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19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02화(198/675)
제202화
‘제안?’
오딘이 처음 세운에게 말을 걸었던 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인제 와서 제안이라니.
그 말은 곧 제법 오랜 시간 동안 고심을 했다는 것이고, 오딘이 세운에게 할 제안이라면.
‘영입이겠지.’
– 성좌, ‘네 번째 날’이 당신을 아스가르드의 일원으로 초대합니다.
아스가르드.
오딘의 주축으로 천둥의 신 토르, 전쟁의 신 티르 등 호전적인 신들이 거주하는 ‘신들의 땅’이었다.
‘하긴, 고민할 게 많았겠지.’
세운은 강하다. 시스템도 인정한 것처럼, 지금까지 탑에 들어 왔던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더더욱.
물론, 카샬락카스 같이 태생이 드래곤으로서 탑을 휘저으며 등반했던 이들에는 못 미치겠지만 성장 속도만은 드래곤 이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바로 세운이 몸을 담그고 있는 세력.
비록 정식적인 계약을 맺지 않았다지만, 세운은 물론 디아블로 클랜원 대부분이 악마들과 연관되어 있었다.
심지어 세운을 주위로는 마몬과 베엘제붑, 레비아탄이라는 세 마신이 달라붙어 있었다.
이게 끝인가?
아니다. 탑을 오르며 올림포스 신들의 적대를 받았으며 헬리오폴리스의 신 케프리와도 원한 관계를 맺었다.
세운을 영입한다는 것은, 그 모든 이들과 척을 질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오딘은 지금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세운에게 영입 제안을 내건 것이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인상을 찌푸립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무슨 일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저 제안이 먹힌다면 앞으로 식사를 못 하게 될 거라며 친히 설명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그럴 수는 없다며 비명을 내지르며 당신을 말립니다.
이후에 들려오는 구체적인 제안도 보통이 아니었다.
먼저, 사도 제안.
당장 제안을 내걸고 있는 오딘은 물론 원한다면 아스가르드의 어떤 신과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였다.
두 번째, 발할라 길드의 직책.
30층도 되지 않는 저층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탑을 오르다 보면 플레이어들이 길드라는 세력을 맺고 큰 영향력을 보인다.
그중에서도 발할라 길드는 아스가르드의 신들과 계약한 플레이어들이 모여 만들어진 길드. 탑의 길드 중에서도 강함이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바로 길드 마스터는 안 되겠지만, 그 후계로 성장하며 길드 마스터의 강함을 넘어서면 바로 그 자리를 이어받게 해 준다고 하였다.
그 외에도 아스가르드의 보물과 각종 편의 등. 대충 들어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제안을 내밀었다.
– 성좌, ‘다섯 번째 날’이 싱긋 웃으며 당신을 지켜봅니다.
– 성좌, ‘네 번째 날’이 이 정도면 탑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파급 적인 제안일 거라 확신합니다.
‘프레이야가 개입했던 건가.’
성좌, 다섯 번째 날. 프레이야가 오딘의 망설임에 힘을 보태준 모양이다.
‘확실히 파급 적인 제안이야.’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안의 내용 하나하나가 다 엄청난 것들이었다.
저들의 제안에 승낙한다면 탑의 최상위 권력을 휘어잡는 것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아스가르드의 파급 적인 제안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
세운을 지켜보며 망설이고 있던 다른 주신들 역시 제안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성좌, ‘정오의 태양’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다면 위대한 태양이 그대를 비출 것이라며 뇌까립니다.
– 성좌, ‘정오의 태양’이 아우의 빚은 친히 넘어가 주겠다고 합니다.
–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그럴 수는 없다며 소리를 빼액 내지릅니다.
– 성좌, ‘정오의 태양’이 잠시만 기다려달라며 아우를 태양 뒤편으로 데려갑니다.
세운에게 원한을 가진 케프리의 고개까지 숙이게 하며 제안을 해 오는 헬리오펠리스의 주신, 라.
– 성좌, ‘스스로 태어난 자’가 무릇 크게 될 자는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며 끝없는 우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창조신이라 불리는 브라흐마 등. 다양한 성좌들의 메시지로 인해 시야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오딘이 내건 제안보다는 못했지만 그들의 제안 하나하나가 모두 입을 떡하니 벌어질 만한 것들이었다.
