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7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76화(172/675)
제176화
“오싹하군. 이게 위기감의 정체인가!”
“아마 극히 일부일 겁니다.”
아우터가 운석에 붙어서 이곳에 나타났을 때, 저 미약한 아우터가 전부일 리 없었다.
아마 본체는 더 깊은 곳. 절망의 얼음 속 중심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일단은 저것들을 해치워야만 했다.
‘그래도 저 정도라면 어떻게 상대할 만한데.’
아이스 골렘의 공략법 정도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몬스터 도감의 정보뿐만 아니라, 회귀 전에 실제로 상대한 경험까지 있었으니까.
본래 아우터가 생명체를 제대로 잠식하면 약점이고 뭐고 의미가 없어지지만, 저것들은 다르다.
잠식이 아니라 기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미량의 아우터가 씌어 있을 뿐이기에 충분히 정공법으로 상대할 수 있어 보였다.
“세리. 뒤에 놈을 상대로 시간 좀 끌어 줄 수 있겠습니까?”
“하하, 당연하다! 여차하면 내가 먼저 쓰러트려 주지!”
“단, 접촉하면 안 됩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어깨에서 꿈틀거리는 저 검은 액체 같은 것에 닿으면 정신이 잠식당할 수도 있습니다.”
“접촉하지 말고 상대하라니…… 하하, 상성 최악이군!”
극도로 낮은 온도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이곳에서 잠들어 있었기 때문일까.
아우터의 움직임은 회귀 전에 보았던 것들보다 극히 미약했다.
그 때문에 접촉한다고 바로 잠식당할 것 같지는 않았지만, 괜한 도박을 할 필요는 없었다.
세운은 아우터를 쓰러트려 본 적은 있어도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자를 구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괜히 지휘관이 아우터에게 잠식당하는 꼴을 보기는 싫었다.
최대한 빨리 눈앞의 골렘부터 무찌르고 그녀를 지원할 생각이다.
“그어-어어어-”
아이스 골렘의 낮은 중저음이 다시 한번 통로를 울릴 때, 세운은 지휘관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곤 발을 움직였다.
골렘은 높은 공격력과 방어력을 가지고 있지만, 지능이 없고 반응이 느리다.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해야만 한다.
타앗!
세운은 평상시처럼 정면 공격을 하지 않고 골렘의 뒤로 빠르게 달렸다.
골렘이라 하여도 시야는 머리 부근을 통해 정면만 확인할 수 있고, 골렘에 따라 다르지만 목 관절의 가동범위도 좁은 편이다.
지속해서 뒤를 잡아주면 골렘 입장에서는 반응하기가 어려워진다.
속도 위주의 전사가 골렘을 상대할 때 위치하는 가장 기본적인 포지션이다.
하지만, 녀석의 반응은 세운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콰앙!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는데도 다리까지 축 내려오는 기다란 팔을 휘둘러 오는 녀석.
팔이 워낙 거대했기에 묵직한 파공음이 들려와 피할 수는 있었지만, 이 타이밍에 공격받을 줄은 몰랐던 세운이 당황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우터 때문인가.’
골렘의 어깨에 있는 끈적거리는 액체가 천천히 몸을 돌리는 세운을 가리키고 있었다.
탑을 멸망까지 밀어붙였다지만, 플레이어들이 아우터에 대해 알아낸 정보는 거의 없었다.
아무래도 저 아우터가 감각 기관을 대신하거나 감각을 증폭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듯했다.
세운이 골렘의 뒤를 잡는 걸 포기하고 뒤랑달을 꺼내 들었다.
본래는 둔기를 사용하는 게 더 좋지만.
솔직히 어지간한 둔기라도 놈의 외격을 부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차라리 검으로 관절 사이의 빈틈을 공격하는 게 나아 보였다.
후웅!
상체를 숙여 위로 날아오는 주먹을 피한 세운이 팔꿈치 관절을 향해 검을 날렸다.
그런데 타격감이 조금 이상했다.
검이 박히는 느낌이나, 공격이 실패하더라도 검이 튕기는 느낌이 나는 게 정상인데, 단단한 고무에 검을 박아넣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관절이 늪처럼 검을 빨아들이는 기분에 곧바로 검을 빼낸 세운이 골렘의 관절을 관찰해 보았다.
