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5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62화(158/675)
제 162화
– 17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깨어난 얼음 거인
– 시간제한 : 10시간
– 집결지에 서 있던 얼어붙은 거인이 깨어났습니다.
–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아 깨어난 얼음 거인을 쓰러트리십시오.
첫 번째 테마인 봄은 인내를 시험한다.
두 번째 테마인 여름은 지혜를 시험한다.
세 번째 시련인 가을은 능력을 시험한다.
그리고 네 번째 시련인 겨울은, ‘협동심’을 시험한다.
“크아아아아악!”
얼음에서 깨어난 거인이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디아블로 클랜의 사람들이 빠르게 전투를 준비하였다.
17층의 시련이 시작되기 전, 유서아가 얼어붙은 거인에게서 생겨난 이변을 알아채고 미리 시련을 예측한 덕분이었다.
“모두 전투 준비하세요!”
얼음 거인.
시련 자체가 클랜 단위로 도전하게 만들어져 있는 만큼, 이 몬스터의 무력은 가히 엄청났다.
신체 능력은 10층의 시련에서 만났던 악어에 버금가고, 그런 주제에 특유의 얼음 마법까지 사용한다.
거기에 지능까지 높은 덕에 판단력이 뛰어나고, 거대한 얼음 기둥을 다루는 실력은 손톱이나 휘둘러대던 몬스터들과 비교가 안 되었다.
지금도 단순히 함성을 내질렀을 뿐인데 디아블로 클랜원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강대한 힘에서 나오는 공포.
그 공포는 순간적으로 피식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이대로 거인이 기둥을 휘두른다면,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부상자가 속출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 성흔이 얼음 거인의 공포를 집어삼키며 힘이 강화됩니다.
– 공포를 포식하며 혈랑의 이명이 강화됩니다.
하늘에서 붉은빛이 일렁이며,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유서아는 물론, 다른 사람들 역시 그 이유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세운 씨!”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새하얀 날개를 펼치며 다가오고 있는 남자.
바로, 세운이었다.
세운은 16층의 시련을 통과하기 위해 극도로 가속했던 속도를 유지한 채 비행하고 있었다.
날개에 모든 마법을 쏟아부은 터라 이미 서클 내부의 마나는 텅텅 비어 있었다.
그런 상황에도 세운은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바로 시험해 볼 수 있겠네.’
17층의 보스 몬스터, 얼음 거인.
수많은 플레이어를 학살하였다고 알려진 몬스터였지만, 세운에게는 그저 좋은 시험 대상으로 보일 뿐이었다.
‘검보다는 창이 좋겠지.’
서클이 텅텅 빌 정도로 날개에 마나를 불어넣은 덕에, 지금 세운의 속도는 유성과도 같았다.
그 힘을 그대로 쏟아부으려면 검보다 창을 사용하는 게 나았다.
세운이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을 꺼내 들어 가슴 앞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머리 앞으로 창을 내세운 게, 마치 스스로가 화살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 상태 그대로 세운은 천년 설삼과 빙백신공으로 쌓아두었던 음기의 내공을 최대한 끌어 올렸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북해빙궁에 존재하는 유일한 창술로써, 창끝에 북해의 냉기를 담아 휘두르는 모습이 용을 닮았다고 알려져 있다.
애초에 북해빙궁의 빙백신공으로 쌓은 내공이었으니, 기왕이면 사용하는 무공도 같은 종류의 것이 좋을 거라 생각하고 고른 무공이었다.
내공이 창대를 타고 흘러가자, 창끝에 냉기가 서리며 투명하고 날카로운 얼음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기왕 내공을 실험해 볼 거, 확실히 할 생각이다.
세운이 단전에 남아 있는 내공을 모조리 창대로 흘려보냈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삼 초식, 빙룡낙하(氷龍落下)가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음기가 더해지자 창끝만이 아니라 창대에서 시작해서 세운의 손을 타고 발끝까지 서리가 생겨났다.
스산한 한기가 흘러나옴에 따라 세운이 뒤로 하얀 궤적이 생겨났다.
까드드득!
냉기는 한기를 뿜어내는 걸로 만족하지 못하고 빙룡의 형상이 되어 세운의 주위를 둘러쌌다.
하얀 궤적을 남기며 추락하는 빙룡.
그야말로 빙룡낙하(氷龍落下)라는 무공 그 자체였다.
“크아아아악!”
설명은 길었지만, 빙룡이 발현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찰나와도 같았다.
얼음 거인은 아직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고, 기둥조차 집어 들지 않은 상태였다.
뒤늦게 세운의 존재를 발견한 얼음 거인이 기둥을 집어 들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보다 세운이 얼음 거인의 가슴을 꿰뚫는 게 먼저였다.
푸부북!
얼음 거인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가슴에 구멍이 뚫렸고, 포효를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듯이 가만히 상처를 내려보았다.
그러다 뒤늦게 고통을 느끼고 지혈을 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지만…….
쩌저적.
이미 상처 부위를 통해 거인의 전신으로 퍼져나간 냉기는 어깨부터 시작해 거인의 손끝까지 얼려가고 있었다.
죽음에 저항하려 함성을 힘껏 내질러 보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렇게 거인은 깨어나고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이전처럼 얼어붙은 모습이 되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로.
만약 다시 깨어난다고 해도, 그를 반겨주는 건 죽음뿐이리라.
“후우…….”
세운이 거인의 몸을 뚫고 나오자마자 내공을 갈무리하고 바닥에 가볍게 착지했다.
마나가 고갈 난 탓에 날개는 이미 사라진 상태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마나를 소모해야 했기에, 앞으로도 이카로스의 날개를 꺼내는 건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었다.
그것보다…….
