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4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47화(143/675)
제 147화
세운이 곧장 리자드맨의 부족에 쳐들어간 이유는 간단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세운이야 늪지의 수호 일족을 돕는다는 특수한 길을 선택하였지만, 보통은 리자드맨이나 오크 중 한 진형을 선택하여 반대쪽 진형을 공격하는 게 본래의 시련이다.
난쟁이들의 상황을 볼 때, 몇 층이 될지는 모르지만 결국 두 부족을 상대해야만 하는 시련인 것 같았다.
본래 난쟁이들이 세운에게 부탁한 12층의 시련은 리자드맨의 부족에 숨어 들어가 투명한 꽃망울만 찾아오면 되는 시련 같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시련의 목표가 아니라도 지금 처리해 버리는 게 나았다.
그런 의미로…….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녹탑의 묘리에 따라 ‘토네이도’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프로즌 웨이브’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쾅, 콰아앙!!
세운은 리자드맨 부족의 입구로 당당하게 들어서며 갖가지 마법을 난사했다.
회귀 전의 기억과 난쟁이들의 정보 덕분에 위치를 찾아내는 건 간단했다.
문제라면 본래 오크의 진영과 함께 단체로 공격해야만 승리할까 말까 하는 리자드맨 부족을 어떻게 상대하느냐는 것인데.
“크헥!”
“도, 도망쳐!”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튜토리얼 때 당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엄청난 성장세에 고개를 내젓습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다양한 요리의 향연에 축배를 터트립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과연 엄청난 성장세라며 당신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점칩니다.
이미 5서클에 다다른 세운에게, 질이 아닌 수적 우세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애초에 세운의 무력과 12층의 시련은 비교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수준 차이가 심하게 났다.
10층의 시련처럼 클랜 단위로 공격해야 하는 보스 몬스터나, 해당하는 층의 몬스터보다 강한 힘을 가진 히든 퀘스트의 적이 아니라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나름 정예라 불리는 리자드맨들이 세운의 마법에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재앙에 휩쓸렸다.
결정적으로.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도망칠 수 없어. 모두 죽을 거야…….”
“괴, 괴물! 아니, 악마다!”
세운의 성흔이 가진 공포의 권능은 이런 일 대 다의 전투에서 놀랍도록 뛰어난 힘을 자랑했다.
마법의 범위에 닿지 않더라도, 마법의 파괴력을 마주한 리자드맨이 저항을 포기하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미 이성이 망가진 놈들은 굳이 찾아 나서서 마무리를 지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족장만 처치하면, 리자드맨 부족의 명은 끝이니까.
‘슬슬 도착인가.’
파이어 캐논으로 전방을 정리하고 나니, 부족 내의 건물 중에서도 유난히 큰 건물이 보였다.
나무와 낙엽을 이용해 만든 그 건물은 용의 머리를 닮아 있었는데, 딱 보아도 족장의 거처였다.
과연,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자 리자드맨 족장을 포함한 수많은 전사가 진을 치고 세운을 맞이해 주었다.
“쉬, 쉬익! 아, 악마다!”
“물러서지 마라! 용의 힘을 이어받은 용맹한 전사들이여!”
세운을 마주치자마자 공포에 잠긴 몇몇 리자드맨이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족장이 부족원의 사기를 증진하기 위해 목소리를 키웠지만, 세운을 알 수 있었다. 족장의 목소리가 미약하게 떨리고 있음을.
그것을 느낀 건 세운만이 아니었다.
자세는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지만, 족장을 지키기 위해 진을 친 전사들도 서서히 공포에 잠식당하고 있었다.
‘회귀 전에는 그렇게 강해 보였는데.’
리자드맨 족장.
회귀 전의 세운은 전투보다는 여정의 지침표를 활용한 정보력이 강점이었다.
때문에 정면으로 나서지는 못하고, 늪지의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여 작전을 짜 리자드맨을 몰아넣는 게 주 역할이었다.
마지막 순간, 리자드맨 족장을 물리친 것도 당시에 편을 들고 있던 오크 족장이었다.
그때 보았던 리자드맨 족장은 도마뱀이 아니라 사나운 육식공룡이 떠오를 정도로 흉포하고 무서웠다.
