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1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17화(213/675)
제217화
첫 번째 아우터의 사냥을 마친 후, 세운은 이동하기 전에 바다에 잠수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마리를 잡았다지만, 하나의 운석 파편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아우터가 깃들어 있을지 모르는 일.
어쩌면 주변에 아우터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아우터가 주위에 있으면 베엘제붑이 격한 반응을 보인다지만 그것만으로는 자세한 수색이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세운은.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이 깨어납니다.
성흔을 미약하게 빛내며 아우터의 흔적을 찾아갔다.
이 세 번째 능력은 비단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에 아우터가 있으면 반응을 보내왔으니까.
‘아무래도 그놈이 끝이었던 것 같긴 한데.’
운석을 충돌할 때 사용했던 파극암검에 명계의 기운이 깃들어 생겨난 연계 기술, 지옥문.
거기에 성흔의 힘까지 깃든 덕에 상공에서 아우터의 양 자체가 상당히 소멸했다.
그 때문에 운석 파편에 남은 아우터의 양은 극히 소수인 모양이다.
그러던 중.
우웅-
세운의 성흔이 무언가에 반응하였다.
반응이 가리키는 곳은 아래. 그것을 따라 심해 깊숙하게 헤엄을 쳐나갔다.
29층의 시련 때만 해도 바다 전체가 몬스터로 뒤덮일 정도였는데, 지금은 눈 씻고 찾아봐도 몬스터는커녕 물고기 하나 안 보인다.
파편이 되어 흩뿌려졌다고는 하나, 그래도 운석의 영향이 크긴 컸나 보다.
그렇게 점점 더 심해 깊숙한 곳으로 내려갔다.
‘인어의 아가미’ 덕분에 버틸 수는 있었지만, 사방에서 몸을 짓누르는 수압이 점차 강해지고 숨쉬기가 답답해졌다.
그러던 중, 드디어 성흔이 무엇을 향해 반응하고 있었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운석 파편.’
이 깊은 곳까지 떨어졌다면 부력으로 인해 충격이 완화될 법도 한데.
운석 파편이 떨어진 자리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고, 그로 인해 해류가 바뀌어 곳곳에 소용돌이가 일어나 있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왜 굳이 그런 걸 찾아다니냐고 자리를 떠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운석에 흥미를 느낍니다.
소용돌이 따위, 세운의 앞길을 막을 수 없었다.
저런 건 튜토리얼에서 레비아탄을 만나러 어인의 거점에 들어갈 때 충분히 겪었으니까.
세운이 물결을 가르며 능숙하게 헤엄쳐 소용돌이를 뚫고 그 안에 도달했다.
거대한 크레이터 한가운데에 고고하게 놓인 운석의 파편.
현무암처럼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새까만 돌덩어리였다.
‘그냥 잔향 같은 건가?’
주변에서 기척은 따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충분히 경계하며 운석 파편에 다가간 순간.
슈화앗!
운석의 구멍 사이로 검은 액체가 튀어나왔다.
충분히 경계하고 있었기에 세운은 곧바로 몸을 뒤로 빼며 녀석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에 닿은 검은 액체가 타는 소리를 내며 고통스러운 듯이 꿈틀거린다.
그 모습이 마치 뱀장어를 보는 듯했다.
‘어째서 남아 있는 거지?’
아우터는 기본적으로 기생적 존재라서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놈들은 새로운 환경에 놓이자마자 숙주를 찾아 돌아다닌다.
그런데, 놈은 어째서 아직까지 운석에 남아 있는 것일까?
일단은 놈을 없애는 게 먼저라고 판단한 세운이 검을 앞으로 내질렀다.
쑤욱!
세운의 공격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챈 녀석이 구멍 속으로 숨어들었다.
마법을 사용하여 녀석을 자극하려는 중, 뒤쪽에서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졌다.
쉬이이익!
해류를 무시하고 물살을 가를 정도로 빠른 속도.
세운이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뒤에서 달려오던 무언가가 세운의 머리카락을 스치며 운석의 구멍에 들어갔다.
‘아직 생명체가 남아 있었네.’
머리가 들어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대충 뱀장어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였다.
