀이를 당하고 있었다.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당신과 계약하길 잘했다며 폭소합니다.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아마 탑의 역사상 자신의 계약자만큼 웃긴 플레이어는 없었을 것이라며 배꼽을 부여잡습니다.
악어의 어그로가 박정필에게 끌린 덕에, 다른 네 명이 움직이기가 한결 편해졌다.
이하늘이 가장 먼저 마르바스에게 하사받은 힘인 ‘피에 젖은 병동’과 ‘독에 잠긴 병동’을 흩뿌렸다.
이어서 백현의 언데드가 꾸물거리며 악어의 발을 붙잡았다.
언데드는 이하늘의 힘에 타격이 거의 없었기에, 둘의 공격은 시너지가 무척이나 좋아 보였다.
쾅!
카가강!
강한철의 주먹과 유서아의 검이 악어의 가죽을 두들겼다.
둘 다 10층에 존재하는 플레이어 중에서도 우위를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강했지만, 악어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지는 못했다.
별다른 능력이 없는 만큼, 악어의 뛰어난 방어력을 뚫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운 씨는 이런 몬스터를 혼자서?’
유서아가 슬쩍 눈을 돌려보았다.
이미 거미의 코앞까지 도달한 세운이 거미를 향해 불꽃을 뿜어내고 있었다.
혼자서 저 거대한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음에도,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뜨거운 불꽃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또 이렇게 도움을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었다.
유서아가 클랜챗을 활용하여 팀원들과 함께 악어를 공략할 방법을 강구하였다.
그러던 중, 백현이 클랜챗을 킬 시간도 없이 다급하게 허공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의논할 시간 없어요! 지시만 내려주면 바로 따르겠어요!”
“알겠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만큼, 작전이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아니, 저 거대한 이빨에 끼이는 순간 부상이고 뭐고 한 방에 즉사하고 말 것이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작전이었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그것을 의논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유서아의 대답에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에게 역할을 분배하였다.
어떤 작전인지 설명할 틈도 없이,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악, 그게 말이 되냐고오!”
“얼른요!”
“젠장, 나 죽으면 평생 원망할 거다아!”
꽁지가 빠져라 도망가던 박정필이 움직임을 멈췄다.
마침내 장난감이 손아귀에 들어오자 악어가 기쁜 듯이 입을 벌리며 박정필을 집어삼키려 하였다.
이제 일 초 후면 그토록 쫓던 장난감이 입 안에 들어온다는 사실에 온 정신이 팔렸을 때.
푹!
“크아아악!”
어느새 크게 뛰어오른 유서아의 검이 악어의 흰자를 찔렀다.
전신이 갑옷처럼 단단한 가죽으로 덮여 있는 악어의 몸에서, 유서아가 유일하게 찌를 수 있는 부위였다.
비록 검이 꽂히기 직전 눈동자가 움직인 탓에 동공은 찌르지 못했다.
흰자를 찌른 거로는 시력을 차단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서아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플레이어 유서아가 ‘사하의 포식자’를 지배합니다.
그녀의 잠재력인 지배.
상대가 보스 몬스터인 만큼, 긴 시간은 무리지만 찰나의 시간이나마 그 움직임을 조종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서요! 길어봤자 몇 초예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악어가 입을 벌린 채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즉시, 백현이 조종하던 언데드들이 악어의 입속으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원래의 모습보다 배가 빵빵해 보이는 문어와 오징어 형태의 좀비. 개미집에서 잡아 만들어 낸 날개미 좀비.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다리를 쩔뚝거리는 오우거 좀비.
백현이 10층의 시련까지 올라오면서 힘들게 만들어 낸 작품들이 모두 악어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쿠아아악!”
“크윽!”
찰나의 시간이 끝나고, 악어가 유서아의 지배에서 벗어나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목구멍을 통해 기어들어 오는 이물질을 뱉어내려 하였지만, 문어와 오징어 형 좀비가 빨판으로 목구멍을 꽉 붙든 채 떨어지질 않았다.
그사이 다른 언데드들은 악어의 배 깊숙한 곳까지 기어들어 가고 있었다.
“한철 씨!”
“기다리고 있었다.”
콰앙!!
“쿠우웁!”
아래에서 때를 기다리며 힘을 응축하고 있던 강한철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이물질을 토해내려 캑캑거리던 악어의 아래턱에 그의 주먹이 박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악어는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아래턱뼈가 깨져나가는 충격과 함께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악어는 몸 안에 들어갔던 이물질들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생존본능이 피를 토하더라도, 내장을 토해내더라도 이것들을 뱉어야 한다고 외쳤지만 굳게 닫힌 아래턱은 벌어질 생각을 하질 않았다.
뒤이어,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백현이 황홀한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꽉 쥐었다.
“커스-익스플로젼.”
쿠구!
악어의 거대한 몸이 한순간 크게 부풀어 올랐다.
폭발음이 들려온 건, 그 직후였다.
콰아아아앙!!
악어의 몸속에서 백현의 언데드가 일순간에 폭발하였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백현은 세운이 몬스터를 끌고 오는 3시간 동안 자신의 언데드를 폭발형으로 개조한 상태였다.
그의 언데드가 유난히 빵빵한 모습을 하고 있던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강력한 공격인 시체폭발이, 폭발 전용 몬스터로 몸 안에서 터져나갔다.
거기에 극도로 질긴 가죽은 몸 안의 폭발을 내부로 뿜어내지 못하고 그 충격을 온전히 받아내야만 했다.
