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8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87화(183/675)
제 187화
문이 열리자마자 세운이 크게 감탄했다.
얼음처럼 투명한 날을 가진 검이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갑옷, 세운조차도 처음 보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장화까지.
그것들의 뒤로는 희귀한 몬스터의 소재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 차가운 창고에서 아무에게도 사용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그동안 우리 요새도 놀고 있던 건 아니다. 다양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재해를 해결하며 요새를 지켜왔다.”
지휘관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두꺼운 송곳니 하나를 집어 들었다.
차가운 창고에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그 자체로 한기를 띄고 있는 송곳니.
척 봐도 범상치 않은 몬스터의 것이 분명했다.
“최근에는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는 희귀한 몬스터가 많았다. 이 녀석도 잡느라 제법 고생했었지!”
“그럼 이 장비들은…….”
“이곳에서 구한 마나석이나 희귀 소재 들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연구로 보나 방어적 측면에서 보나 중요한 곳인 만큼, 제국에서 많은 지원을 해 주었지.”
“그런 것들을 주셔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실험용으로 만들어진 것도 많고 제대로 사용하기 힘든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무기 사용은 선호하지 않으니, 걱정 안 해도 된다! 하하하!”
세운이 가장 먼저 보이는 대검을 집어 들었다.
블랙 오우거의 힘줄까지 동화시키며 근력 하나는 자신 있었는데, 한 손으로 들기엔 영 뻐근한 느낌이었다.
‘이래서 그런 건가.’
세운이 한 손으로 들고 사용하기 힘들 정도라면, 일반적인 병사들이 사용하는 건 불가능한 수준이다. 아니, 사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들어 올리는 것부터가 불가능하겠지.
지휘관이라 할지라도 두 손으로 휘둘러야 겨우 사용할 수준일 것이다.
대신, 아이템에 붙은 능력은 놀라웠다.
A+급에 무겁다는 단점까지 커버시켜 줄 엄청난 공격력을 가진 무기인데도 방어력 기능까지 달려 있었다.
휘두를 때마다 서리가 흩뿌려지며 광역 공격까지 가능하다고 적혀 있으니, 근력 수치가 높은 방어형 검사라면 충분히 탐낼 법한 무기였다.
‘그래도 검은 필요 없지.’
이곳에서 아무리 좋은 검이라고 해도 뒤랑달의 성능을 따라가진 못한다.
세운에게 필요한 무기의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구력이었으니까.
마몬의 보구가 가진 힘을 버틸 수 있는 내구력.
그게 없으면,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사용하기가 애매하다.
“전 이걸로 하겠어요!”
“오, 딱 어울리는 무기로군! 트윈 헤드 라이노의 양쪽 뿔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건데, 학자들이 서로 다른 마법을 새겨 뒀다더군.”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자신이 보아도 잘 어울린다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유서아가 선택한 것은 순백의 검신을 가진 쌍검이었다.
양쪽에 다른 룬어와 마법진이 새겨 있었는데, 세운으로서도 어떤 능력인지 단숨에 알아보기 힘들었다.
탑에는 수많은 층과 그에 따른 수많은 마법이 존재하기에, 세운이 회귀했다 하더라고 모든 마법에 대해 알지는 못하기 때문이었다.
너무 섣부른 선택이 아닌가 싶었지만, 주위를 둘러본 세운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저 쌍검보다 유서아에게 어울리는 장비는 없었다.
자신의 주무기인만큼, 빠르게 자신의 장비를 알아본 것이다.
“세운 씨는 뭐로 결정하실 건가요?”
“음…….”
S급 의뢰의 보상을 대충 고를 생각은 없었다.
유서아야 주무기가 명확했으니 빨리 선택할 수 있었지만, 세운은 모든 무기를 활용하는 올 라운더(All rounder)에 가까웠으니까.
일단 검과 창은 제외.
세운의 전투 스타일 자체가 방어보다는 회피에 맞춰 있었기에 방어구도 제외였다.
남은 건 역시.
‘활이겠지.’
마몬의 보구 중에서 검과 창 다음으로 많이 존재하는 종류가 바로 활과 화살이었다.
당장 그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내구도가 뛰어난 활이 필요했다.
아무리 좋은 성능을 지녀도 내구도가 부족하면 다른 종류의 무기를 찾아봐야겠지만 말이다.
“활을 찾는가 보군! 활이라면 종류가 많은 편이다. 여기 보이는 다섯 개의 활 모두 좋은 성능을 지니고 있지.”
각각의 개성이 돋보이는 활들이 세운을 반겨주었다.
첫 번째 활.
