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2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28화(224/675)
제228화
중앙의 말뚝이 박힌 순간, 유서아의 지배가 풀렸다.
비록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저 정도 크기의 아우터를 단 몇 초라도 멈추게 한 것 자체가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다.
지배가 풀렸지만, 아우터는 도망치지 못했다.
어떻게든 말뚝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꿈틀거렸지만, 말뚝은 울타리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박혀 있을 뿐이었다.
타앗!
세운은 이 절호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말뚝에 박힌 채로 발악하고 있는 아우터를 향해 무기를 들었다.
뒤랑달은 이미 ‘앵거바딜’을 사용한 탓에 당장 새로운 마몬의 보구를 사용하기는 무리였다.
그러니.
‘드디어 제대로 된 첫 데뷔전인가.’
세운은 아킬레스의 창, 아펠리온을 꺼내 들었다.
신파극을 이용하여 봉인을 풀어, 최근 뒤랑달과 같은 SS급으로 등급이 오른 무기.
아우터를 상대할 때 몇 번 사용해 보긴 했지만, 이 상태로 탐욕의 권능을 사용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세운은 믿고 있었다.
지금의 아펠리온이라면 탐욕의 권능으로 꺼낸 보구의 힘을 충분히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 내공을 통해 빙룡창법의 제오 초식, 빙룡현신(氷龍現身)이 강화됩니다.
– 빙백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냉기가 더해집니다.
세운의 몸 위로 한기가 스멀거렸다.
피부 위로 얼음으로 된 비늘이 생겨나고, 머리에는 용의 형상을 닮은 투구가 덧씌워졌다.
화산 아래에서 처음 빙룡현신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발전된 모습. 세운이 6갑자에 이르며 빙룡현신의 본 힘을 제대로 끌어 올린 모습이다.
물론, 이마저도 100% 완벽한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이대로도 충분히 강력한 상태지만, 세운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탐욕의 권능을 발현하였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북쪽의 끝, 빙설극 ]– 흑빙의 절벽으로 막혀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어 북쪽의 끝이라 불리던 곳에 난 고드름으로 만들어진 혹한의 창.
까드드득-
빙룡현신으로 인해 세운이 잡고 있던 창대에 한기가 돌고 있던 아펠리온.
거기에 빙설극이 힘이 감돌자, 창대부터 시작해 창끝까지 모조리 얼음으로 뒤덮였다. 아니, 단순히 얼음이라는 껍질이 씌워진 게 아니었다.
아펠리온의 재질 자체가 얼음으로 변해 가는 느낌이었다.
‘역시, 충분해.’
봉인이 풀리지 않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감각.
마몬의 보구가 깃들었음에도 아펠리온에서는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빙설극의 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뜻.
이에 세운은 정신을 집중하여 빙설극이 가진 본래의 힘을 끌어냈다.
뒤랑달을 이용하여 흐로티의 ‘악룡의 브레스’를 재현해 낸 것처럼.
–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이 ‘빙설극’에 잠든 북단(北端)의 기운을 터트립니다.
– ‘빙설극’을 통해 북단의 흑설빙주(黑雪氷柱)가 재현됩니다.
빙설극의 끝이 검게 물들었다.
세운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용의 비늘과 투구 역시 그에 반응하여 검게 변색되었다.
빙설극의 설명에 있었던 북단의 끝, 흑빙(黑氷)의 절벽을 재현한 기술.
빙설극이 완전히 검어지자,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아우터의 머리 위로 시꺼먼 고드름이 떠 올랐다.
아니, 고드름이라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커서 기둥이나 말뚝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려 보였다.
그 수는 대충 세어봐도 스무 개 이상.
“꾸륵! 퀘에에엑!”
아우터가 마지막으로 발악하듯 부식액을 내뱉었지만, 검은 얼음 갑옷으로 뒤덮인 세운에게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부식액을 그대로 뚫고 들어가 아우터의 정중앙에 달린…… 이제는 형체가 녹을 대로 녹아 본래 무엇이었는지 알아보기도 힘든 몬스터의 얼굴에 빙설극을 내뻗는다.
