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2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27화(223/675)
제227화
쿠당탕!
다양한 종의 날개가 뒤섞인 괴이한 모습의 아우터가 강한철의 주먹에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꼼짝 없이 아우터의 공격에 당할 판이었는데, 그야말로 적절한 등장이었다.
“세운 씨! 괜찮으세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찾느라 조금 늦었어요!”
뒤이어 유서아 역시 도착해 운석으로 만들어진 검을 꺼내 들었다.
강한철에게는 운석 파편을 옮겨두라고 지시해 둔 터라 나타날 것이라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소란을 듣자마자 운송하던 운석 파편을 내팽개치고 달려온 모양이다.
“지금 정필 씨가 연구동으로 보고하러 갔어요! 클랜챗으로도 미리 보고했구요.”
“그래도 일단은 도망을…….”
말을 이어가던 세운이 잠시 멈췄다.
조금 전, 아우터는 자신의 몸을 분리하면서까지 세운을 덮치려 하였다.
그건 단순히 증식에 대한 본능이라기보다는 복수심에 더 가까워 보이는 공격이었다.
즉, 아우터의 목표는 세운.
어디로 도망치든지 결국 쫓아와서 복수해 낼 것이다.
그렇다면 도망은 불가능.
‘게다가, 방금 강한철의 공격이라면…….’
비록 분리된 상태로 세운을 노리느라 빈틈이 컸다고는 하지만 아우터를 한 방에 날려 보낼 정도의 괴력.
거기에 유서아의 힘까지 더해지면, 분명 전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주 잠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미약한 가능성이 보였다.
여기에 하나 더.
[ 정세운 : 백현 씨, 읽고 계십니까? ]연구동의 도움이라면. 어쩌면, 이 자리에서 녀석을 처치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 *
[ 정세운 : 지금 당장 아우터의 움직임을 제약할 만한 도구가 필요합니다. ]백현은 세운의 부탁을 듣자마자 고창석과 머리를 맞댔다.
아우터의 움직임을 제약할 만한 도구.
둘은 이미 이런 도구를 만들기 위해 연구 중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한 결과물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아직 아우터에 대한 연구가 미흡한 만큼, 연구가 끝난 다음에 더욱 완벽한 도구를 만들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봉인구를 만드는 게 제일 합당하지 않겠습니까? 태초의 운석처럼 말입니다.”
“파편이 많이 모였다고는 하나, 크기가 안 맞네. 게다가 이번 적은 이미 숙주를 잠식한 상태라고 하지 않았나.”
“하긴, 숙주를 잠식한 상태라면 크기도 훨씬 클 테니까요.”
방법은 다양하지만, 전부 2% 아쉬운 방법이었다.
문제는 이러는 와중에도 세운의 전투는 이어지고 있다는 점.
시간이 없는 만큼 서둘러 결정하고, 서둘러 도구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쾅!
“혀, 형님이!”
“이미 알고 있습니다. 고민 중이니 조용히 해 주시죠.”
“뭐야, 네가 뭔데!”
“조용히 좀 하게.”
“넵.”
뒤늦게 찾아온 박정필이 고창석의 말에 입을 쏙 닫았다.
뒤늦게라고는 하지만 전투가 벌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사이 얼음 다리를 건너 여기까지 달려온 거다.
그가 얼마나 급하게 달려온 것인지 증명해 주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세운 씨가 바라는 건 봉인 같이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아우터를 제약할 만한 도구면 충분합니다.”
“허허, 그렇다면 간단하지.”
“생각나는 게 있으십니까?”
“말뚝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나?”
“말뚝이라…….”
말뚝이라함은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 땅에 박는 건축 소재를 뜻한다.
다만, 말뚝에는 이 말고도 알려진 사용법이 하나 있었다.
주로 미신에서 퍼져나간 이야긴데, 땅에 말뚝을 박아 땅의 힘을 제어한다거나 악마를 봉인한다는 식의 내용이다.
대표적인 예로 흡혈귀의 심장에 말뚝을 박으면 죽일 수 있다는 게 있다.
그와 비슷하게, 아우터의 몸에 말뚝을 박아 넣는다면?
미신처럼 악을 봉인하거나 처단하는 것까지는 무리겠지만, 세운이 말했던 것처럼 ‘아우터를 제약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 바로 착수하지. 말뚝이라면 형태도 간단하니 오래 걸리지 않을 걸세.”
“아, 그리고 혹시 작업하며 남은 운석 조각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조각 말인가? 쓸 만한 크기의 조각들은…….”
“아뇨, 그것 말고 사용이 어려울 정도의 자잘한 조각들이면 충분합니다.”
“그건 어디다 쓰려고 그러는가? 무언가를 만들기에는 너무 작은 것들인데.”
무기로도, 방어구로도, 그 외의 어떤 도구로 사용하기에도 애매한 조각들. 아니, 조각보다는 ‘부스러기’ 같은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들.
