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6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70화(166/675)
제 170화
– 20층의 시련 ‘절망의 얼음 호수’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보스 몬스터 ‘절망의 호룡’ 사냥 완료.
– 보스 몬스터 ‘절망의 백모’ 사냥 완료.
– 동행자 전원 통과 추가 보너스.
…
– 총 누적 공적치 4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20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 세 번째 쉼터, 서리 요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쿵!
서리 요새의 문이 닫힌 후, 플레이어들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은 넋을 놓은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자네, 봤지?”
“그치?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허허…….”
바로, 세운이 요새에 들어오기 전에 날린 일격 때문이었다.
‘악룡의 보검, 흐로티’를 이용하여 날린 일격.
단순히 악의 파동을 뿜어내는 것만이 아니라 보검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악룡 파프티르의 브레스를 재현할 정도의 위력이었다.
문이 닫히느라 끝까지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시꺼먼 브레스가 얼음 호수를 자욱하게 뒤덮어 가고 있었다.
브레스에 닿은 몬스터들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녹아내리고 있었으니, 못해도 방금의 일격으로 수백…… 아니, 수천의 몬스터가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 비현실적인 모습을 직관한 병사들이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세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운은 차분하게 방금의 공격을 통해 봉인이 풀린 뒤랑달의 힘을 분석하고 있었다.
‘역시, 봉인이 풀리면서 보구의 힘을 더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게 됐어.’
탐욕의 권능.
그곳에서 불러낸 보구의 힘은 완벽하지 않았다.
같은 보구를 사용하더라도, 어떤 아이템으로 재현하느냐에 따라 발현되는 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범한 나뭇가지에 사용하면 힘을 발현하기도 전에 바스러지고, 일반적인 무기는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게 한계이며 그마저도 본래 지닌 힘의 절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나마 뒤랑달쯤 되니 보구의 힘을 어느 정도 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세운은 그 어느 때보다도 보구의 힘을 완벽하게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에 보인 메시지.’
–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이 ‘흐로티’에 잠든 악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흐로티’를 통해 악룡의 브레스가 재현됩니다.
보구에 잠든 기운을 터트리는 것 정도는 다른 무기로도 가능했다.
다만, 그건 무기의 힘을 발현한다기보다는 무기가 내부의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느낌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 공격은 달랐다.
보구의 힘이 ‘브레스’라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발현되었다.
제어만 잘한다면 보구의 힘을 제어하는 시간도 많이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봉인된 상태와 풀리고 난 상태의 위력은 세운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달라져 있었다.
프랜시스 하멜의 잔재에게 고마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 폭식의 권능으로 ‘절망의 얼음 호수’ 전체를 지정하였습니다.
– 폭식의 어금니가 몬스터를 덮쳐옵니다!
문이 닫힌 탓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금쯤 호수 위로 폭식의 어금니가 한창 떠 오르고 있을 것이다.
호수를 이동하며 죽인 몬스터를 포함해 마지막에 ‘흐로티’를 이용한 공격까지.
세운이 생각해도 죽인 몬스터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물론, 같은 종류의 몬스터를 많이 처치한다고 해도 능력치가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 내공과 마나가 대폭 흡수되고 있습니다.
그와는 달리 내공과 마나는 착실하게 쌓이는 중이었다.
최근 4갑자의 내공을 달성하고, 5서클에 이룬 뒤로 쌓이는 속도가 지지부진하던 내공과 마나가 빠르게 차올랐다.
차오르는 기운이 선명하게 체감될 정도였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식탁을 가득 채우는 먹잇감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내지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상다리가 부러지기 전에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입을 크게 벌리며 식사를 시작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 정도라면 하루는 끄떡없겠다며 당신에게 엄지를 치켜세웁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니 베엘제붑을 만족시켜 준다는 두 번째 목적은 충분한 것 같았다.
대충 현상 파악을 끝내고 앞을 내다보니 병사들이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긴, 여긴 다른 쉼터처럼 자유로운 분위기가 아니니까.’
서리 요새.
이름이나 외관처럼, 이곳은 평범한 마을 같은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요새. 호수의 몬스터를 막아내기 위해 군사적으로 지어진 방어 시설이었다.
상주하는 사람들 역시 전부 군인이었고, 분위기 역시 그만큼 엄격했다.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편의 시설에도 한계가 있으며, 상주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의 눈치도 보아야 했다.
“다음.”
병사들은 제법 깐깐하게 플레이어들의 정보를 파악해 나갔다.
사용하는 무기나 수준을 파악하고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나 공적치도 물어본다.
속이려면 속일 수도 있는 것들이었지만, 플레이어들 대부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여서 아무 생각 없이 진실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디아블로 클랜 역시 마찬가지.
얼른 쉬고 싶다는 생각에 병사들의 질문에 협조적으로 대답하였다.
시련을 통과한 사람의 수도 꽤 많았기에 줄이 생각 이상으로 천천히 줄어들었다.
“좋다. 통과.”
유서아까지 통과되고,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세운의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보여준 무력 때문일까?
세운이 앞으로 한발 나서자 병사들이 움찔거리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뭐 하자는 것인가 싶어 인상을 찌푸릴 때쯤, 뒤에서 새로운 병사 하나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추, 충성!”
“뭐야? 네가 여긴 왜 왔어?”
“지휘관께서 부르십니다!”
“나를? 최근에는 사고 친 기억 없는데. 아, 설마 양주 때문에 그런 거라면…….”
“아닙니다! 마지막에 성문을 통과한…… 아, 저 사람입니다!”
“뭐? 흑곰 누님께서 직접?”
