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12)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16화(212/675)
제216화
쌍둥이 자매의 보수 덕분이었을까?
운석의 잔해가 떨어지며 후폭풍과 해일이 크게 일어 파괴되었다고는 하나, 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다만, 무너지지 않았을 뿐이지 상태가 괜찮은 건 아니었다.
운석 파편이 떨어지며 일어난 후폭풍과 해일 때문에 성 곳곳이 손상되어 있었다.
성을 빠져나가니 그 처참한 광경은 한술 더했다.
“생각 이상으로 처참하네요…….”
“운석이 떨어졌으니까.”
태풍과 몬스터들을 막아내면서도 성 외각에는 상당량의 거주지가 멀쩡히 존재했다.
그것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파편 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마 해일에 휩쓸려 모두 바닷속으로 흘려들어 간 것이겠지.
“그나저나, 어둡네요. 낮인 줄 알았는데. 지하에 있다 보니 시간개념이 엇나갔나 봐요.”
“아니, 낮 맞아.”
“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
유서아가 하늘을 유심히 관찰하며 세운의 말을 깨달았다.
운석이 떨어지며 일어난 흙먼지가 높게 솟아올라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달빛처럼 은은한 햇빛이 미약하게나마 흙먼지를 비추고 있었기에 간신히 시야 확보만 가능한 수준이었다.
이대로 저녁이 온다면, 시야는 완전한 어둠으로 뒤덮일 것이다.
태양이라서 이 정도나마 빛이 비추는 거지, 달빛이 흙먼지를 뚫을 수는 없을 테니까.
“음, 어디로 가야 하나요?”
“나도 몰라. 여긴 나도 모르는 곳이거든.”
“네? 그 말은…….”
“회귀 전에는 지상이 개방되지 않았어. 나도 여긴 처음이야.”
최후의 성은 사면이 바다에 뒤덮인 성의 구조를 띠고 있다.
유일하게 성을 이어주는 다리는 29층의 시련에서 경험한 것처럼 완전히 부서져 있었다.
대충 둘러보아도 성에 무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일단은 바다를 건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당장 알고 있는 필드는 화산에서부터 다리까지, 21~29층까지의 시련에서 겪었던 지형뿐이니까.
지형이 무너져 내려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겠지만, 멀리서 보니 아직 형체는 남아 있었다.
“조금 맥빠지긴 하지만, 아름이랑 다운이를 데려올까요?”
“아니, 괜찮아.”
“아, 그 날개를 펼치실 생각인가요? 그래도 거리가 생각보다 먼 것 같은데.”
혼자라면 이카로스의 날개를 펼쳐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유서아와 함께다.
마나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는 이카로스의 날개를 유서아를 안은 채로 사용하면 바다를 건너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조사할 곳은 지상만이 아니다.
바닷속에도 운석의 파편이 들어갔을 테니, 바다도 조사하며 이동할 생각이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아이스 브릿지(Ice bridge) ]– 얼음을 이용하여 물가에 다리를 만들어 내는 생활계 마법.
쩌저적!
대륙과 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다리가 있던 곳.
세운이 그곳을 향해 발을 내밀자, 아래에 한기가 올라오며 바다가 차갑게 얼어갔다.
아이스 브릿지.
말 그대로 얼음 다리를 만들어 내는 마법인데, 바다를 관철하며 이동하기 딱 적절한 마법이었다.
‘게다가, 설룡의 의지를 흡수한 이후로는 수속성 마법의 효율이 엄청나게 늘었단 말이지.’
물 마법과 얼음 마법. 즉, 청탑의 마법들을 사용할 때 마나 소모량이 크게 줄었다.
자신이 깨달음을 대신하겠다는 설룡의 말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지만, 아직 그에 대해 정확하게는 알 수 없었다.
평소에 마나를 모을 때도 블루 마나 서클이 유난히 튼튼한 것 말고는 별다를 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그나저나 이 넓은 바다를 전부 둘러볼 수는 없고…….’
인어의 아가미와 머맨의 지느러미.
두 보물을 사용한 세운이었기에 바다를 유영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다만,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 넓은 바다를 모조리 수색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운석을 부순 마지막 순간, 파편이 떨어지는 위치를 대략적으로 확인했다는 것.
최후의 성을 기준으로 바다 쪽의 파편은 ‘지옥문’이 전부 막아줬고, 파편이 날아간 건 대륙 방면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 숫자가 대략 오십 개는 되었다고 기억한다.
‘그중 하나가 이쯤이었을 건데.’
다른 파편은 몰라도 가장 가까이 떨어졌던 운석의 위치는 대략적으로 기억한다.
잠수를 해야 하나 싶던 찰나, 아우터의 존재를 증명해 주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물속에서 악취가 올라온다며 코를 막습니다.
‘역시.’
비위 상관없이 모든 몬스터를 포식하던 베엘제붑이 악취를 느끼는 경우는 하나뿐이다.
바로 아우터.
즉, 이 아래에 아우터가 존재한다.
그렇게 확신한 순간, 희미한 기척과 함께 수면이 빠르게 치솟았다.
푸홧!
“세운 씨, 저거! 설룡에게 붙어 있던 거 아니에요?”
거대한 상어의 형상을 한 몬스터. 문제는 놈의 몸을 뒤덮고 있는 검은 액체다.
바다를 유영하고 있음에도 숙주에게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이, 딱 아우터다운 모습이었다.
“맞아.”
놈은 뛰어오르자마자 지느러미를 쫙 뻗으며 세운에게 돌진해 왔다.
검은 액체 속에서 유일하게 드러난 붉은 눈과 상어 특유의 톱니 같은 이빨.
다만, 이미 놈들의 기습을 예상하고 감각을 벼르고 있던 세운이었기에 마법이 먼저 발현되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녹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 자탑의 묘리에 따라 ‘기가 라이트닝’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파지지직!
