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3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39화(135/675)
제 139화
목을 벨 생각은 없었다.
영주를 지키는 경비병들을 건드렸다가는, 당장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운은 어디까지나 자신을 깔보는 경비병들의 마음가짐을 고쳐주고 싶었을 뿐이었다.
“왜, 더 떠들어 보지?”
“사, 살려…….”
“감히 우리에게 검을 겨누다니! 이는 영주님께 검을 겨누는 것과 같은 중죄라는 것을 알고 있느냐!”
“그럼, 아까 너희가 한 짓은 영주님이 내게 직접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겠네?”
“그, 그건!”
경비병들이 아무리 위압감을 풍겨대 봤자, 내성에서 검술 훈련이나 대련을 하며 수련한 게 고작인 온실 속 화초들이다.
회귀 전의 일이라지만, 탑의 상층까지 오르며 구를 대로 구른 세운에게 상대가 되지 못한다.
기세를 풍기는 것은 물론, 말싸움까지도 말이다.
경비병의 목에 검을 겨눈 채 대치 상태가 지속되자, 주위에 퍼져 있던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들은 스카베를 상징하는 모래바람 무늬가 새겨진 창을 겨누며 세운을 포위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세운에게 밀린 경비병은 수가 많아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이고, 다들 왜 이러십니까. 그래도 영주님이 초대하신 분인데 조용히…….”
“닥쳐라! 외성을 지키다 보니까 네 놈도 외부인들에게 물들어 버린 것이냐?”
“그런 것이 아니라!”
세운을 안내해 준 병사가 험악해진 분위기에 당황하며 말리려 해 보았지만, 되레 무시당할 뿐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무시를 당한 것보다는 세운이 걱정되는지 물러서지 않고 경비병들을 진정시키려 하였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세운이 손바닥을 내밀어 병사를 말렸다.
그가 말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저들은 세운이 알아서 꼬리를 숙이길 바랐을 것이다. 그게 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먼저 나서지 않았더라도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이럴 거였다면, 강하게 나가는 게 더 좋았다.
“당장 무기를 내려놓아라!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서 보내주지.”
“영주님에게는 우리가 알아서 보고해 둘 테니, 그 더러운 놈들과 함께 당장 도시를 떠나도록!”
“외부인 주제에 내성에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아라!”
수가 늘어나 자신이 생겼는지 경비병의 말이 더욱 많아진다.
그러나, 갖은 협박에도 세운은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무기를 안 내려놓으면 어쩔 건데?”
“경고는 충분히 했다! 찔러라!”
“찔러!”
세운의 주위를 둘러싼 열 개의 창이 한순간에 날아들었다.
사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공격.
위로 뛰어오른다고 해도, 아래로 떨어져 내릴 때쯤에는 날카로운 창들이 발밑을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 순간, 세운의 주위로 붉은 늑대가 포효를 토해냈다.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사 초식, 혈랑포효(血狼咆哮)가 강화됩니다.
콰과과과!
“크헉!”
“이게 무슨!”
수십 개의 검기가 주위에 휘몰아쳤다.
뒤랑달이 맹렬히 휘둘러지며 다가오는 창대를 모조리 잘라냈다.
이곳의 경비병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스카베에서 알아줄 정도로 질이 좋은 무기였다.
그런 무기들이, 뒤랑달 앞에서 한 번의 저항도 하지 못하고 무기로의 삶을 마쳤다.
“다, 당황하지 마라! 적은 하나다!”
“검을 빼 들어!”
경비병들이 깔끔하게 잘린 창대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허리춤에서 곡선으로 휘어진 검을 꺼내 들었다.
당장 눈앞에서 펼쳐진 압도적인 공격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온실 속 화초라고 해도 그들은 엄연히 영주를 지키는 정예 병력.
순식간에 검에 알맞은 진법을 취하였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세운이 그들의 포위망에서 빠져나간 이후였다.
“뭐야, 어디 간…….”
“뒤!”
“뭣?”
서걱!
