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09)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13화(209/675)
제213화
아쉽게도, 명계의 힘이 깃들어 만들어진 지옥문이라 하더라도 운석 전체를 집어삼키지는 못했다.
운석의 1/3 정도를 삼켰을 때쯤.
콰과과광-!!
지옥문이 운석의 힘을 버티지 못한 채 깨져나갔다.
다행인 점이라면 그와 함께 운석 역시 수십, 수백 조각이 나서 주변으로 퍼져나갔다는 점이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인상을 찌푸리며 운석 조각에 달라붙은 검은 액체를 노려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운석이 깨지니 악취가 더욱 짙어졌다며 헛구역질을 시작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정말로 맨몸으로 운석을 깨부순 당신의 힘을 놀라워합니다.
운석 조각에 달라붙은 검은 액체. 결국, 운석을 부쉈어도 아우터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었다.
그래도 첫 격돌로 아우터를 상당량 소멸시킨 것과 남은 아우터도 여러 갈래로 찢어져 나뉘었다는 건 크나큰 이득이었다.
다만, 운석을 공격할 때 그에 대한 반동으로 세운 역시 엄청난 대미지를 입었지만, 명계의 잿가루로 인해 한 번의 충격을 무효로 할 수 있었다.
그래봤자 무리하게 힘을 끌어쓴 탓에 손가락 하나 까딱이기 힘든 상태지만 말이다.
– 히든 퀘스트, ‘운석을 막아선 자’를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종말’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 히든 퀘스트, ‘운석 파괴’를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종말’에 추가 점수가 대폭 부여됩니다.
‘성공이다…….’
운석 충돌을 막아냈다. 아니, 세운이 소멸시킨 건 1/3가량의 운석뿐이었고, 남은 운석 조각이 산산이 흩어졌으니 완전히 막아냈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걸로 세계의 종말만은 간신히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세계가 원상태로 회복되기까지의 시간이 더욱 단축됐으리라.
그것만으로도 세운은 만족하였다.
이번 활약이 아우터로부터 탑을 지키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 ‘명계의 잿가루’의 힘으로 지정한 위치를 향해 이동합니다.
지상으로 추락하던 세운의 몸이 흐릿해지더니 이내 유령처럼 반투명해졌다.
그러고서는 바람에 휘날리듯 성의 입구 앞에 놓였다.
“……고생했다.”
“들어가 있으라니까.”
애초에 비밀 통로로 내려갈 생각이 없었다는 듯이 성문에서 기다리고 있단 강한철이 세운의 어깨를 들쳐멨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세운의 기억이 끊어졌다.
* * *
탑의 관리소.
21~30층을 통째로 관리하는, 규모만큼은 탑에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부서.
그곳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관리자가 손에서 일을 놓은 채 멍하게 정면의 대형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에 존재하는 사람은 세운 한 명뿐.
그는 오만하게도 운석을 향해 검을 빼 들고 있었다.
“설마, 정말……?”
“아냐, 저건 불가능하네. 역대 등반자 중에서 순수한 강함으로 최고라 평가받던 용족인 ‘카샬락카스’도 실패한 방법이야.”
“여, 역시 그렇겠죠?”
운석을 파괴하려는 시도는 세운만 해 본 것이 아니다.
선대 등반자인 카샬락카스 역시 마음에 안 든다며 운석을 향해 브레스를 쏘아보았지만, 운석을 막을 수는 없었다.
때문에 그녀 역시 결국에는 자리를 벗어나 방어 마법을 펼쳐 30층의 시련을 통과했다.
탑에 존재하는 수많은 종족 중에서도 최강이라 평가받는 드래곤. 그조차도 성공하지 못한 도전을, 한낱 인간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콰앙-
화면 속 세운과 운석이 맞부딪혔다.
검은 액체가 꿀렁거리며 검을 막아내자, 관리자들 모두 의아한 듯 얼굴을 갸웃거렸다.
운석에 저런 이물질이 존재한다는 건 그들조차 몰랐던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뚝.
“어?”
“갑자기 왜 꺼진…….”