눈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의 활이었는데, 활대의 탄력이 어마어마했다.
탄력이 높다는 말은 충격을 버티는 힘도 강하다는 뜻이었기에 가볍게 줄을 당겨보았지만…….
‘이건 안 되겠네.’
활시위를 당기자마자 깨달았다.
탄력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 한계점이 너무나도 명확했다.
마몬의 보구가 깃들면 탄력이고 뭐고 힘을 버티지 못하고 으스러질 것만 같았다.
“이건 내가 추천하는 활이다! 제군의 힘이라면 충분히 사용할 만하지!”
두 번째 활은 세운의 키만 한 크기의 장궁이었다.
첫 번째 활과는 정반대로 활대가 팽팽하여 어지간한 힘으로는 활시위를 당기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물론, 세운의 근력이라면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겠지만…….
‘이것도 조금 애매한데.’
장궁은 크기가 큰 만큼 사용하는 데 많은 제약이 따른다.
세운이야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기에 가지고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겠지만, 전투 때에도 장궁을 꺼내는 순간 이동성이 확 줄어 버리고 말 것이다.
아쉬워하는 지휘관을 뒤로하고 다음 활.
탄력을 이용하여 화살을 쏘아내는 활의 기본 개념을 무시하고, 탄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얼음만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활이었다.
학자들이 실험용으로 만들었다고는 해도, 활의 기본 개념조차 모르다니.
바로 다음 활로 넘어가려다가, 일단 성능이라도 확인하기 위해 정보를 확인하던 세운의 눈이 크게 떠졌다.
[ 불사궁(不死弓) ]분류 : 활
등급 : S-
설명 : 최북부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존재하던 태초의 빙설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활로써, 활로서의 형태를 각인시켜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
능력 : 1. 불사(不死) – 파괴되지 않는다. 내구도 소모 시 자동 재생한다.
2. 영빙(永遠) – 불사궁을 이용한 모든 공격에 녹지 않는 얼음의 속성을 부여한다.
3. 빙시(氷矢) – 활을 당기면 자동으로 얼음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만들어진다.
4. 동결(凍結) – 빙시를 이용하여 공격 시 해당 부위가 급격하게 동결되어 움직임을 방해한다.
불사궁.
생명체가 아닌 활이라는 무기에 불사(不死)라는 이름이 붙은 게 참으로 아이러니한 무기였다.
능력을 보아도 S-급 치고는 특별히 엄청나게 강해 보이지 않았다.
불사나 빙시, 둘 다 재생이라는 능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니까.
활을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플레이어라면 차라리 등급이 하나 더 낮더라도 공격에 특화된 활을 선택하는 게 나아 보였다.
하지만, 세운은 달랐다.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면…….’
어차피 어지간한 무기를 사용해도 뒤랑달 정도가 아니면 마몬의 보구를 버텨내기 힘들다.
나름 튼튼한 무기라도 몇 번 사용하면 내구력이 소모되며 결국 부서지고 말겠지.
그런 상황에서, 불사궁의 능력은 세운의 눈을 반짝이게 했다.
“흠, 설마 그걸 선택하려는 건가? 제군, 다시 생각해 봐라. 그것도 물론 좋은 활이지만, 차라리 마지막에 놓인 용의 이빨을 깎아 만든 용아궁이 더 좋아 보인다만.”
“아뇨, 이걸로 선택하겠습니다.”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군. 그럼, 이건 어떤가?”
지휘관은 자신이 추천하던 활 두 개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창고의 문밖을 향해 움직이며 세운에게 말하였다.
“활 세 개를 전부 사용해 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고르는 거지. 제군이라서 특별히 신경 써주는 것이다!”
어떻게든 세운을 챙겨주려는 듯했다.
솔직히, 굳이 남은 활 두 개를 확인하지 않아도 이미 마음을 정했지만…….
‘어차피 의뢰라도 잡아서 능력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으니까.’
세운으로서는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 * *
“비밀 통로인가요?”
“잘 봤군! 정찰용으로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고 이동할 수 있도록 파둔 통로지.”
나름대로 회귀 전에 세 번째 쉼터에서 많은 의뢰에 도전하며 설원을 돌아다녔다고 자부하는 세운도 처음 보는 통로였다.
이동 방향을 보니 호수의 반대편까지 쭉 이어져 있는 듯하다.
중간중간에 다른 길로 빠지는 길들도 보였는데, 각각 설원의 요점지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다만 사람 하나가 움직일 정도로 크기가 작았기에, 말 그대로 정찰용일 뿐. 전투를 목적으로 부대 단위로 이동하기에는 맞지 않는 통로였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걸은 후, 왼쪽으로 빠지는 길을 통해 위로 올랐다.
