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16)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20화(216/675)
제220화
세운이 복귀한 이후, 지하 벙커에서 세운을 포함한 디아블로 클랜의 입지는 놀랍도록 강해졌다.
안 그래도 30층의 시련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좋은 얘기를 퍼트려줘서 외부인 중에서는 입지가 좋은 편이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그게 확실히 퍼져나갔다.
“혹시 성 주변의 건물들은 어땠습니까? 빨간 지붕의 빵집이 저희 가게였는데 혹시…….”
“고기, 정말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간만에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도울 일은 뭐 없겠습니까? 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이렇듯, 그저 길거리를 거닐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지경이다.
물론 위의 상황이 그리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었기에 그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알리는 것을 삼갔다.
대신 왕에게는 위의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고하였다.
운석을 부쉈다고는 하나, 지상이 아직은 사람이 살기에 절망적인 상황인 것과 ‘아우터’라는 미지의 적이 존재한다는 것까지.
“방법은…… 있는 것인가?”
“제가 처리할 수는 있지만 전부 처리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릅니다.”
“크흠…….”
“그래서 새로운 대처법을 찾는 중입니다. 성공한다면 지상의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질 겁니다.”
“후우, 여기서 조바심을 부리면 안 되겠지. 정말 고맙네. 덕분에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이 깃들기 시작했다네.”
세운이 가져온 식량은 단순히 오랜만의 고기로 그치는 일이 아니었다.
지상에 먹을거리가 존재한다!
이 말은 곧 이 답답한 지하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기도 했다.
그 덕분에 왕의 말처럼, 지하 벙커에서는 간만에 활기가 감돌고 있었다.
회귀 전과 후, 그 어떤 때와 비교해도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뭐든지 말하게. 이제는 시민들도 자네들의 활동에 긍정적인 분위기니, 눈치 보지 않고 지원을 할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그럼, 사양 않고 바로 부탁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른 말하게! 짐이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병사들을…… 아니, 시민들을 전부 차출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 *
왕과의 협상을 마친 후, 세운은 곧바로 디아블로 클랜의 임시 거주지에 도착했다.
어디까지나 네 번째 쉼터에 있을 때 쉬기 위한 ‘임시 거주지’일 뿐인데, 쌍둥이 자매의 열정 덕분에 거주지는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이미 기존에 지하 벙커에 존재하던 건물들의 수준은 한참을 뛰어넘은 참이었다.
“연구는 잘 되고 있습니까?”
“세운 씨! 오셨군요. 마침 보여드릴 게 있었습니다.”
“허허, 자네 왔는가.”
그중에서도 쌍둥이 자매가 세운의 지시를 받고 만든 연구동은 특히나 그 규모가 거대했다.
지하 벙커의 사람들에게 선의를 얻은 덕분에 허락받은 지면을 통째로 사용해 지은 건물인데, 왕의 거처보다도 클 정도였다.
그 안에 존재하는 건 아우터의 연구를 위한 백현과 운석을 가공하기 위한 고창석, 그리고 혹시 모를 아우터의 폭주를 제어하기 위한 유서아뿐.
혹시라도 아우터가 퍼져나갈 가능성 때문에 불필요한 인원은 들이지 않았다.
“세운 씨의 말대로 이것들은 제 좀비에도 기생을 하더군요. 덕분에 연구하기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지상에서 보았던 것보다는 활동성이 낮아진 것 같아요.”
“피실험체의 수가 적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숙주가 생명체가 아니면 기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유서아와 백현의 대화에 세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얼음 호수의 아래에서 본 아이스 골렘을 잠식하던 아우터들은 세운이 아는 것에 비해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
얼음으로 인해 활동성이 굳은 것도 있겠지만, 역시 저것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를 잠식할 때 그 힘이 극대화되는 듯했다.
“그리고 세운 씨가 말한 것처럼, 아우터가 잠식하고 대략 10초간 적응 시간을 거치고, 그 이후에 힘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기본적인 물리 방어력은 물론 마법 방어력도 몇 배나 오른다.