“다들 자기 일 안 하나! 아주 여유롭나 보군. 각자 앞으로의 업무보고서 작성해서 퇴근 전까지 제출하도록!”
“네? 아니, 팀장님 갑자기 왜…….”
“지금 딴지 거는 건가? 자네는 외근 준비하도록. 마침 25층을 재정비할 생각이었으니까.”
“으악!”
관리소장이 쾅! 문을 닫고 튜닝과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우터의 존재는 관리소의 간부급에게만 알려진 정보로써, 관리소장조차도 이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다만, 이 정보가 새어 나가면 곤란하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었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다급하게 개인 화면을 열었다.
치이익!
화면 속에서는 세운의 검과 닿은 아우터가 타는 소리를 내며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고, 액체가 꿀렁거리며 자리를 피하는 순간.
쿠구궁!
귀기로 그러진 시퍼런 지옥문이 운석을 집어삼켰다.
운석 전체를 집어삼키는 건 실패했지만, 1/3을 그 자리에서 소멸시킨 것은 물론 남은 부분마저 산산이 조각나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정말로 성공하다니…….”
드래곤조차 실패한 위업을 달성하다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힘을 끌어 올린 부작용 때문인지 세운은 자리에서 쓰러졌지만, 튜닝과 관리소장은 그 이후의 장면을 선명히 볼 수 있었다.
본래라면 운석이 떨어지며 초토화되어 재기불능이 돼야 했을 세계.
흩어진 운석의 파편에 맞은 곳들에서 거대한 폭발과 함께 크레이터가 생겨났지만, 본래의 수순인 ‘종말’에는 이르지 않았다.
엔딩이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튜닝이라고 했나. 겨우 인간 하나에게 담당관이 붙어 있기에 이해가 안 갔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겠군.”
“제가 말했지 않습니까. 저 플레이어는 현재 탑에서 가장 눈여겨보고 이는 이레귤러 중 하나입니다.”
“그럴 만하지.”
“그런데,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존에 정해 있지 않은 새로운 엔딩이 펼쳐지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생기지. 문제는, 그 문제를 나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네.”
“…….”
탑의 열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며 겨울 테마의 얼음 성처럼 시련 자체가 바뀐 경우도 몇몇 있었다.
그중에서도 30층의 시련인 ‘종말’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고유 시련이었다.
그 길고 긴 세월 속에서, 운석이 파괴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관리소장이라고 해도 그 뒤의 일을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둘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던 중.
“이, 이건!”
“아무래도 전 곧바로 쉼터의 관리소로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 30층의 시련, ‘종말’이 불안정한 방식으로 공략되었습니다.
– 불안정한 공략 방식이 네 번째 쉼터에 영향을 미칩니다.
– 네 번째 쉼터에 새로운 필드, ‘불안정한 종말’이 생겨납니다.
– 네 번째 쉼터에 새로운 퀘스트가 생겨납니다.
그들의 궁금증을 해 주려는 듯이, 화면에 큼지막한 메시지가 떠 올랐다.
* * *
– 30층의 시련 ‘종말’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히든 퀘스트 ‘운석을 막아선 자’ 완료.
– 히든 퀘스트 ‘운석 파괴’ 완료.
…….
– 총 누적 공적치 5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30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랭킹 1위 추가 공적치까지 합치면 무려 60만 포인트에 달하는 공적치가 한 번에 들어왔다.
클랜 거주지에서 휴식하고 겨우 다섯 개의 시련에 도전했을 뿐인데, 클랜 강화를 위해 소모했던 공적치가 벌써 상당량 회복되어 있었다.
다른 클랜이 보통 클랜원의 공적치를 끌어모아 간신히 클랜을 강화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기함을 토할 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때, 오른손등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하긴, 신성을 무리하게 끌어쓰긴 했지.’
광란의 권능을 이용한 신체 강화를 한계까지 끌어 올린 것은 물론, 세 번째 권능으로 상당히 많은 아우터를 소멸시켰다.
마지막에 지옥문에 삼켜진 아우터도 여기에 포함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흔이 무리한 건 사실이었다.
열기를 보아하니 적어도 하루는 쉬게 두어야 할 것 같았다.
