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2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25화(221/675)
제225화
강한철과 유서아를 분리하자, 예상대로 지상의 아우터 말살 계획은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우선 최수창과 박정필이 수색을 맡아 아우터를 찾아내고, 유서아와 강한철이 아우터를 상대한다.
세운은 독자적으로 아우터를 찾아 해치우다 다른 이들의 신호를 발견하면 즉시 찾아 해결해 나갔다.
당연하게도 여정이 이어질수록 찾아내는 운석 파편이 많아졌고.
“허허, 이 양이면 클랜원 모두에게 방어구를 만들어 줘도 남겠구먼.”
고창석은 그것으로 다양한 물품들을 만들어 냈다.
물론, 아직 유서아와 강한철을 제외한 이들에게 아우터와의 전투를 맡길 수는 없으니 운석으로 무기나 방어구를 추가 생성하는 것은 뒤로 미뤄두었다.
무엇보다도.
“오, 정말 구해 오셨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이것으로 적어도 다섯 개가 넘는 실험을 진행할 수 있겠다며 콧김을 크게 내뱉습니다.
새로운 운석 파편으로 만들어 낸 봉인구 덕분에 구해 오는 샘플의 수준 또한 덩달아 높아졌다.
심지어 세운이 이번에 구해 온 것은 아우터에게 잠식당해 있는 상태 그대로의 개체였다.
아우터 하나가 짐승 무리를 통째로 잠식하여 군단처럼 생활하는, 이전에 만나보았던 것들과 같은 개체였는데 세운은 그중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 왔다.
전부터 언데드가 아닌 생명체에 잠식된 아우터의 상태를 궁금해하던 백현이었으니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좀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물론입니다! 이것으로 아우터에게 지배당한 생명체의 능력치 상승 값이나 회복력 등을 객관적으로 수치화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백현의 열정은 대단했다. 언데드를 연구하던 그 광기가 그대로 아우터에게 이전된 느낌이다.
뭐, 연구동의 구석에 쌓인 언데드를 보고 있자니 언데드에 대한 연구도 멈추지 않고 있어 보이니 나쁠 건 없어 보였다.
[ 최수창 : 섬에서부터 동남쪽으로 2.2km 부근, 운석 파편을 발견했습니다. 아직 아우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흔적을 발견했으니 곧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의 직업이 영향을 미친 듯, 중요한 내용만을 담은 최수창의 깔끔한 보고.
그 말에 세운이 즉시 연구동을 떠났다.
현재 찾아낸 운석 파편의 개수는 대략 20개.
세운이 운석을 파괴할 당시 보았던 게 맞다면, 이미 절반에 가까운 운석 파편을 회수한 꼴이다.
즉, 아우터의 멸종까지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 * *
아우터란 무엇일까.
이제야 막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참이라 많은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세운이 깨달은 점은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 아우터의 목표.
세운은 그것을 ‘본능’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성을 통해 무언가를 노리고 움직이기보다는 그저 몇 가지 본능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증식’.
모든 생물이 그렇듯이 개체의 수를 늘려가기 위해 활동을 이어간다.
물론, 그 방법이 일반적인 생명과는 다르다. 숙주를 잠식하고, 또 다른 숙주를 증식하며 수가 늘어나는 방식이었으니 말이다.
두 번째는 ‘생존 본능’이었다.
회귀 전의 세운은 목격하지 못한 부분이지만, 이번 생에서는 꽤 많이 목격했다.
아우터는 소멸의 위기에 처할 때 숙주를 버리거나, 새로운 숙주를 찾아 도망친다.
바로 그 때문일까? 대륙에서는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꾸륵, 꾸르륵.”
“꾸물럭.”
“꾸르르르-”
대륙 곳곳에 떨어진 운석.
그곳에서부터 떨어져 나온 아우터들이 한데 모여들고 있었다.
바다에서 올라온 아우터가 지느러미로 땅을 짚으며 기고, 지상의 아우터는 네 발로 중앙을 향해 달린다.
공중의 아우터는 허공을 비행하며 누구보다 빠르게 중앙에 도착하였다.
이성을 토대로 한 작전이나 계획 같은 게 아니었다.
순수하게 생존이라는 목적을 위해 모여든 아우터들.
“꾸르륵-”
“꾸륵, 쿠륵.”
“쿠우우우우우-”
이렇게 모여든 아우터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도망?
아니다.
강한 적 앞에선 생존 본능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도망치긴 하지만, 그들에게 생존 본능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증식’에 대한 본능이었다.
그 말은 곧, 가장 강한 생명체를 집어삼키는 게 현재 이들의 가장 큰 본능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생명체는?
아우터들 모두 알고 있었다.
늑대의 성흔을 가진 인간. 유일하게 자신들을 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인간.
그 인간만 죽인다면. 아니, 그 인간을 잠식할 수 있다면 그들은 순식간에 이 세상 전부를 자신들의 몸으로 뒤덮을 수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기어 올라온 아우터가 가장 먼저 옆의 아우터를 집어삼키는 것을 첫 신호로.
“쿠룩, 쿠룩!”
“쿠우우우욱!”
중앙에 집결한 아우터들이 한 몸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 * *
지상에 올라온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찾아낸 운석 파편의 수는 40개를 넘어섰고, 순조롭게 여정의 마무리를 향해 다가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세상사는 쉽지 않다는 것일까?
찾아낸 운석 파편의 수가 30개에 가까워졌을 때부터, 문제가 하나 생겼다.
[ 최수창 : 운석 파편은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바다에 떨어진 파편은 이게 마지막인 듯합니다. ] [ 정세운 : 수고하셨습니다. 아우터는……. ] [ 최수창 : 이번에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 정세운 : ……그렇군요. ]운석 파편을 주위로 활동하던 아우터들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녀석들은 본능을 위주로 활동하는 타입이었기에, ‘영역’에 대한 본능 역시 존재한다.
