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8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93화(189/675)
제 193화
– 22층의 시련 ‘화산 끝의 풍경’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남은 시간 : 20시간 41분
– 숨겨진 갈림길을 찾아내어 추가 공적치를 획득합니다.
…….
– 총 누적 공적치 22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22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회귀 전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22층의 시련은 과거의 세운이 처음으로 시련을 순위권으로 통과한 곳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게, 여정의 지침표 덕분에 이 숨겨진 갈림길을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
물론 당시에는 이런 방법이 아니었다.
화산재 더미를 간신히 피해 낸 후, 여정의 지침표를 이용하여 온갖 고생 끝에 찾아낸 곳이 바로 이 동굴이었으니까.
보통 시련과 시련 사이에는 길든 짧든 휴식 시간이 존재하게 마련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숨겨진 갈림길인 만큼 곧바로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숨겨진 갈림길을 찾아내어 바로 다음 층의 시련과 연결됩니다.
– 23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용암 지대
– 시간제한 : 50시간
– 화산을 오르는 도중, 당신은 산사태로 인해 생겨난 용암 동굴을 찾아냈습니다.
– 길을 따라 움직여 이글거리는 용암 지대에서 살아남아 동굴에서 탈출하십시오.
23층의 시련, 용암 지대.
주변의 가볍게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부글부글-
푸화앗!
벽면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용암은 바닥을 타고 흐르며 웅덩이에 고인 채 굳지 않고 부글거리며 끓어 올랐다.
22층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무더운 열기를 자랑했는데, 이곳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피부가 익을 지경이었다.
고창석이 만들어 준 얼음 갑옷이 아니었다면 당장 화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
‘회귀 전에도 장비 덕분에 살았었지.’
당시의 세운 역시 지금 입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얼음 갑옷을 입고 있었다.
만년빙과 만년설로 만들어진 지금의 갑옷보다는 부족하지만, 수색 의뢰를 통해 획득한 갑옷은 충분히 23층을 탐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 살았…… 크허억!”
세운이 거칠게 던져둔 탓에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 누워 있던 박정필이 다급하게 일어났다. 눈앞에서 붉은 용암이 꿈틀거리며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 역시 얼음 갑옷을 입고 있었기에 열기에 큰 영향은 받지 않았다.
“으악! 죽을 뻔했네! 형님, 또 뭔 짓을 저지른 겁니까? 아, 여긴 더 더워 뒤지겠네.”
물론, 저 엄살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가자. 여기서부터는 너도 알아서 조심해야 할 거야.”
“에이, 제가 할 게 있겠습니까? 형님이 앞에서 떡 버텨주고 있는데. 흐흐.”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코를 연신 킁킁거리며 주변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화색을 띱니다.
과연, 베엘제붑.
22층에서만 해도 먹을 게 없다며 울상을 짓더니, 23층에 들어오자마자 반응을 보인다.
그도 그럴 게 이 숨겨진 23층은 자연재해라는 특성을 보이는 주변의 층들과는 다르게…….
포동-
“엥? 형님, 이건 뭡니까? 무슨 거대 젤리처럼 생겼는데.”
“라바 슬라임(Lava slime).”
“라바 슬라임? 아, 저 소설에서 본 적 있슴다. 슬라임이면 몬스터 중에 가장 약하다는 초보용 사냥감이잖습니까!”
초보용 사냥감이라.
분명, 그런 슬라임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세운이 이전에 사용한 마몬의 보물 중 하나였던 ‘클리어 슬라임의 땀샘’의 주인인 클리어 슬라임.
클리어 슬라임은 몬스터의 시체나 찌꺼기 등을 섭취하며 살아가는 최약체 몬스터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지금 보이는 슬라임은 달랐다.
“잘못 만지면 바로 화상…….”
“으아아아악! 뜨거워어어어!”
뭐라 경고할 틈도 없이 박정필이 슬라임을 쓰다듬었다.
