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9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199화(195/675)
제 199화
향로가 부서지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잿가루.
분명 전부 허공에 흩어진 줄 알았는데, 향로의 파편 사이에 잿가루가 고이 쌓여 있었다.
자연스럽게 쌓인 모습이 아니었다.
게다가, 회귀 전에 모험가로서 수많은 아이템을 다뤄보았던 세운이었기에 바로 알 수 있었다.
저 잿가루가 바로 이 히든 피스의 진짜 보상이자 25층의 목표인 유물 중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 명계(冥界)의 잿가루 ]분류 : 소모품
등급 : A+
설명 : 세계의 가장 깊은 곳. 영혼이 머무는 장소라 알려진 명계에 흩뿌려져 있던 잿가루.
능력 : 1. 희미한 망령 – 단 한 번, 모든 형태의 공격으로부터 면역된다.
2. 사악한 망령 – 단 한 번, 공격에 명계의 힘이 스며든다.
3. 떠도는 망령 – 첫 번째 공격 직후, 시야가 닿는 곳에 한해 원하는 곳으로 즉시 이동
무려 A+급 아이템. 고작 20층 대에서 얻는 아이템치고는 과분한 등급이다.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이 아이템을 찾아내더라도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아무리 A+급 아이템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이 층 대의 플레이어들은 일회성 아이템의 가치를 모르고 있으니까.
‘오히려, 아깝다며 장비나 소재형 아이템을 찾아가겠지.’
솔직히, 다른 플레이어라면 그게 옳은 행동일 것이다.
여기서 쓸 만한 장비를 구하면 적어도 40층 정도까지는 알차게 사용할 수 있고, 소재형 아이템이라면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으니까.
일회성 소모품이라도 영약처럼 힘을 키워주는 아이템이라면 미래를 위해 선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잿가루는 다르다.
그저 전투 시에 단 한 번 사용하는 게 고작인 아이템.
고층의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이 아이템의 가치를 아는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거라면…….’
세운이 망설임 없이 잿가루를 집어 들었다.
다른 플레이어라면 몰라도, 자신이라면 이 아이템을 그 누구보다 알차게 사용할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잿가루의 능력을 보자마자 이제 곧 다가올 시련 하나가 떠올랐으니까.
‘어쩌면, 30층의 시련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30층의 시련.
10층의 시련과 20층의 시련이 그랬던 것처럼 30층의 시련 역시 여타 21~29층의 시련 따위 장난 수준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했다.
회귀 전에는 그저 공포에 떨기만 했었던 그 시련을 어쩌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공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명계의 잿가루’를 선택하시겠습니까?
– 25층의 시련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물은 단 하나입니다.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회귀 전에 여정의 지침표를 통해 얻었던 유물들을 떠올려 보아도, 25층에서 이보다 좋은 유물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 ‘명계의 잿가루’를 선택하였습니다.
– 유물을 가지고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십시오.
“형님, 이것도 그 유물이란 거 아닙니까?”
세운이 잿더미를 챙기고 있을 때, 박정필이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스모크를 떠올리게 하는 잿빛 장갑이었는데 딱 보아도 범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찾은 위치로 보나 특징으로 보나 저것 역시 이번 히든 피스의 보상 중 하나인 모양이었다.
“쓸 만해 보이네.”
“오오! 이거, 저한테 딱 어울리지 않습니까? 마치 손등에 흑염룡을 봉인해 둔 것 같은! 크으!”
“그만 까불고 얼른 가자.”
“아, 벌써 갑니까? 한창 싸웠는데 좀만 쉬다 가시지!”
이번 싸움에서 한 것도 없으면서 뭘 저리 엄살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아니, 우연이었다고는 하나 스모크의 원인이었던 향로를 찾은 건 박정필이었으니 이번에는 그도 나름 한 건을 했다고 해야 하나?
평소라면 뒷목이라도 잡아끌고 가야 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이번 층만 끝나면 거주지에 갈 수 있어.”