운석을 그토록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운석을 중앙에 두고 서서히 그 영역을 넓혀가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20개까지의 운석 파편을 발견했을 때까지도 쭉 그래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우터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기껏 운석을 찾아봐야 안이 텅 비어 있는 게 대부분. 운석 주변을 아무리 수색해도 아우터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운석 파편은 회수할 수 있었기에 고창석이 다양한 물품을 만들어 냈고, 미리 준비한 샘플 덕분에 백현의 연구도 잘 진행 중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이었다.
[ 박정필 : 형님, 여기도 허탕임다. ] [ 정세운 : 일단은 최대한 수색해 봐. ] [ 박정필 : 넵! ]뒤이은 박정필의 보고에 세운의 눈이 푹 가라앉았다.
처음에는 그저 아우터가 달라붙지 못한 운석 파편일 거라 생각했다. 운석의 구멍 모두에 아우터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지 않았을 확률은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하지만, 그 수가 늘어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무언가 변수가 일어나고 있다.’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되는 법.
최근 아우터를 연이어 무찌르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붙었지만, 자신감에 취하면 안 된다.
변수가 발견되면 그 가능성이 작더라도 곧바로 조사에 착수해야만 한다.
잠시 생각하던 세운은 곧 박정필이 마지막으로 운석 파편을 발견한 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조사를 해 볼 생각이었다.
* * *
“엇, 형님! 오셨습니까!”
“운석은 저거지?”
“넵!”
발견한 운석은 강한철이 운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번에도 전투를 하지 못한 걸 영 아쉬워하고 있는 눈치였다.
“그냥 원래 비어 있던 거 아닙니까? 요즘엔 섬도 조용한 게, 이제 그 아우터라는 것들도 다 잡은 거 같은데.”
박정필이 옆에서 낙관론을 펼쳤지만, 세운이 고개를 흔들며 무시했다.
그러고는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하여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혹시나 하고 들어왔다가 여전히 남은 악취에 곧바로 얼굴을 내뺍니다.
베엘제붑의 반응과 성흔의 반응이 일어났지만, 이걸 믿기는 애매하다.
베엘제붑의 후각은 운석이 떨어질 당시에 밴 아우터의 향을 맡을 정도로 뛰어났고, 성흔 역시 운석을 가리킨 전적이 있었으니까.
‘딱히 그럴듯한 건 안 보이는데.’
아우터가 숙주를 잠식한 흔적도, 그것이 이동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포기하는 게 맞겠지만, 세운은 그러지 않았다. 변수를 우연 취급하고 넘어갔다가 후회하는 모습은, 회귀 전에 질리도록 보아왔으니까.
그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 탐욕(眞)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우이칠로포치틀리의 벌새 문양 ]– 태양과 전쟁, 수렵의 신인 우이칠로포치틀리가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위해 내려준 수렵의 성유물.
마몬의 창고를 빌려 보물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작은 비석같이 생긴 보물이었는데, 마나를 불어넣자 그 중앙에 그려져 있던 벌새 문양이 실체화되어 붕 떠올랐다.
이다음은 간단했다.
마나를 통해 벌새에게 의지를 불어넣으면 될 뿐.
탐욕의 권능은 사용하는 것 자체로 보물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이렇게 곧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부우웅-
벌새가 운석 파편을 향해 날아가더니 잠시 기웃거렸다.
세운의 의지에 따라 아우터의 흔적을 느끼고, 그 흔적을 따라 이동했다.
이 보물은 수렵의 성유물인 만큼, 사냥감을 탐색할 힘을 가졌다.
‘아우터를 사냥감으로 취급할 수는 없겠지만…….’
어차피 그건 주인의 의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약한 자에게는 여우 한 마리도 사냥감이 아닌 맹수로 느껴지지만, 강한 자에게는 산군이라 불리는 호랑이조차도 사냥감으로 느낄 수 있으니까.
실제로 최근 아우터를 처치하고 다닌 세운은 마음속으로 아우터를 ‘사냥감’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니 성유물의 사용 조건은 이미 충족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붕, 부우웅-
그때, 벌새 문양이 무언가를 포착한 듯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벌새와 의지가 연결되어 있었기에, 아우터의 흔적을 느낀 세운 역시 덩달아 그 뒤를 따랐다.
‘역시, 아우터는 있었어.’
착각이 아니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우터는 자신의 영역을 포기하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것도 한순간에, 단체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세운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결코 그럴 리 없는, 그래서는 안 되는 가능성이 하나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닐 거야.’
고개를 저으며 벌새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반쯤 무너져 있었지만, 그 목적지는 분명히 22층의 시련에서 보았던 화산이었다.
화산 활동은 이미 멈춘 듯했고, 가까이 다가갈수록 딱딱하게 굳은 용암이 불룩 튀어나와 있었다.
화산의 정상에는 유독 용암이 많이 뭉친 듯이 둥그런 무언가가 보였다.
그 생김새에 시선을 집중하던 세운의 표정이 와락 찌그러졌다.
‘아니야.’
용암이 굳은 게 아니었다.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화산의 꼭대기에 존재하는 ‘무언가’는 살이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벌새는 선명하게 그 ‘무언가’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더 이상 벌새를 따라갈 필요도 없었다.
세운은 이미 목표물을 찾아냈으니까.
“젠장…….”
육성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닐 거라고 되뇌던 가능성이 들어맞았다.
거듭된 공격에 무참히 소멸당하던 아우터들이 영역을 버리고 한데 모여 합심한 것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화산의 정상을 전부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형체. 지금까지 사냥한 것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허리춤의 뒤랑달을 쥐며, 세운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