곧바로 손을 부여잡으며 뒤로 물러나는 녀석. 그래도 열기를 느끼고 슬라임의 표면에 닿기 전에 손을 떨어트린 덕에 화상은 간신히 면한 듯했다.
“꾸륵!”
박정필의 손길과 비명을 공격으로 판단한 것일까?
가만히 있던 라바 슬라임이 곧바로 반응하였다.
용암으로 이루어진 몸에서 촉수 같은 게 길게 뻗어 나오더니 세운과 박정필을 노렸다.
세운이 눈가를 좁히며 한 걸음 물러나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을 꺼내 들었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일 초식, 빙룡기침(氷龍起寢)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콰직!
차가운 음공의 기운을 두른 아펠리온이 라바 슬라임의 몸 중앙을 꿰뚫었다.
무언가 깨지는 듯한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뻗어오던 촉수가 멈췄다. 그러더니 힘을 잃고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핵만 찌르면 별거 없으니까 다음부터는 네가 알아서 해라.”
“뭔 슬라임이 이렇게 강합니까! 이거 밸런스가 너무 안 맞는 거 아닙니까?”
“말했잖아. 여기서부터는 너도 알아서 조심해야 할 거라고.”
“제가 저런 걸 어떻게…… 혀, 형님, 같이 좀 갑시다!”
– ‘라바 슬라임’을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몬스터가 등장했다.
용암을 침처럼 내뱉는 박쥐나 죽이면 뜨거운 체액과 함께 폭발성 가스를 내뿜는 벌레, 불을 내뿜는 도마뱀 등.
그리 강한 몬스터는 아니었지만, 용암 등을 이용한 그들의 공격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만약 이 얼음 갑옷이 없었다면, 어지간한 플레이어는 그들의 공격에 당하는 순간 몸이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곳의 먹이들은 매콤한 게 일품이라며 도마뱀 고기를 후후 식혀 베어 뭅니다.
마나는 최대한 아꼈다. 드래곤 하트의 속성을 치환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마나가 필요할 테니까. 그전까지는 무공만을 이용해 나갈 생각이다.
마나가 차오르는 속도를 봤을 때, 목적지에 도착하면 딱 마나가 다 차 있을 것 같았다.
“형니이임! 저 좀 도와주십쇼!”
길은 아래로 이어졌다.
세운은 앞만 보고 전진하는 중이었기에, 벽면의 빈틈에 숨어 있다가 뒤를 덮치는 몬스터는 박정필이 상대하고 있었다.
특유의 도발력 때문인지 놈들은 세운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녀석만을 노려왔다.
이전 같았으면 도망만 다녔을 박정필이지만…….
콰직!
파아앗.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계약자가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보며 연신 낄낄거립니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그러면서도 생각 이상으로 잘 싸우는 계약자의 모습을 신기해합니다.
지금은 달랐다.
서리 요새에서 세운이 알려준 것처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여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만년빙을 이용해 만든 고드름처럼 생긴 빙침(氷針)을 날리거나 만년설이 담긴 폭탄을 터트린다.
평범한 얼음이었다면 꺼내자마자 동굴의 열기에 녹아내리겠지만, 만년설과 만년빙은 오히려 기온을 낮춰 몬스터들을 약화하고 있었다.
수련이라고 해 봤자 세운만 상대해 보았던 터라 몬스터라는 새로운 적에 영 어설픈 모습을 보이고 효율도 좋지 않았지만.
‘잘 버티네.’
세운의 도움 없이도 착실하게 뒤의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었다.
앞길을 방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마침내 내리막길이 끝나고.
부글부글!
“케에에엑-!”
시련의 주제에 걸맞은 ‘용암 지대’가 나타났다.
붉은 용암이 연못이나 호수처럼 곳곳에 산재하여 있었고, 그 안에서는 몬스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정체 모를 굉음이 사방에서 들려오고, 얼음 갑옷을 입고 있음에도 열기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속도를 내자.”
