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6화(16/675)
제 16화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다섯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고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십시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진 다섯 번째 웨이브.
이제 막 상처가 나았는데, 곧바로 이어진 전투 탓에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긴장감이 한껏 묻어나왔다.
바로 직전의 네 번째 웨이브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
유서아가 뭐라 외치지 않아도, 저마다 무기를 꽉 쥐고 몬스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꿰에에엑!”
늑대, 멧돼지, 원숭이. 그 순서에 맞게, 이번에는 진한 회색 털을 한 멧돼지들이 뛰쳐나왔다.
그레이 울프와 마찬가지로 녀석들도 브라운 보어에 비해 더 큰 덩치와 힘을 가지고 있었다.
“형님, 저 준비 끝났습니다! 바로 뛸까요?”
“아니, 이번에는 됐다.”
“넵?”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 세운이 뭐라 하지 않아도 제 발로 뛰쳐나가려던 박정필을 막아섰다.
지금까지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 숫자를 맞춰 주었지만, 세운의 생각이 맞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놈들이 돌진해 옵니다! 하나, 둘, 셋!”
“산개!”
지금까지의 전투 방식은 조잡한 방패로 전방을 막아서고 뒤에서 날카롭게 깎은 나무막대기를 내지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순서에 따라 멧돼지가 나올 것이라 예상한 유서아가 새로운 계획을 짠 것이다.
평소와 같은 캠프 중앙이 아닌 늑대 숲을 등지고 있다가 멧돼지가 달려오는 순간 재빠르게 뒤로 빠진다.
콰앙!
그러자 멧돼지들이 돌진을 멈추지 못하고 나무 기둥에 머리를 처박았다.
곧이어, 사람들의 공격이 이어진다. 나무에 박아 정신을 못 차리는 멧돼지들을 향해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는다.
장애물이 많은 숲에서는, 멧돼지를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게다가.
콰직!
쾅, 콰앙!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악어의 우둘투둘한 가죽을 쓰다듬으며 아래를 내다봅니다.
다른 누구보다 강한철의 활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두 번째 웨이브 때는 멧돼지가 달려들어도 일단은 부딪친 후에 힘 대결을 벌이던 그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멧돼지가 달려오는 힘을 이용해 어금니를 붙잡고 반대편으로 집어 던진다.
‘태극권을 응용한 건가.’
분명하다. 세운과의 대련에서 배운 것을 써 먹고 있었다.
그사이에 아가레스와 계약을 마친 것인지, 근력도 더욱 강해져 그레이 보어를 아이 다루듯이 가볍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이 정도면 내가 굳이 안 나서도 되겠지.’
투기를 불태우며 치열하게 전투 중인 사람들을 보며, 세운이 등을 돌렸다.
웨이브를 통해 공적치과 경험치를 쌓지 못하니, 그 대신 히든 피스를 찾아낼 생각이다. 사실, 이편이 웨이브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쌓을 수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형님, 어디 가십니까? 그럼 저도…….”
“필요 없어.”
“그게 무슨 섭섭한 말씀입니까! 저는 누가 뭐래도 형님의 든든한 오른팔 아니겠습니까! 어디든지 따라가겠습니다!”
“저 바위산을 올라갈 건데?”
“헤헤, 잘 다녀오십쇼! 전 형님이 없는 사이에 캠프를 지키고 있겠습니다!”
어지간히도 태세 전환이 빠른 녀석이다.
머쓱하게 뒤통수를 긁적이는 박정필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세 번째 웨이브 때, 원숭이들이 나왔던 바위산.
“우끽!”
당연하게도 초입부를 벗어났다고 생각되자마자 원숭이들이 세운의 주위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동료를 불러 모은 것인지, 녀석들의 수는 순식간에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수를 믿고 있는 것인지, 녀석들은 무기를 붕붕 휘두르며 자신감 있게 세운에게 다가온다.
