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4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49화(145/675)
제 149화
이대로 베르칼을 처치하고, 공포의 권능으로 오크들을 전투 불능으로 만든 후에 마수를 잡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마수가 생각보다 일찍 등장했다.
다만, 의아한 점은 오크들도 당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족장 역시 마찬가지.
그는 마수의 외침에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보다는, 전투를 방해받았다는 사실이 더욱 신경 쓰이는지 인상을 한껏 찌푸리고 있었다.
“베르칼 님!”
“바칸. 뭐 하는 짓이지?”
“흑마우(黑魔牛)를 데려왔습니다! 이놈이라면, 저 인간을 순식간에 짓밟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족장이 내린 지시가 아닌 모양이다. 바칸이라 불린 저 오크가 독단 행동을 취한 것이겠지.
‘저 소는 다시 봐도 장난 아니네.’
흑마우라 불린 마수는 이름 그대로 검은 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마수인 만큼 평범한 소는 아니었다.
집채만 한 덩치에, 몸은 근육으로 가득했고 머리 위로 솟은 뿔은 소보다는 악마의 뿔을 닮아 있었다.
동공에서는 검은 연기 같은 게 피어오르고 있었는데, 눈을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놈의 강함이 짐작되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마수가 어째서 이런 하층에 있는지 의아해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자신이 마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라며 환호합니다.
세운이 남은 마나와 내공을 살펴보았다.
리자드맨의 부락에서의 경험으로 조절을 잘한 덕분에 아직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성흔 역시 마찬가지.
짧겠지만, 광란의 권능을 사용할 정도의 신성은 남아 있었다.
“바칸. 넌 지금. 전사의 전투를 방해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 침입자만 죽이면 저희가 늪지의 왕이 되는 겁니다!”
“대신. 명예를 잃게 되겠지.”
“명예보다는 목숨이 더 중요합니다! 저희에게는 베르칼 님이 필요합니다!”
베르칼이 입을 열 때마다 물어뜯긴 목의 상처 부위에서 피가 연신 울컥거렸다.
그럼에도 그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생명보다 명예.
그는 뼛속까지 오크 그 자체였다.
명예를 잃는다는 건, 목숨을 잃는 것과 같았다.
베르칼이 고집을 꺾지 않았지만, 고집이 강한 건 마수를 끌고 온 바칸이라는 오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벌은 달게 받겠습니다! 취익! 위대한 검은 늪지 부족을 위해!”
“무우우우-!”
오크가 마수의 코뚜레에 묶인 줄을 풀어내며, 강하게 앞으로 잡아당겼다.
코뚜레를 통해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마수가 땅을 박차며 돌진했다.
당연하게도, 그 목표는 세운이었다.
마수의 돌진에 놀란 오크들이 황급하게 거리를 벌렸다.
마수를 조련하고 있던 그들이었기에, 그 누구보다 마수의 강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세운은 마수와 충돌하기 전, 가장 먼저 질투의 권능을 발현하였다.
– 시기의 눈초리가 ‘흑마우’를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커스 라플레시아를 상대할 때와는 달랐다.
송장화가 독과 뿌리를 이용한 지능적인 공격이 특징이었다면, 눈앞의 마수는 오크와 마찬가지로 힘 그 자체에 특화되어 있었다.
그런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질투의 권능으로 힘을 빼놓는 게 좋았다.
‘진짜 무식한 공격이네.’
마수의 공격은 단순했다. 그저 두껍고 날카로운 뿔을 앞으로 내세우며 돌진할 뿐이다.
그러나, 그 단순한 공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집채만 한 크기에 전신이 단단한 근육으로 채워져 있어 엄청난 무게로 인해 발을 디딜 때마다 땅이 쾅쾅 울려댔다.
저 뿔에 부딪힌다면. 아니, 그저 스치거나 다리에 치이기만 해도 중상은 확정이었다.
‘저런 놈과 정면으로 싸울 필요는 없지.’
세운이 왼발을 뒤로 내빼며 양손을 내밀었다.
온몸의 감각을 시각에 집중한다.
내공까지 스멀스멀 올라와 동공이 옅게 빛나기 시작하자, 순간적으로 세상이 느려진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바람을 찢으며 달려오던 마수가 느린 화면처럼 움직인다.