콱, 콰과과곽!
그 순간, 아우터의 머리 위에서 대기하던 검은 말뚝이 우수수 쏟아졌다.
안 그래도 운석으로 만들어진 말뚝에 고정된 상태인데 거기서 새로운 말뚝이 박히자, 녀석의 몸을 구성하던 숙주 대부분이 무참히 으깨졌다.
아무리 아우터라도 저 상태로 재생은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당연하게도, 이렇게 해 봤자 아우터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줄 수 없기에.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이 깨어납니다.
세운은 곧바로 성흔의 빛을 뿜어냈다.
이미 힘을 몇 차례 사용하느라 신성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을 다할 뿐.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성흔이 맹렬하게 타오르자 빙설극에 찔린 곳뿐만 아니라 검은 말뚝이 박힌 곳에서도 아우터가 소멸하기 시작했다.
얼음에 닿은 상태로 ‘치이익’거리며 악취를 내뿜어대는 게, 꽤나 비현실적인 모습이다.
우웅!
‘젠장, 벌써…….’
이미 앞선 시간 끌기에서 성흔을 사용해 왔기 때문일까?
힘을 얼마 사용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성흔이 벌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잠깐의 시간 동안 아우터의 몸이 꽤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아우터를 소멸시킬 때는 공격의 위력 역시 영향을 미치니 말이다.
‘많이 소멸시키긴 했지만, 이대로는 안 되는데.’
간신히 과열 직전까지 버틴다고 해도, 아우터의 몸체 1/2도 소멸시키지 못할 터다.
분명 뛰어난 성과지만,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과욕은 금물이다.
현재로서는 성흔의 힘이 아니면 아우터를 소멸시킬 방법이 없으니 지금은 이대로 물러나는 게 최선이다.
……라고 생각했을 때쯤.
– 부족하다.
어디에선가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섬뜩할 정도로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운 목소리.
다만, 그럼에도 세운은 고개를 두리번거리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방금의 목소리가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들려온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 부족하다.
다시 한번 들려오는 목소리로 확실히 알았다. 이 목소리는, 성흔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그것을 알아채자마자, 뜨겁게 과열되며 빛이 사그라들고 있던 성흔이 다시금 밝게 빛났다.
– 부족하다!
– 성흔에 잠든 의지가 눈을 뜹니다.
– 성흔이 먹이에 대한 갈증을 표출합니다.
– 성흔의 갈증을 충족시켜 준다면, 성흔의 세 번째 능력이 완전히 깨어날 것입니다.
– 반대로 성흔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한다면, 성흔의 의지는 또다시 잠에 빠져들 것입니다.
세운의 눈이 크게 떠졌다.
처음 이 세 번째 힘이 발현했을 때, 성흔은 세운이 이 힘을 감당할 수 없다며 자체적으로 그 힘을 봉인했다.
어차피 봉인을 푸는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 실마리가 이제야 공개되었다.
그와 함께.
우우웅-!
성흔에서 검붉은 빛이 미친 듯이 뿜어나왔다.
이 정도면 손등에 화상을 입기 충분할 정도로 과열된 상황이지만, 열기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우터가 소멸하는 속도 역시 두 배 이상 빨라졌다.
“꾸르르르르륵-!”
아우터의 발광 역시 심해졌다.
지금까지 세운의 힘이 떨어지길 기다리며 기회를 노리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그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뚝, 뚜둑!
말뚝에 박힌 아우터의 몸체가 거칠게 뜯겨나갔다.
말뚝에 박힌 부위를 포기하고서라도 세운에게서 도망치려는 속셈이다.
생존 본능이 극도로 발현된 탓인지, 녀석이 말뚝에서 벗어나는 속도는 재빨랐다.
눈 깜짝할 찰나에 벌써 말뚝 세 개를 벗어났으니까.
‘안 돼!’
시스템 메시지에 의하면, 이번에 성흔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면 성흔이 또다시 잠에 빠져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기회는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아니, 애초에 이 정도 크기의 아우터를 무찌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저렇게 커다란 아우터를 상대하면서 지금처럼 그나마 안정한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리라.