두 족장이 부딪치기 시작하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을 우려하여 감히 전투에 끼지도 못했었다.
그랬는데…….
“다, 당장 물러나라! 그렇지 않으면 용의 어금니가 네놈을 향할 것이다!”
지금은 그저 한 마리의 도마뱀일 뿐이었다.
그것도 공포에 떨고 있는 가녀린 도마뱀.
필사적으로 이빨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진짜 맹수 앞에서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
결국,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세운을 향해 리자드맨들이 최후의 발악을 시작했지만.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사 초식, 혈랑포효(血狼咆哮)가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아우우-
서걱!
붉은 늑대의 하울링을 타고 검기가 난무하자, 리자드맨들은 무기를 제대로 휘두르지도 못한 채 차가운 늪지대에 쓰러져야만 했다.
그나마 족장이라는 놈은 세운의 공격을 몇 수 받아쳤지만, 딱 그 정도였다.
마몬의 보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이 족장의 머리가 허무하게 잘려 나갔다.
– 히든 퀘스트, ‘이른 멸망’을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늪지의 수호 일족’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얼른 끝내고 돌아갈 생각에 마법과 무공을 아낌없이 사용했더니, 마나와 내공이 완전히 바닥났다.
아직 남은 리자드맨이 있었지만, 족장이 죽고 공포의 권능에 잠식당한 놈들은 더 이상 세운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놈들은 어차피 결국 이성을 되찾지 못하고 자멸할 게 분명했다.
“예쁘네.”
난쟁이들이 알려준 위치로 가니, 투명한 꽃망울이라는 식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름 그대로 곱게 자라난 반투명한 꽃망울이 흔들리고 있었는데, 햇빛에 은은하게 반사되는 모습이 꽤 아름다웠다.
한 명당 하나의 꽃망울이 필요하다 하였으니, 넉넉하게 50개가량의 꽃망울을 채집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음식이 다 식겠다며 어서 음식을 올려주길 바랍니다.
‘아.’
베엘제붑의 성원에 깜빡했던 폭식의 발현하는 것으로.
– 폭식의 권능으로 ‘리자드맨 부족’ 전체를 지정하였습니다.
– 폭식의 어금니가 몬스터를 덮쳐옵니다!
세운은 망설임 없이 늪지의 수호 일족에게 돌아갔다.
* * *
[ 이일중 : 하늘 씨, 감사합니다. 해독제가 아니었다면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쓰러질 뻔했습니다. ] [ 이하늘 : 약이 잘 통해서 다행이에요! ] [ 박정필 : 엣헴. ] [ 이일중 : 하하, 정필 씨도 감사합니다. 엄청난 정보력이십니다. ] [ 박정필 : 뭘 좀 아시는구만! 다 이 몸이 발 벗고 나서서 정보를 구해 온 덕분에……. ]난쟁이들의 거처로 이동하는 중, 세운은 틈새를 이용하여 클랜챗을 확인해 보았다.
다행히 이하늘이 제조한 해독제가 잘 드는 모양인지, 독으로 고생하는 클랜원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혹여 방향을 잘못 정하더라도, 해독제를 하나 더 복용하며 길을 바꾸면 그만이었다.
나타나는 몬스터 역시 디아블로 클랜원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아직 11층 시련의 제한 시간인 48시간이 채 안 지났는데 벌써 시련을 통과하는 사람이 꽤 많이 보였다.
[ 유서아 : 해독제가 있으니까 11층은 그리 어렵지 않네요. 그것보다 리자드맨을 도우라니,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에요. ] [ 강한철 : 난 오크다. ] [ 박정필 : 끄덕. ] [ 강한철 : ……오크를 돕는다는 뜻이다. ] [ 박정필 : 끄덕. ] [ 강한철 : ……넌 거주지에서 따로 보도록 하지. ] [ 박정필 : 히익! ]그들의 시련은 세운이 회귀 전에 겪었던 시련과 같았다.
리자드맨을 돕느냐, 오크를 돕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이 시련은 생각보다 플레이어에게 공정한 시련이어서, 굳이 전투계가 아니라도 충분히 잘 극복할 수 있었다.