‘기대 이상인데.’
4갑자의 내공을 쏟아부어 펼친 무공의 위력은 대단했다.
클랜 단위로 공략해야만 간신히 쓰러트릴 수 있다는 얼음 거인을 혼자서. 그것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즉사시켰으니 말이다.
다른 때처럼 마몬의 보구를 꺼내 들 필요도 없었다.
새삼 4갑자라는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4갑자라면 평범한 심법으로는 240년 동안 심공을 운용해야 하는 양이니까.’
물론, 실제로 4갑자의 내공을 쌓는 데 저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갑자의 개념이 생겨난 초창기와는 달리, 현재는 효율이 좋은 심공들이 생겨나며 내공을 쌓는 속도 역시 빨라졌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세운이 내공을 쌓는 속도는 극히 비현실적이었다.
20층도 오르지 않아 4갑자를 달성하다니.
탑의 그 어떤 플레이어도 이런 위업을 쌓지는 못했다.
– 17층의 시련 ‘깨어난 얼음 거인’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남은 시간 : 9시간 59분.
– 총 누적 공적치 2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17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1분도 되지 않아 17층의 시련이 끝났다.
너무나도 빠른 클리어 타임으로 인해 성적은 당연하게도 1등.
게다가, 다른 이의 도움 없어 오로지 혼자 이루어낸 업적이었기에 가산점이 많이 붙은 듯했다.
‘힘들어…….’
이곳까지 빠르게 날아오느라 마나를 모두 사용한 것은 물론, 방금의 일격으로 내공도 거의 바닥났다.
16층의 시련이 너무 급박했기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쌓인 덕에, 극심한 피로감이 한 번에 몰려왔다.
“세운 씨!”
창을 바닥에 박아넣고, 창대에 등을 기댔다.
뒤를 돌아보니 유서아를 선두로 디아블로 클랜이 세운이 있는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조금만 쉴까.’
만약 혼자였다면 아무리 시련이 끝났다고 해도 편히 쉬지 못했을 거다.
자신을 따라주는 동료. 디아블로 클랜이 있었기에, 마음을 기댈 수 있었다.
* * *
다음 시련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에 단전과 서클을 모두 채울 정도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휴식을 끝내자마자 세운이 가장 먼저 한 건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쉬는 동안 눈을 감고 있어 몰랐지만, 눈을 뜨자마자 베엘제붑이 보낸 메시지가 눈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얼음 거인’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폭식의 어금니가 와작와작 소리를 내며 얼음 거인을 갉아먹었다.
옆에서 백현이 아쉬워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
디아블로 클랜이 강해지는 것은 좋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운 본인의 성장이었으니까.
거인의 시체가 사라지자 고창석이 옆에 놓인 얼음 기둥을 관찰하더니 생각보다 좋은 소재라며 분해를 시작했다.
설산도 무너트릴 정도로 강력한 얼음 기둥이었지만, 고창석의 열정으로 인해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그 크레바스 아래로 내려갔다구요?”
“응.”
휴식을 마친 세운은 유서아에게 도착이 늦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클랜챗을 보니 그녀가 세운을 걱정했던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다들 개성 있는 방법으로 크레바스를 넘어간 모양이다.
유서아는 단순히 도약으로 크레바스를 뛰어넘었고, 강한철은 거대한 나무를 부러트려 크레바스 사이에 올렸다.
백현은 언데드로 다리를 만들었고, 쌍둥이 자매는 그 자리에서 직접 다리를 건축했다고 한다.
다들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채 놀랍도록 빠르게 성장 중인 게 느껴졌다.
“이번 저희 다 같이 움직이나 보네요.”
“그만큼 난이도가 높을 거야.”
그녀의 말대로 앞으로 남은 세 개의 시련은 모두 클랜원이 힘을 모아 진행하게 된다.
17층의 시련이었던 얼음 거인 역시 마찬가지.
세운이 일격에 물리쳐 버린 탓에 아무도 거인의 힘을 보지 못했지만, 놈은 레이드 사냥이라는 목적답게 매우 강력한 몬스터였다.
그래도 뭐, 지금의 디아블로 클랜이라면 세운 없이도 사상자 없이 잘 잡아냈을 것 같았지만 말이다.
짧은 대화 중, 유서아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더니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 시련은 계속 같이 가시는 건가요?”
그녀가 저런 질문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튜토리얼 때만 하더라도 세운은 항상 히든 피스를 찾으러 무리에서 벗어나 바깥을 돌아다녔으니까.
지금은 그때처럼 세운에게 많이 기대는 편이 아니지만, 그녀는 부클랜장으로서 클랜의 인원과 무력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아마, 그럴 거야. 특이사항만 없으면.”
세운이 기억하기로 다음 18층에는 별다른 히든 피스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너무 힘들고 어지러웠던 상황 탓에 여정의 지침표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회귀 전에 겪은 18층은 그만큼이나 혹독한 시련이었으니까.
세운의 대답과 함께 유서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쌍둥이 자매가 지어준 간이 이글루 덕분에 설원 한복판에서 따뜻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을 때쯤…….
쿠구구-
뒤쪽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몬스터의 울부짖음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더 무섭고 혹독한 굉음이었다.
‘벌써 눈보라가 다가가오나 보네.’
16층의 설원에서 겪었던 눈보라.
그것은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이곳까지 닥쳐온다.
마치, 플레이어들에게 얼른 다음 시련을 도전하라고 협박하는 것처럼 말이다.
어차피 이곳에서 애매하게 오래 쉴 생각은 없었기에, 세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서아 역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정비를 지시했다.
“가자.”
“네!”
다가오는 눈보라를 뒤로한 채, 디아블로 클랜이 다음 층의 시련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