어두운 하늘에서 수만 볼트의 벼락이 아우터에게 내리꽂혔다.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생명체는 본래의 힘보다 훨씬 강한 힘을 낼 수 있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대략 본체의 2~3배 정도.
거기에 공격이 잘 통하지 않아 체감상으로는 그 이상이지만 저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꾸- 쿠우으으-”
아우터에게 잠식당한 생명체가 내는 전형적인 목소리.
가래가 끓듯이 부글거리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아우터가 벼락에 저항했다.
본래 저 정도의 상어형 몬스터라면 기가 라이트닝 한 방에 쓰러졌을 테지만, 녀석은 벼락을 버텨내고 세운을 향해 입을 더 크게 벌렸다.
그때.
타앗!
얼음으로 된 자리를 박차고 튀어 오른 유서아가 단번에 아우터의 몸통을 꿰뚫었다.
그래봤자 아우터에게 제대로 된 타격은 입힐 수 없지만, 그녀의 목적은 아우터에게 대미지를 입히는 게 아니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를 지배합니다!
아우터마저 멈추게 만드는 그녀의 잠재력, 지배.
비록 다른 몬스터처럼 조종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그 찰나의 시간만으로 충분했다.
세운은 이미 녀석을 향한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으니까.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콰직!
세운의 검이 움직이며, 그와 함께 늑대의 형상이 아우터를 물어뜯었다.
파극암검을 사용하며 얻은 깨달음 덕분에, 파극심공의 묘리가 증폭되어 검게 물든 늑대 형상은 전보다 훨씬 강력해져 있었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아우터에게 타격을 입히는 건 어려웠지만, 세운은 다르다.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이 깨어납니다.
성흔의 세 번째 능력이 발현되며, 성흔의 검붉은 빛이 뒤랑달의 검신을 타고 아우터를 지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이 세 번째 능력은 고정된 수치의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게 아니었다.
아우터에게 가한 공격의 수준만큼 더욱 많은 양의 아우터를 소멸시킬 수 있었다.
치이익!
“꾸- 꾸윽- 쿠으으-”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악취를 견디지 못하고 구역질을 내뱉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인상을 찌푸립니다.
양쪽에서의 공격에 아우터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천천히 사라져 갔다.
상어의 몸 대부분을 덮고 있었던 만큼 그 양이 꽤 많았음에도, 사라지는 속도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역시, 이전보다 훨씬 강해졌어.’
처음에는 아이스 골렘에 붙어 있던 그 적은 양의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것도 어려웠다.
설룡을 삼키려던 아우터를 꿰뚫을 때 역시, 전보다는 강해졌다지만 전체를 소멸시키지는 못했다.
운석을 공격할 때는 운석 그 자체의 힘에 저항하느라 세 번째 권능의 위력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세운의 권능은 순식간에 상어를 뒤덮은 아우터를 거의 다 먹어 치워 갔다.
속도가 빠른 만큼 성흔이 순식간에 과열됐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남은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것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퍼덕!
“저, 전 여기까지예요!”
아쉽게도 유서아의 지배는 장시간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바알의 신성까지 이용하는 만큼, 그녀에게 가해지는 부담도 이전보다 커졌다.
속박이 풀리자마자 아우터가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물속으로 잠수했다.
‘아우터가 도망가는 꼴이라니.’
회귀 전에는 꼼짝도 못 하고 당하기만 했었는데, 탑을 멸망으로 이끈 아우터가 도망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색달랐다.
다만, 이대로 녀석을 고이 보내줄 수는 없었다.
세운이 아펠리온을 꺼내 들어 성흔의 기운을 가득 실었다.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삼 초식, 빙룡낙하(氷龍落下)가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빙룡낙하.
적을 수직으로 내려찍는 기술로써, 본래는 높이 뛰어오르거나 어딘가에서 뛰어내릴 때 그 가속성을 이용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세운은 화산에 도착하기 전에 빙룡창법을 완벽에 가깝게 수련했었다.
본래의 사용법과 다르더라도, 응용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
창끝에 시린 얼음이 깃드는 순간, 세운이 심해를 향해 잠수 중인 아우터를 향해 가차 없이 창을 집어던졌다.
푸욱!
아우터에게 삼켜진 만큼 녀석의 속도는 해양형 몬스터 중에서도 압도적이지만, 투창의 속도를 넘어서지 못했다.
녀석은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청룡의 형상이 소용돌이치던 창에 꿰뚫어 얼어붙었고.
치이익!
그 차가운 얼음 속에서, 세운의 세 번째 권능에 의해 아우터가 완전히 타들어 갔다.
‘회수.’
착!
어느새 손아귀로 돌아온 아펠리온을 가볍게 털어냈다.
성흔이 배부르다는 듯이 웅웅거리며 열기를 토해냈다.
“이게 이번 여정의 목적이야.”
“네? 왕의 부탁은 식량과 안전지대 확보 아니었나요?”
“그건 겸사겸사. 그리고 어차피 안전지대를 확보하려면 저것들부터 전부 없애야 해.”
“하긴, 그렇겠네요.”
아우터가 남아 있는 이상 지하 벙커의 시민들은 결코 지상으로 올라올 수 없다.
아우터가 한 방울만큼이라도 남아 있으면, 시간이 지나 수많은 생명을 잠식해 가며 그 덩치를 불려 결국 시민들을 잡아먹고 말 것이다.
식량 역시 마찬가지.
상식적으로 아우터에게 둘러싸인 몬스터를 먹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성흔.
아우터를 소멸시킬 때마다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는 세 번째 능력이 세운에게 미약한 의지. 아니, 감정을 흘려보냈다.
이번 여정을 잘 끝낸다면, 성흔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