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4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52화(148/675)
제 152화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흑요석처럼 새까만 두 눈이었다.
마구를 머리에 얹고 등장한 ‘주인’은 세운을 잠시 바라보더니, 허공으로 폴짝 뛰어올라 늪지 위로 자리 잡았다.
쿵!
육중한 몸이 늪지 위로 떨어지며 파문이 일었다.
저 정도 덩치가 떨어지면 움푹 팰 만도 한데, 늪지는 바위처럼 단단하게 주인의 몸을 받아냈다.
늪지 안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그렇고, 늪지 위에 착륙하는 것도 그렇고. 마치 늪지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반갑구나. 인간의 아이여.”
“……반갑습니다.”
늪지의 주인. 그의 모습은 거대한 두꺼비와 비슷했다.
다만, 늪지에서 가끔 마주치던 몬스터와는 외양이나 느껴지는 기운 등, 모든 것이 달랐다.
주름진 피부와 온화한 얼굴은 노인…… 아니, 선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느껴지는 기운은 세운이 익히 알던 마나의 기운보다 훨씬 정순하고 진했다.
회귀 전, 탑으로 오르며 세운은 이와 비슷한 기운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영수(霊獸).
최소 수백,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가며 정순한 힘과 지혜를 얻은 상서로운 동물을 뜻한다.
눈앞의 두꺼비가 그랬다.
아마, 이 늪지에서 셀 수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오면서 영험한 힘을 머금은 것이겠지.
이에 자연스럽게 영수가 되어 늪지의 주인이 된 것이다.
세운은 주인의 동그란 두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감사의 인사부터 전해야겠구나. 네 덕분에 늪지를 지킬 수 있었어.”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었다면, 제가 돕지 않아도 가능하지 않았습니까?”
세운이 물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었다.
영수가 가진 힘은 일반적인 몬스터와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보스 몬스터라 불리는 것들도 영수 앞에서는 감히 고개를 들지도 못한다.
그게 바로 영수라는 존재다.
그가 늪지의 주인이라면, 송장화나 마수 정도는 가뿐히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서지 않고 있었던 걸까?
세운은 곧 그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오랜 계약에 따라, 나는 이 늪에 직접적인 간섭을 할 수 없게 되었단다. 주인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내게 어울리지 않지…….”
“아니에요! 주인은 영원한 주인이세요! 평생!”
“허허, 고맙구나.”
두꺼비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 계약이라니.
말의 뜻을 알아내기 위해 자세히 물어보았지만 그의 대답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미안하지만 그 역시 대답해 줄 수 없구나. 이 역시 계약 때문이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런가요.”
“다만, 총명한 아이라면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지.”
두꺼비가 세운을 지긋하게 바라보았다.
사실, 짐작 가는 게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탑의 시스템.
시련 내에서, 저런 영수를 상대로 계약을 들이밀 만한 존재는 그 정도밖에 없었다.
물론, 반응을 보아하니 자세한 내용은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그럼 시련은…….’
시스템 메시지를 다시 읽어보았지만, 목표는 늪지의 주인을 영접하라는 말뿐, 뚜렷한 목표가 적혀 있지 않았다.
이런 시련은 세운도 처음이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세운을 지그시 바라보던 두꺼비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시련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나를 만난 것으로 목적은 달성했으니, 내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통과할 수 있단다.”
“시련을 알고 있…….”
“힌트는 이게 한계인 듯하구나.”
시련에 대해서 언급을 하는 영수라니.
세운은 그 말에 방금까지 이어온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탑의 시스템과의 계약에 의해 늪지의 주인이지만 늪지에 관여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점점 탑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사실을 알 것만 같았다.
“물론 바로 통과시켜 줄 수도 있지만, 내 나름대로 보상을 해 주고 싶구나. 오랜만에 보는 외부인이기도 하고 말이야.”
“보상이라면 늪지의 수호 일족에게 받았습니다.”
“그런 것 같더구나. 외부인에게 정화의 의식을 치러주다니, 네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두꺼비가 마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예상은 했지만, 순결의 꽃가루를 일게 만들었던 의식은 평범한 의식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사양할 필요는 없단다.”
꾸륵!
세운의 바로 앞의 늪지가 부풀어 올랐다.
초록 진흙이 떨어져 나가며, 그 안에서 맑고 투명한 방울이 하나 떠올랐다.
무언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방울이 세운의 몸을 뒤덮었다.
“5서클의 경지에…… 단전까지 가지고 있구나. 보아하니 튜토리얼이 시작함과 동시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대단하구나.”
방울이 호흡기까지 뒤덮었지만, 숨을 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방울을 통해 공기가 정화되는 것처럼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폐를 가득 채웠다.
그와 함께, 공기가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 상쾌한 기분이 몰아쳤다.
“마나를 끌어들이거나 쌓는 방식 모두 훌륭해. 하지만, 너무 급하게 만들어진 탓에 길이 너무 거칠고 험하구나.”
몸에 퍼져나간 방울이 세운의 길을 다듬어나갔다.
심장 주위의 마나 서클은 물론, 서클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마나 로드까지.
단전 역시 단전을 중심으로 하여 내공이 지나다니는 혈 자리를 모두 깨끗하게 다듬어주었다.
순결의 꽃가루로 몸속의 노폐물이 빠져나갔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었다.
마몬의 보물로 만든 서클과 단전이기에 지금까지 길이 험하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길이 다듬어지고 있으니, 지금까지 마나와 내공을 얼마나 거친 길을 통해 운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정도 힘이라면 영수가 아니라 신수(神獸)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겠는데.’
그만큼 늪의 주인이 가진 힘은 엄청났다.
손도 대지 않고 타인의 기운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수준이라니.
