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4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46화(142/675)
제 146화
“어디?”
마구의 시선을 따라 눈을 옮겨 보았지만, 보이는 건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늪지대였다.
다른 점이라면, 다른 곳보다 식물이 더욱 풍성하고 생기있게 자라있다는 점 정도?
그 외에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아까의 늪지대와 다를 게 없었다.
감각을 키워보거나, 마나 스캔을 사용해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아, 손님을 데려오는 건 처음이라 깜빡했습니다! 여기예요!”
꾸륵, 꾸르륵-
마구가 아래의 늪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그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움푹 파였다.
파인 공간이 잠시 흐느적거리더니 계단과 비슷한 모양을 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이 아래예요! 분명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근데, 내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작아 보이는데?”
“아! 죄송해요! 말했듯이 손님은 처음이라!”
꾸르륵-
마구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다시 한번 지면을 가리켰다.
늪지가 조금 더 크게 무너지며 세운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마구가 직접 안내해 주는 게 아니면 절대 못 찾았겠네.’
마나로도, 감각으로도, 조사로도 절대 찾아내지 못하는 통로다.
만약 회귀 전의 세운이 여정의 지침표를 따라 이곳에 도착했다 하여도, 결국 통로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이렇게나 작정하고 숨어 있다니…….
회귀 전에 그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이유가 있었다.
“따라오세요!”
마구가 앞장서서 진흙으로 만들어진 계단을 걸었다.
진흙이 단단히 굳어 발이 빠지지 않았기에 편하게 발을 옮길 수 있었다.
계단을 조금 내려가자 벌어졌던 진흙이 스르르 메워지는 게 느껴졌다.
자연스레 햇빛이 완전히 차단되었지만, 시야는 전혀 어두워지지 않았다.
마치 햇빛이 진흙을 뚫고 투과되는 것처럼, 천장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하네.’
탑의 92층까지 오르며 수많은 경험을 해 온 세운이지만, 처음 겪는 상황 앞에서는 다른 플레이어의 반응과 다를 게 없었다.
마구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계단처럼 굳어가는 진흙을 보며 세운 자신도 모르게 신비하다는 표정이 지어졌다.
생각보다 깊이 내려갔다는 생각이 들 때쯤에야, 계단이 끝나고 거대한 입구가 드러났다.
“환영해요! 여기가 저희 늪지의 수호 일족이 사는 곳입니다!”
“오…….”
바닥과 벽, 천장이 모두 늪지의 진흙으로 만들어진 공간.
천장에서는 계단에서와같이 위에서부터 투과되어 들어온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아래로는 나무나 돌, 진흙 등으로 지어진 어설픈 건축물이 가득했다.
양쪽 벽에서부터 서로 다른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한쪽은 놀랍도록 투명하고 맑은 물이었고 한쪽은 고약한 악취를 풍기는 걸쭉한 액체였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었는데, 난쟁이의 수는 생각 이상으로 적어 보였다.
“수는 이게 전부인가?”
“대부분 집에 들어가 있어요! 원래는 다들 활발했는데, 정화가 감당이 안 되기 시작하면서부터 힘이 부족해져서…….”
“정화?”
“저거예요! 아, 말 나온 김에 바로 보여드릴게요!”
마구가 세운을 끌고 걸쭉한 액체가 흘러나오는 벽을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니 악취가 더욱 심해졌다.
멀리서는 대체 저게 뭔가 싶었는데, 코앞에서 마주하니 그 정체를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송장화의 독성과 썩은 진흙…… 말고도 다양한 부패물이 뒤섞인 건가.’
늪지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정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그런 늪지라고 하여도 자연적으로 정화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정화되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실 이게 저희의 가장 큰 역할이에요!”
마구가 두 손을 모아 걸쭉한 액체를 떠올렸다.
그러자 액체가 미묘하게 반짝이더니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액체는 완전히 투명해지고 악취 역시 완전히 사라졌다.
마구는 깨끗하게 정화된 물을 날라 중앙의 분수에 뿌리며 기뻐했다.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닌가 보네.’
기뻐하는 마구의 두 손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자체 해독 능력이 있는지 조금씩 색이 지워지고 있었지만, 액체를 정화하는 대신 나쁜 기운을 모조리 흡수하는 원리인 듯했다.
“그럼 설마 안 보이는 일족들은…….”
“해독이 감당이 안 돼서 쓰러졌어요. 썩은 물이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아져서…….”
마구가 슬픈 얼굴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곧 기운을 차리고 해독이 진행 중인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나쁜 꽃이 사라졌으니 썩은 물이 줄어들 거예요! 은인께서 힘써주신 덕분이에요!”
이후에 마구를 따라 몇몇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난쟁이의 크기에 맞게 작은 건물이었기에 깊게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입구에서 대충 둘러보아도 꽤 많은 난쟁이가 검게 물든 채 쓰러져 있었다.
다들 자체 해독 능력으로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저 걸쭉한 액체를 정화한 모양이다.
송장화가 그렇게나 커졌음에도 독이 완전히 퍼지지 않았던 건 이들의 덕분이었다.
“마구! 어째서 우리 마을에 인간을 데려온 거야!”
“이분이 나쁜 꽃을 없애 주셨어! 영웅이야!”
“우와! 고마워요!”
마을을 둘러보던 중간에 정신을 차리고 있는 난쟁이 몇몇과 마주쳤다.
그들은 세운을 보자마자 놀라며 경계했지만, 마구의 설명에 곧바로 경계를 풀고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아무리 좋은 일을 했다고 해도, 처음 보는 외부인을 경계할 만도 한데…… 놀랍도록 순수한 이들이었다.
“그래서, 날 여기로 초대한 이유는?”
작은 마을이었기에 둘러보는 데 큰 시간이 필요치는 않았다.
