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8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89화(185/675)
제 189화
세운의 하루는 놀랍도록 빡빡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지금까지 탐욕의 권능으로 배운 무공과 마법 등을 반복하여 몸에 익히고, 간단한 식사를 마친다.
그러고는 곧장 의뢰를 받아 오전 안에 탐색을 마친다.
주로 다른 이들이 까다로워하는 의뢰인 수색이나 탐색 의뢰를 맡았는데, 회귀 전에 여정의 지침표로 공략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어려울 게 전혀 없었다.
“오늘이야말로 무기를 들게 만들겠다.”
“팔괘장은 다 익혔나?”
“사 초식, 탁창장(托槍掌)까지는 완벽하게 익혔다.”
“그럼 다음은 사자장(獅子掌) 차례겠네.”
남는 시간에는 강한철과 대련을 하였다.
녀석은 세운과의 대련을 통해 직접 몸을 부딪치며 무공을 습득하고 있었는데, 그 습득 속도가 엄청났다.
직접 맞고 써 보며 몸에 새기는 기분이랄까?
안 그래도 태생적으로 남보다 강인한 신체를 타고났는데 거기에 기술이 갖춰지자 그의 전투력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었다.
지금은 혼자서도 A급 의뢰를 가뿐히 수행해 내는 중이었다.
“그 역시, 오늘 내로 익히겠다.”
우웅!
곧바로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 강한철의 목 왼쪽이 스산하게 빛났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자신의 사도를 내려다보며 땅을 크게 내려찍습니다.
바알이 유서아를 사도로 인정했기 때문일까?
아가레스는 바알과 경쟁하듯이 곧바로 강한철에게 성흔을 새기며 자신의 신성을 하사하였다.
덕분에 그의 잠재력인 ‘힘’은 놀랍도록 강해졌다.
태을섬수공 같이 가벼운 공격도 철을 찌그러트릴 정도다.
요즘은 태극권을 역으로 이용하여 세운이 공격을 흘리지도 못 하게 할 정도였으니, 곧 그의 말대로 무기를 들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마, 일주일 정도 뒤면 맨손으로 강한철을 상대하긴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세운에게는 아직 검과 마법, 성흔의 힘이 남아 있었지만 말이다.
“세운 씨, 혹시 그다음에 저도 지도받을 수 있을까요?”
“빨리 끝내야겠네.”
“그렇게는 안 된다.”
콰앙!
그렇게 강한철, 유서아와의 대련을 끝낸 후, 서리 요새의 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는다.
S급 의뢰를 수행한 이후로는 플레이어에 대한 병사들의 적대감이 많이 수그러들어 요즘은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 만큼 식사의 질도 올라갔고, 가끔은 지휘관이 고기를 들쳐메고 나타나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했다.
디아블로 클랜의 요리사인 김미정이 의뢰의 형식으로 식당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일까? 음식의 맛이 전보다 훨씬 좋아져 서리 요새의 병사들도 기뻐하는 분위기였다.
그 후.
“박정필.”
“네, 넵!”
잔뜩 겁먹은 채 세운을 기다리고 있는 박정필을 데리고 대련터로 이동하였다.
최근 의뢰를 받아 서리 요새를 증축 중인 쌍둥이가 짬이 난 것인지 구경을 와 있었다.
“와아! 드디어 시작한다!”
“난 이것만 보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
“둘 다 꺼져! 일없냐? 어딜 감히…….”
“박정필.”
“넵.”
“꼴 좋다!”
“혈랑 오빠! 오늘도 시원하게 ‘수련’시켜 줘요~”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요즘은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싱글벙글 웃으며 관람을 준비합니다.
– 성좌, ‘검은 새’가 그 옆에 자리를 잡습니다.
– 성좌, ‘거대한 새’가 발레포르에게 황급히 양해를 구하며 검은 새를 끌어당깁니다.
촤르륵!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박정필이 바닥에 온갖 아이템을 흩뿌렸다.
첫날에 세운이 주었던 잡다한 소재들로 만들어 낸 도구들이다.
물론, 그 대부분은 디아블로 클랜 유일한 대장장이인 고창석 어르신의 도움을 받았다.
독 묻은 침이나 커다란 철제 덫도 있었고, 미끄러운 기름이 든 병이나 정체 모를 구슬도 있었다.