놈은 당황하지 않고 옆 구멍으로 머리를 빼내고서는 다시 한번 이빨을 드러냈다.
그때.
덥석!
운석 파편의 구멍에서 아우터가 뱀장어의 몸을 붙잡았다.
타르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은 녀석은 점점 몸 위로 기어 올라가며 뱀장어의 머리에 다가가 눈과 입, 콧구멍을 향해 흘러 들어갔다.
‘저 장면은 언제 봐도 기괴하단 말이야.’
뱀장어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아우터에게 꼼짝없이 신체를 잠식당해 나간다.
세운도 괜히 운석 속에 숨은 아우터를 잡으려 용쓰는 것보다는, 잠식을 마친 아우터를 상대하는 게 낫겠다 싶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기존에 알던 아우터의 모습과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운석에…… 몸이 붙어 있어?’
검은 액체의 끝부분이 운석 파편에 풀처럼 붙어 끈적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이미 제압에 성공했는데 굳이 운석 파편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아니, 그게 아니었다.
지금 녀석은 운석 파편에서 안 떨어지는 게 아닌, 못 떨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운석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키웁니다.
‘저 운석에 아우터를 속박하는 힘이 있는 건가?’
그렇다면 저 아우터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여기에 남아 있던 게 설명이 되었다.
운석으로 인해 생명체의 수가 줄어들어 잠식할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가, 세운을 노리고 다가온 몬스터 덕분에 숙주를 찾아낸 것이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숙주가 가까이 다가와야지만 잠식이 가능한 모양이다.
곧, 운석 파편에 붙은 검은 액체가 길게 늘어지더니 찢어지듯이 갈라지며 뱀장어에게 스며들었다.
‘저거라면, 정말 아우터를 생포할 수 있을지도.’
백현이 부탁한 샘플 확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여기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생포에 어떻게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을 안전하게 네 번째 쉼터까지 운송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만약 어설프게 들고 갔다가 쉼터의 사람들을 잠식한다면 일이 곤란해지게 된다.
그렇다고 유리병이나 상자 등을 사용해 녀석을 가둔다면?
아쉽게도, 아우터에게 그런 방법은 소용이 없었다. 녀석은 부식성이 매우 강해 그 어느 곳에 가두더라도 금방 그것을 녹이고 탈출하니까.
그런데 저 운석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꾸, 꾸르- 쿠르륵-”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이 초식, 혈랑아(血狼牙)가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푹!
“꾸극-”
이제 막 잠식을 끝내고 운석의 파편에서부터 벗어나 자유를 느끼던 아우터의 머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검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숙하게.
검은 액체가 저항을 하려 해 보았지만, 잠식을 막 끝낸 찰나는 아우터가 가장 약한 타이밍이었다.
거기에 세운의 성흔까지 힘을 더하자.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이 깨어납니다.
치이이익!
놈이 고통을 느끼며 검에 관통되지 않은 꼬리 부분을 다급하게 파닥거렸다.
몸을 희생해서라도 검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세운이 검의 방향을 꺾어 운석을 향해 밀어 붙었다.
그러자 아우터의 몸이 운석에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역시, 예상이 맞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운석은 아우터를 속박하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얼마 가지 않아.
“꾸- 쿠우우우우-”
아우터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완전히 소멸했다.
뱀장어 역시 미간이 뚫린 채로 죽어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뒤를 치려 했던 몬스터였기에, 녀석에게 느낄 동정심 따위는 없었다.
“그럼, 이걸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나?”
파편이라고는 하나, 그 거대한 운석의 파편인 만큼 어지간한 집 한 채 크기.
적당한 크기로 쪼개어 가져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이런 귀중한 소재를 운송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부수기는 싫었다.
곧, 좋은 생각이 떠오른 세운이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파편 위로 손을 올렸다.
* * *
한편, 그 시각.
“왜 안 오시지? 한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유서아는 바다 위의 얼음 다리에서 하염없이 세운을 기다리고 있었다.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도, 숨을 쉬지도 못했기에 따라가 봤자 방해가 될 걸 알기에 여기에 남은 것이다.
