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9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01화(197/675)
제201화
“후우…….”
심상 세계를 빠져나오자마자 느껴지는 것은 후끈한 열기였다.
아니, 입으로는 열기가 들어오지만, 그와 반대로 바닥에서는 차가운 한기가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들어보니 주변이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세운 씨! 괜찮으세요?”
화산이라도 분화된 것처럼 세운을 중심으로 용암이 퍼져나가 있었다. 아마, 이게 후끈한 열기의 원인이리라.
다만 그 용암은 본래의 붉은 모습이 아니라 새까맣게 죽은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용암이 생겨나자마자 설룡의 힘에 의한 지독한 한기로 인해 곧바로 굳어 버린 듯했다.
굳어 버린 용암의 끝자락에서 디아블로 클랜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제법 지났나 보네.’
분명, 수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유서아만이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클랜원 모두가 모여 있는 것을 보니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지난 모양이었다.
후드득.
자리에서 일어나니 허물이 벗겨지듯 몸에서 얇은 막이 떨어져 나왔다.
열기와 냉기를 동시에 품고 있는 피막.
세운이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흡수하는 도중에 생겨난 것인 듯했다.
“형니임! 괜찮으십니까? 진짜 난리도 그런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와아아! 오빠, 어떻게 한 거야? 여기 막 퍼엉! 하면서 터지는 소리 났어!”
“그리고 바로 막 차가워지는데, 설원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니까?”
박정필과 쌍둥이 자매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주변의 흔적들은 한순간에 생겨난 게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대충 둘러보아도 범위가 너무 넓으니까.
적어도 하루 이상은 지난 것 같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거지?”
“5일이 지났어요. 이변이 일어난 건 사흘 전부터였어요.”
“5일이라…….”
“그보다,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 오히려 생각 이상으로 잘 됐어.”
세운이 여섯 번째 서클을 느꼈다.
지금까지 얻었던 그 어떤 서클과 비교해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불의 기운.
드래곤 하트에 잠들어 있던 마나를 100%에 가깝게 흡수한 결과였다.
‘원래 어느 정도의 손실은 각오했었는데.’
설룡의 드래곤 하트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다.
곳곳에 균열이 일어나, 자칫 땅에 떨어트리면 깨질 것처럼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러니 수련 중에 20~30%의 마나가 손실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각오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서클을 채운 마나를 대충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드래곤 하트에 남아 있던 마나 전량이 완벽에 가깝게 세운에게로 흡수되었다.
– 적탑의 수련법을 통해 여섯 번째 마나 서클(Mana circle)을 생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새로운 서클의 생성에 따라 6 서클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 마나 서클의 수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수준이나 위력, 속도 등이 상승합니다.
– 적탑의 수련법이 가진 묘리에 따라 사용하는 마법의 범위가 이전보다 넓어집니다.
–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평소보다 2배에 달하는 공적치 보상.
그도 그럴 게, 6서클의 경지는 마법사들 중에서도 극히 높은 경지였다.
재능과 노력, 기연, 깨달음 등. 그 모든 요소가 겹쳐야지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
그중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평생 마법에 매진하여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런 경지를 고작 탑의 25층 수준에서 도달해 버린 것이다.
심지어, 세운이 얻은 힘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 자하신공을 통해 체내에 잔존하는 양기를 흡수하였습니다.
– 단전에 이 갑자의 내공을 쌓았습니다.
– 상승한 내공의 수치에 따라 사용하는 모든 무공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2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드래곤 하트를 통해 흡수한 힘이 여섯 번째 서클을 만들고서도 여력이 남아 단전으로 흡수된 것이다.
이로써 세운은 6갑자의 경지에 이르렀다.
예전부터 생각하던 초절정 무공에도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당신이 뭔가 변한 것 같다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당신의 경지에 감탄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사라진 드래곤 하트를 보며 아쉬워합니다.
“으음, 정말이에요. 딱히 이상은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몸이 좋아진 듯한…….”
“그러니까 멀쩡하다니까.”
다들 걱정이 되었는지 이하늘까지 찾아와 세운의 몸을 진단하였다.
