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9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97화(193/675)
제 197화
24층의 시련 내용은 간단했다.
그저, 정상에서 본 목적지 방향으로 산에서 내려가면 될 뿐이었다.
너무나도 간단한 내용이었지만, 당연하게도 여기에는 파멸적인 ‘자연재해’가 섞여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쾅, 콰앙!!
화산 폭발로 인해 솟아오른 돌덩어리가 사방에 떨어진다.
굉음이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는 바람에 청각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곳곳에서 시뻘건 용암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기에 떨어지는 돌덩어리를 잘못 피했다가는 그대로 다리가 녹아내리고 말 것이다.
몬스터 한 마리 등장하지 않았지만, 몬스터 따위 생각도 나지 않는 난이도의 시련이었다.
“형니이임! 제발 같이 좀 갑시다아!”
“도망치는 거 네 장기잖아? 알아서 따라와.”
“아니, 도망도 상대가 상대여야 도망치지! 화산이 폭발했는데 어떻게 도망칩니까아!”
“지금 잘 도망치고 있네.”
“으아아아악!”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하이라이트에 이어 쿠키 영상까지 있을지는 몰랐다며 낄낄대며 즐겁게 사도를 감상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이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습니다.
회귀 전의 세운은 숨겨진 갈림길을 통해 화산의 정상이 아닌 반대쪽 통로를 통해 빠져나왔다.
그곳은 화산의 중턱으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남들보다 편하게 이 시련을 극복한 기억이 있었다.
‘히든 피스도 따로 없었지.’
아니, 있었다고 해도 당장 뒤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 그런 걸 찾을 여유는 없었다.
지금의 세운 역시 마나와 내공이 부족한 상황이었기에 무리해서 무언가를 찾을 생각은 없었다.
“혀, 형님! 위에! 위에! 저건 진짜 못 피합니다!”
고막이 얼얼한 상황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박정필의 고함에 세운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보았던 돌덩어리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커다란 바위가 보였다.
벌건 용암이 번들거리며 화염으로 이루어진 꼬리를 자랑하는 그것은 꼭 혜성을 보는 듯했다.
평소의 박정필이라면 몰라도, 지금 녀석은 세운과 마찬가지로 지칠 대로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게 세운이 드래곤 하트를 다루는 동안 수십의 몬스터를 묶고 있었으니까. 오늘만은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도와주기로 하였다.
타앗!
세운이 뛰어올랐다.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고는, 간신히 차오른 티끌만 한 내공을 끌어 올려 전부 검에 담았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사 초식, 혈랑포효(血狼咆哮)가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과과괏-
일순간에 세운의 검이 수십 번 휘둘러졌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수십의 검기가 바위를 난자하니, 결국 바위가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바위가 수십 조각이 되어 주위로 파편을 흩뿌렸지만, 절묘하게도 세운과 박정필이 있는 자리엔 도달하지 못했다.
“이야, 역시 형님이십니다!”
“잔말 말고 빨리 가자.”
아무리 세운이라고 하여도 마나와 내공이 바닥인 상태에서 순수하게 신체 능력만으로 저 돌덩어리들을 다 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본래 시련의 방식이라면 층과 층 사이에 최소한의 휴식 시간이 있게 마련인데, 숨겨진 시련을 이상한 방식으로 통과한 덕분인지 그 휴식 시간이 사라졌다.
‘그래도 다음 시련은 여유로운 편이니까.’
세운이 피곤함을 억누르며 힘차게 앞으로 내달렸다.
“우아아아악!”
그 뒤에서는 박정필이 목도 안 아픈지 연신 비명을 내지르며 필사적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아니.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숨도 쉬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립니다.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잠시 컥컥거리더니 과도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혼절합니다.
굴러오고 있었다.
* * *
– 24층의 시련 ‘화산 폭발’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총 누적 공적치 128,000point
“후우…….”
떨어지는 돌덩어리를 피해 화산의 아래에 내려온 세운이 가쁜 한숨을 내쉬었다.
마나와 내공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로지 신체 능력만으로 시련을 끝냈으니 힘들 만도 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돌덩어리에 짓눌리거나 용암에 불타 죽었으리라.
‘물론, 중간에 쉬는 방법도 있긴 했지만.’
본래 24층의 시련은 이렇게 무작정 달리는 것 말고도 다양한 공략법이 있었다.
도중에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흐르는 용암을 넘어가면 적어도 돌덩어리가 덜 떨어지는 곳이 있으니까.
다만, 히든 피스도 없는 곳에서 시간을 끌 생각이 없었기에 이곳까지 직행했을 뿐이다.
마나와 내공이 없더라도 세운은 폭식의 권능으로 강화된 자신의 신체를 믿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아…….”
뒤쪽을 보니 맨땅에 머리를 처박고 쉬고 있는 박정필이 보였다.
하긴, 무공을 쓸 수는 없었다고 해도 민첩 수치만 200이 가뿐히 넘어가는 세운의 속도를 따라왔으니 지칠 법도 하다.
“쉬어둬. 다음 시련까지는 시간이 여유로울 테니까.”
“크흑, 드디어!”
녀석이 갈증이 난 듯이 이하늘에게서 받은 포션을 들이켜고 곧바로 코를 골아댄다.
시끄러운 소리에 절로 인상이 찌그러졌지만, 21층에 오른 후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이곳까지 달려온 터라 이번만은 넘어가 주기로 하였다.
‘나도 좀 쉬어야 하고.’
우웅-
세운이 정자세로 앉아 심법을 떠올렸다.
텅 비어 있는 단전에 새로운 내공을 받아들이고,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는 서클에 새로운 마나를 회전시켰다.