“오오! 진짜입니까? 크아아아, 빨리 갑시다! 찝찝해 죽겠습니다!”
하긴, 층마다 빼 먹지 않고 바닥에 몸을 굴렸으니 찝찝할 수밖에.
대충 쓱 훑어보기만 해도 머리카락이고 장비고 꼴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은 전신에 잿가루가 가득 묻어 회색 인간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신나서 앞장서는 박정필을 보며 고개를 내저으며.
“그쪽 아니다.”
“……헤헷, 전 역시 형님만 따라다니겠습니다~!”
세운이 시련의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 * *
– 25층의 시련 ‘흩어진 유물’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남은 시간 : 24시간 05분
– 선택한 유물 : 명계의 잿가루(A+)
– 히든 퀘스트 ‘잿더미 향로’ 완료.
…….
– 총 누적 공적치 285,000point
– 축하드립니다! 25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퀘스트의 추가 공적치는 물론 선택한 유물의 등급도 높았던 덕에 손쉽게 랭킹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
회귀 전에도 여정의 지침표 덕분에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이상이었다.
‘하긴, 그 히든 퀘스트는 25층의 근본이나 다름없는 거였으니까.’
모든 종류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몬스터.
그나마 박정필이 우연히 향로를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더욱 고생할 뻔했다.
스모크는 시야뿐만 아니라 다른 감각들도 혼란스럽게 만드니 어지간한 플레이어라면 그 상황에서 향로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을 것이다.
게다가 향로에 씌어 있던 그 방어막. 분명 어지간한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25층의 시련이 지켜지고 있었던 건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시련을 끝내고…….
“우와아앗! 휴식이다아!”
둘은 곧바로 클랜 거주지로 들어왔다.
서리 요새에서 생활하던 중에도 쌍둥이 자매가 다양한 재료들을 모아 증축을 해 두었기에 거주지는 무척이나 발전되어 있었다.
텐트나 오두막에 가까웠던 이전의 건물들은 전부 무너지고, 그 대신 클랜원마다 하나의 개인 공간이 세워졌다.
당구나 배구장 등 다양한 취미 시설은 물론 훈련장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었다.
고작 50여 명이 함께하는 거주지라고 보기에 과분한 수준.
[ 강한철 : 이번 시련들은 꽤 귀찮군. ] [ 이하늘 : 재해에는 제 힘이 통하지 않아서 곤란하네요. 몬스터가 그리워질 줄은 몰랐어요……. ] [ 한아름 : 헤헤, 요새에서 준비 많이 해 두길 잘했다! ] [ 한다운 : 재해쯤이야, 벙커로 막으면 그만이지! ]클랜챗을 확인해 보니 대부분이 시련에 곤란함을 느끼고 있었다.
하긴, 이번 시련의 재해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에 비해 훨씬 까다로웠으니까. 차라리 단순히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와 반대로 쌍둥이 자매나 몇몇 이는 평소보다 더 편하게 시련을 통과하고 있었다.
디아블로 클랜원의 능력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증거였다.
세운은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클랜챗을 하나 발견하였다.
[ 유서아 : 어떤 유물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네요……. 여기서는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해야겠어요. ]유서아의 메시지.
내용을 보아하니 벌써 25층의 시련을 진행 중인 모양이었다.
세운이 이미 25층까지의 시련을 모두 완수하고 거주지에 도착했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세운이었기에 가능한 일.
다른 플레이어 대부분이 23~24층에 머물러 있는 걸 보았을 때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다.
‘조금 변한 것 같기는 했지.’
유서아는 디아블로 클랜 중에서도 세운이 유일하게 회귀에 대한 사실을 말해 준 이였다.
물론, 설룡에게 설명을 하기 위함이었다고는 하지만 그녀에게는 언젠가 설명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으니까.