주위를 둘러싼 병사들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세운에게 시선을 집중하였다.
* * *
‘3번째 쉼터의 지휘관이라.’
세운이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았지만, 지휘관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서리 요새의 총지휘관이라는 사람을 플레이어가 만날 일은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간혹 큰 공적을 세우거나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 대면할 수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실제로 마주해 본 적은 없었다.
그나마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
‘블랙 베어.’
이곳의 병사들에게 지휘관이 흑곰이라 불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실제로 지휘관의 앞에서 저렇게 부를 리는 없지만…….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스스로를 부관병이라 소개한 병사가 세운을 안내해 주었다.
철계단을 몇 개나 오르며 더 이상 계단이 보이지 않는 요새의 꼭대기 층에 오르고 나서야 지휘관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문이라고 하기에는 놀랍도록 거대한 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무언가의 털가죽으로 보이는 게 문을 뒤덮고 있었는데, 특유의 야성성이 돋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
“저기…….”
부관병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세운에게 말을 걸어왔다.
세운의 무용담을 전달받은 탓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식은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나름 지휘관의 부관병이라는 사람이 저런 상태라니.
어쩌면 지휘관이 생각보다 별거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군 예식은 알고 계십니까?”
회귀 전에도 3번째 쉼터에서 꽤 머물기는 했지만 병사들과 친해질 이유가 없었기에 예식을 신경 쓰진 않았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병사들의 예식을 배우는 것은 시간 낭비와 같았으니까.
세운이 고개를 젓자 부관병이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기본적인 예식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게 자세입니다. 허리는 절대 굽히지 마시고, 두 발은 모아주십시오. 발끝을 45도의 각도로 벌리고 오른팔을…….”
조금 전까지의 소심한 모습은 어디 가고, 부관병이 엄격하게 예식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열정적이었는데 세운도 군말 없이 그의 말을 따라주었다.
다행히 세운이 알고 있는 기존의 예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자세는 금방 익힐 수 있었다.
자세 교정이 끝나자 부관병이 문고리를 잡으며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저희 지휘관께서는 당당한 모습을 좋아하십니다. 그것만 기억하시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아마도.”
쿵!
문이 크기만큼이나 둔탁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지휘관실인 만큼 온방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복도보다 싸늘한 추위가 흘러나왔다.
‘지휘관실보다는 사냥꾼의 방이 더 어울려 보이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보인 것은 설원 트롤이나 윈터 재규어, 날개를 활짝 펼친 와이번 등 갖가지 동물과 몬스터의 박제였다.
그중에서는 세운이 얼음 호수를 지나며 사냥했던 수장룡과 비슷한 몬스터의 것도 있었는데 크기 때문인지 머리만 따로 박제되어 있었다.
방의 중앙에는 살아 있는 것처럼 현실적인 백곰의 박제가 큼지막한 넙다리뼈에 붙은 고기를 물어뜯고…….
“쿠오오?”
……아니, 살아 있는 백곰이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지휘관실에 백곰이라니?
설마 지휘관의 정체가 정말 곰이었던 건가, 하고 경악하기 직전.
부관병이 돌연 각도기처럼 몸을 좌로 90도 회전하더니 세운에게 알려주었던 것처럼 각 잡힌 경례를 펼쳐 보였다.
“충성! 부관병 데이든! 지휘관님을 뵙습니다!”
“훕, 후우……. 그렇게 딱딱하게…… 훕! 안 해도 된다니까. 후우…….”
세운도 예식을 지키기 위해 몸을 돌리자, 그제야 지휘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한철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덩치에 야성적으로 뻗쳐 있는 머리카락.
그녀는 벽에 박힌 사슴 머리 박제의 뿔을 잡고 등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구릿빛 피부의 근육이 마구 꿈틀거리고 있었다.
서늘한 기운의 방 안에서도 그녀의 주위만 열기가 후끈거리는 것 같았다.
“지시하신 대로 마지막으로 요새에 들어온 자를 데려왔습니다.”
툭.
“역시 우리 부관이야! 아직 10세트도 끝내지 않았는데, 빠르군!”
지휘관이 사슴뿔에서 손을 떼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설마 속옷 차림에 가까운 저 상태로 대화를 나누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옆에 걸어둔 망토를 펼쳐 등에 둘렀다.
자세히 보니 망토도 일반적인 천이 아닌 맹수의 가죽으로 보였다.
검은 망토가 둘리자 병사들이 그녀를 부를 때 사용한다는 ‘흑곰’이라는 말이 더욱 어울려 보였다.
“정세운입니다.”
세운의 경례에 부관병이 고개도 돌리지 못한 채 땀을 삐질 걸렸다. 세운이 미리 알려주었던 예법 대부분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운은 그의 주의사항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었다.
당당한 모습을 좋아한다는 지휘관.
그런 사람 앞에서 억지 예식을 차리는 것보다는, 최대한 솔직하게 나서는 게 더 좋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도 않는 ‘충성’이나 경례를 보여봤자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운은 예식보다는 최소한의 예절만을 지키며 당당하게 허리를 세웠다.
잠시 이어지는 침묵에 부관병이 경례를 내리지 못하고 침을 꿀꺽 삼키는데, 돌연 총지휘관의 팔이 세운을 덮쳐왔다.
그녀의 팔이 닿을 때까지 세운은 눈을 똑바로 뜬 채로 등을 조금도 굽히지 않았다.
턱.
“하하하하! 정말이지 마음에 드는군! 내 이름은 세리 버캐니어다. 너, 내 아래로 들어오지 않겠나?”
그녀의 두꺼운 팔이 세운의 어깨를 두르며 지휘관실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