“여기서요? 아니, 삐끗하면 뼈도 안 남고 녹아내리게 생겼는데 여기서 왜 속도를 냅니까!”
“너, 아까부터 좀 많이 대드는 것 같다?”
“……헤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 박정필! 언제나 형님의 오른팔로!”
“닥치고 따라와.”
“넵.”
박정필의 말대로 주위의 지형은 험난 그 자체였다. 동굴의 내리막길과는 비교도 안 되게 넓은 공간 안에 용암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천장에는 뜨거운 증기가 작은 틈을 향해 흡수되고 있었다.
22층의 시련에서 보았던 증기의 정체였다.
“무슨 길도 없어…….”
용암 지대는 플레이어를 배려한 길 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불규칙적으로 기포가 터지는 용암은 사방으로 용암 방울을 흩뿌리는 탓에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용암을 뒤집어쓸 것만 같았다.
앞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듯이 거대한 용암 호수로 길이 막힌 곳도 있었는데, 그런 곳은 징검다리처럼 불규칙하게 놓인 바위를 밟고 뛰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콰아앗!
“흐억!”
징검다리 바로 옆에서 용암이 터져 나오며 붉고 긴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라바 서펜트.
그 이름에 걸맞게 용암 속을 유영하고 다니는 뱀 모습의 몬스터였지만.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이 초식, 빙룡승천(氷龍昇天)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녀석은 세운에게 이를 드러내기도 전에 몸이 양분되어 쓰러져 갔다.
무턱대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처럼 보여도, 오감을 최대한 집중하고 있었다.
물과는 달리 용암은 점도가 높아 몬스터가 이동할 때 나타나는 흔들림도 컸다. 몬스터가 아무리 모습을 숨긴다고 하여도 기척을 느끼는 것쯤은 쉬웠다.
‘빙룡창법, 제법 쓸 만하네.’
용암 지대에서는 수속성 공격이 가장 잘 먹힌다.
그마저도 기준에 미달하면 열기에 먹혀 버리는 터라 강한 힘이 필요하지만, 세운의 음공은 충분히 이곳의 열기를 이길 만했다.
그 때문에 서리 요새에서 수련할 때 이 빙룡창법을 중점으로 두었다.
이곳에서 마나를 아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예상하였으니까.
– ‘라바 서펜트’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민첩이 2 상승합니다.
– ‘파이어 리자드’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지혜가 1 상승합니다.
…….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식사를 멈추지 않습니다.
몬스터가 앞길을 방해해도, 머리 위에서 용암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도 세운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회귀 전에는 살아남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서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나아가던 곳이었는데, 지금의 세운에게는 평지를 이동하는 것과 그리 큰 차이도 없었다.
오히려 자연재해라는 귀찮은 상황을 맞닿을 리는 것보다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정신적으로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했다.’
사방에 불규칙적으로 용암이 고여 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평평한 지형 중간에 용암 호수가 고여 있었다.
공동의 위로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곳으로 검은 구름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화산의 중앙. 분화구의 아래다.
화산에서 가장 뜨거운 열기 간직한 곳인 만큼, 얼음 갑옷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열기가 몸을 덮쳐왔다.
숨을 쉴 때마다 목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다.
그런 세운을 맞이하듯.
“타오르는…… 뜨거운, 끓어오르는, 이글거리는…….”
용암 호수의 중앙에서 사람의 형상을 닮은 무언가가 떠올랐다.
아니, 사람보다는 거인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이는 그것의 붉은 몸에서 용암이 뚝뚝 흘러나왔다.
“녹지 않은 존재여…… 나와 함께 타올라라!”
23층에 존재하는 보스 몬스터. 아니, 화산과 재해를 테마로 한 24층까지의 시련 중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
화산의 지배자, 리빙 라바.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용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이자.
‘저놈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하겠지.’
설룡의 드래곤 하트를 불 속성으로 치환해 줄 훌륭한 매개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