고창석의 경우 장비를 제련하고, 쌍둥이 자매는 울타리나 병기를 강화하고, 이하늘은 부상자를 치료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영을 도와 어떻게든 상대 진영보다 유리한 입장을 만들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
어쩐지 백현의 채팅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라면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그가 이번 테마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는 않았다.
독이 통하지 않는 언데드를 조종하는 네크로맨서이기에 이번 테마는 디아블로 클랜의 그 누구보다도 유리한 조건이었으니까.
클랜원이 다들 시련을 잘 헤쳐나가고 있다는 걸 확인한 세운은 클랜챗을 끄고 다리에 속도를 붙였다.
내공이 바닥나 최대 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일찍 난쟁이들의 거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꾸르륵-
입구를 어떻게 열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늪지가 세운을 환영하듯이 무너져 내리며 계단을 만들어 냈다.
아무래도 마구가 미리 무언가 조처를 해 둔 듯했다.
계단을 내려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마구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무사하셨군요!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여기. 넉넉하게 오십 개쯤 챙겨왔는데,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이거면 친구들을 전부 치료할 수 있겠어요!”
투명한 꽃망울을 받아 든 마구가 즉시 치료를 준비했다.
저것으로 어떻게 치료를 하나 싶었는데, 역시나 꽃을 바로 사용하는 건 아니었다.
왼편의 벽에서 흐르는 한없이 투명하고 깨끗한 물을 퍼와 그곳에 꽃망울을 담갔다.
그러자 반투명하던 꽃잎이 녹아내리듯이 스르르 사라져 갔다.
“완성이에요! 이걸 마시면 모두 괜찮아질 겁니다!”
“나도 도울게.”
“괜찮습니다! 피곤하실 텐데 쉬고 있으세요!”
“아냐, 별로 안 피곤해.”
약의 제조법이 어렵지 않았기에 세운도 금방 따라 할 수 있었다.
물에 꽃망울을 녹여내어 쓰러져 있는 난쟁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먹였다.
물을 삼키자마자, 검게 물들어 있던 난쟁이들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어? 이제 안 아프다.”
“다가! 저기 은인께서 투명한 꽃망울을 구해다 주셨어. 나쁜 꽃도 물리쳐 주셨어!”
“우와! 은인! 감사해요!”
약효는 세운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빨랐다.
약을 마시고 일 분도 되지 않아 난쟁이들이 정신을 차렸으니 말이다.
마구는 정신을 차린 난쟁이들에게 세운의 활약상을 전파하기 바빴고, 그럴수록 세운은 괜히 약을 제조하는 데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처의 모든 난쟁이가 정신을 차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쓰러져 있었으니 쉴 만도 한데, 그들은 일어나자마자 썩은 물이 흐르고 있는 벽으로 향했다.
“이제 다시 늪지를 정화할 수 있겠어!”
“나쁜 꽃도 사라졌으니까, 이것만 정화하면 늪지가 다시 깨끗해지겠지?”
“얼른 깨끗한 늪지를 밟고 싶어!”
수십 명의 난쟁이가 일제히 두 손을 모아 물을 퍼 올렸다.
정화는커녕, 도저히 본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던 끈적한 액체가 빠르게 투명해졌다.
그에 따라 난쟁이들의 손이 까맣게 물들었지만, 방금 마신 약의 효과 덕분일까? 손이 검게 물드는 것보다, 다시 회복되는 속도가 더욱 빨랐다.
물을 정화하고, 중앙의 분수로 나르기를 몇 번 반복하니 우측에 흐르고 있던 액체의 양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제 됐어!”
“다시 깨끗해졌어!”
거처에 흐르던 모든 물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순간.
– 12층의 시련 ‘늪지의 수호 일족’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남은 시간 : 90시간 11분
– 사냥한 몬스터의 수 811 마리.
– 히든 퀘스트 ‘이른 멸망’ 완료.
– 숨겨진 시련으로 인한 가산점 합산.
…….
– 총 누적 공적치 351,200point
– 축하드립니다! 12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12층의 시련이 끝이 나고.
– 숨겨진 갈림길을 공략하여 바로 다음 층의 시련과 연결됩니다.
숨 고를 새도 없이, 13층의 시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