게다가 타격을 입힌다고 해도 숙주가 일격에 소멸할 정도의 타격을 입히지 않는 이상 금방 재생되고 만다.
재생 능력에 한해서는 최강이라 불리는 트롤을 어린아이 수준으로 생각할 정도로 빠르게.
그 이외에도 공격에 의한 잠식과 부식 등, 세운이 알려준 기본적인 사항들을 전체적으로 한 번 실험해 확인한 듯했다.
“제 언데드로 실험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진짜 생명체로 확인하고 싶긴 합니다. 그게 훨씬 정확하니 말입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곧 ‘마수 소환’을 알려줘야겠다며 해당 실험을 아쉬워합니다.
“이 특유의 방어력과 재생력을 방어구에 적용할 생각은 해 보았지만, 생명체를 통해 실험할 수 없는 이상 아직은 너무 위험합니다.”
백현의 눈빛을 보아하니 생명체를 통해 실험할 수 없는 게 심하게 아쉬운 모양이다.
네 번째 쉼터에서는 아우터에 잠식된 것들을 제외한 몬스터를 제외하고 살아 있는 몬스터를 찾기 힘들다.
그러니 이곳에서는 어찌하든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다만, 실험은 네 번째 쉼터에서만 하고 그칠 게 아니었다.
이 실험동과 같은 시설을 디아블로 클랜의 거주지에도 만들어서 앞으로 계속 실험을 이어갈 생각이다.
회귀를 선택한 목표가 아우터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으니, 이 연구는 앞으로 계속 이어나갈 필요가 있었다.
“새롭게 알아낸 건 없습니까?”
“아! 안 그래도 지금 어르신과 그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완성된 건 아니지만,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유서아 씨,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든지요.”
“허허. 아직 미완성작이라 부끄럽지만, 성능은 부족하지 않을 걸세.”
고창석이 미리 만들어둔 무기를 유서아에게 건네주었다.
손잡이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어설픈 검. 다만, 그 검을 보는 순간 세운의 눈이 반짝였다.
“운석으로 만든 검이군요.”
“그렇다네.”
백현이 봉인구의 뚜껑을 아주 살짝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던 아우터가 다급하게 빠져나왔다.
급하게 뚜껑을 닫은 덕분에 극히 일부만 튀어나왔지만, 그것으로도 아우터는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녀석이 백현이 미리 준비한 좀비에 붙더니 숨구멍을 통해 흘러 들어가 잠식을 시작했다.
“그어- 꾹, 꾸르륵-”
따로 지시를 내려받지 않아 멍하게 서 있던 좀비가 아우터에게 잠식당해 손을 뻗어 가장 가까운 적인 유서아를 향해 돌진했다.
일반적인 좀비라고 생각할 수 없이 빠른 움직임.
손톱에 검은 액체가 스멀거리는 게, 스치기만 해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어 보였다.
공격대상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세운이 바로 막으러 움직였겠지만, 상대는 유서아다.
충분히 저항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걱!
“꾸어어어어-”
좀비가 빨라졌다고 해도 유서아를 어찌할 수는 없었다.
녀석이 휘두른 팔은 허공을 갈랐고, 유서아의 검이 좀비의 팔을 잘라냈다.
그 즉시 바닥에 떨어져 파닥거리는 좀비의 두 팔.
여기서 세운은 유서아가 무공을 전혀 발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시다시피 운석으로 만든 무기는 아우터의 방어력을 무시할 수 있어 보입니다. 무시한다기보다는, 아우터가 운석을 피하느라 숙주에 대한 방어를 포기하는 꼴이지만요.”
이게 끝이 아니었다.
본래 팔이 잘리더라도 아우터가 서로 연결되며 재생이 시작되어야 정상인데, 잘린 팔은 꿈틀거리며 자리에서 멀어질 뿐, 세운이 아는 것처럼 다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운석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아니면 운석의 힘 때문인지는 몰라도 재생력까지도 떨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백현의 눈치를 받은 유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좀비의 머리를 갈랐다.