쓸 곳은 없지만, 그래도 운석 파편의 일부니 혹시라도 어딘가 도움이 될까 봐 모아둔 것들이었다.
그런 고창석의 질문에, 백현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연구동의 구석을 바라보았다.
아우터를 연구하면서도 틈틈이 만들고 있던 여러 언데드들. 그것들을 바라보며, 백현이 쓱 미소 지었다.
“어차피 활용하기 어려운 조각이라면, 제가 쓸 만한 곳을 찾은 것 같거든요.”
* * *
“날개 달린 놈은 내가 맡을게.”
“알겠다.”
“그럼 저도 한철 씨를 도울게요!”
계획이 잡히자마자 세운은 바로 그 둘을 전장에 투입했다.
이제 슬슬 앵거바딜의 타오르는 빛이 꺼져가며 몸을 일으키고 있는 놈을 둘에게 맡겼다.
아무래도 둘 다 근접전만 가능한 만큼, 날개 달린 놈은 세운이 맡아야 할 것 같았다. 둘과는 다르게 세운에게는 활과 마법이라는 원거리 무기가 있었으니까.
– 내공을 통해 복마궁술의 제삼 초식, 마연시(魔聯矢)가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퇴마의 기운이 담긴 화살이 기관총처럼 빠르게 날아갔다.
일반적인 활이라면 화살을 충당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빠른 연사.
자체적으로 얼음으로 된 화살을 만들어 내는 불사궁이 아니었다면 활용하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목표는 아우터의 날개.
날개 역시 검은 액체로 덮여 있었지만, 비행을 위해서인지 다른 부분에 비해서는 얇은 편이었다.
푸부부북!
“꿀륵, 꾸르르륵-”
쉴 틈 없이 쏟아지는 화살에 아우터가 감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는 세운이 성흔을 활성화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그사이.
– 플레이어 강한철이 ‘진군(進軍)’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네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콱, 콰직!
콰과과과괏-!
운석으로 만든 무기를 이용하여 아우터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녀석의 몸이 아직까지 불에 타오르고 있기 때문일까?
녀석은 제대로 된 반격도 한 번 하지 못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마 여기에는 몸이 둘로 나뉘며 힘이 약화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가면 불리해.’
아우터에게는 체력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전투가 길어질수록 불리해지는 건 이쪽이다.
비록 지금은 앵거바딜로 인한 후유증으로 움직임이 굼떠졌다지만, 아우터가 움직임을 회복하는 건 금방일 것이다.
다행인 점이라면.
– 시기의 눈초리가 ‘미지의 존재’의 힘을 질투합니다.
– 미지의 기운을 앗아옵니다.
– 미지의 기운을 앗아옵니다.
…….
마침내 질투의 권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안 그래도 앵거바딜을 사용한 후유증으로 힘이 많이 빠져나간 상태였는데, 그나마 이 덕분에 버티기가 수월했다.
다만, 아우터 역시 이것을 눈치챈 것일까?
세운의 힘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듯이 묵묵히 화살을 맞으며 버티고 있던 녀석이 여태까지와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꾸륵!”
“꾸륵!”
“세운 씨, 아우터가 그쪽으로 가요!”
두 아우터가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든다.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두 녀석이 다시 한 몸이 되기 위해 붙으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강한철과 유서아가 아우터를 잘 마크해 주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 녹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 자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쿠구구구!
자탑의 묘리를 이용해 시전 속도를 앞당기고, 녹탑의 묘리를 통해 바위벽이 솟아오르는 속도를 높였다.
빠르게 시전하는 만큼 부족한 안정성은 청탑의 묘리로 강화하고, 황탑의 묘리로 바위벽이 더욱 단단해졌다.
무려 6서클 마법사이기에 가능한 순발력.
그 두꺼운 바위벽이 순식간에 떠올라 두 아우터의 중간을 막아섰다.
철퍽!
철퍽!
바위벽의 양쪽에서 두 아우터가 맞붙었다.
녀석들에게 바위벽을 돌아갈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저 막무가내로 최단 거리를 찾을 뿐.
녀석들이 다음 수를 쓰지 못하게 후속 공격을 준비했지만, 역시 아우터가 일으키는 변수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콰직-
두꺼운 바위벽에 균열이 일었다.
자세히 보니 아우터의 몸에서 흘러내리는 부식액이 바위를 녹이고, 수십 개의 다리와 이빨이 바위벽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결국, 그 두꺼운 바위벽은 녀석들을 십 초도 붙잡지 못하고 부서지고 말았다.
– 내공을 통해 복마궁술의 제이 초식, 마도시(魔導矢)가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둘의 융합을 막기 위해 성흔을 빛내며 화살을 날려보았지만, 아주 잠깐의 움찔거림만 보일 뿐, 결국 둘의 융합을 막아내지 못했다.
얼마 안 가 아우터는 세운이 처음 보았던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쿠뤠에에에에엑-!”
가래가 끓듯이 거슬리면서도, 칠판을 긁듯이 소름 돋는 포효가 들려왔다.
