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4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53화(149/675)
제 153화
드래곤 하트.
직역하면 용의 심장이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용의 심장과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용이 마나를 모으는 기관.
사람으로 치면 심장 주위의 서클이자 내공이 모이는 단전이 물리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드래곤은 마법의 지배자라 불리는 종족인 만큼, 그 마력 기관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가 깃들어 있다.
마나의 상태 역시 그 어떤 마나석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순하고 또 깨끗하다.
그런 만큼 드래곤 하트는 탑에서도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웠고, 구한다고 해도 어지간한 수준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사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세운은 다르다.
[ 카탈락카스의 드래곤 하트 ]– 한때 세상을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는 마룡, 카탈락카스의 드래곤 하트.
회귀를 통해 가져온 마몬의 창고 안에는 보석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검은 드래곤 하트가 잠들어 있었다.
튜토리얼의 보상으로 존재했던 헤츨링급 드래곤 하트. 즉, 새끼 용에게서 빼낸 드래곤 하트와는 비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세운이 지금까지 이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드래곤 하트에 잠재된 힘 때문이었다.
‘지금의 내가 사용해 봤자, 자폭하는 꼴밖에 안 되니까.’
헤츨링급의 드래곤 하트라면 5 서클의 세운이라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마몬의 창고에 잠들어 있는 성체급 드래곤 하트는 다르다.
최소 7 서클의 마법사.
그것도 신체가 뒤따라주지 않으면, 몸이 드래곤 하트에 잠재된 거대한 마나를 견디지 못하고 폭사해 버릴 것이다.
게다가 창고의 드래곤 하트는 일반적인 드래곤도 아닌 무려 마룡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것이었다.
일반적인 드래곤보다 파멸적인 기운이 깃들어 있을 테니, 서클의 안정성을 최대한 끌어 올려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세운이 계획한 것이 바로 ‘레인보우 마나 서클’이었다.
탑에서도 전설처럼 떠돌아다니던 개념 중 하나.
일곱 속성을 하나로 섞어, 드래곤 하트와 견줄 만한 안정성과 잠재력이 깃든 서클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었다.
거기에 흑탑의 다크 서클까지 더해지면 아무리 마룡의 드래곤 하트라 하여도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8 서클에 다다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하지만, 이대로라면 언젠가 드래곤 하트를 사용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만족스러워 보이는구나.”
“덕분입니다.”
“허허, 나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라네. 모든 건 자네가 행한 일이지.”
세운의 주위를 둘러싼 방울이 흐물거리며 녹아내렸다.
방울이 모두 사라지니, 어쩐지 아주 미약하지만, 늪의 주인의 기운이 옅어진 게 느껴졌다.
“혹시 저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네. 힘이야 어차피 회복하면 그만이고, 늪지의 은인을 돕기 위해 사용한 힘이라 즐겁기 그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허허, 오랜만에 신선한 경험이었다네.”
“축하해요! 은인님!”
“고마워.”
정말 순수하게 우러나온 감사의 표현이었다.
솔직히, 이렇게나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분한 보상이었다.
세운은 그저 층을 올라가기 위해 시련을 공략하고 히든 퀘스트를 찾아낸 것일 뿐이니까.
‘계약이라…….’
가능하다면, 주인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세운은 곧 고개를 저었다.
일개 플레이어인 자신이 탑의 시스템에 개입하여 그를 도와줄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세운이 직접 성좌가 되어 정식으로 관리소에 항의를 넣는 방법뿐이었다.
‘기억해 두자.’
그러니, 세운은 눈앞의 두 존재를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겨두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자신을 위해 도움을 준 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도록 말이다.
“자네는 이제 다음 층으로 가야겠지?”
“네.”
“그래. 바쁠 테니 시간은 끌지 않겠네. 부디…… 자네는 고정된 운명에 묶이지 않기를 바라네.”
– 14층의 시련 ‘늪지의 주인’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숨겨진 시련을 공략하여 고정된 최댓값의 공적치가 적용됩니다.
– 총 누적 공적치 4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14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묶이지 않기를 바란다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슬픔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말이었다.
자세히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그가 세운에게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말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 숨겨진 갈림길을 공략하여 바로 다음 층의 시련과 연결됩니다.
이번 테마의 시련들이 그러했듯, 세운의 의사와 상관없이 다음 층의 시련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어떤 시련이 나오려나.’
14층의 시련인 늪지의 주인과 대면하는 것만 해도 세운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시련을 통해 얻은 기연도 어지간한 히든 피스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아직 하나의 시련이 더 남았다.
늪지의 주인마저 마주한 상황에서, 그다음의 시련이라니.
“그럼, 가 보겠습니다.”
“또……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안녕히 가세요! 은인님!”
세운의 시야가 급격히 어두워지며, 다음 시련으로 이동되기 시작했다.
* * *
‘진행 방식이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늪지대 테마에서 지금까지 이어진 시련들은 모두 같은 필드를 공유했다.
그러니 다음 층의 시련으로 넘어갈 때도, 실질적인 지형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아니었다.