“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상체를 일으키니 옆의 책상에서 무언가를 제조하고 있던 이하늘이 가까이 다가왔다.
치료사인 만큼, 그녀가 옆에서 세운을 간호하고 있었던 듯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이틀밖에 안 지났어요. 쉼터에 쉴 곳이 없어서 당황했는데, 아름이랑 다운이 덕분에 지금은 쉼터 구석에 임시 거주지를 만들어 뒀어요.”
이틀.
세 마신의 힘을 받아 과하게 강화된 힘의 후유증이라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다.
서클과 단전은 성흔과 마찬가지로 무리를 받았는지 후유증이 조금 남아 있었지만, 체력은 멀쩡히 회복되었다.
파극암검을 사용한 만큼 신체적 후유증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하늘이 옆에서 제대로 치료를 해 준 것 같았다.
‘쉼터에는 알아서 잘 적응한 것 같네.’
네 번째 쉼터, 지하 벙커.
이곳은 지하인 만큼, 공간이나 자원이 여유롭지 않았다.
기존의 대피민에 쉼터에 정착한 플레이어와 쉼터를 거쳐 가는 플레이어까지.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만큼 자리는 항상 부족하고 텃세 역시 심하기로 유명했다.
그 때문에 처음 이곳에 입장하면 당황하게 마련인데, 유서아가 당황하지 않고 자리를 잘 잡았나 보다.
곧 세운이 깨어났다는 소식이 퍼지고 유서아를 비롯하여 디아블로 클랜원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세운 씨! 정말 괜찮은 거죠?”
“괜찮아. 다른 사람들은?”
“세운 씨 덕분에 다들 멀쩡해요. 시민들이 모두 대피시킨 덕분인지 쉼터에서도 호의적으로 대해 줘서 자리도 금방 구할 수 있었구요.”
세운이 회귀 전에는 듣지 못한 사항이었다.
보통 시련을 어떤 방식으로 통과했다고 해도 쉼터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잘 없는데, 일종의 히든 피스였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이번 생에서는 모든 쉼터가 시련과 연결이 되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변수가 생기면 회귀 전을 통해 알았던 미래가 뒤틀릴 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나쁠 건 없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이제야 일어났냐며 특별히 자신의 창고에서 포션을 꺼내는 걸 수락하겠다고 말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이틀 동안 굶었는데 배고프지 않냐며 손가락을 쪽쪽 거립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걱정했다며 부드러운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유서아에게 보고를 들은 후, 세운은 미리 생각해 둔 계획을 떠올렸다.
‘어차피 네 번째 쉼터에서는 얻을 게 별로 없어.’
이 지하 벙커는 지형이 한정되어 있고 규모가 작은 만큼 이미 모든 구역이 탐사되어 있다.
지상으로 나가는 하나뿐인 통로인 성으로 향하는 출구는 엄중하게 봉쇄되어 있다.
여정의 지침표로 쓸 만한 광석을 몇 개 얻은 기억이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리 탐나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아, 하나 있나.’
생각해 보니 여정의 지침표로 찾아냈던 히든 피스가 하나 있긴 했다. 문제는 당시에 어떤 방법으로도 그것을 열 방법이 없어 포기했다는 점.
다만,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그것만 확인해 보고 바로 나가야겠네.’
얻을 게 없는 곳에서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휴식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네 번째 쉼터는 햇빛도 안 비치고 눅눅한 습도 때문에 그리 쾌적한 쉼터가 아니었다.
차라리 시련을 거쳐 클랜 거주지에서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는 게 나았다.
그때, 유서아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아, 그러고 보니 이곳의 왕이 세운 씨를 부르셨어요.”
“왕?”
“네. ‘최후의 성’의 주인이라고 했었는데, 시민들의 보고를 듣더니 대화를 나누고 싶다더라고요.”
네 번째 쉼터에 왕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플레이어를 그저 거쳐 가는 이들로만 생각해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런 왕이 자신을 찾다니?
‘이번에도 이전 층의 시련이 영향을 미친 건가?’
세운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어쩌면. 정말 이전 층의 시련이 네 번째 쉼터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 아직 멸망하지 않은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