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8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91화(187/675)
제 191화
폭포수. 아니, ‘꿈틀대는 활, 녹카’의 힘은 대단했다.
고층에서도 상대하기가 까다롭기로 알려진 볼캐닉 골렘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작동 정지시켜 버렸으니까.
그 힘이 깃들었던 불사궁이 녹아내리듯이 뚝뚝 흘러내렸지만, 곧 자신의 이름을 증명하듯 얼음이 일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역시, 쓸 만해.’
보구의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서지지도 않는다.
단점은 단 하나. 재생될 뿐이지 내구력이 강한 편은 아니라서 보구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게 한 번뿐이라는 점이다.
물론, 힘 조절을 하면 조금 더 사용할 수 있겠지만 그럴 바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공격을 날리는 게 낫다고 판단되었다.
사뿐.
이카로스의 날개를 접으며 골렘의 머리 위로 착륙하였다.
폭포수처럼 쏟아져 주변에 범람했던 물은 용암을 단단하게 굳히며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거나 대지의 갈라진 틈 사이로 빠져나갔다.
– 히든 퀘스트, ‘대지를 흔드는 자’를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흔들리는 대지’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과연, 굳이 잡지 않아도 되는 보스 몬스터를 물리쳤으니 당연하게도 히든 퀘스트가 인정되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세운이 곧바로 서칭 마법을 사용하였다.
‘이쯤에 있을 텐데.’
골렘의 약점은 핵이다.
두꺼운 외각으로 보호받고 있는 핵을 파괴하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이는 가장 정석적인 골렘의 공략법이다.
그런데 핵을 파괴하는 것 이외의 방법으로 골렘을 정지시키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었다.
콰직!
용암이 딱딱하게 굳은 틈 사이로 뒤랑달을 쑤셔 박았다.
강한 몬스터답게 틈이 비좁고 단단하다 거기에 녹카를 이용한 공격 때문에 용암까지 굳어 있으니, 골렘의 외갑은 이것만은 안 된다는 것처럼 세운의 검에 저항했다.
그러나.
– 내공을 통해 태산십팔반검의 제오 초식, 태산압정(泰山壓頂)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직!
오우거의 힘줄로 강화된 힘에 태산압정이 머금은 거대한 압력을 견딜 수는 없었다.
외갑은 끝내 부서져 갈라지고, 그 사이로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는 붉은 보석이 드러났다.
‘찾았다.’
수많은 마나 회로에 연결된 채로 유난히 두껍고 단단한 내갑으로 지켜지고 있던 보석을 꺼내 들었다.
골렘의 핵.
비록 골렘을 움직이기 위해 개조되어 마나를 흡수할 수는 없지만, 이것만 있으면 주변의 물질을 이용해 골렘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거기에는 엄청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지만, 그거야 아무런 문제도 안 되었다. 세운에게는 그 두 가지를 한 번에 커버해 줄 탐욕의 권능이 있었으니까.
‘조만간 써야 할 때가 찾아올 테니까.’
세운이 그렇게 생각하며 핵을 챙기던 중, 아래에서 뒤늦게 도착한 박정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헥, 헤엑. 형니임! 그런 공격을 할 거면 한다고 미리 말이라도 해 주시지 말입니다!”
물에 빠진 생쥐처럼 전신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녀석.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세운의 뒤를 쫓아오다가 ‘녹카’로 인한 폭포수에 같이 휩쓸려 버린 듯하다.
“이야, 형님 실력은 볼 때마다 놀랍습니다. 지구에서 뭘 하고 오셨길래 이렇게 빨리 강해지십니까?”
– ‘볼캐닉 골렘’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근력이 5, 체력이 5 상승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음식을 식혀줘서 고맙다며 먹이의 바삭한 식감을 음미합니다.
베엘제붑이 행복해하는 게 메시지로까지 느껴졌다.
하긴, 서리 요새에서도 배부르게 먹여주고는 있었지만, 음식의 질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으니까.
아무리 폭식의 마신이라고 하여도 더 맛있고 질 좋은 음식을 기대하는 건 정상적인 반응이었다.
어차피 핵은 꺼냈으니, 골렘이 잡아먹히고 있어도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 저 소설에서 봤습니다. 형님, 회귀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면 뭐 빙의라거나? 저 때 한창 그런 게 유행했었는데! 특히 ‘마룡의 둥지를 털었습니다’가 엄청 유명…….”