세운은 상황 파악을 마치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사실, 시스템 메시지와 마을의 상황을 보고 이번 시련이 어떤 내용일지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염치없지만, 제 친구들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보답은 하겠습니다! 어, 그러니까 어떤 보답이냐면…….”
“좋아.”
“네?”
“좋다고. 내가 뭘 해 주면 되는데?”
평소라면 보답에 대해서 협상을 시작했을 세운이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들을 도와주는 게 시련을 해결할 실마리이다.
보답이야 받아도 안 받아도 그만이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세운을 보며 마구가 당황했다. 옆에 있는 난쟁이들도 마찬가지.
“역시 우리의 은인이셔!”
“감사합니다!”
“얼른 부탁 내용이나 알려줘.”
옆에서 방방 뛰며 환호하는 난쟁이들의 모습에 낯간지러움을 느낀 세운이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런 대접은 영 익숙하지가 않았다.
“투명한 꽃망울이 필요합니다!”
“어디에 있는데?”
“그게, 도마뱀들이 자리 잡은 곳에서만 피는 꽃입니다. 원래는 아니었는데, 도마뱀들 세력이 커지면서 못 다가가게 됐어요…….”
“알겠어.”
세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설명을 통해 투명한 꽃망울의 생김새와 자세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정보는 이것으로 충분했다.
세운이 바로 자리를 떠나려 하자, 마구가 다급하게 세운을 붙잡았다.
“위험합니다! 도마뱀들은 아주 강력해요! 또 많습니다! 저희가 도와 드리겠어요!”
세운이 걱정되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리자드맨의 부족이라면 14층의 시련을 차지할 정도로 강력한 세력이었다.
그것도 플레이어 혼자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고, 참가한 진형과 함께 상대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됐어. 방해되니까 다들 여기 있어.”
“하지만…….”
이미 한 번 싸워본 상대였기에, 놈들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걱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송장화를 상대했을 때보다 더 가벼운 기분이다.
난쟁이들에게 따라오지 말고 쉬고 있으라는 말을 남긴 후, 세운은 바로 리자드맨 부족을 향해 움직였다.
* * *
“쉬익! 이게 대체 무슨 소동이냐?”
“송장화 번식지에서 소동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조사대가 파견되었으니 곧 보고가 도착할 겁니다.”
리자드맨 부족에 소란이 일었다.
그도 그럴 게, 송장화 번식지에서 일어난 굉음은 송장화의 독성을 피해 멀찍이 떨어진 부족원들에게까지 전부 들릴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송장화 번식지는 오크와의 전쟁에서 이길 비장의 무기이다.
혹시라도 나쁜 일이 발생한 건 아닐까, 다들 걱정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탐색을 끝낸 조사대가 도착했다.
전투의 흔적이 없는 걸로 보아 별일이 없었던 것이라 판단한 족장이 보고를 요청했다.
그러자, 즉시 한쪽 무릎을 꿇은 조사대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쉬익, 송장화가…… 사라졌습니다.”
“뭐라?”
“격렬한 전투의 흔적이 보였지만, 동족은 물론 송장화까지 완전히 사라져 있었습니다. 시체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설마 탐색을 제대로 안 한 건 아니겠지?”
“쉬익, 아닙니다! 동족의 이름을 걸고, 늪지 아래까지 샅샅이 뒤졌습니다!”
“이게 무슨…….”
족장이 당황했다.
전투의 흔적은 있는데, 전투에 당한 자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다니?
게다가, 이미 자체적인 지능을 가질 정도로 크게 성장한 송장화가 사라졌다고 한다.
오크들이 나선 걸까? 아니, 이건 오크들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족장이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콰아아앙!!
“쉬익! 족장님!”
“또 무슨 일이냐!”
마을 입구 쪽에서 귀를 울리는 폭발음이 일어났다.
어쩐지 익숙한 굉음에 족장은 섬뜩한 불안감을 느껴야만 했다.
“침입자입니다!”
“오크인가?”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인간? 인간이 늪지대에는 어떻게……. 적의 수는!”
“하나입니다!”
“……뭐라?”
겨우 인간 한 명이라니.
인간이라 하면 오크보다 신체 능력이 낮은 종족이다.
지능이 높고 무기를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그리 위협적인 종족은 아니었다.
혹시, 마법을 다루는 인간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었다.
하지만, 족장의 이해력은 그다음으로 연이어 일어난 폭발로 산산이 무너져 내렸다.
쾅! 콰쾅!
콰르르릉!
수차례의 폭발이 반복되자 땅이 떨리며 늪지에 파문이 일어났다.
날카로운 바람이 요동치고,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자연재해에 가까운 재앙 사이로 간간이 들려오는 건 오직 하나, 동족의 비명뿐이었다.
“분명 한 명이라 하지 않았느냐!”
“분명 하나였습니다!”
“그럴 리가!”
폭발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마을을 지키고 있던 전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에 족장은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첫 폭발음을 듣고 느껴진 불안감의 정체를 말이다.
‘번식지에서 일어난 소동!’
지금 다가오고 있는 인간이, 그 소동의 범인이다.
“다들 전투를 준비하라!”
“알겠습니다!”
족장을 따라 조사대를 포함한 친위대, 전사들이 무장을 바로잡으며 전투를 준비했다.
부족에서 가장 강한 족장은 물론이고, 그를 호위하는 이들은 역시 부족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었다.
이대로라면, 설사 오크들이 떼로 몰려온다고 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재해를 몰고 온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다.
“꽃망울은…… 아니다. 일단 정리부터 끝내자.”
콰아앙!!
시뻘건 폭발과 함께 나타난 세운.
그는 꽃망울을 찾기 이전에,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리자드맨의 부족부터 완전히 지워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