아우터는 저렇게 양이 적을 때 일반적으로 숙주의 머릿속. 즉, 뇌에 침투하는 편이었다.
그 머리가 일 검에 잘려 나가며 반쯤 썩어 있는 뇌와 그곳을 잠식하고 있는 검은 액체가 보였다.
바로 이어지는 유서아의 연격.
운석으로 만들어진 검이 일순간 수십, 수백 번 휘둘러졌다.
아우터가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마구 난자당했다.
그 길면서도 짧은 시간 이후.
철퍽.
좀비의 뇌수와 함께 처참하게 갈라진 아우터가 바닥에 떨어졌다.
“5호.”
“그어어-”
좀비 하나가 동료가 터져 나간 파편을 향해 뭉그적거리며 이동했다.
산산조각이 났다고는 하지만, 아우터의 조각이 있는 곳.
지금은 움직임이 없지만, 좀비가 다가가자마자 아우터가 즉시 새로운 숙주에게 옮겨붙을…….
“움직이지 않아?”
……텐데.
새로운 숙주가 나타났음에도 아우터는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좀비가 아우터의 조각을 손으로 비비고 머리를 가져다 대어도 말이다.
저 정도면 자기를 잠식해 달라고 비는 수준인데.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아우터가 완전히 활동을 멈추었다는 뜻이다.
“죽은 건 아닙니다. 아직 정확한 시간을 계산하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로 조각나면 최소 30분은 움직이지 못합니다.”
오른손등의 성흔이 알려주고 있었다.
백현의 말처럼, 눈앞의 아우터는 죽은 게 아니었다. 그저 활동을 멈췄을 뿐.
힘이 다한 것인지, 마비라도 걸린 것인지. 자세한 정보는 모르겠지만, 하나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거라면 충분히 실전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아직 운석 파편의 양이 충분하지 않지만, 지상의 파편을 모두 모아 디아블로 클랜에게 무장을 한다면?
아우터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저항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운석은 이게 끝이 아니지.’
언젠가 해치우리라 생각하고 있던 사막과 얼음 호수 아래의 아우터. 놈들의 주변에도 운석이 존재할 게 분명하다.
그것도 이번에 세운이 박살을 내 버린 파편들과는 다르게 본래의 형체를 유지 중인 온전한 운석이.
마몬도 운석을 연구하고 있으니 탑의 성좌와 랭커들이 운석으로 무장을 한다면 다 같이 아우터를 막아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세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고창석이 다가와 말을 이었다.
“쇠가 아니라 돌이다 보니 만드는 데 제약도 심하고, 무기로 쓸 만한 부위도 많지 않다네.”
“알고 있습니다. 당장 만들 수 있는 건 어느 정도입니까?”
세운이 봉인구를 만들었을 때 느낀 것처럼, 운석 파편은 불규칙한 모양새와 송송 뚫린 구멍 때문에 무언가로 만들어 내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문제는 파편을 더 구해 오면 해결될 문제다.
“일단 지금 만들고 있는 검이랑, 무기 하나 정도는 더 만들 수 있을 것이네. 원하는 무기라도 있는가? 자네에게 맞는 검이라거나.”
“아뇨, 전 괜찮습니다.”
세운은 운석으로 만든 무기가 아니더라도 성흔의 힘으로 아우터를 충분히 무찌를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운석으로도 하지 못하는 아우터의 완전한 소멸이 가능하다.
저 무기로 아우터를 제압한다고 해도, 결국 아우터를 소멸시킬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연구가 지속되면, 아우터를 멈추게 하는 것만 아니라 완전히 소멸시킬 가능성도 발견할지 모른다.
그러니, 일단은 실전에서 저 무기의 활용성을 제대로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아블로 클랜에서 자신 다음으로 가장 강력한 이에게 무기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즉.
“장갑. 아니, 건틀릿을 만들어 주십시오.”
“허허, 누군지 알겠군. 까다롭긴 하겠지만, 내 한번 잘 만들어 보겠네.”
강한철에게 운석으로 만든 무기를 쥐여줄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