무려 오 일간 이곳에서 꼼짝없이 수련한 것은 물론, 용암이나 한기 같은 이변까지 일어난 덕에 많이 불안했었나 보다.
‘그래도 중간에 건드리지 않아서 다행이네.’
아마 유서아가 세운의 말대로 주변에 다가오지 못하도록 잘 막아준 모양이다.
만약 수련 도중에 누군가가 걱정된다며 세운과 접촉했다면, 자칫 드래곤 하트의 마나가 역류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는 당연히 주화입마(走火入魔)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다들 돌아가. 난 아직 확인할 일이 남았으니까.”
“조금 쉬시는 게 어때요? 닷새 동안이나 수련을 하셨는데.”
“진짜 멀쩡하다니까. 확인만 마치고 바로 돌아갈게.”
“……네. 바로 식사 준비해 둘게요.”
“고마워.”
세운은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차분하게 새로운 서클을 관찰하였다.
가만 보니 여섯 번째 서클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서클들 역시 강화되어 있었다. 전체적인 용량이 늘어난 것은 물론 회전 속도도 무척이나 빨라졌다.
무엇보다.
‘첫 번째, 블루 마나 서클…….’
첫 번째 서클의 상태가 꽤나 기묘했다.
순수한 물보다는 냉기. 아니, 눈에 가까운 속성을 지니게 된 블루 마나 서클. 그곳에 잠든 힘이 다른 서클에 비교해도 말도 안 되게 강해져 있었다.
심지어는 드래곤 하트의 마나로 생성한 여섯 번째 서클보다 더.
세운은 그 이유를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설룡의 심상 세계.’
드래곤 하트의 마나와 함께 흡수된 설룡의 의지인 듯했다.
세운은 가만히 그가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 스스로가 자네의 ‘깨달음’이 되어주겠다.’
깨달음.
아직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라도, 무려 설룡의 의지다.
득이 되었으면 득이 되었지, 세운에게 불리한 일을 만들어 내지는 않을 것이다.
세운이 차분하게 새로 생긴 힘을 관찰하던 중.
– 성좌, ‘네 번째 날’이 당신의 경지를 내려보며 감탄합니다.
– 성좌, ‘정오의 태양’이 태양처럼 뜨거운 당신의 힘에 이끌립니다.
– 성좌, ‘스스로 태어난 자’가 연꽃처럼 활짝 피어난 당신의 경지를 축하합니다.
여러 성좌의 메시지가 떠 올랐다.
지금까지 어지간한 메시지는 다 마몬이 직접 차단해 주었기에 오랜만에 겪어보는 상황이었다.
누가 보아도 성좌들의 이목이 끌릴 만한 상황에서 마몬이 굳이 다른 성좌들의 간섭을 가만히 두었을 리가 없다.
그렇다는 말은.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인상을 찌푸리며 하이에나들을 적대합니다.
저들이 마몬조차도 곧바로 내쫓을 수 없는 강력한 성좌들이라는 뜻이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성좌, 네 번째 날.
아스가르드의 최고신이라 할 수 있는 오딘을 뜻하는 이명이었다.
그 아래 정오의 태양은 헬리오폴리스에서 가장 위대한 신이라 할 수 있는 태양신 라.
스스로 태어난 자는 창조의 신이라고도 알려진 브라흐마였다.
저마다 각 신화를 대표하는 주신인 만큼 마몬이라도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이들이었다.
‘제우스는 안 보이네.’
관리소의 힘이 잘 작용하고 있는지 아무리 둘러보아도 올림포스의 신들은 보이지 않았다.
힘을 시험해 보려던 중에 보는 눈이 늘어나 버려 부담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멈출 생각은 없었다.
‘관객이 생긴 겸 치지 뭐.’
주신급 성좌들이 직접 존재를 드러내 왔다.
그러니, 이대로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는 그들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압도적인 힘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첫 번째 서클부터 여섯 번째 서클까지.
‘기왕이면 화려한 마법을 보여줘야겠지.’