‘또 아우터인가.’
얼음으로 된 관절 사이에 검은 액체가 끈적하게 흐르고 있었다.
감각을 강화하는 데 이어 약점을 보호하기까지 하다니.
회귀 전에 보았던 것에 비하면 형편없이 작은 아우터일 뿐인데도 저 정도다.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생명체가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 새삼 또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렇다면.’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프로즌 웨이브’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쩌저저적!
세운의 서클이 팽팽하게 회전하며 얼음의 파도를 일으켰다.
안 그래도 사방이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고, 한기가 가득한 지형이었기에 마법의 위력은 굉장했다.
그래도 명색이 아이스 골렘이라고 같은 얼음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듯이 발버둥 쳤지만…….
– 내공을 통해 빙백신장의 제이 초식, 빙장(氷場)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까드드득!
세운이 단전에서 음공을 뽑아내며 바닥을 내려치는 순간 골렘의 다리가 멈추었다.
얼음의 파도에 빙장까지 더해지며 순식간에 골렘의 다리를 붙잡은 것이다.
마법과 무공의 조합.
그 위력은 단순히 두 배 수준이 아니라 시너지를 이루어 기존보다 몇 배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그어-어어어!”
다리를 묶인 골렘이 입을 벌리며 아우터 특유의 공허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 포효는 상대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깊은 울림이었지만.
– 성흔이 공허의 포효를 집어삼키며 힘이 강화됩니다.
– 공포를 포식하며 혈랑의 이명이 강화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세운에게 먹이를 주는 꼴이었다.
세운은 그 포효를 가뿐히 무시하고 다시금 녀석에게로 달렸다.
녀석이 얼음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팔로 바닥을 연신 내려쳤지만, 마법과 무공이 결합 된 얼음은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특히 흑탑의 묘리가 깃들어 검게 물든 얼음은 아우터가 깃든 아이스 골렘의 신체 그 자체처럼 단단했다.
그사이, 세운이 광란의 권능을 발현시키며 뒤랑달을 바로잡았다.
그러고는.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콰악!
“그어어어-!”
아이스 골렘의 가슴에 난 미세한 실금을 향해 내질렀다.
골렘의 최대 약점, 몸 깊숙이 존재하는 동력원인 ‘핵’.
아이스 골램은 그 이음새도 얼음으로 굳어 있어 특히 공격하기 까다롭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른 부위보다는 약하다.
꾸물거리는 검은 액체가 순식간에 흘러와 뒤랑달을 붙잡았지만, 이미 검날의 절반이 이음새에 박힌 후였다.
그 순간, 또다시 세운의 서클이 팽팽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버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아이스 골렘의 가슴팍에 박혀 들어간 뒤랑달의 끝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생명체의 몸 안에서 마법을 발현하는 건 숙련된 마법사도 고개를 내저을 정도로 까다로운 행위였다.
몸 안에 흐르는 복잡한 마나의 흐름이 마법의 발현을 방해하고, 자칫 마나 역류를 일으킬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골렘은 달랐다.
기본적으로 무생물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매개체만 있으면 몸 안에서 마법을 발현시켜도 그것을 방해할 요소가 없었다.
핵에 가까운 만큼 작은 간섭은 있었지만, 파이어 버스트처럼 수식이 간단하고 발현이 짧은 마법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버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버스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골렘의 가슴속에서 일어난 폭발을 확인한 세운이 연신 파이어 버스트를 일으켰다.
이음새를 지키던 검은 액체가 터지고 재생하기를 반복하지만, 폭발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폭발이 반복될수록 이음새가 크게 벌어지고 주변의 외각이 쩌억하고 갈라졌다.
아우터가 끈질기게 엉겨 붙었지만, 끝내 외각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그 안으로 유리처럼 투명한 핵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순한 마나를 가득 머금은, 골렘의 심장이자 뇌라고 할 수 있는 부위.
검은 액체가 다급하게 핵을 끌어안았다.
그것을 향해, 세운이 손을 뻗었다.
폭발의 여파로 주위에 퍼진 열기와 연기가 손바닥 앞으로 몰려들었다.
붉은 구체가 세운이 주는 마나를 짐어삼켜 덩치를 키우고, 응축하기를 반복했다.