10m. 5m. 2m.
마수의 육중한 몸과 충돌하기 직전, 세운이 오른발을 크게 회전하며 아슬아슬한 차이로 마수의 공격을 피해 내며, 마수의 뿔에 뒤랑달을 걸었다.
– 내공을 통해 태극검의 초식이 강화됩니다.
자신의 힘보다는, 상대의 힘을 이용하는 태극의 묘리를 한껏 응용한다.
몸이 밀려나지 않기 위해 하체에 힘을 집중한다.
그러나, 마수의 힘은 생각 이상으로 강력했다.
태극의 묘리로 놈의 힘 대부분을 흘려보내고 있음에도, 다리가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붕 떠오르려 하였다.
이건 그저 힘 가지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무게의 차이로 발생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이미 세운이 생각하던 범위 내의 일이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천근중추공(千斤重錘功) ]– 천근추(千斤錘)라고도 불리는 기예로써 내력을 이용하여 몸무게를 무겁게 하는 무공이다.
쿠궁!
천근추를 사용하는 순간, 세운의 몸이 비현실적으로 무거워졌다.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 디디고 있던 단단한 진흙이 움푹 팰 지경이었다.
천근중추공.
기를 하지로 낮추어 중심을 단단히 잡는 기예에 불과하지만, 내공이 움직이는 순간 실제로 무게를 늘리는 게 가능해진다.
세운의 발이 대지에 뿌리라도 내린 듯이 단단하게 박히자, 태극의 묘리가 더욱 힘을 발하며 오히려 마수의 몸이 낮게 떠올랐다.
“무오오?”
덕분에 마수는 생전 처음으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그렇게 딱 반 바퀴.
허공을 비행하던 마수는, 세운이 뿔에 걸린 검에서 힘을 빼는 순간.
“무오오오!!”
“취익! 도, 도망쳐라!”
“쿠엑!”
콰과과광!!
멀찍이 떨어져 있던 오크의 진형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그 거대한 덩치는 대포알보다 강력한 힘을 가졌기에, 미처 피하지 못한 수십 마리의 오크가 마수의 몸뚱이에 깔려 짓뭉개졌다.
마수 역시 꽤 타격을 입었는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털고 있었다.
놈은 정신을 차리는 즉시 땅을 몇 번 긁더니, 다시 한번 세운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세운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천근추를 사용한 채 태극의 묘미를 응용해 마수의 뿔에 검을 걸었고.
부웅!
마수가 허공을 반 바퀴 비상한 후.
“이쪽이다! 피해라!”
“취익!”
“무오오오오!”
콰과과광!!
반대편에 있던 오크 진형을 향해 날아갔다.
두 번이나 확인했으면 돌진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챌 만도 한데, 놈은 그러고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돌격과 세운의 반격.
그게 반복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오크들이었다.
“그, 그만! 커헉!”
“떨어져! 다들 거리를 더 벌려!”
“취익! 저게 말이 되는……!”
반복된 반격으로 마수 역시 꽤 타격을 입은 것 같았지만, 그리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다.
저 두꺼운 근육이 충격을 흡수해 주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마침내…….
– 시기의 눈초리가 ‘흑마우’의 근육을 질투합니다.
– 흑마우의 근육을 앗아옵니다.
– 흑마우의 체력을 앗아옵니다.
– 흑마우의 힘을 앗아옵니다.
…….
미리 사용해 두었던 질투의 권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거 좋은데?’
마수에게서 앗아온 힘이 몸에서 넘쳐흘렀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고,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이 몸을 가득 채웠다.
이대로라면 굳이 천근추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수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세운이 마수의 힘을 앗아와 강해진 만큼 놈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무오오오!”
공격이 통하지 않아 머리끝까지 분노가 차오른 마수가 돌발 행동을 일으켰다.
자신의 아래에 쓰러져 있는 오크 하나를 집어삼켰다.
문제는, 그게 자신에게 깔려 죽은 오크가 아닌 아직 목숨이 달려 있는 오크라는 점이었다.
“취익! 무, 무슨!”
콰직!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오크 하나가 마수의 입에 들어갔다.