“가자.”
“에에엑? 좀만 쉬다 갑시다! 제 꼴도 이 지경인데!”
“어차피 금방 말라.”
“형니이임, 그러지 말고!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지진도 덜해졌는데 좀 쉰다고 뭐 문제 있습니까?”
“계속 말하지만, 그럼 따로 오든가.”
그 말을 끝으로 세운이 다리를 움직였다.
볼캐닉 골렘 말고도 21층의 시련에는 자잘한 히든 피스가 꽤 존재했다.
저 골렘에 비하면 히든 피스라 부르기도 민망한 것들이지만, 이번 시련에서 좋은 공적치를 따 내려면 그것들을 최대한 따낼 필요가 있었다.
“이야, 진짜 그놈이 지진 다 벌이고 있었나 봅니다. 움직이기 훨씬 편한데요?”
아직 지진이 완전히 멈춘 건 아니다.
조금 전처럼 땅이 갈라지고 바위가 치솟는 건 아니지만, 아직 미약하게 흔들리며 균형을 깨트리고 있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움직이기 훨씬 편한 건 사실이었다.
“그어어-”
파직!
그러던 중, 대지의 갈라진 틈에서 팔을 뻗어오는 몬스터 하나를 가볍게 짓밟았다.
다른 시련에 비해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의 수가 적다고는 했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저렇게 함정처럼 가끔 출몰하는 놈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강한 놈들은 아니었기에 힘을 실어 짓밟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다.
“헥헥. 형님! 형니임!”
지진이 약해진 탓일까?
박정필이 어느새 세운의 바로 뒤에 따라붙었다.
그냥 무시하고 속도를 높일까 싶었지만, 동료가 있는 이상 혼자서 목적지에 도착해도 시련이 끝나지는 않으니 박정필과 속도를 어느 정도는 맞춰야 했다.
이 속도에도 나름대로 익숙해졌는지 숨을 고른 박정필이 말을 이어갔다.
“형님! 근데 형님은 왜 이렇게 열심히 하는 겁니까?”
“뭐?”
“아니, 저도 들었거든요. 요새에서 계급 하나 받을 수 있었지 않슴까? 그럼 좀 춥긴 해도 거기에 정착할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정착이라.
어차피 요새에 정착해 봐야 미래에 탑이 무너지면 결국 목숨을 잃으리라고는 답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녀석에게 회귀에 대해 말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아마 녀석에게 이 말을 꺼내면, 클랜 거주지에 도착하자마자 회귀에 대한 사실이 클랜 전체에 퍼져나가리라.
디아블로 클랜에 대한 신뢰가 쌓이긴 했지만, 굳이 그 사실을 알려 괜한 오해를 사기는 싫었다.
그리고 아우터라는 압도적인 존재가 탑을 무너트릴 거라는 얘기를 꺼내 의욕을 꺾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솔직히 저희끼리 그 말 나온 적 있거든요. 요새도 나름 살 만한 것 같다고.”
“나는 못 들었는데?”
“형님 이미지가 좀 세지 않슴까? 당연히 저희끼리만 말하고 넘어갔죠. 머물자고 해 봤자, 형님은 혼자 올랐으면 올랐지, 저희를 기다려주지는 않았을 테니까.”
정확하다.
세운은 미래의 전쟁을 대비하여 디아블로 클랜을 이끌고 있지만, 오히려 클랜이 발목을 잡으면 당장에라도 내칠 의향이 있었다.
정이 들긴 했지만, 안 따라온다는 사람까지 억지로 끌고 갈 생각은 없었다.
“너는 어떤데?”
“저야 뭐, 늘 말했지 않습니까? 저, 박정필! 형님의 오른팔로 언제나 형님 뒤만 따라갈 겁니다!”
“무섭다고 도망 다닐 때는 언제고.”
“헤헿, 그거야 가끔 그런데. 형님 안 따라가면 어차피 살아남기 힘든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항상 겁먹고 도망가거나 빈정대는 얼굴만 보았는데, 지금은 웬일로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냥 대충 변명하고 넘어갈까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리 박정필이라고 해도 저렇게 진지하게 말을 늘어놓고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녀석을 완전히 믿는 건 아니었기에 유서아에게 그랬던 것처럼 사실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다.