화산재 때문인지 공기가 혼탁해 호흡을 펼치기가 영 까다로워 마나가 어느 정도 회복되자마자 윈드 커튼을 발동시켰다.
정자세로 서클에만 집중하면 마법으로 소모되는 마나보다 회복되는 마나가 더 많았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이제 슬슬 5서클도 다 채워가네.’
폭식의 권능 때문일까?
멀게만 느껴지던 5서클 마스터도 이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물론, 거의 다 채워갈 뿐이지 일반 플레이어 기준에서는 최소 몇 달은 꼬박 수련에 집중해야 채울 수 있는 양이지만, 이 정도라면 드래곤 하트를 통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여기는 좀 애매하고.’
24층과 25층의 사이.
회귀 전의 세운도 여기서 나름 여유롭게 휴식하긴 했지만, 이전 층에서처럼 갑자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 탑이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다음 층의 시련을 끝내고, 클랜의 거주지로 이동한 후에 서클을 개화할 예정이었다.
“일어나.”
“우음, 시간 얼마나 지났습니까? 저 오 분만 더…….”
“버리고 갈 테니까 오 분 만에 따라와 볼래?”
“……헤헷, 출격 완료! 저 박정필, 언제든지 형님의 뒤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푹 쉬었는지 흘린 침 때문에 뺨에 잿더미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몇 시간을 꼬박 쉬었음에도 피로가 완전히 안 풀린 눈치.
하긴, 그 고생을 했으니 이 정도는 이해가 간다.
“걱정 마. 다음 시련은 그렇게 안 어려울 테니까.”
“엥? 형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직접 확인해 봐.”
먼저 준비를 마친 세운이 앞으로 몇 걸음 나가자 곧바로 다음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 25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흩어진 유물
– 시간제한 : 48시간
– 간신히 화산을 내려온 당신은 스모크로 뒤덮인 숲을 발견하였습니다.
– 숲에는 재앙으로 인해 죽어 나간 생명의 유물이 파묻혀 있습니다.
– 하나의 유물을 습득한 후, 스모크를 빠져나가십시오.
단 몇 걸음 더 걸었을 뿐인데 주위의 시야가 극도로 줄어들었다.
검은 연기가 안개처럼 주변을 메우더니 기껏 해 봐야 2m 정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유물? 이거, 그냥 보물찾기 아닙니까?”
“말했잖아. 그리 안 어려울 거라고.”
25층의 시련, 흩어진 유물.
내용은 길지만 박정필의 말처럼 그 본질적인 목표는 보물찾기나 다름없었다.
이 숲에는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가 남긴 유물이 존재한다.
인간이 남긴 것들은 장비들이 대부분이고, 희귀한 몬스터의 소재나 각종 히든 피스 등.
그것 중 하나를 챙길 수 있는 시련이었다.
세운이 기억하기로는 몬스터도 존재하지 않는 시련이었고 그저 시련 통과 목적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유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여기까지 와서 아무 유물이나 찾아가는 플레이어는 거의 없었다.
저마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유물을 찾아내기 위해 제한 시간이 모두 바닥날 때까지 이곳을 돌아다닌다.
‘나도 제법 쓸 만한 유품을 얻을 수 있었지.’
세운의 경우는 남들과 달랐다.
여정의 지침표를 통해 다양한 유품을 찾아낼 수 있었기에 다양한 유품 중 무엇을 선택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와서야 대부분 크게 의미 없는 것들이었지만, 높은 공적치를 위해서라도 쓸 만한 유품을 선택해야 했기에 이번에도 그중 하나를 찾을 예정이었다.
그때.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먹잇감의 희미한 냄새가 느껴진다며 코를 킁킁댑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의 콧구멍에 화산재가 가득 틀어막혀 울상을 짓습니다.
‘음?’
베엘제붑의 예상치 못한 반응이 떠 올랐다.
먹잇감의 냄새라 함은, 분명 이 주위에 몬스터가 있다는 뜻.
하지만, 회귀 전의 세운은 이곳에서 하루를 넘는 시간을 보냈음에도 단 하나의 몬스터도 발견하지 못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분명 맛있는 냄새였다며 당신을 설득합니다.
세운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곳에 몬스터가 존재한다면 그것 역시 히든 피스일 지도 모른다.
유물을 찾는 시련에서 몬스터가 숨겨져 있다면, 그 몬스터가 좋은 유물을 지키거나 숨기고 있을 확률 역시 높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세운이 곧바로 서클을 회전시켰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윈드 필드(Wind field) ]– 일정한 범위를 바람의 대지로 만들어 내는 대범위 마법.
세운의 몸을 중심으로 시원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공격 마법은 아니다. 설명에 적힌 그대로 주위의 기류를 변화시켜 지속적으로 바람을 일으킬 뿐인 마법이었다.
주로 지금처럼 주변의 연기 같은 것을 걷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마법인데, 그마저도 수준이 높고 소모 마나가 높아 선호되는 마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가장 최적의 마법이었다.
바람과 함께 주변의 스모크가 빠르게 사라져갔고, 그와 함께 잿가루가 가득 덮인 대지와 나무들이 보였다.
“이야, 안 그래도 숨 쉴 때마다 잿가루가 들어와서 짜증 났는데. 멋지십니다!”
윈드 필드를 사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이곳에 그 누구도 찾지 못하는 몬스터가 있다면, 분명히 이 자욱한 스모그 속에 숨어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운이 좋다면 몬스터가 바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그도 아니라면.
“……찾았다.”
바람이 불어닥침에도 몸을 숨기기 위해 스모크를 단단히 부여잡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역이 존재하게 마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