놈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의 오크를 닥치는 대로 씹어 삼켰다. 그중에는 마수를 데려온 바칸이라는 오크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머, 멈춰라! 난 네놈의 주인이다! 적은 저 인간이란……!”
콰직.
강인한 오크의 근육이 두부처럼 짓이겨졌다.
주인이고 뭐고, 분노로 눈이 돌아간 마수는 이미 그들의 통제를 벗어나 있었다.
놈의 혈관이 붉게 튀어 오르며, 안 그래도 크고 단단했던 근육이 더욱 활동적으로 꿈틀거렸다.
그에 자신감이 차오른 놈이 다시 세운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최소한의 지능은 있다는 걸까?
마수가 드디어 돌진을 포기하고 세운에게로 다가와 머리를 연신 휘둘렀다.
날카로운 두 개의 뿔이 허공을 휘저었다.
오크를 산채로 씹어 삼키고 힘이 늘어난 것인지, 뿔 역시 더욱 크고 날카로워져 있었다.
머리를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찢어발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반격을 당하지 않도록 머리를 쓴 것이겠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다.
회귀 전의 세운은 아주 잠깐이지만 마수를 돌보며 그 신체를 관찰해 본 적이 있었다.
전신이 두껍고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했지만, 단 한 곳.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푸욱.
놈의 목덜미만은, 그 어떤 근육으로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어떤 창칼도 튕겨낼 것 같던 마수의 몸에 뒤랑달이 가볍게 박혀 들어갔다.
너무나도 쉽게 공격을 허용 당한 마수가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자리를 박차려 했지만.
– 자하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열기가 더해집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치이이익-
서걱!
살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마수의 목덜미가 완전히 갈라졌다.
그 사이로 밑 빠진 독에서 물이 새는 것처럼 검은 혈액이 콸콸 쏟아졌다.
성대가 갈라진 탓에, 놈은 최후의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로.
쿠궁.
– 히든 퀘스트, ‘오크 부락의 검은 소’를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늪지를 물들이는 괴수’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생을 마감하고 자리에서 쓰러졌다.
생각보다 손쉬운 전투였다. 준비하고 있던 광란의 권능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 ‘흑마우’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과 체력이 10 상승합니다.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자 나타난 이빨들이 그 단단한 마수의 근육을 잘도 씹어 삼켰다.
하긴, 바위로 된 스톤 라바나 크리스털로 된 가디언까지 집어삼켰으니 저 정도는 어려울 것도 없겠지.
마수의 시체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오크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리자드맨 부족의 거처에서 어째서 단 한 구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는지.
걱정하던 것처럼, 눈앞의 존재가 홀로 리자드맨을 초토화한 당사자라는 게 증명되었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첫 번째 능력, ‘공포’가 깨어납니다.
“취, 취익…….”
본능적으로 꿈틀거리던 공포가, 오크의 용맹함으로 애써 가리고 있던 공포가 세운의 권능으로 인해 덩치를 불려 나갔다.
오크들이 하나둘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전부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도망치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압도적인 강자에 대한 존경. 명예를 따르고 강자를 존중하는 그들의 특성으로 인해 나타난 반응이었다.
“놈을. 데려온 순간부터. 우리의 명예는. 바닥에 떨어졌었군.”
족장이 지혈을 멈추고 세운의 앞으로 다가왔다.
분명 치명타였는데, 회복 능력이 어찌나 뛰어난지 이미 출혈이 멈추고 상처가 아무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았다. 목을 베인 순간부터, 이미 승패는 확정되었다.
무기를 다시 들어 올리는 것은, 최소한의 명예마저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나를. 베어다오.”
베르칼이 죽음 앞에서 당당하게 세운의 눈을 직시하였고.
“내 마지막 명예를. 지켜다오.”
서걱-
그의 뜻을 이해한 세운이 검을 휘둘렀다.
놀랍도록 깔끔한 일격.
급소만을 정확하게 베어내 일격에 목숨을 완벽하게 끊어낸 것은 물론, 베어진 부위에서는 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공포에 잠식된 오크들은 더 이상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 히든 퀘스트, ‘이른 멸망(2)’을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늪지를 물들이는 괴수’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늪지를 두고 경쟁하던 두 부족이 멸망하고, 질퍽한 늪지대에 평화가. 아니, 온전한 야생이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