“그냥 따라와라. 적어도 내 눈앞에서 죽게 내버려 두지는 않을 테니까.”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저 박정필! 언제나 형님을 보좌하겠습니다!”
“언젠가는…….”
“넵?”
“아니다.”
‘언젠가는, 디아블로 클랜 모두에게 사실을 털어놓을 순간이 올 수도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세운은 속도를 한층 더 높였다.
“에에엑? 형님! 조, 조금만 느리게 갑시다! 좀!”
“너도 이제 익숙해졌잖아? 마지막에 도착할 때 뒤처져 있으면 요새에서 했던 수련 다시 반복할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형니이이임!”
* * *
21층의 시련은 길었다.
단순히 지진으로 흔들리는 땅이 전부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생겨난 낭떠러지를 넘어야 하거나 절벽을 올라야 하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세운은 다양한 스킬을 이용해 이를 가뿐히 통과했지만, 박정필은 달랐다.
녀석은 평지를 달리는 데는 익숙했지만 이런 특이 사항에 대한 경험은 부족했으니까.
– 히든 퀘스트, ‘낭떠러지의 어둠’을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흔들리는 대지’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 히든 퀘스트, ‘절벽 끝의 둥지’를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흔들리는 대지’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
녀석이 뒤처지는 틈을 타 세운은 21층에 존재하는 히든 피스를 찾아다녔다.
그렇다고 해도 여정의 지침표가 없었기에 회귀 전에 찾았던 전부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당장 서칭 마법이나 감각과 기억을 이용해 찾을 수 있는 것들만 찾아냈을 뿐이다.
그러나 회귀 전에 비해 속도가 훨씬 빨랐기에 높은 공적치를 예상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세운이 저 멀리서 열심히 따라오고 있는 박정필을 한번 바라보곤 전방을 둘러보았다.
‘23층이면…… 그걸 할 수 있겠지.’
세 번째 쉼터에서 S급 의뢰를 완수하고 설룡에게 받은 드래곤 하트.
빙속성이 강하게 서려 있어 당장은 사용하지 못하지만, 저 화산의 열기를 이용하면 충분히 그 속성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게 화산에 드래곤 하트를 던져 놓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과정은 아니다.
마나의 속성이 바뀌는 도중에 드래곤 하트가 부서지지 않게 옆에서 관리를 해 줘야만 한다. 안 그래도 이 드래곤 하트는 균열이 많이 일어나 외부가 불안정했으니까.
그러려면 당연하게도 당사자 역시 용암이 끓는 그 바로 곁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용암 주위에는 몬스터까지 우글거릴 테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기가 아니면 너무 늦어.’
이후에도 드래곤 하트의 속성을 바꿀 만한 필드는 존재한다. 하지만, 안전한 상황을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성장이 늦어지고 만다.
지금이야 대부분 신규 플레이어뿐이니 안전하게 탑을 등반하는 중이지만, 이제 곧 기존의 플레이어들이 견제를 시작할 것이다.
무엇보다 올림포스의 성좌들이나 일출의 신 케프리 등. 세운을 노리고 있는 적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으니까.
비록 관리소에서 모니터링을 차단해 주었다지만, 그것만으로 그들의 집착을 전부 끊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의 세력을 마주하기 전에 최대한 전투력을 끌어 올려야만 했다.
“헥, 케헥. 크에엑! 혀, 형니임!”
털썩.
– 21층의 시련 ‘흔들리는 대지’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남은 시간 : 19시간 21분
– 히든 퀘스트 ‘대지를 흔드는 자’ 완료.
– 히든 퀘스트 ‘낭떠러지의 어둠’ 완료.
…….
– 총 누적 공적치 260,500point
– 축하드립니다! 21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세운의 곁에 도착하자마자 체력을 다하고 쓰러지는 박정필.
박정필은 다음 시련 역시 체력을 필요로 하는 타입이었기에, 일단은 녀석이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하였다.
물론, 녀석이라면 체력이 다 회복되더라도 저렇게 누워 빈둥거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레이트 힐.”
화아앗!
“아, 형님! 조금만 더 쉽시다! 제발 좀! 오 분만요! 아니, 일 분만! 딱 일 분만요오!”
적당히 시간이 지난 후에 회복 마법을 사용한 세운이 곧바로 녀석의 뒷목을 잡고 다음 시련을 향해 끌어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