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9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98화(194/675)
제 198화
“우엑, 퉷퉷! 형님, 그 마법으로 여기도 좀 걷을 순 없습니까?”
“없어.”
“그럼 왜 이쪽으로 가는 겁니까?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구만!”
어차피 남은 시간은 여유롭다.
세운은 처음 계획했던 대로 바람 마법으로도 스모크가 좀처럼 흩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나섰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회피하는 길이고, 무언가 있다고 해도 탐색하기 어려운 곳으로.
그리고 그 생각은.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맛있는 냄새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코를 연신 킁킁거립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쯤 되니 잿가루도 먹을 만하다며 중얼거립니다.
베엘제붑의 메시지로 인해 확신으로 변했다.
이 짙은 스모그 끝에, 25층의 보스 몬스터로 짐작되는 녀석이 존재한다.
“형님, 저 뭐 찾았습니다! 이게 그 유물인 거 아닙니까?”
“그거 똥이다.”
“넵?”
“똥이라고. 굳어서 잿가루 묻은.”
“우에에엑!”
–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똥이랑 유물도 구별 못 하는 사도의 모습을 비웃습니다.
“나돌아다니지 말고 잘 따라와. 네가 못 따라와도 찾아다닐 생각은 없으니까.”
“에에, 그럴 수가!”
“만약 떨어지면 알아서 아무 유물이나 찾아와.”
“벌써부터 떨어질 거 상정하지 마십쇼오!”
윈드 필드는 5서클 마법이어서 유지하는 데 너무 큰 마나가 필요했다. 그 때문에 세운은 그 대신 윈드 커튼을 펼친 채 나아가는 중이었다.
방향은 알았으니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윈드 커튼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스모크가 자욱한 방향이 있었다.
앞으로 나갈수록 스모크는 더욱 진해져, 마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시야를 판별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혀, 형님. 여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마법 아니면 진짜 코앞도 안 보일 것 같은데.”
스모크가 윈드 커튼을 뚫고 들어왔다.
코끝에 스모크 특유의 매캐한 냄새가 느껴졌다.
이제 마법을 쓰고 있는 것도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윈드 커튼을 해제하고 그 대신 감각에 집중했다.
“형님, 숨쉬기도 불편해 죽겠는데 이제 그냥 돌아가면 안 됩니까? 여기 꼭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
“숙여.”
“넵?”
세운의 명령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박정필이 저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지금까지 제대로 ‘교육’시킨 보람이 있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 자하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열기가 더해집니다.
서걱!
“으아악!”
숙인 박정필의 머리 위로 시뻘건 검격이 닥쳤다.
그러자 그 위에서 일렁거리던 무언가의 형체가 거짓말처럼 흩어졌다.
‘역시, 부정형 몬스터인가.’
스모크에 숨어 있고, 회귀 전의 세운조차 발견하지 못한 몬스터.
그 특성을 떠올리며 대충 짐작은 하였다.
적은 아마 스모크 그 자체.
화산에서 마주했던 리빙 라바와 마찬가지로 전신이 물질이 아닌 스모크로 이루어진 몬스터였다.
그렇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
‘베지 못했어.’
빗나간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 베었음에도 공격 자체가 통하지 않은 것이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기에 일부러 양기의 힘이 담긴 자하신공의 묘리를 응용하여 공격했는데도 말이다.
“샤아아아-”
정체를 들킨 탓인지 녀석이 더 이상 숨기지 않고 기괴한 소리를 내질렀다.
귀신의 비명을 닮아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였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아이스 니들’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쩌저적!
소리가 들린 방면으로 얼음으로 된 송곳을 날려 보냈다.
부정형 몬스터 중에서도 저렇게 핵이 없는 존재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스모크라는 현상 그 자체를 없애야 했으니까.
탑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몬스터를 알고 있는 세운이었지만 저런 몬스터는 처음이었기에 일단은 약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 때문에 다양한 속성으로 공격을 해 보는 중이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아쿠아 필러’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토네이도’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아앗!
휘휘휘휘!
거대한 원기둥이 스모크를 꿰뚫고, 강력한 바람이 스모크를 날려 보냈다. 아니, 그러려고 했지만 결과는 세운의 예상과 달랐다.
그 어떤 마법도 스모크를 타고 유령처럼 활보하는 녀석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마치 환영을 공격하는 기분.
‘설마 진짜 환영인가?’
혹시나 하고 서칭 마법으로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환영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속성으로 공격을 해 보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샤아아-!”
“큭!”
희미하게 일렁거리며 다가오는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실드 마법을 펼쳐도 정말 유령처럼 마법을 꿰뚫고 흘러들어 왔다.
쑤욱하고 세운의 몸을 통과하는 녀석.
육체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정신력이 뭉텅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이것만으로도 족히 정신을 잃고 기절을 했으리라.
‘무적일 리는 없다.’
탑에 그런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적에 가까운 존재라면 몰라도, 절대적인 무적의 존재는 확실히 없었다.
설사 탑의 최고층이라도, 위대한 초월자라 알려진 성좌들이라도.
실제로 성좌들은 아우터에게 잡아먹혀 결국 탑이 무너지고 말지 않았던가?
무적 같았던 그 아우터들은 이번 생에서 세운의 권능에 의해 소멸했었고. 그러니, 저 스모크에게도 분명 약점은 존재할 것이다.
‘핵은 확실히 없다. 물리, 마법 공격 전부 안 통하고 환상이나 마법적 존재도 아니다.’
그때, 무언가의 가능성이 하나 떠올랐다.
그 즉시, 레비아탄의 권능을 발현하였다.
목표는 당연히 스모크를 휘젓고 다니는 저 정체 모를 몬스터.