“간다.”
“처, 천천히 좀 합시다! 형니이임!”
뻑!
“컥!”
봐주는 것 따위는 없었다.
지금은 녀석의 실력을 알아보는 것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검의 경로를 읽고 내빼려는 녀석의 복부를 걷어차고 그대로 검을 내려찍었다.
시작하자마자 핀치의 상황이 일어났다.
퍼엉!
그렇게 검을 내려찍기 직전, 박정필이 무언가를 터트리더니 주위에 자욱한 연막이 퍼져나갔다.
시야는 물론 후각마저 차단하는 지독한 냄새의 연막.
소리에 집중해 보았지만, 아까 보았던 구슬을 사방에 퍼트린 탓인지 요란한 소리가 기척 감지를 방해했다.
‘이번에는 신경 좀 썼네.’
다만, 세운의 탐지 능력은 단순히 오감뿐만이 아니었다.
곧바로 서클을 회전시키며 서칭 마법을 통해 박정필의 마법을 찾아낸다.
이것까지 예상한 것인지 마나석 몇 개가 탐색을 방해했지만, 범위를 줄이자 빠르게 다가오는 무언가를 감지할 수 있었다.
팅!
독 발린 단검이 세운의 검에 튕겨 나갔다.
단검이 날아온 방향으로 발을 내디디니, 미끄러운 기름이 움직임을 방해했다.
발바닥으로 내공을 흘려보내 균형을 잡고 있자, 밧줄이 휘리릭 소리를 내며 채찍처럼 휘어지는 게 보였다.
‘이게 노림수인가.’
어떻게든 닿기만 하면 된다고 했으니, 면적이 넓은 밧줄로 승부를 내려는 듯했다.
그러나, 밧줄은 세운이 내지른 검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베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퍼어엉!
밧줄 끝에 묶여 있던 폭탄이 터져 나갔다.
다급하게 범위를 벗어나자마자 박정필이 온갖 도구들을 던지며 뒤를 노려왔다.
– 내공을 통해 니추공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집니다.
도저히 피할 각이 안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세운은 몸을 유연하게 휘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모든 공격을 피해 냈다.
퍽!
“커헉!”
도망가려는 박정필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렸다.
저항하지 못하게 등을 밟는 순간, 평소와 다른 단단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스위치를 밟는 듯한 기분.
세운이 인상을 구기며 뛰어오르는 순간.
퍼엉!
박정필의 등 뒤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단단한 판금을 등에 두르고 그 위에 파이어 버스트가 새겨진 마나석을 설치해 둔 모양이었다.
판금을 둘렀다고 해도 물리적인 충격과 열기는 피할 수 없었기에 피를 왈칵 토하고 있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전략이라니.
자기 몸을 극도로 아끼는 녀석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공격이었다.
“흐흐.”
박정필이 소매로 피를 닦으며 미소 지었다.
나름대로 회심의 일격이었던 공격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는데 왜 웃는 것일까?
혹시, 방금의 공격이 통했다고 착각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던 중, 세운은 머리 위에서 미약한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다급하게 몸을 회전시키며 바닥에 착지하자, 그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잿불?”
아까 밧줄에 묶인 채 터져 나갔던 폭탄.
그 안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작은 불씨가 하늘을 유영하고 있었다.
닿아 봤자 살짝 뜨거울 정도뿐인, 공격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공격.
그 잿불 중 하나가, 세운의 전포 끝에 붙어 있었다.
“설마 겨우 잿불이라고 인정 안 해 주는 건 아니겠죠, 형님?”
“그럴 리가.”
그저 ‘공격이 닿기만 하면’ 된다는 목표를 가지고 수행한 목적.
처음부터 저 폭탄만 눈앞에서 터트렸다면 세운은 분명 잿불을 알아보고 주의했을 것이다.
그 전후의 잡다한 공격들 모두 저걸 알아차리지 못 하게 하기 위함.
마지막에 자신의 몸을 희생한 공격은 세운을 그 범위 안으로 몰기 위함이었다.
이 모든 과정일 지켜보던 쌍둥이가 야유를 보냈다.
“우우! 비겁하다!”
“그래도 성공한 것 같은데? 웬일이야?”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며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참신하고, 비겁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다.