물론, 그 결과는 지금까지의 다른 몬스터들과 똑같았다.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이 초식, 혈랑아(血狼牙)가 강화됩니다.
콰지직!
이번에 새롭게 배운 혈랑검법.
늑대를 상대하기 위해 배웠던 무공이지만, 내공이 깃든 혈랑검법은 적을 가리지 않았다.
원숭이들이 들고 있던 무기와 함께 갈가리 찢어지며 바위를 피로 적셨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바비큐 파티를 기대했는데 이걸로는 배가 안 찬다며 중얼거립니다.
“과도한 재촉은 금지라고 약속하지 않았나요?”
-성좌, ‘배고픈 왕자’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딴청을 피웁니다.
“그리고 이 산꼭대기에 멧돼지보다 더 맛있는 게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당신을 믿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립니다.
베엘제붑을 달래고 있으니 정말 어린 아이 하나를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아니, 어린아이보다는 굶주린 애완견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려나?
폭식의 권능을 이용해 원숭이들을 정리한 세운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이곳의 난점은 원숭이가 아니지.’
처음에는 바위산보다는 바위 언덕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초입부를 지나자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거의 직각이네.”
그야말로 깎아내린 듯한 절벽.
바위산이 아니라, 바위 절벽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
잡을 곳도 마땅치 않아 오랜 풍파로 갈라진 작은 틈새나 뭉툭하게 튀어나와 잡기도 어려워 보이는 돌출부가 전부였다.
이러한 지형 덕분에 세운이 회귀 전 ‘여정의 지침표’의 도움을 받아도 탐험하지 못했던 지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발라탄 절벽의 개코원숭이 ]– 사방이 바위로 이루어진 산과 절벽으로 가득한 발라탄 절벽에서 살아가는 최상위 포식자.
아무리 잡을 곳이 마땅치 않고, 경사가 극심하다고 해도 결국은 원숭이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그런 이상 이 힘을 사용한다면 인간이라고 오르지 못할 이유도 없다.
턱.
세운이 절벽의 틈새에 손가락을 넣었다. 틈의 크기가 어찌나 좁던지,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는 게 고작이다.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운은 반대쪽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오로지 두 손가락만으로 체중을 버티면서 말이다.
턱, 턱.
한 팔, 한 팔 내뻗을 때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잘 짚었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세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틈새가 부서져 나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세운은 어느새 아득히 멀어진 지상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켜야만 했다.
‘마몬의 보물이 아니면 이미 떨어졌겠지.’
이 작은 틈새만을 이용해 몸을 지탱할 수 있는 것도, 불어오는 바람에 버티며 절벽에 딱 붙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마몬의 보물이 부여해 준 힘 덕분이었다.
어디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바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절벽 한가운데에서 어떻게 휴식해야 하는지.
절벽 가에서 평생을 살아온 원숭이의 경험과 노하우가 세운의 몸에 깃들어 있었다.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런 곳에 먹을 게 어디 있냐며 의문을 표합니다.
확실히, 절벽을 오른 후 몬스터는커녕 바위산의 주인인 원숭이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보았지만, 바위산의 끝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슬슬 조급함이 차오르기 시작할 무렵. 마침내 단단한 회색 바위가 아닌, 새로운 광경이 세운의 눈에 들어왔다.
‘원숭이들이다.’
바위만이 가득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저 위는 정체 모를 나뭇가지들이 사방에 돋아나 있었다.
원숭이들은 그 나뭇가지 위에서 움직이거나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게다가, 절벽 사이로 원숭이 몸만 한 구멍이 파여 있는 게 세운의 눈에 들어왔다.
‘설마, 저놈들의 입구가 따로 있는 건가?’
충분히 합당한 의심이었다.
아무리 원숭이들이 능력이 좋다고 해도, 이 정도의 절벽은 쉽게 올라올 만한 곳이 아니었으니까.
안정성만이 아니라 편의성까지 고려한다면, 저 구멍이 아래 어딘가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뭐, 그렇다고 해도 구멍은 원숭이들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아 보였지만 말이다.