즉, 지금의 기회를 놓치면 성흔의 봉인을 풀 기회가 극도로 늦춰지거나. 심하면, 기회가 아예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금만 더 붙잡아줘!”
세운이 외쳤다.
지금으로서는 동료들에게 부탁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앞뒤 설명도 없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의 부탁이었지만…….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네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외침과 거의 동시에 강한철과 유서아의 공격이 날아들었다.
“붙잡는 법은 모르지만, 최대한 땅바닥에 처박아 두지.”
“지배는 아직 사용할 수 없지만, 제 검도 운석으로 만들어졌으니 잠깐은 움직임을 막을 수 있을 거예요!”
둘의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확실히 운석으로 만들어진 무기 덕분에 아우터의 움직임이 흠칫거리긴 했지만, 그것으로 움직임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성흔이 아우터를 소멸시키는 속도보다 아우터가 탈출하는 속도가 더욱 빨랐고, 어느새 말뚝 대부분에서 벗어나 있었다.
‘빨리……!’
강한철과 유서아가 최대한 노력해 주고 있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성흔을 향해 온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기에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
이 황금 같은 기회를 그대로 포기해야 하나 싶어 입술을 꽉 깨무는 순간.
“둘 다 비켜주십시오!”
허공에서 백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즉시 강한철과 유서아가 뒤로 도약하여 자리를 피하고, 그 위로 정체 모를 생명체가 떨어졌다.
아니, 생명체가 아니었다.
언데드.
5m에 가까운 길고 두꺼운 뱀으로 만들어낸 언데드였는데, 병이라도 걸린 듯이 피부 위에 각질이 들쑥날쑥 올라와 있었다.
‘저건…… 운석?’
자세히 보니 각질의 정체는 바로 운석 파편이었다.
고창석이 운석을 이용하여 아이템을 만들 때마다 아깝지만 너무 작아서 쓸 곳이 없다며 쟁여놓던 그 부스러기들.
뱀은 아우터의 위로 떨어지자마자 기생충처럼 검은 액체를 파고들었다.
평소였으면 새로운 숙주에 이게 웬 떡이냐 하고 잠식할 아우터였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없어 보였다.
게다가 눈앞의 아우터는 하나의 숙주가 아닌 수십의 숙주를 뭉치고 뒤섞어 만들어진 존재.
당연하게도 그 몸에 빈틈이 존재하게 마련이었다.
뱀은 그 빈틈을 파고들어 순식간에 아우터의 몸통 중앙으로 파고들었고.
그 순간, 만티코어를 타고 있던 백현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 플레이어 백현이 ‘시체 폭발’을 사용합니다.
콰아앙!
아우터의 몸속에서 터져 버린 언데드.
시체 폭발이 아무리 강해도 아우터에게 피해를 줄 리 만무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뱀의 전신에 박혀 있던 운석 파편이 폭발력에 의해 아우터의 몸 곳곳에 박혀 들어갔다.
운석 파편을 이용한 생체 수류탄.
그 효과는.
“퀘에에에엑! 꾸뤽, 꾸륵. 쿼르크으으윽!”
놀랍도록 뛰어났다.
몸통 중앙에 박힌 말뚝을 제외하고는 모든 말뚝에서부터 벗어나, 이제 막 탈출만을 남긴 아우터가 기괴하게 몸을 꿈틀거렸고,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며 비명을 토해냈다.
그사이, 세운의 성흔은 놀랍도록 빠르게 아우터를 소멸시켜 나갔다.
벌써 검은 액체 절반 이상이 소멸하여, 숙주로 사용되던 몬스터들이 바닥에 철퍽하고 떨어지거나 신체 대부분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마침내.
– 성흔의 갈증이 모두 충족되었습니다.
– 성흔의 봉인이 완전히 해방됩니다.
– 성흔의 세 번째 능력, ‘파멸’이 깨어납니다.
성흔의 봉인이 풀리고, 그 빛이 세상을 뒤덮을 듯이 크게 일어나며.
크와아앙-!
파멸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늑대가 되어, 마지막 남은 아우터의 몸체를 거칠게 물어뜯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