세운이 이제 드디어 해방이라는 듯이 자리에 뻗어 있는 박정필을 향해 다가갔다.
“잘했다.”
“으아아아아! 드디어 끝이다아!”
“무슨 소리야?”
“넵? 성공했으니까 당연히 이제 이 짓도…….”
“이제부터는 보법만 아니라 제대로 된 무공도 사용할 테니까, 분발하도록.”
“으에에익?”
“물론, 그 다음은 마법도 사용할 거다.”
“으에에에에에에익?”
“오예! 이대로 끝나는 줄 알고 아쉬울 뻔했네!”
“오빠, 달려어!”
부상을 핑계로 도망가려던 박정필의 등을 다시 한번 짓밟았다.
이대로면, 이놈이라도 제법 쓸 만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서리 요새에서의 3개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디아블로 클랜의 수준이 워낙 높았기에 하루에 수십 개의 의뢰가 해결되었고, 지금은 의뢰 목록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서리 요새에 존재하는 모든 의뢰를 수행한 것이다.
– 서리 요새에 존재하는 모든 의뢰를 완수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디아블로 클랜 전원에게 200,000point가 지급되었습니다.
– 탑의 거주민들에게 ‘디아블로 클랜’의 명성이 퍼져나갑니다.
이것으로, 서리 요새에 머물 이유는 사라졌다.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의뢰가 생겨나기야 하겠지만, 이미 디아블로 클랜의 수준은 당장 30층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
자잘한 히든피스도 모두 획득했다.
그러니 이제 이곳을 뜰 때다.
“제군!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 내 아래로 들어온다면. 아니, 제군이 나보다 강하니 내가 부지휘관이 되도록 하지!”
“제국이 외부인에게 지휘관의 자리를 허락하겠습니까?”
“내가 빡빡 우기면 윗대가리들도 가만히 있지는 못할 거다. 어떤가?”
“됐습니다. 지휘관님은 저 아래에 있는 놈이나 지켜주시죠.”
“크흠, 아쉽군! 알겠다. 네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저곳을 봉인시켜 두지!”
세운이 새파란 티켓 하나를 확인하고는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세 번째 쉼터에서 공적치를 이용해 살 수 있는 귀환 티켓이었다.
스카베에서도 구매했던 것인데, 비싸긴 하지만 꼭 이곳에 돌아올 필요가 있었기에 미리 구매해 두었다.
티켓을 사용하면 또다시 시련을 극복하며 탑을 올라야 한다는 귀찮은 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우터를 가만히 놔둘 수는 없었다.
언젠가, 스카베의 모래폭풍과 서리 요새의 호수 아래에 잠든 아우터를 처치할 힘을 얻게 된다면, 반드시 돌아와 그것들을 물리칠 생각이다.
놈들이 탑의 멸망과는 연관이 없을지라도, 놈들을 물리치면서 미래에 닥쳐올 아우터를 상대할 공략법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놈들의 힘으로 성흔의 힘을 강화시킬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다.
“이거 아쉽구만! 우리 꼬마 아가씨들 덕분에 요새가 새것처럼 변했는데 말이야!”
“에이, 이제 아저씨들이 하셔야죠!”
한아름이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약도 여유롭게 지어뒀으니 일, 이년은 문제없을 거예요.”
이하늘이 부드럽게 미소 짓는다.
“어르신! 만들어 주신 무기, 잘 쓰겠습니다!”
“허허, 제대로 손질하며 사용하게. 피만 제때제때 닦아줘도 전처럼 부식되지는 않을 게야.”
그 외에도 다들 병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래도 3개월 동안 머물다 보니 다들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든 모양이다.
“이제 진짜 가 보겠습니다.”
“하하, 다음에 또 보길 기대하겠다! 모두, 정렬!”
“정렬!”
작별 인사를 나누던 병사들이 황급히 자리를 찾아갔다.
훈련하는 모습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완벽한 제식으로 병사들이 깔끔한 직사각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선두의 병사들이 오른손에 창을 들고 굳은 표정을 짓는다.
“지금까지 우리 요새를 위해 수고해 준 디아블로 클랜에게, 경례!”
처저적!
하늘을 찌를 듯이 들어 올린 창.
그 뒤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병사들.
그들의 마지막 인사를 받으며, 디아블로 클랜이 21층의 시련을 향해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