“우끽?”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는데, 가장 가까이 있던 원숭이 하나가 세운을 발견하고 말았다.
“끼이익!”
“우끽?”
“끽! 우끽!”
놀란 눈으로 주변에 침입자의 존재를 알리는 녀석.
아무런 걱정도 없이 태평하게 쉬다가, 세운을 발견하니 다들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다.
하긴, 이곳은 바닥도 잘 보이지 않는 절벽의 한복판. 이런 천혜의 요새에 적이 침입한다는 건 녀석들로서 상상도 하기 힘든 상황이겠지.
‘일단은 저기까지 올라간다!’
몸에 깃든 보물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라오긴 했지만, 절벽을 기어오르며 전투까지 감행하는 것은 세운으로서도 어려운 행동이다.
원숭이들이 나뭇가지를 타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원숭이의 힘이 깃든 세운 역시 저기까지만 올라가면 제약이 많이 풀릴 것이다.
“우끼익!”
더 이상 올라오는 것을 용납 못 한다는 듯이, 녀석들이 세운을 향해 돌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인지 굵직한 게 제법 위협적이었다.
녀석들의 돌이 세운에게 닿기 직전.
화륵!
세운의 머리 위로 새빨간 불덩이가 하나 만들어졌다.
마나 서클이 맹렬히 회전하며 화구의 크기가 점차 커졌고, 날아들던 돌덩이를 집어삼킨 채로, 거침없이 솟아오른다.
콰르륵!
“끼이익!”
녀석들이 절벽 위에서 갑자기 불덩이를 마주하게 되자 기겁하며 더욱 위로 도망간다.
그 틈에 세운은 단전에 잠들어 있는 내공을 일깨우며, 팔과 다리에 힘을 집중시켰다.
바위 틈새에 끼워 넣은 손가락이 붉게 달아오르고, 힘을 받은 틈새가 ‘드득’거리며 애처로운 신음을 흘려보낸다.
스프링을 압축하듯 느리고, 강하게 최대한 힘을 끌어모은 후, 더 이상 지지대가 힘을 견디지 못하겠다 싶은 순간.
타앗!
세운의 몸이 수직으로 날아올랐다.
다행히도 원숭이들은 파이어 볼의 화력을 피하고자 높은 곳으로 대피한 상태.
세운은 가장 가까운 나뭇가지를 잡기 위해 힘차게 손을 뻗었다.
그러나.
‘부족하다!’
바람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필이면 아래로 불어닥친 바람에 의해, 세운의 속도가 줄어들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추락하고 말리라.
그때, 세운은 차분하게 허리춤의 검을 꺼내 들었다. 평소의 장검이 아닌, 고창석이 만들어 준 ‘어금니 단검’을.
콱!
‘좋아!’
세운이 아무리 빨리 성장하고 있다 해도, 바위에 검을 쑤셔 박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 어금니 단검에는 찌르기에 한해 공격력과 절삭력을 높여주는 ‘저돌맹진’이라는 능력이 붙어 있었다.
내공을 끌어올려 단검을 내지르니, 충분히 힘을 실을 정도로 검이 박혀 들어갔다.
타앗!
그 힘을 이용해 다시 한번 도약한다.
침입자를 거부하는 듯한 바람이 세운을 거칠게 밀어내려 하였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까딱하면 진짜 위험할 뻔했네.’
생각보다 튼튼한 나뭇가지 위에 올라선 세운이 손목을 가볍게 털었다.
고개를 드니, 원숭이들이 입을 떡 벌린 채 세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원숭이보다도 더 원숭이 같은 모습에 놀란 것이리라.
간만에 양손의 자유를 얻은 세운은 가볍게 몸을 풀고 원숭이들을 향해 검을 꺼내 들었다.
“자, 어디 히든 피스를 찾아보실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절벽 아래로 원숭이들의 사체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