그럴수록 세운을 지켜보던 마신들은 애가 탈 따름이었다.
베엘제붑은 대놓고 안절부절못하는 중이었고, 마몬 역시 은근히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신전을 세워주기로 약속을 하였던 레비아탄 역시 마찬가지.
세운이 어떤 표현도 하지 않고 있자, 참지 못하고 마신들 역시 제안을 내걸기 시작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감히 자신의 은혜를 잊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 건 아니겠지 라며 웅얼거립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참에 정식으로 탐욕의 사도가 되는 게 어떻겠냐며 제안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자신의 사도가 된다면 아무리 먹어도 배고프지 않은 놀라운 식욕을 가질 수 있다며 자랑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자신 역시 힘을 되찾는다면 큰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며 속삭입니다.
세 마신의 사도 제안.
지금까지 세운 스스로가 정식적인 계약을 거절했다고는 하지만, 셋이 이렇게 대놓고 사도 제안을 드러낸 건 처음이었다.
‘새롭네.’
잠시, 회귀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튜토리얼에서 판에게 배신을 당한 후, 세운은 성좌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힘만으로 탑을 올랐다.
중간중간 흥미를 느끼고 손을 내민 신들이 있었지만, 믿지 않았다.
믿을 건 오직 스스로의 힘과 지식뿐이라는 생각으로 남들보다 독하게 탑을 올랐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튜토리얼을 시작할 때부터 두 마신과 함께한 것은 물론, 이제는 주신이라 불리는 성좌들이 먼저 손을 내밀고 있었다.
비록 회귀의 목적은 이게 아니었지만, 감회가 새롭게 다가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세운은 성좌들의 제안에 답을 내놓았다.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 성좌, ‘네 번째 날’이 역시 그렇냐며 아쉬운 티를 비춥니다.
– 성좌, ‘정오의 태양’이 아우를 끌고 돌아오며 들려오는 소식에 이게 다 아우 탓이라며 다시 한번 태양 뒤로 돌아갑니다.
– 성좌, ‘스스로 태어난 자’가 작은 세상에서 놀긴 영 아까운 존재라며 혀를 찹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분명 성좌들이 제안한 사항들은 전부 탐나는 것들이었다.
만약 어딘가 들어갈 것처럼 이곳저곳에 발을 걸친다면, 성좌들에게 여러 보물을 뜯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세운이 사용하는 권능들은 마신들의 것이면서 세운의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 다른 성좌와 계약을 맺어도 탐욕과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레비아탄의 권능 역시 ‘약속’의 빌미로 빌려온 것이기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언젠가, 오히려 내 발목을 잡을 것들이야.’
세운의 첫 번째 목표는 신마대전을 막아내는 것이다.
만약 신마대전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내야만 한다.
그런데 만약 세운이 어느 한 편의 편을 들고 있는다면? 결국 반대쪽 세력을 부술 때까지 전쟁을 멈추지 못하게 된다.
세력이 반파된 성좌들로는 아우터의 침략을 막아내지 못한다.
적당히 발을 걸치며 간을 보아도, 결국 나중에 가서는 선택할 일이 오고 만다.
그때는 오히려 간 보았던 성좌들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성좌들과 계약하는 것은 앞으로의 계획에 부정적이었다.
지금 곁에 있는 마신들과 계약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말이다.
– 성좌, ‘네 번째 날’이 마신들과도 계약을 맺지 않는 것이냐고 물어봅니다.
“네. 전 그 누구와도 계약을 맺지 않을 것입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계약 같은 게 아니더라도 소유권에는 변함이 없다며 팔짱을 낍니다.
– 성좌, ‘네 번째 날’이 그 이유를 물어봅니다.
“지금은…… 저 스스로의 힘을 관철(觀徹)하고 싶습니다.”
제안을 거절한다며 괜히 성좌들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세운은 관철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다. 지금 당장은 자신의 힘에 집중하고, 알아보고 싶다고.
그 말은 곧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기댈 곳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성좌들에게 기대심을 품게 하면서 거절하는 가장 적절한 핑계였다.
세운의 예상대로, 제안을 내밀었던 성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둘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 성좌, ‘네 번째 날’이 스스로를 관철한다는 당신의 의지에 감탄합니다.
