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1화(21/675)
제 21화
파극심공(破極心功).
이는 마공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 어떤 심공보다 빠르게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대신, 그 위험도 역시 그 어떤 심공보다 높았다.
열에 아홉. 아니, 백 명 중에 아흔아홉 명은 파극심공의 묘리를 견디지 못하고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고 만다.
마법사로 치자면 마나 역류. 전신의 혈이 뒤틀리며, 다시는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파극심공은 이것을 넘어 주화입마가 닥치는 순간, 전신의 혈이 터지며 생을 마감하고 만다.
세운이 이런 위험한 심공을 고른 이유는 바로.
‘삼재공이라면 가능하다.’
현재 단전을 탄탄하게 다듬어 둔 삼재공 때문이다.
그 어떤 심공보다 느리지만, 탄탄한 기반을 쌓도록 도와주는 삼재공과 함께라면 파극심공의 묘리도 견딜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쿵, 쿵!
심장이 뛰는 소리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삼재공을 통해 내공을 쌓는 게 잔잔한 시냇물과 같다면 파극심공을 사용해 들어오는 내공은 파도와도 같았다.
단전의 강도나 크기 따위는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거칠게 흘러들어온다.
자연스럽게, 그 중앙을 가로막고 있던 혈들이 뻥뻥 뚫려 나간다.
주룩-
세운의 입가에서 검은 피가 왈칵 쏟아진다. 혈맥이 강제로 뚫려 나가며, 죽은 피가 배출된 것이다.
우우우웅!
삼재공으로 탄탄하게 단련된 단전이 거친 내공의 파도를 막아 낸다.
세운의 예상대로, 삼재공은 마치 방파제처럼 내공의 파도를 훌륭하게 막아 냈다.
그러나 한 가지 예상하지 못한 점이 있었다.
‘기운이 너무 강하다.’
파극심공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위에 파도를 만들 만큼 많은 내공이 필요하다.
게다가, 마지막 웨이브가 시작하기 전까지 공동의 기운을 전부 흡수하려면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는 심공이 필요했다.
그래서 파극심공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여 고른 것인데, 주변의 기운이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단전으로 흘러드는 기운이 파도가 아닌, 해일이 되어 몰아쳤고 삼재공이라는 방파제마저 해일을 견디지 못하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안 된다.’
주화입마에 빠지는 순간, 그걸로 끝이다.
설사 목숨을 부지한다고 하더라도, 내공과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몸으로는 탑을 오를 수 없다.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세운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 마나라면!’
생각은 신중하게, 행동은 빠르게.
세운은 내공의 해일을 견디는 와중에, 다급하게 탐욕의 권능을 개방하여 생각해 둔 보물을 선택하였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다크 마나 서클 ]– 제국의 적이라 일컬어지는 흑마법사의 고향, 흑탑에서 직계 제자에게만 전수된다고 알려진 다크 마나 서클의 수련법.
흑탑의 수련법.
내공이냐, 마나이냐의 차이만이 있을 뿐. 그 원리는 파극심공의 것과 매우 흡사했다. 둘 다 강한 힘을 추구하기 위해 안정성을 배제한 수련법이니 말이다.
삼재공과 마찬가지로, 세운이 처음 서클을 생성할 때 사용했던 청탑의 수련법 역시 안정성에 그 뜻이 치중된 수련법이었다.
시기가 조금 빨랐지만,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우웅!
우우우웅!
단전과 마나 서클.
마나를 담고 있는 두 가지 핵이 동시에 활성화되었다.
본래는 이 자체로도 주화입마와 마나 역류가 일어나 폐인이 되는 지름길이었지만.
-천지의 움직임에 순응하며, 무한한 조화를 추구하는 삼재공이 주화입마의 작용을 억누릅니다.
-자연의 흐름에 따르며, 바다와 같은 수용력을 가진 청탑의 수련법이 마나 역류의 작용을 억누릅니다.
세운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주화입마와 마나 역류의 역치가 아슬아슬한 수준을 유지한 채로, 단전과 서클에 동시에 흡수되었다.
본래 해일과 같이 몰아쳤던 기운이 두 갈래로 나누어지자, 착실하게 다져 두었던 기반으로 기운이 빠르게 스며들었다.
“후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였던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은 피를 내뱉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는데, 호흡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조금씩 이성을 찾을 수 있었다.
파극심공과 흑탑의 수련법.
두 가지 일이 숨 쉬듯이 자연스러워지며,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세운은 호흡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눈앞에 떠올라 있는 수많은 메시지를 차분하게 살펴보았다.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여섯 번째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였습니다.
-웨이브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100point를 제공합니다.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일곱 번째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였습니다.
-웨이브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200point를 제공합니다.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여덟 번째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였습니다.
-웨이브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200point를 제공합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나.’
파극심공을 사용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섯 번째 웨이브가 시작하기 전이었는데, 해일처럼 몰아치던 기운을 받아들이려 애쓰다 보니,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했다.
대충 시간을 계산해 보니 캠프를 떠나고 벌써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나 있었다.
‘잘 막아 내서 다행이네.’
네 번째 웨이브 때, 같은 늑대라도 브라운 울프에서 그레이 울프로 몬스터의 수준이 한 단계 상승한 것처럼 일곱 번째 웨이브 역시, 그레이 울프에서 레드 울프로 몬스터의 수준이 또 한 단계 상승한다.
게다가 여덟 번째 웨이브라면 이미 레드 보어 무리까지 상대했을 테니, 어쩌면 캠프의 피해는 생각 이상으로 클지도 모른다.