이어서 녀석의 본 공격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맞아준 것에 대한 복수라는 듯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쏟아붓는다.
부식액을 내뱉는 것은 물론이고 수십…… 아니, 백에 달하는 촉수를 내뻗는다.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여기저기 충돌하고 꼬리가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개전(開戰)’을 사용합니다.
쿠궁!
강한철이 머리를 굴려 바닥을 무너트려 보았지만, 녀석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오를 뿐이었다.
지금까지 상대해 온 아우터와는 차원이 다른 무력.
‘운석이 그렇게 박살 났는데도 이 정도인가…….’
운석을 박살 냈을 때, 못해도 1/3 정도의 운석은 파괴하였다.
마신들의 도움 덕분에 본래 사용조차 어려운 ‘파극암검’에 군신 아레스의 검까지 뽑아 든 덕분이었다.
게다가, 파편에서 흘러나온 아우터 역시 스무 마리 넘게 해치웠다.
그러니 지금 보이는 녀석은 사막이나 얼음 호수에서 보았던 것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힘을 가졌을 것이다.
아니, 상태를 보아하니 제대로 된 숙주도 구하지 못해 잡다한 몬스터를 융합한 모양이니 그나마의 힘도 다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 정도라니.
새삼 사막이나 얼음 호수의 아우터를 처치하려면 힘을 얼마나 더 키워야 하는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세운 씨! 제가…….”
“안 돼! 아직 쓰지 마!”
아우터의 난동이 갈수록 심해져, 세운은 물론 강한철과 유서아 역시 대미지가 적지 않게 누적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뭐 어쩌지도 못하고 힘이 다 빠질 참이다.
그 때문에 유서아가 지배의 힘을 사용하려 했지만, 세운이 막아섰다.
사도가 되어 바알의 신성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그녀의 지배력은 무척이나 강했지만, 상대는 지금까지의 아우터가 아니다.
기껏 해 봐야 몇 초간 지배를 유지하는 게 고작일 터다.
지금 당장 피해를 조금 막아보겠다고 그 아까운 시간을 사용하는 건 낭비였다.
– 녹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 청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안정성이 강화됩니다.
– 황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이 더욱 견고해집니다.
– 자탑의 묘리에 따라 ‘스톤 월’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쾅!
쿠구궁-
후드드득-
그러나 이대로라면 기회가 생기기도 전에 셋이 먼저 쓰러지게 생겼다.
세운이 남은 마나를 모조리 투자하여 아우터의 주변에 바위벽을 일으켰다.
그래봤자 아우터의 공격을 한 번 막아내는 게 고작이었지만, 유서아의 잠재력을 낭비하는 것보다야 이게 나았다.
아우터의 난동이 한동안 이어지고, 세운의 서클이 말라 비틀어 가던 찰나.
[ 백현 : 도착했습니다! ]마침내, 기다리고 기다리던 클랜챗이 떠 올랐다.
“유서아! 지금!”
“네!”
유서아가 세운의 말뜻을 알아채고 재빠르게 달렸다.
그녀의 경공은 이미 상식을 벗어난 수준이 되어, 세운이 만들어 낸 바위벽을 가뿐히 넘어 순식간에 아우터에게 도달했다.
세운도 마지막 힘을 끌어내어 아우터의 주변에 두꺼운 바위벽을 일으켰다.
“꾸르르르-”
푹.
– 플레이어 유서아가 ‘#$!?%’를 지배합니다!
유서아의 성흔이 붉게 빛나며, 아우터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 순간, 허공에서 거대한 박쥐 날개를 가진 생명체가 나타났다.
만티코어.
수많은 언데드 중에서, 백현이 가장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데드 중 하나.
그 위에는 당연하게도 백현이 타고 있었고, 그 뒤에는 생각했던 고창석이 아닌 쌍둥이 자매가 타고 있었다.
– 성좌, ‘검은 새’가 날카로운 부리를 드러냅니다.
– 성좌, ‘거대한 새’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칩니다.
곧이어, 만티코어의 주변에서 열 개가량의 말뚝이 생겨났다. 그 전부 운석 파편을 통째로 깎아 만든 듯이 커다랬다.
아무래도 쌍둥이 자매가 권능을 이용하여 말뚝의 크기를 줄여 가지고 와 허공에서 떨어트린 듯했다.
하긴, 아무리 만티코어라고 해도 저 큰 말뚝을 열 개나 매달고 올 수는 없었을 테니까.
저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긴 했다.
푹!
푸부부부북!
열 개의 말뚝이 일제히 아우터의 몸 위로 떨어졌다.
유서아가 움직임을 막고 있었으니 피할 여력 따위는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말뚝이 아슬아슬하게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흡!”
콰앙!
다급하게 달려간 강한철이 말뚝을 받아내 아우터의 몸통 중앙에 박아 넣었다.
순간적으로 운석으로 만든 말뚝 열 개가 몸에 박힌 아우터가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