검은 액체가 위험을 느끼며 막을 넓게 펼치는 순간.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녹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 자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다섯 마탑의 묘리가 깃든 불꽃이 핵을 향해 쏘아졌다.
콰르르릉!!
정말 대포가 쏘아진 듯이 지축이 흔들리는 폭음이 일어났다.
18층의 시련에서 하늘을 향해 쏘았던 파이어 캐논과 비슷한 위력이지만, 지금은 그때처럼 탁 트인 공간이 아닌 얼음으로 막힌 통로.
폭음이 벽에 부딪히며 증폭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지휘관이 인상을 찌푸리고, 그녀가 상대하던 아이스 골렘 역시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스으으-
폭음이 가라앉고, 연기가 흩어지고 나서야 시야가 확보되었다.
핵을, 숙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쳤던 검은 액체가 딱딱하게 굳은 채 바스러졌다.
그 뒤로 핵이 훤하게 노출된 골렘의 핵.
세운은 망설임 없이 검을 높게 치켜들어 아래로 힘껏 내리꽂았다.
외곽의 검은 얼음은 뒤랑달을 튕겨낼 정도로 강했지만, 핵의 강도는 형편없었다.
세운의 검이 닿자마자 너무나도 쉽게 두 동강 났으니 말이다.
그와 동시에 저항하던 아이스 골렘의 움직임이 멈췄다.
버둥거리는 움직임이 멈추는 것을 느끼며, 아이스 골렘의 정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꾸물럭!
파이어 캐논에 직격당해 바스러지던 검은 액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래 아우터란 자신의 형체를 유지하기 힘들어 숙주가 죽으면 그와 함께 죽는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액체가 향하는 곳은 뒤편에서 지휘관이 상대하고 있는 또 하나의 아이스 골렘.
숙주를 옮기려는 것을 확인한 세운이 다급하게 녀석을 뒤따랐다.
‘숙주를 죽였는데 어째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아우터가 죽는 데 숙주가 죽는 것 말고 다른 법칙이 존재하는 것일까?
애초에 회귀 전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세운이라도 아우터를 쓰러트릴 수 있는 정보는 극히 드물었기에 확실한 정보는 거의 없었다.
푹!
다급하게 액체를 찔러 보았지만, 세운도 알고 있었다. 이런 물리 공격으로 아우터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남은 공격은 마법뿐인데, 아까도 확인했듯이 불태우는 것으로는 아우터를 사냥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얼리는 것은?
완벽한 해결법은 아니라지만, 주변의 얼음을 보아하니 얼리는 것으로 놈을 봉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운이 아우터를 처치하기 위해 다급하게 머리를 굴리는 순간,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손등의 성흔이 검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광란의 권능을 사용할 때보다 더욱 크게.
어쩐지, 평소보다 검은빛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와 함께.
치이이익!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내려보니 검에 맞닿은 검은 액체가 타들어 가고 있었다.
괴로운 듯, 꿈틀대는 녀석의 신체가 뒤랑달을 검게 물들이며, 그 기운이 성흔까지 이어졌다.
곧이어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사용 조건을 충족하여 세 번째 능력의 봉인이 일부 풀립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이 깨어납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성흔의 세 번째 능력.
그것이 발동하고 있던 것이다.
스카베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아우터의 힘이 담긴 것으로 보이던 동상을 파괴하고 흡수하며 얻은 힘.
그런 만큼 혹시나 아우터를 상대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고 있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눈을 크게 뜹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이에 묻은 이물질이 사라져 가는 모습에 환호합니다.
숙주를 죽이는 것 외에는 죽이는 게 불가능하다던 아우터. 그 형체가 세운의 힘에 의해 사라지고 있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아우터에 비하면 극히 미량의 형체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손등이 타들어 갈 것처럼 뜨거워졌다.
아직 세운의 성흔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우터를 처치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신성을 키워 성흔의 권능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아우터를 상대하는 것은 물론 아우터에 잠식당한 이들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치이익-
다행히도 성흔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과열되기 전에 아우터의 형체가 깨끗하게 소멸되었다.
남은 골렘은 하나.
접촉이 불가능한 적을 상대로 힘겹게 전투를 이어가는 지휘관을 지원하기 위해 세운이 다시 한번 검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