만약 이 힘을 반대로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상대의 기운을 멋대로 역류시켜 손도 대지 않고 자멸시키는 게 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세 마신의 권능을 가진 세운이라고 해도, 늪지의 주인과 전투를 벌인다면 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쓰러졌으리라.
이런 자가 어째서 탑의 시스템과 계약을 맺어 제약을 받게 되었는지 의문일 따름이었다.
“길은 전부 다듬어 두었네. 기분은 좀 어떠한가?”
“……상쾌합니다.”
아주 짧은 순간, 서클과 단전을 움직여 보았다.
그 안에 내재한 기운이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체내를 순화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엄청난 속도.
체내를 흐르며 마나가 손실되는 양이 제로에 가까워졌고, 오히려 호흡을 통한 마나마저 흡수해 미세하게나마 양이 늘어났다.
이대로 마법이나 무공을 사용한다면? 속도나 파괴력이 증가하는 건 당연하고 때에 따라 사용횟수를 적게는 몇 번, 많게는 열 번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구나.”
“네?”
“자네는 각 속성의 마나를 끌어들여 균형을 추구하는 것 같다만, 맞는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세운이 익힌 수련법을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세운이 익힌 마탑의 수련법은 총 네 가지.
각각 청탑과 흑탑, 황탑, 녹탑을 상징하는 수련법으로써 지금 세운의 서클은 이 네 가지 속성을 특히 강하게 띄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할 때 역시 이 네 가지 속성의 마법이 더 강한 위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검은 기운이 특히나 강한 힘을 드러내고 있어. 만약 의도한 것이 아니라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만…….”
“정말입니까?”
청탑과 황탑, 녹탑의 묘리로 균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세운의 서클에는 치명적인 결손이 하나 있었다.
바로, 두 개의 다크 서클.
본래 세운은 각 마탑의 수련법을 사용해 균형 있게 서클을 잡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흑탑의 수련법으로 두 번째 서클을 만들어 낸 후, 폭식의 권능으로 갑작스럽게 획득한 대량의 마나로 인해, 미처 손쓸 틈도 없이 세 번째 서클도 다크 서클로 만들어졌다.
이미 만들어진 서클의 속성은 세운의 지식으로도 바꿀 수 없었으니, 어쩔 수 없이 놔두고 있던 참이었다.
안 그래도 앞으로 위력이 강한 적탑의 수련법을 익힌다면 균형이 깨질 것 같아 불안했었는데…….
가능하다면, 당장에라도 서클의 속성을 바꾸고 싶었다.
“물론이라네. 서클의 속성을 빼내고, 다른 서클은 내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두겠네. 자네는 그사이에 서클에 새로운 속성을 주입하면 된다네.”
“그게 가능하다면, 꼭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지금 바로도 괜찮습니다.”
“허허, 알겠네. 그럼 바로 시작하지. 조금 낯선 감각이겠지만, 금방 익숙해지는 게 좋을 거야.”
꿀럭!
늪지에서 다시 한번 맑고 투명한 방울이 올라왔다.
다만, 처음 올라왔던 방울과는 비교도 안 되게 크고 많은 방울이 떠 오르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세운의 몸을 감싸는 게 아니라, 세운의 주변을 가득 뒤덮었다.
일순간 세상이 달라진 기분이었다. 몸속의 기운이 고향에라도 돌아온 듯이 평온해졌다.
“자, 시작하겠네.”
방울 속에서 메아리치듯 늪의 주인의 소리가 들려온 직후, 세운의 서클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흑탑의 수련법으로 만들어진 두 번째 서클과 세 번째 서클. 그중에서 세 번째 서클의 마나가 빠져나가며 흑탑의 기운을 씻어냈다.
몸에서 마나가 빠져나가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세운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퍼플 마나 서클 ]– 제국의 칠대 마탑 중 하나인 자색의 마탑에서 뛰어난 실력의 전투 마법사에게만 알려주었다는 정예 수련법.
파직!
세운의 주위로 자줏빛의 전류가 퍼져 나왔다.
다크 서클이 생긴 직후, 아쉬운 마음에 혹시라도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수련법을 사용할지는 이미 생각해 두었다.
자색의 마탑.
이것이라면 지금의 서클과 충분히 잘 어울릴 것이다.
비록 주변의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5 서클을 이룬 경지라면 주변의 환경과 무관하게 마나를 불러들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게다가…….
“허허, 뇌전의 기운이라니. 독특하구나. 미약하지만, 나도 거들도록 하겠네.”
파지직!
늪의 주인의 도움 아래, 방울 안에 미약한 전류가 생겨났다.
이는 자연스럽게 세운에게 흡수되었고, 그럴수록 흑탑의 속성이 빠져 비어 있는 세 번째 서클에 뇌전의 기운이 깃들었다.
이미 미약하게나마 토대가 쌓여 있지만, 세운은 멈추지 않고 방울을 뇌전을 모두 흡수하였다.
그 순간, 세 번째 서클이 선명한 자줏빛을 띠기 시작했고.
– 자탑의 수련법을 통해 세 번째 마나 서클(Mana circle)을 수정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자탑의 수련법이 가진 묘리에 따라 마법의 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집니다.
–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퍼플 마나 서클을 생성함으로써, 서클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앞으로 세 개.’
이제 흑탑을 제외한 칠대 마탑의 수련법 중 적탑과 백탑, 무색의 마탑의 수련법만이 남았다.
칠대 마탑의 수련법을 모두 익히면, 소문으로만 들었던 ‘레인보우 서클’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드래곤 하트를 사용할 수 있겠지.’
드래곤 하트를 통해, 초월의 경지라 불리는 9 서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오로지 신과 드래곤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라 알려진 9 서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