그 이후로 눈빛이 조금 더 단단해졌다 싶더니, 그게 시련에서 드러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전 바로 씻으러 가려는데 형님은 어쩌실 겁니까?”
“나도 씻어야지.”
클린 샤워로 청결은 유지할 수 있다지만, 아무래도 그건 휴식의 개념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이번 거주지에서 세운의 목적은 새로운 서클의 개방이었다.
무려 드래곤 하트를 사용할 예정이니,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해 둘 필요가 있었다.
* * *
휴식을 취하던 중.
생각보다 일찍 유서아가 거주지에 도착했다.
그녀가 25층에서 선택한 유물은 루비가 박힌 장신구였는데 정신력을 올려주는 능력을 지녀 지배의 특성과 잘 어울려 보였다.
아직 다른 사람들이 도착하지 않았지만, 세운은 컨디션을 회복하자마자 거주지 밖으로 나갔다.
무려 드래곤 하트를 이용한 수련이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최대한 외각으로 나아가 수련할 생각이었다.
‘슬슬 거주지를 확장할 때가 됐나.’
솔직히 거주지는 지금 크기로도 디아블로 클랜이 사용하기에는 매우 여유로웠다.
사람을 더 받을 생각은 없지만, 층을 더 나아가다 보면 클랜이나 거주지와의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때가 오면 거주지의 크기 역시 지형적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조만간 공적치를 이용해 클랜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면 되겠지.’
도착한 곳은 거주지의 지형 끝 쪽에 위치한 골짜기.
유서아에게 미리 말해 두었으니 사람들에게 방해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거주지까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하게도, 세운 역시 드래곤 하트를 다루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최대한 조심하는 중이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붉게 변한 드래곤 하트를 바라보며 관심을 가집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혹시 그것도 먹을 수 있는 것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이번에는 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된다며 당신을 지켜봅니다.
안에 용암이 들끓듯이 붉게 변한 드래곤 하트를 꺼내 들었다.
본래 설룡의 힘이 깃들어 스노우볼처럼 안쪽에 흰 눈이 찰랑거리는 순백의 보석이었는데, 내부의 속성이 얼마나 잘 치환됐는지 선명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후우…….”
가부좌를 틀고 정자세로 드래곤 하트를 가볍게 들었다.
어떤 위험이 따를지 모르니, 최대한 정석을 따르며 수련에 따를 생각이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레드 마나 서클 ]– 제국의 칠대 마탑 중 하나인 적색의 마탑을 세웠다는 초대 마법사가 배웠다고 알려진, 이후로 그 어떤 마법사도 재현해 내지 못했다는 전설의 수련법.
사용하는 수련법 역시 평범한 수련법이 아니었다.
마몬의 창고에 존재하는 수많은 수련법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련법.
해당 차원에서도 전설처럼 남아 그 어떤 마법사도 재현해 내지 못했기에 초대 마법사가 드래곤이 아니었을까 하는 말이 돌았을 정도의 수련법이었다.
드래곤 하트를 이용한 수련이기에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우우웅!
서클이 본격적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드래곤 하트를 이용하는 만큼 서클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지금까지의 것들과 전혀 달랐다.
먼저 동화의 과정이 필요했다.
드래곤 하트 내부에 잠들어 있는 마나와 동화하여 아주 천천히 그 힘을 받아들어야만 한다.
콰륵-
하트 내부에 깃든 마나가 용암처럼 솟아오르며 동화에 저항한다.
그러나, 이미 5서클에 도달하며 다섯 마탑의 묘리를 습득한 세운의 마나 컨트롤 실력은 어지간한 대마법사를 방불케 할 지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화에 성공하여 꿈틀거리던 용암이 서서히 진정되었다.
그에 이어 세운의 서클에 꿈틀거리는 붉은 마나가 닿는 순간.
– 내 안식을 어지럽힌 게…… 네놈이더냐?
주변의 광경이 온통 붉게 변하고, 그 사이에서 위압적인 목소리가 고고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