‘걱정 없이 여기까지 나와 히든 피스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들 덕분이니까 한동안은 캠프에 머물러서 밥값 좀 해야겠군.’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지 못한다고 해도 탑을 오르는 것은 가능하다. 대신, 캠프가 웨이브를 막아 내지 못하면 자동으로 개인 공적치 랭킹에서 제외되게 된다.
세운이 굳이 캠프에 신경을 쓰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다.
‘게다가 이제 곧 열 번째 웨이브니.’
튜토리얼 첫 번째 장, 적응.
그 마지막이 바로 열 번째 웨이브다.
마지막 웨이브답게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준 역시 기존의 수준을 아득히 벗어난다.
지금까지는 잘 막아주고 있더라도, 열 번째 웨이브는 세운이 없으면 막아 내기 어려우리라.
-파극심공을 통해 단전에 반갑자의 내공을 쌓았습니다.
-무공을 사용하지 않을 때도 내공이 혈맥을 순환하며 기본적인 신체 능력이 상승합니다.
-상승한 내공의 수치에 따라 사용하는 모든 무공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사용하는 무공의 파괴력이 더욱 상승합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반갑자.
일반적으로 심공을 터득한 플레이어가 30년 동안 쌓을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말한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심공의 효율이 발전하며 그 시간이 크게 줄긴 했지만.
세운은 당장 앉은 자리에서 이틀도 안 되는 시간에 반갑자에 해당하는 내공을 쌓았다.
만약 마몬이 성좌의 통신을 막고 있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다양한 성좌들이 기겁을 하며 세운에게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아니, 이 정도의 업적이라면 족히 자신의 권속 아래 들어오라며 제안을 꺼냈을지도 모른다.
-흑탑의 수련법을 통해 두 번째 마나 서클(Mana circle)을 생성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새로운 서클의 생성에 따라 2 서클 마법의 사용이 가능해졌습니다.
-마나 서클의 수준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의 수준이나 위력, 속도 등이 상승합니다.
-흑탑의 수련법이 가진 묘리에 따라 사용하는 마법의 파괴력이 더욱 상승합니다.
-놀라운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마나 서클 역시 마찬가지.
천재라 불리는 이들도 최소 이삼 년은 수련해야 생성할 수 있다는 이 서클의 경지를 순식간에 달성하였다.
단순히 서클이 하나 더 생겼다고는 하지만, 이 서클은 단순히 일 서클의 두 배 같은 수준이 아니었다.
예를 들자면, 세운이 기존에 사용하던 파이어 볼을 네다섯 번은 더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마법을 사용하는 것 역시 가능하며, 흑탑의 수련법 덕에 그 위력도 크게 증가하였다.
고작 이틀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세운의 무력이 놀랍도록 크게 상승하였다.
무엇보다도.
[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봉인) ]분류 : 장검
등급 : B
설명 : 전설의 영웅들이 사용해 온 전설의 검. 아직 주인의 힘을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해 잠재력이 크게 봉인되어 있다.
능력 : 1. 영웅의 검 – 절삭률이 50% 상승한다.
2. 영웅의 자격 – 몬스터를 대상으로 한 공격력이 30% 상승한다.
3. 바위를 쪼갠 검 –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칼날이 무뎌지거나 이가 빠지지 않는다.
4. (봉인)
5. (봉인)
“이게 튜토리얼의 첫 번째 장에 잠들어 있었다니.”
뒤랑달.
트로이의 영웅인 헥토르가 사용한 검이자, 샤를마뉴 12기사의 수장 롤랑이 하사받았다고 알려진 명검.
그 위력은 닿는 모든 것을 동강 낼 정도로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세운이 회귀하기 전에도, 탑에서 발견되지 않은 희대의 명검 중 하나였다. 그런 무기를 이곳에서 발견할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진짜 뒤랑달의 광채에 감탄성을 흘립니다.
그러니 탐욕의 마신인 마몬이 감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세운이 회귀 전에 보았던 그의 창고에 있던 보물들은 진품의 힘을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모조품일 뿐이었으니까.
촤악!
뒤랑달을 가볍게 휘두르자, 공기가 날카롭게 베어졌다.
마치, 검기를 두른 듯한 날카로움.
여기에 세운의 실력이 높아져 검기까지 두른다면, 어지간한 플레이어는 방어구와 함께 몸이 베이고 말 것이다.
“능력이 봉인된 게 이 정도라니.”
심지어 이건 뒤랑달이 가진 힘의 일부에 불과했다.
아무래도 검을 빼내기 전 세운이 검에 불어 넣은 힘이 부족했기에 봉인이 덜 풀린 듯했다.
뭐, 그래도 그 위력은.
카강!!
바위마저 갈라낼 정도로 훌륭했지만.
이것만으로도 마나를 다루지 못하는 적이라면 세운의 공격을 절대 버티지 못할 것이다.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아홉 번째 몬스터 웨이브까지 남은 시간 24분.
바위를 베었음에도 날이 전혀 상하지 않은 뒤랑달을 보며 세운이 미소를 지으며 납검을 하였다.
바위산의 보스 몬스터를 무찌르고, 최소한 일곱 번째 웨이브 전까지 복귀할 생각이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복귀가 늦어 버렸다.
캠프의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칫하다가는 세운의 생각 이상으로 피해가 심각할지도 모른다.
우웅!
단전을 가득 채운 듯한 내공의 충족감을 한껏 즐기며, 세운이 던전의 바깥으로 몸을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