어느새 경비병의 뒤로 돌아간 세운이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몸을 완전히 도륙 낼 것처럼, 연이어 휘두른 검의 잔상이 경비병의 몸을 가득 채웠다.
순간 죽음을 직감한 경비병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을 떠올리며 무릎을 꿇는 순간.
투툭, 철그럭!
경비병이 입고 있던 장비가 모조리 벗겨져 바닥에 볼품없이 떨어졌다.
“사, 살았다?”
어찌 된 일일까?
주마등에서 벗어난 경비병이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이 입고 있던 갑옷 사이의 이음새가 완벽하게 잘려 있는 게 보였다.
그것을 보자마자 경비병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입은 갑옷은 정예 병사에게만 주어지는 갑옷으로, 이음새가 무척이나 작고 견고한 갑옷이었으니까.
그런 갑옷의 이음새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베어냈다. 이음새 주위로 작은 흠집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검술.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잡아!”
“다들 대체 뭐 하는 거야!”
“미친, 너 뒤! 뒤에!”
“으헉!”
세운은 경비병 사이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그들을 하나하나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다.
킬케르가식 은신술과 각종 무공의 응용.
그 누구도 세운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잡았다!”
그러던 중, 병사 하나가 세운의 검을 붙잡았다.
검의 경로를 따라잡은 게 아니다.
세운이 철저하게 갑옷 사이를 공략하여 무장해제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경비병 하나가 살을 내주고 뼈를 깎는 전술을 취한 것이다.
건틀렛 덕분에 검을 훌륭하게 잡아낸 병사의 얼굴이 한껏 밝아졌다. 아무리 공격이 재빨라도 검만 잡으면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곧 건틀렛을 통해 흘러들어 오는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뭔가 하여 고개를 내리니, 태양처럼 뜨거운 열을 내뿜고 있는 뒤랑달이 눈에 들어왔다.
“설마!”
-흑탑의 묘리에 따라 ‘다크 플레어’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퍼어엉!
“크헉!”
뒤랑달에서 일어난 작은 폭발.
경비병이 일격에 죽지 않도록 세운이 일부로 위력을 낮게 조절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경비병은 갑옷에 까만 그을음을 남긴 채 반대편 기둥까지 날아가 정신을 잃어야만 했다.
그 공격을 보는 순간, 어떻게든 세운을 잡으려던 경비병들의 눈에 미약한 공포가 깃들었다.
“마, 마법!”
“그 소문이 진짜였어? 저 정도의 검술을 사용하는데, 마법까지 사용한다고?”
“미친, 괴물이잖아. 저건…….”
어중간한 공포는 필요 없다.
세운은 자신를 무시한 만큼, 그에 합당한 공포를 내려주기 위해 오른손등의 성흔을 빛냈다.
-사티로스의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어, 으어…….”
“이건 불가능해…….”
경비병들이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았다.
무릎을 꿇는 이도 있고, 등을 보이며 도망치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 멀찍이서 화려한 비단옷을 입고 흥미롭게 이곳을 바라보고 있던 귀족들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손을 떨었다.
더 싸울 의지를 보이는 이는 없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낀 세운이 빠르게 몸을 돌려 검을 휘둘렀다.
챙!
검과 검이 강하게 부딪히며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려 왔다.
얼굴을 보니 처음부터 입구 쪽에서 등을 기대고 자신을 바라보던 남자였다.
그렇게 한동안 힘 싸움이 이어졌다.
폭식의 권능으로 인해 10층의 수준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근력으로 몰아붙여 보았지만, 그는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동공이 흔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당황한 눈치이긴 했지만, 어떻게든 세운의 힘을 버텨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에 본격적으로 내공을 운용하려던 찰나.
“그만하지.”
팅-
남자가 검을 기울이며 세운의 검을 흘려보냈다.
바로 공격을 이어갈 수도 있었지만, 검을 회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세운 역시 검을 돌려 넣었다.
“부하들의 무례함은 내가 대신 사과하지.”