– 성좌, ‘네 번째 날’이 언젠가 꼭 ‘발할라 길드’에 찾아오라며 등을 돌립니다.
– 성좌, ‘다섯 번째 날’이 작별 인사를 건넵니다.
‘발할라 길드라.’
회귀 전의 세운은 어딘가 소속되지 않고 개인으로 활동하였지만 여러 길드의 의뢰를 받아 수행하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여러 길드의 소문이나 성향 등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솔직히, 그 대부분은 썩어 있었다.
등반이라는 플레이어 고유의 목적은 잊고 탑의 지배자로서 만족하고 있는 이들. 그 모습은 사자를 피해 약자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와도 닮아 있었다.
하지만, 발할라 길드는 달랐다.
그들은 아스가르드의 성좌들에게 선택받은 것을 증명하듯 호전적인 성격과 강한 도전심을 품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그들은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새로운 고층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하던 길드이기도 했다.
‘세력에 들어갈 생각은 없지만, 발할라 길드라면 연을 이어둬도 되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제 25층을 공략한 수준으로 그들을 만나러 가는 건 불가능했다.
생각을 마친 세운은.
– 내공을 통해 자하검결의 제일 초식, 자하개벽(紫霞開闢)이 강화됩니다.
– 자하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열기가 더해집니다.
우우웅!
마법에 이어, 6갑자에 오른 단전을 뜨겁게 달구며 초절정 무공이라 불리는 힘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 * *
수련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아무래도 6서클의 경지가 5서클까지와는 차원이 달랐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거기에 6갑자에 이른 덕에 본격적으로 익힐 수 있었던 초절정 무공 역시 마찬가지.
분명 머릿속에 무공의 지식이 선명하게 들어 있는데도, 생각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무공을 펼치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본래 이 수준에 도달하며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깨달음’이 부족한 탓일 터다.
그렇다고 해도 세운이 펼치는 무공은 성좌들마저 감탄하게 할 정도로 절묘했지만 말이다.
– 클랜 전용 거주지가 확장됩니다.
수련을 반복하며 거주지 주변의 땅이 폐허를 넘어 소멸하는 수준에 다다른 탓에 세운이 공적치를 들여 거주지를 확장하였다.
기존의 2배에 가깝게 확장된 거주지.
“우와아아아! 넓다아아!”
“언니, 공간도 넓은데 우리 탱크 같은 거라도 만들어 볼래?”
“재밌겠다! 좋아!”
쌍둥이 자매는 신나서 뛰어나가 갖가지 건축물을 지었고, 다른 클랜원들 역시 수련 등의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그리고 기왕 클랜의 옵션을 건드린 김에, 클랜장의 권한으로 다양한 옵션들을 건드렸다.
– 디아블로 클랜에 미약한 공격력 버프가 생겨납니다.
– 디아블로 클랜에 미약한 방어력 버프가 생겨납니다.
– 디아블로 클랜의 공격력 버프가 상승합니다.
– 디아블로 클랜의 방어력 버프가 상승합니다.
…….
기본적인 버프 옵션은 물론, 갖가지 상태 이상 저항이나 소형 인벤토리 기능 등. 공적치가 꽤 많이 소모되었지만, 상관없었다.
여태껏 모아둔 세운의 공적치는 이미 천만 포인트에 다다르고 있었으니까.
옵션을 건드리며 300만에 가까운 포인트를 사용했지만,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당장 공적치를 사용할 만한 건 별로 없으니까.’
탑의 상층이라면 몰라도, 지금 수준에서 공적치를 사용해 살 수 있는 물품들은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서리 요새에서 구한 지금의 장비보다 부족한 수준.
차라리 고창석이 만들어 준 장비가 나을 정도였다.
“다들 준비는 되셨죠?”
“클랜장이 먼저 쉬자고 할 줄은 몰랐네. 덕분에 질리도록 쉬었습니다!”
“이러고 있으니까 오히려 몸이 근질거릴 지경이라니까.”
“이번에 새로 생긴 버프도 든든하고.”
디아블로 클랜이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세운의 수련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 역시 충분한 휴식을 마치고 버프에도 익숙해졌다.
그럼 남은 것은 하나.
“이번에도 다 같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해요!”
“갑시다!”
“형님, 이번에도 같이 갑시다아!”
다음 층.
26층의 시련에 도전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