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8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86화(182/675)
제 186화
설룡에게는 미안하지만, 둥지를 거의 부수다시피 하여 아공간 주머니를 만년빙과 만년설로 가득 채웠다.
미안한 마음으로 얼음 마법을 통해 비어 버린 벽에 임시로 얼음을 채워 넣었지만, 만년빙 같은 아름다운 자태는 드러나지 않았다.
어차피 설룡에게 이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았고, 허락도 맡았으니…….
세운과 유서아는 곧바로 구멍 위로 올라와 서리 요새를 향해 돌아갔다.
“올 때 비하면 산책 수준이네요.”
“그러게.”
폭설이 완전히 그치고, 살을 에는 추위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아직 폭설과 눈사태의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그 정도야 보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유서아의 말처럼 둘은 산책을 하듯이 가볍게 설산을 내려갔다.
몬스터도 등장하지 않았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서리 요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요새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입구에 모여 있는 병사들이었다.
“환영한다! 제군!”
“오오, 돌아왔다!”
“진짜 설룡을 무찌른 겁니까? 우오오!”
“처음 입구에서 봤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 진짜 용을 무찌르고 돌아올 줄이야!”
주위를 살펴보니 몬스터의 시체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병사들은 물론 디아블로 클랜까지 도운 모양.
둘을 환영하려고 일부러 입구 부근의 몬스터를 깡그리 정리해 둔 모양이었다.
“저희가 온다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하하하! 내가 서리 요새에 임명되고 처음으로 저토록 푸른 하늘을 보았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지휘관의 말대로, 설원 필드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창했다.
당장 머리 위만 그런 게 아니라, 사방의 하늘이 전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다.
온 세상의 눈과 얼음이 따사로운 햇볕에 비춰 반짝거리는 모습이란, 정말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안에서는 이미 파티를 준비 중이다! 배부터 든든하게 채우고, 용을 상대한 무용담을 듣기로 하지!”
그날, 서리 요새는 처음으로 모든 플레이어를 불러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지휘관이 가장 맛있을 때 먹으려고 숙성시켜 두었던 고기들을 꺼내 온 덕에, 서리 요새 가득 고기 냄새가 퍼져나갔다.
* * *
“그렇군. 설룡도 그것들에게 잠식당하는 중이었던 건가.”
파티가 끝나고 난 다음 날, 세운과 유서아는 따로 지휘관실에 찾아가 의뢰 내용을 보고하였다.
파티 중에는 모두가 둘을 ‘드래곤 슬레이어’라며 열광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모두 해명하기도 어렵고 괜히 분위기를 깨는 것 같아 인제 와서야 제대로 된 설명을 할 수 있었다.
“드래곤까지 설득하다니. 과연, 대단하군! 역시 내가 인정한 제군이다! 하하하!”
지휘관이 방이 떠나가도록 웃었다.
쿵이가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녀가 웃으니 금방 기운을 찾고 방방 뛰었다.
그녀에게 보고를 마친 것으로, 기다리고 있던 메시지가 떠 올랐다.
– 서리 요새의 S급 의뢰, ‘설룡의 포효’를 완료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 주선자에게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보상이라 할 수 있는 공적치는 무려 백만.
어지간한 시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도 보통 20만의 공적치를 얻는 것을 생각하면, 그 다섯 배에 가까운 공적치였다.
놀란 것은 세운만이 아니었는지 옆에서 유서아가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의뢰의 보상은 공적치가 끝이 아니었다.
주선자. 즉, 지휘관에게 얻을 수 있는 추가 보상.
세운이 먼저 물어보기도 전에 그녀가 이에 관한 얘기를 먼저 언급하였다.
“자! 이제 보상을 해야겠지! 제군, 따라와라!”
철컥!
지휘관이 문이 부서지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호탕하게 열어젖힌 후, 계단을 따라 아래로 걸었다.
‘여긴 그 공동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서리 요새의 지하.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출입 금지 구역이지만, 세운은 절망의 얼음 호수 아래를 확인하기 위해 출입한 적이 있는 곳이었다.
유서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계단뿐인 공간이 지그재그로 이어졌고, 걸을 때마다 철로 된 계단이 텅텅 울려댔다.
아래에서 아무런 소음도, 기척도 거의 안 느껴지는 걸 보니 최소한의 감시병을 제외하고는 전부 이탈한 듯했다.
세운 덕분에 수년간 이어지던 빙쇄 작업이 끝났으니 말이다.
“이곳이다!”
철컹!
위이잉-
그렇게 계단의 중앙.
지휘관이 벽의 한 지점을 꾹 누르자,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벽면이 움직였다.
다리처럼 아래로 내려온 벽면이 계단과 이어지며 길을 만들었다.
떨어진 벽면 안으로는 옥상으로 들어갈 때 보았던 바퀴형 손잡이가 보였다.
옥상 출입문과 다른 점이라면, 그 거대한 크기.
딱히 열쇠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는데, 솔직히 서리 요새에 지휘관을 제외하고 저 바퀴를 돌리고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제군, 직접 열어보겠나?”
“그러죠.”
세운이 바퀴 앞에 자리 잡았다.
바퀴는 애초에 여러 명이 힘을 합쳐야 열 수 있도록 크기도 크고 잡을 곳도 많았다.
게다가 안 그래도 추운 설원의 특성과 서리 요새 안에서도 가장 추운 지하라는 특성이 맞물려 바퀴는 차갑게 얼어 있었다.
그 위에 손을 얹자마자 느껴지는 시린 한기.
그리고 곧바로, 세운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끼기긱-!