아무리 튼튼한 보스 몬스터라 하여도, 이런 공격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치이익-
악어가 전신에서 새까만 김을 뿜어내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모두가 경계하며 악어의 생사를 확인하는 순간.
“죽었습니다!”
“성공이에요!”
“우와아아악! 해 냈다아아!”
보스 몬스터와의 전투에서 피날레를 외칠 수 있었다.
* * *
“저걸 진짜 자기들끼리 죽였네.”
맡겨놓기는 했지만, 정말 그들이 악어를 쓰러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세운이 거미를 처치하고 도착할 때까지 버텨주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보스 몬스터를 진짜 물리치고 말았다.
그것도 세운이 거미를 쓰러트린 시간. 즉, 십 분도 안 되는 시간에 말이다.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자신의 계약자가 가진 ‘지배’ 덕분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자신의 계약자가 가진 ‘힘’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며 크게 외칩니다.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훌륭한 폭발이었다며 피날레의 여운을 즐깁니다.
마왕들의 반응에 세운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들의 실력은 세운의 생각 이상이었다. 그들은 단순히 버텨주는 역할이 아니라, 시련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세운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거미의 사체에 손을 내밀었다.
전투가 끝났으니, 양분을 받아 갈 때였다.
-‘사풍의 감시자’를 포식하였습니다.
-양분을 흡수하여 지력이 15 상승합니다.
폭식의 어금니가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거미의 사체를 씹어 삼켰다.
그뿐만 아니라 사막 전체를 지정하여, 이전에 쓰러트린 몬스터들을 섭취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대량의 능력치 상승은 물론, 미량의 마나가 모이고 모여 서클과 단전을 채워나가는 게 느껴졌다.
예전이었으면 다음 단계를 노려봤을 법도 하지만, 현재 세운의 경지는 무려 5 서클에 2갑자.
이 정도로 다음 경지를 노리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잘 익은 요리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며 부른 배를 문지릅니다.
그 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몬스터의 정리가 끝났다.
보스 몬스터가 죽어 사기가 떨어진 것은 물론, 성흔으로 일으킨 공포의 힘으로 몬스터의 반 이상이 정상이 아니었기에 후의 전투는 쉬웠다.
나중에는 성벽 위의 클랜원과 병사들이 모두 성벽 밖으로 나와 몬스터를 마무리 지었음에도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푹!
병사 하나가 도망치던 몬스터의 등에 화살을 날렸다.
주변을 수색해 보아도 몬스터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사람들은 몬스터들의 공격이 끝난 것에 대해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끝났다!!”
“사망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심지어 부상자도 거의 없습니다!”
“역대급으로 강력한 몬스터 군단이었는데!”
“역대급으로 완벽하게 물리쳐 버렸잖아?”
“얼른 준비하자고! 해지기 전에 마무리하고 데이반에서 모여야지!”
“오오!”
병사들이 환호성을 지으며 성벽 앞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방이 몬스터의 시체와 진한 체액으로 가득해 정리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지만, 불평을 늘어놓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몬스터 습격이 일어날 때마다 진행하던 동료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디아블로 클랜 사람들의 눈앞에도 시련의 끝을 알리는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10층의 시련 ‘다가오는 모래폭풍’을 완벽하게 완수하였습니다.
-공적치 집계 중…….
-히든 퀘스트 ‘추방당한 주술사’ 완료.
-히든 보스 몬스터 ‘사하의 포식자’ 처치
…
-총 누적 공적치 400,000point
-축하드립니다! 10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무려, 40만 포인트의 공적치.
거기에 히든 퀘스트의 추가 공적치 덕분에 랭킹 1위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단순히 적을 막아 내는 시련이었기에 괴물 같은 선대 플레이어의 점수를 넘기 쉽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아냈다.
‘그리고 이것도.’
세운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새빨갛던 성흔이 동상에서 흡수한 검은 기운에 물들어 검붉게 일렁이고 있었다.
성흔에 새겨진 세 번째 능력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지만, 짐작하기 힘들 정도로 강한 능력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게 아우터를 대적할 힘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이지만, 본능이 그렇다고 외치고 있었다.
-다음 층이 쉼터인 관계로 대기시간 없이 바로 다음 층으로 넘어갑니다.
-남은 시간 60초.
-남은 시간 동안 이동에 대비하십시오.
두 번째 쉼터는 이번 10층의 시련과 연결되어 있었다.
모래 도시 스카베. 그곳이 바로 두 번째 쉼터였으니까.
‘아, 조사 보상 챙겨야 하는데.’
너무 다급하게 움직이느라 야샤에게 보상을 받는 걸 잊었다. 아니, 기억하고 있었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보상을 챙기는 건 무리였다.
남은 시간은 겨우 일 분.
최대한 빨리 달려가 봤자, 보상을 챙기기는커녕 간신히 그녀의 얼굴을 마주치는 게 고작일 것 같았다.
‘쉼터랑 스토리가 연결되려나…….’
시련은 보통 세계의 흐름과 따로 떨어진 독립된 공간으로 분류되었다. 일종의 다중 세계랄까?
개인 시련에서 아무리 날뛴다 해도 다른 플레이어의 시련이나 다음 시련에 간섭할 수 없는 게 그 증거였다.
그래도 혹시 모를 기대를 가지며.
-남은 시간 0초.
-두 번째 쉼터인 모래 도시 스카베로 이동합니다.
디아블로 클랜의 모습이 성벽에서 사라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