그러자 나타난 건 20층의 시련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장면. 절망의 얼음 호수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장소였다.
“어디서 이렇게 나타나는 것인지, 질리지도 않는군!”
서리 요새에 들어오기 전, 세운은 뒤랑달의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마몬의 보구를 이용하여 몬스터를 쓸어 버린 전적이 있었다.
게다가 백현과 함께 사하의 포식자로 오는 길에 존재하던 몬스터도 꽤 많이 정리했었다.
그런데, 지금 절망의 얼음 호수 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괴물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실로 아찔한 광경이지만, 그만큼 활의 위력을 시험하기 딱 좋았다.
“자, 그럼 바로 사용해 보도록!”
“네.”
“흠, 그거부터 쓸 생각인가? 역시 이 용아궁부터 사용해 보는 게 어떤가!”
“아뇨. 이것부터 써 보겠습니다.”
세운이 불사궁을 꺼내 들었다.
얼음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명 그대로, 손에서 한기가 느껴졌지만 불편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손에 딱 감기는 기분이었다.
마치, 손과 활이 하나가 된 기분이랄까?
그 시원한 감촉을 즐기며 백색의 실을 만져보았다.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탄력이 상당했다.
드드득-
활시위를 잡아당기자, 그 사이로 한기가 모여들더니 날카로운 화살 하나가 만들어졌다.
핑-
먼저 가볍게 한 발.
별로 힘을 들이지 않았는데도 화살은 시원하게 날아가 몬스터 하나의 머리 위에 박혀 들어갔다.
바로 다음.
이번에는 화살 하나가 아니었다.
마나를 끌어 올리자 원래 생겨나는 기존의 화살 양옆으로 두 개의 화살이 더 만들어졌다.
– 내공을 통해 ‘그라드 제국의 사법’이 강화됩니다.
내공을 끌어 올려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겼다.
활대가 부러지든 말든,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자 얼음으로 만들어진 활대가 비명을 내지르며 균열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세운은 힘을 빼지 않았다.
절대 파괴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믿고, 화살촉이 활대에 간신히 걸릴 정도까지 잡아당긴 후에야 손을 놓았다.
그러자.
쐐액-
푸부부북!!
세 개의 화살이 푸른 궤적을 가지고 날아가더니 수십의 몬스터를 한 번에 꿰뚫었다.
그러고도 힘이 남아도는지, 꽁꽁 언 호수의 바닥에 깊게 박혀 들어갔다.
균열이 일어나던 활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벽하게 수복되어 있었다.
생각 이상의 재생 속도.
이 정도면 힘을 주어 연사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흐음. 활 솜씨도 기가 막히는군. 볼수록 탐나는 제군이다! 하지만, 그렇게 무리하지 않더라도 이 용아궁이라면 더 강력한…….”
“아직 실험할 게 하나 더 남았습니다.”
“음?”
세운이 다시금 활을 들었다.
활이 힘과 무공을 버텨낸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탐욕의 권능을 사용해 볼 차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영광금귀신노(靈光金龜神機弩) ]– 한 발만 쏘아도 천 명이 화살에 맞는다고 알려진 일발천중(一發千中)의 쇠뇌.
비록 활이 아니라 쇠뇌의 힘이었지만, 이런 차이로 사용할 수 없지는 않았다.
세운은 실제로 뒤랑달을 이용하여 대검같이 검의 종류가 다른 보구의 힘을 사용해 본 적이 있었으니까.
이 역시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완벽하게 들어맞아, 불사궁에 ‘영광금귀신노’의 힘이 완벽하게 스며들었다.
기기기긱-
활시위를 크게 잡아당겼다.
이번에도 역시 부서질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균열 따위 무시하고, 활시위를 있는 힘껏 잡아당긴 후, 몬스터가 아닌,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아 올렸다.
쐐액-!
어찌나 높이 올라갔는지 시야에 잡히지 않는 화살.
그리고 잠시 후,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하던 하늘이 점차 어두워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운이 쏘아 올린 하나의 화살이 수천 발의 화살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햇빛을 가릴 정도로 자욱한 화살은 비처럼 몬스터 위에 떨어졌고.
푸부부부부북-!!
“키에엑!”
“켁!”
“그어어-”
영광금귀신노의 힘에 걸맞게, 한 번에 천 마리의 몬스터가. 아니, 수천 마리의 몬스터가 그 한 번의 공격으로 절명하였다.
“크흠…….”
이를 지켜보던 지휘관이 조용히 가져왔던 활 두 개를 주워 담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추천은 괜한 오지랖이었던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