노이즈가 낀 것처럼 시야가 혼잡해지더니, 전혀 새로운 풍경이 구현되고 있었다.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늪지는 어디로 가고, 대지 위로 초원처럼 크고 작은 풀이 수없이 자라났다.
목장처럼 울타리가 나타나고 그 위로 양이나 염소, 소 등 다양한 동물들이 생겨났다.
놈들은 진갈색으로 자라난 바닥의 풀을 뜯어 먹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목장의 가축들을 보는 듯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늪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을 듯한 환경.
테마 자체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만약 테마가 바뀌었다면 내 의사도 없이 필드가 넘어가진 않았을 텐데.’
늪지대의 테마에서 시련이 마음대로 넘어간 건 어디까지나 시련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테마가 바뀌게 되면 플레이어에게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도 이렇게 마음대로 시련이 넘어가지 않는다.
만약 테마가 바뀐다면 클랜의 거주지로 돌아가서 쉴 선택권이 주어졌을 것이다.
환경이 자세하게 구현될수록 세운은 더더욱 지금의 상황이 이해 가지 않았다.
‘그리고 뭔가 부자연스러워.’
죽어가는 듯한 진갈색 풀도, 그것을 뜯고 있는 가축들도, 황혼에 비춰 붉게 물든 구름도. 모든 것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누군가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공간 같은 느낌이다.
이 이상한 상황에 세운이 잔뜩 긴장하며 뒤랑달의 손잡이 위로 손을 올리고 있을 때쯤, 드디어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 ##층의 ##에 ##하신 것을 ##합니다.
– 주제 : #####
– 시간제한 : ###
– ### # ## #### ### #####.
– #### ### ######. ### #### #### ######.
노이즈로 잔뜩 일그러진 시스템 메시지.
회귀 전 92층의 시련에 도달한 세운이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것.
그 순간…….
“메에에에-”
“무오오오!”
풀을 뜯어 먹고 있던 가축들의 시선이 세운을 향했다.
단순히 쳐다보는 것뿐이었지만,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존재감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게 느껴졌다.
두두두두!
세운과 눈을 마주친 가축들이 급격하게 다리를 움직였다.
각자 머리에 달린 뿔을 앞으로 내밀며 돌진을 해 온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세운이 다급하게 검을 꺼내 들었다.
그러나 세운은 가축들을 베어낼 수 없었다.
퍼엉!!
지근 거리까지 다가온 가축들의 몸이 불룩 부풀어 오르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했기 때문이다.
가축들의 피와 뼈, 살점이 뒤엉키며 주변에 흩뿌려졌다.
살점이 내려앉은 대지에서 치이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살점에 닿은 풀이 검게 썩으며 녹아내리고 있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와이드 실드’가 더욱 견고해집니다.
세운의 주위를 둘러싼 방어막 역시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점차 희미해졌다.
반응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저 끔찍한 살점을 뒤집어쓸 뻔했다.
펑, 퍼어엉!
다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초원을 가득 채우고 있던 가축들이 연이어 울부짖으며 세운을 향해 달려왔다.
이에 세운은 어쩔 수 없이 마나를 불어넣으며 마법을 계속 유지했다.
그럴수록 주변에 가축의 살점이 더욱 많이 흩뿌려지며 사방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퍼져나갔다.
고약한 썩은 내가 코를 찌르고, 생각보다 강한 폭발의 위력에 마나가 빠르게 빠져나갔다.
– 성좌, ‘### ## ###’가 ###의 ##에 개입합니다.
– 성좌, ‘### ##’가 ##를 들어 올렸지만, ##를 ### 데 실패합니다.
– 성좌, ‘### ### #’이 #의 ###에 지금의 ##을 항의합니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노이즈가 잔뜩 낀 성좌들의 메시지가 보인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공간은 세운을 지켜보던 세 마신조차 개입할 수 없는 듯했다.
이런 상황이면 탑의 관리소에서 직접 개입할 법도 한데, 아무런 조치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세운에게는 튜닝이라는 전담관이 붙어 있지 않은가?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존재는 단 하나. ‘성좌’ 뿐이었다.
‘이런 일을 벌이려면 격을 모두 내려놓을 정도로 인과율을 소모해야 할 텐데.’
전에도 말했듯이, 성좌는 기본적으로 탑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 만약 그런 짓을 벌인다면, 탑에게 징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격이 떨어질 각오를 해야만 한다.
정신이 똑바로 박힌 성좌라면,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감히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다.
겨우 플레이어 한 명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신의 격을 모두 내걸고 탑에 개입한다는 것은 극도로 어리석은 일이었으니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세운은 이번 일을 벌인 성좌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판.”
혼란을 연주하는 산양.
올림포스의 망나니이자 공포와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분명 마지막 순간에 제우스의 손에 감옥에 던져졌다고 기억하는데, 대체 어떻게 감옥에서 빠져나와 탑에 개입한 것인지 모르겠다.
“크흐흐,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그래,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 순간을 위해, 차가운 감옥에서 뿔을 갈아 왔다!”
콰르릉!
주인을 환영하듯, 온갖 가축의 울음소리와 함께 목축의 신이 필드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