마몬의 보물을 사용한 게 아니다. 내공을 운용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순수한 힘.
폭식의 권능 덕분에 근력 수치가 무려 250에 달하는 세운이었기에 이 정도는 일도 아니었다.
힘을 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퀴에서 얼음 가루가 으스스 흘러나오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퀴는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자 가속도가 붙은 듯이 빠르게 돌아갔다.
약간의 내공을 운용하자 바퀴가 빙그르르 회전하며 전부 다 돌아간 듯, 철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과연, 제군이다! 나와 붙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새 더욱 강력해진 것만 같군!”
잠금이 풀리고 바퀴를 잡아당기자 두꺼운 철문이 서서히 열렸다.
창고 안에 갇혀 있던 한기가 흘러나왔다.
온도만 느껴보자면 음식을 보관하는 냉동 창고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보인 것은.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관심을 보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크게 벌린 입으로 침을 줄줄 흘립니다.
생각지도 못한 갖가지 물건이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지휘관이 사냥해 온 것으로 보이는 몬스터들.
잘 도축된 상태로 꽁꽁 얼어 있었는데 그 수가 한둘이 아님은 물론이고 쉽게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몬스터도 가득했다.
파티 때마다 어디서 그렇게 고기를 가져오는가 싶었는데, 이곳이었던 모양이다.
그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갖가지 장비들.
검과 창 같은 기본적인 무기는 물론 사슬낫 같은 희귀한 무기도 보이고, 방어구 역시 다양했다.
정리 상태가 엉망이긴 하지만, 대충 보아도 물품들의 수준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떤가! 설원에서만 나는 소재들로 만들어 낸 장비와 제국에서 지원해 준 장비들을 모두 모아두었다!”
“우와…….”
“아, 만약 고기가 먹고 싶은 거라면 얼마든지 말하도록! 보상과는 별개로, 언제든지 배가 터질 정도로 먹여주겠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저 많은 먹이를 눈앞에 두고도 먹지를 못한다며 한탄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까마귀에게 이전에 지상에 흔적을 남긴 노하우를 묻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그 말을 무시한 채 주위의 보물을 둘러봅니다.
고기가 맛있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S급 의뢰라고는 해도 받을 수 있는 보상에는 한계가 있는 법.
이곳의 장비 중에는 세운이 모르고 있는 것들도 많았기에 특히 신경 써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리가 안 돼 있으니 보기가 힘드네.’
F급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A급 아이템까지. 등급과 종류에 상관없이 온갖 아이템이 무분별하게 흩어져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모두 서리 요새의 특색에 맞게 얼음 속성을 띠고 있다는 점.
아이템을 보는 눈이 없으면 제대로 된 보상을 고르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여기 있는 것들도 쓸 만하지만 제군에게 줄 보상은 따로 있지. 따라오도록!”
어쩐지, 주위의 아이템들이 기껏해야 A급이다 싶더라니. S급 의뢰를 해결했는데 겨우 이런 보상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개수를 늘린다고 해 봤자, 그것만으로는 S급 의뢰의 위엄이 안 사니까.
그렇게 안으로 조금 걸으니 굳게 닫힌 철문이 나왔다.
입구를 막고 있던 문보다 더 크고 두꺼워 보이는 문.
서리가 잔뜩 끼어 문 자체가 봉인된 것처럼 보였다.
자물쇠 하나 없었지만, 저 서리를 깨고 문을 여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흠, 오래 닫아 놓았더니 상태가 말이 아니군. 제군, 같이 열도록 하지!”
“네.”
지휘관이 왼쪽, 세운이 오른쪽 문을 짚었다.
그드득!
체중을 실어 힘을 주었다.
서리 가루가 으스스 흘러내렸지만 그럼에도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자하신공을 운용하여 열기로 서리를 녹일까 싶었지만, 다른 방법이 떠올랐다.
‘슬슬 사용할 때가 됐지.’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블랙 오우거의 힘줄 ]– 마기가 흘러내리는 오염 지역에 서식하는, 오우거 중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지녔다는 블랙 오우거의 힘줄.
세운은 튜토리얼 중에 ‘하이 오크의 힘줄’을 사용하여 신체를 강화한 적이 있었다.
능력치 그 자체가 늘어나는 건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힘을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은 이유?
그건 드래곤 하트를 아직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F급 무기가 마몬의 보구에 담긴 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것처럼, 세운의 몸도 너무 강한 힘이 깃들면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게 되니까.
자세한 기준을 알지 못하니 도박을 하기 싫어 지금까지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번 S급 의뢰의 여정을 거치며 세운의 체력은 200을 넘겼다.
이 정도 신체라면 오우거의 힘줄쯤이야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드득!
세운의 근육이 팽팽하게 불거졌다.
힘줄이 강화되자, 근육이 지닌 최고의 힘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당겨진 힘줄은 곧 세운의 힘 그 자체가 되었고, 안 그래도 강력했던 세운의 힘이 폭발적으로 강해졌다.
빠지직!
문의 이음새를 감싸고 있던 서리가 깨져 나갔다.
힘을 실으려고 뒷발을 앞으로 내밀며, 다시 한번 팔에 힘을 주어 문을 밀어붙이는 순간.
콰앙!!
서리가 완전히 산산이 조각나며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그 안으로.
“하하하! 이게 바로 서리 요새 최고의 보물들이다.! 제군, 잘 골라보도록!”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눈을 빛냅니다.
등급, 분류 상관없이 엉망으로 퍼질러 있던 이전과는 달리 깔끔하게 분류된 순백의 무구들이 셋을 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