바다를 수색하는 만큼 시간이 오래 걸릴 줄은 알았는데, 막상 한 시간이 넘어가니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그 인간을 걱정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푹신한 거미줄 위에 드러눕습니다.
– 성좌, ‘왕관을 쓴 거미’가 차라리 그 시간에 수련이나 하는 게 낫겠다며 세 번째 다리를 까딱거립니다.
“……그렇겠죠?”
멍하게 바다를 내려보던 유서아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걱정되어 잠깐 쉬고 있었지만, 그녀라고 가만히 있었던 건 아니다.
사방이 바다뿐이었지만, 이곳에서도 할 수 있는 수련은 존재했다.
타앗!
유서아가 얼음에서 뛰어내려 바다를 향해 달렸다.
본래 사람이 물 위를 디디면 그대로 빠지는 게 정상이지만, 그녀는 달랐다.
발아래에 붉은 기운이 서리더니 튕기듯이 수면을 밟았고, 그다음 바로 반대쪽 발을 뻗어 앞으로 내달렸다.
[ 등평도수(登萍渡水) ]– 경공의 상승기법으로써 부평초를 밟고 물 위를 넘어가는 경신법. 수준이 높아지면 부평초가 없더라도 수면을 밟고 달리는 게 가능하다.
지하 벙커에서의 일주일. 그사이, 세운이 그녀에게 알려준 경공법이었다.
아직 그리 오래 유지하지는 못하지만, 제대로 배운 덕에 자세가 잘 잡혀 다리도 젖지 않은 채로 바다를 달릴 수 있었다.
이는 단순히 물 위를 달릴 때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경공의 상승기법인 만큼 숙련될수록 움직임 자체가 빠르고 부드러워진다.
쌍검을 이용해 ‘타란튤라의 독니’와 ‘지배’의 힘을 사용하는 유서아에게는 어쭙잖게 근력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수련이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십 분쯤 달렸을까? 슬슬 다리가 무거워짐을 느끼며 돌아가려던 중.
“어, 어?”
갑자기 그녀 눈앞의 수면이 불룩 솟아올랐다.
용오름이 일 듯이 높게 솟아오른 물기둥 위로 웬 돌덩어리가 얹혀 있었다.
물기둥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돌덩이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고, 수면에 닿기 직전.
쩌저적-
수면이 차갑게 얼며 바위를 받아주었다.
이 바다에서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 당연하게도 한 명뿐이었다.
“세운 씨!”
“등평도수로 여기까지 온 거야? 제법인데.”
세운이 얼음 위로 착륙하더니 마법을 이용하여 몸을 말렸다.
뚝뚝 떨어지던 물기가 순식간에 마르더니 소금기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 바위는…… 운석인가요?”
“맞아. 아우터는 아래에서 없앴어.”
“그럼 바위는 왜 가져 오신 거예요?”
그녀의 질문에 세운이 운석에 손을 얹고 씨익 미소 지었다.
수면 위로 운석을 끌어 올리며, 이걸로 무엇을 만들어 낼지 이미 생각해 두었다.
“아우터 전용 봉인구를 만들 생각이야.”
“봉인구? 혹시 이 운석에 아우터를 잡아두는 힘이 있는 건가요?”
“맞을 거야. 아마도.”
봉인구는 첫 번째 단계일 뿐이다.
만약 이 운석이 아우터에 대항하는 힘을 가졌다는 게 판명되면, 이것으로 무기를 만드는 것도 검토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운석으로 만든 무기를 이용해 성좌들도 어찌하지 못했던 아우터를 사냥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세운처럼 아우터에 대항하기 위한 능력이 없는 일반적인 플레이어도 말이다.
“그럼 일단 복귀하는 건가요?”
이런 제작에 관련해서는 고창석 어르신의 실력이 제일이었다.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를 찾아가는 게 최적이겠지만, 세운은 여기서 발걸음을 돌려 일을 두 번 하기 싫었다.
무엇보다, 세운에게는 ‘탐욕의 권능’이 있지 않은가?
“아니, 내가 직접 만들 거야.”
이 자리에서 봉인구를 만들어, 그것을 이용해 백현에게 맡길 ‘샘플’까지 채취한다.
지하로 돌아가는 건 최소 그 이후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