“단장님!”
단장이라.
역시, 저 남자가 이 경비병들의 수장일 거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정신을 차린 경비병 하나가 다급하게 외쳐보았지만, 단장이라 불린 남자의 표정이 더욱 구겨졌다.
“검을 떨어트린 자나 등을 보인 자는, 후에 내가 직접 처벌을 내리도록 하겠다.”
“……!”
“여기부터는 내가 직접 안내하도록 하지.”
처벌이라는 말에도 경비병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당장 주위를 둘러보아도 등을 보이며 도망가다가 단장의 등장에 멈칫하거나, 다리가 떨려 아직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이가 가득했던 탓이다.
궁전 내부로 들어가니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화려함이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깔린 레드카펫과 천장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의 조명들.
영주의 취향인지 벽에는 다양한 종류의 벽화가 새겨져 있었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중에는, 모래 궁전에 발을 들인 외부인은 자네가 처음일 거다.”
스카베는 쉼터 중에서도 특히나 플레이어에게 적대적인 쉼터로 유명했다.
기본적으로 야만인을 보듯 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래 시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바가지를 씌우기도 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공적치 교환.
스카베에서는 다른 쉼터와 마찬가지로 공적치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공적치가 아닌 스카베의 화폐를 사용한다.
때문에 공적치를 내미는 사람들에게는 평균가의 1.5배 이상의 공적치를 받는 편이다.
세운이 조사의 보상으로 스카베의 화폐를 받기로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부하들도 선입견 때문에 그런 반응을 보인 거겠지. 용서를 바라진 않지만, 강자를 무시한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사과하겠다.”
그의 말대로라면 부하들이 선입견에 멋대로 벌인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당장 자신들의 단장이 뒤에서 떡하니 서서 바라보고 있는데, 부하들이 멋대로 막 나갔을 리는 없으니까.
말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단장이라는 자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니 더 이상 꼬투리를 잡을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 이상으로 분란을 일으키면 곧 들어올 보상에 차질이 생길 게 분명했다.
“이곳이다.”
화려한 복도를 일직선으로 통과하자, 그 끝에 모래 궁전의 입구만큼이나 거대한 문이 보였다.
이로써 세 번째 문.
게다가 그 앞에 자리 잡은 경비병들을 보니 영주가 그 자신의 안전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경비병 둘이 앞을 막았다.
설마 단장이라는 사람이 있는데도 시비를 걸려는 건가 싶어 세운이 표정을 구겼지만, 그들은 붉은 쿠션을 공손히 내밀고 있었다.
“입실하시기 전에 무기는 이곳에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긴, 영주를 마주하는 방이다.
이토록 안전에 신경을 쓰는 자라면, 아무리 활약을 한 인물이라고 해도 외부인이 무기를 들고 들어가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해는 하지만 뒤랑달을 맡기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 세운이 주춤거리던 중, 단장이 고개를 저으며 쿠션을 밀었다.
“됐다.”
“단장님을 제외하고는 무기를 들고 갈 수 없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단장으로서 내 이름을 걸고 증명하지. 영주님에게도 그리 말하겠다.”
“……알겠습니다.”
경비병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쿠션을 회수하여 자리로 돌아갔다.
세운이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가 무심한 투로 이유를 설명했다.
“어차피 자네가 마음먹고 소동을 일으킨다면, 검이 없어도 내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 않나.”
경비병들과 싸우는 세운의 모습을 보고 전투력을 파악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남문의 병사들에게 들었던 세운의 활약상들이 전부 사실이라고 판단한 것이겠지.
세운 역시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이라는 자가 강해 보이긴 하지만, 뒤랑달이 없더라도 질 것 같지는 않았다.
마법만 사용하더라도 궁전을 무너트리는 것 정도는 간단했다.
그는 세운에게 간단한 예법을 알려준 후, 곧바로 중앙의 문을 열었다.
기기긱-
영주실의 문이 열리며, 모래 도시 스카베의 주인이 모습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