– 시기의 눈초리가 ‘스모크’에게서 질투를 느끼지 못합니다.
– 질투의 권능이 무마됩니다.
씨익.
권능의 사용이 실패했음에도 세운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10층의 시련에서 제뷔스 세루라는 주술사를 상대했을 때와 같았다. 질투의 권능이 무마되었다는 것은 곧, 대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뜻.
‘본체가 따로 있다.’
보통은 주술사를 찾겠지만, 이곳에는 확실히 몬스터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생명체가 아닌 ‘매개체’가 존재할 것이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찾느냐는 것인데.
그때.
“쿠엑! 아씨, 이건 또 뭐야! 누구 묫자리인가? 형님, 저거 진짜 귀신 아닙니까?”
뒤쪽에서 박정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춤거리다가 어디 발이라도 걸려서 넘어진 모양인데, 묫자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본능적으로 그게 ‘매개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박정필, 어디야!”
“여깁니다! 여기! 여-웁웁! 퀘켁!”
시야가 극도로 차단되어 있었기에 소리로 찾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스모크가 얼마나 자욱한지 소리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마몬의 보물로 인해 청각 역시 극도로 발달한 세운이었다.
스모크의 방해 때문인지 곧 말이 끊겼지만, 그 짧은 외침으로 바로 박정필의 위치를 예상할 수 있었다.
“숙여!”
“읍읍읍읍!”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파이어 캐논’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위치가 헷갈릴 틈도 없이 곧바로 마법을 발현하였다.
박정필의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붉은 섬광이 뻗어나갔다.
스모크가 몰려들었지만, 애초에 녀석들은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 즉, 공격을 막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콰앙!!
대략 10m 거리 앞에서 폭발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박정필은 스모크에 몸을 감긴 상황에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던졌는지 폭발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역시!’
화염으로 인해 잠시나마 시야가 걷어졌다.
박정필의 말대로 묫자리의 비석을 닮은 바위가 서 있었는데, 그 앞으로 작은 향로 하나가 놓여 있었다.
향로 끝에서 회색의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스모크와 흡사했다.
‘자체 방어막은 있는 모양이네.’
향로의 주변에 반원형으로 된 회색 막이 보였다.
마법은 아닌 것 같았는데 파이어 캐논을 막아낼 정도면 꽤 뛰어난 방어막인 듯했다.
“쉬이잇-”
“쉬쉬쉬쉿-!”
본체를 들켰기 때문일까?
스모크가 본격적으로 세운을 노리기 시작했다.
분명 하나뿐인 줄 알았는데, 당장 스모크 속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못 해도 열 개 이상.
정신력 자체를 공격하는 그 특유의 공격은 아무리 세운이라고 해도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방어가 통하지 않으니 대처를 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선수 필승.’
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하면 될 뿐이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적색의 창, 게 다러그 ]– 피아나 기사단의 영웅 ‘디어머드 우어 두브너’가 하사받은 적색의 창. 마법의 수호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알려진 마창이다.
방어막의 내구도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이미 스물이 넘게 늘어난 스모크가 세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길도 완전히 막혀 다가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투창이다.
휘익!
게 다러그의 힘이 깃든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이 힘차게 날아갔다.
비록 그 설명에는 ‘마법의 수호’를 무력화시킨다고 나와 있었지만, 그 본질적인 힘은 단순히 마법이 아닌 이능으로 이루어진 모든 수호를 무력화하는 힘이었다.
즉, 아무리 강력한 방어막이라고 하여도, 게 다러그의 힘이 깃든 창을 막아낼 수는 없다.
째앵!
창끝에 닿자마자 향로 앞의 방어막이 산산이 조각나며 흩어졌다.
파이어 캐논조차 가뿐히 막아낸 방어막이었는데 게 다러그의 힘에는 유리처럼 너무나도 쉽게 부서졌다.
이게 바로 게 다러그의 힘.
방어막이 부서졌으니,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푹!
향로의 중앙에 창끝이 박혔다.
과연, 평범한 향로가 아니라는 것인지 온 힘을 다해 던진 창에 찔렸음에도 창끝이 겨우 들어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미 표면이 꿰뚫리고 균열이 일어난 향로는.
‘회수.’
촤악!
창이 다시금 빠져나오며 일으킨 충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아펠리온의 능력 중 하나인 ‘회수’로 인해 창이 빠져나가며, 청동색의 향로가 터져나갔다.
그 안에 쌓인 잿더미가 짙은 연기가 되어 흩어진다. 그와 함께 세운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던 스모크로 이루어진 형체들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시이잇-”
그러고는 서서히 사라져 가는 녀석들.
부서진 향로의 옆으로 수북한 잿더미에 뒤덮인 박정필의 모습이 보였다.
– 히든 퀘스트, ‘잿더미 향로’를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흩어진 유물’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 25층의 스모크를 걷어내어 시련 ‘흩어진 유물’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단순히 스모크로 이루어진 몬스터를 무찔렀을 뿐만이 아니었다.
이 향로가 25층에 가득하던 스모크의 정체였는지, 주변의 스모크가 전부 사라지는 중이었다.
‘단순한 화산재가 아니었나.’
화산의 다음 필드였기에 그 화산재로 인해 생겨난 현상인 줄 알았는데, 그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곧 스모크가 완전히 걷어지며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공기 중에 매캐한 잿가루가 느껴지긴 했지만, 눈앞을 가로막던 자욱한 스모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퉤, 퉷! 크헥……. 형님, 제발 공격할 때는 조심 좀 해 주십쇼. 저 그것들한테 잡혀 있었는데…….”
“비켜 봐.”
“쿠엑!”
부서진 향로 사이에서 회귀 전에 25층에서 얻었던 것보다 더욱 희귀해 보이는 ‘유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