모든 서클을 서서히 회전하던 세운이 드디어 새로운 마법을 발현하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기가 라이트닝(Giga Lightning) ]– 지정한 위치로 수만 볼트의 벼락을 내리꽂는 자탑의 절기. 마나가 이어지는 한 끝없는 벼락이 쏟아진다.
쿠릉, 쿠르릉!
세운의 머리 위로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여타 5서클까지의 마법을 펼쳤을 때처럼 작은 구름이 아니었다. 정말 폭풍이 몰아치기라도 할 것처럼, 높은 하늘 위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에 맞춰 올라가는 세운의 오른손.
그 손이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
파직!
콰르르릉!
콰릉, 콰아아앙-!!
검은 구름이 뇌전을 토하기 시작했다.
한 줄기의 벼락이 아니다.
수십, 수백 개의 벼락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벼락의 수를 일일이 세기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세운이 목표로 설정한 지형에서 뇌전의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며 땅이 움푹움푹 파여 들어갔다.
땅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자욱하게 퍼져나가고, 발밑으로 짜릿한 뇌전이 퍼져나갔다.
마법을 시전하는 데 집중하는 사이, 온갖 성좌들의 감탄사가 나타났다.
세운은 그것들을 가뿐히 무시한 채, 서클을 가득 채운 마나를 모두 소모할 때까지 끝없이 벼락을 쏟아냈다.
이미 목표로 설정한 지형은 ‘지형’이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이 난데없는 날벼락 사태에.
“저거 설마 혈랑 오빠가 하고 있는 거야?”
“그렇겠지……?”
“미쳤네.”
“응, 미쳤네.”
“앞으로 안 까불어야겠다…….”
“세운 씨…….”
거주지로 돌아가던 디아블로 클랜원이 멍하게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 * *
쾅, 콰과광!
그 이후로도 세운의 마법은 계속되었다.
적탑의 묘리로 인한 마법의 범위 증가는 물론, 서클이 강화되며 마법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알아내고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그 때문에 세운은 마나가 차오를 때마다 다양한 마법을 발현하였고, 덕분에 거주지의 외곽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우득!
파지지직!
바닥이 꽁꽁 얼었다가 뜨거운 화염에 타들어 간다.
물에 범람했다가 짜릿한 전류가 흐르더니, 대지가 푹 꺼져 들어가며 그 안에서 물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증기가 되어 사라진다.
이를 통해 세운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신력이 강해졌다.’
정신력.
이는 상태창에 적힌 능력치처럼 단순한 수치로 확인하기 어려운 사항이었다. 그러나, 플레이어에게 그 어떤 능력치보다 중요한 힘이기도 했다.
모든 마법은 물론 무공에 대한 집중력과 상대의 공격에 대한 저항 등. 그 모든 것들에 정신력이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
경지가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정신력이 오른 것도 있겠지만, 세운이 느낀 것은 그 이상이었다.
경지의 상승 이외의 무언가가 자신의 정신력을 키워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 역시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설룡의 의지.’
드래곤 하트의 마나를 흡수하며 덩달아 흡수하게 된 설룡의 심상세계.
지금은 첫 번째 서클인 블루 마나 서클에 머물러 있는 그 힘이 정신력으로 드러나고 있는 듯했다.
덕분에 마법을 사용할 때 집중력이 올라가 마법의 섬세도가 매우 크게 향상되었다.
‘슬슬 마법에는 익숙해진 것 같고.’
무려 이틀 동안 온갖 마법을 쉴 새 없이 난사했다.
강화된 마법을 몸에 완벽히 익힌 것은 물론, 기존의 마탑의 묘리와 이번에 새로 얻은 적탑의 묘리에까지 적응하였다.
총 마나량에 따른 한계 역시 파악했으니 실전에서 헤맬 일은 없을 것이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볼까.’
이번에 얻은 힘은 서클만이 아니었다. 2갑자의 내공을 얻어, 총 6갑자의 내공을 품게 된 세운의 단전.
실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자하검결과 같은 초절정 무공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때.
– 성좌, ‘네 번째 날’이 당신에게 제안을 해 옵니다.
아스가르드의 최고신.
오딘에게서의 메시지가 세운의 눈앞에 떠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