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28)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32화(228/675)
제232화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디그(Dig) ]– 황탑의 마법사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마법 중 하나로써 사용법에 따라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31층의 시련.
지하 깊숙한 곳에서 시작해 도착 지점까지 땅을 파고 올라가야만 하는 시련이다.
본래는 플레이어의 끈기를 확인한다고도 알려진 힘들고도 고난 겪은 시련이지만…….
퍼석, 퍼석-
단단하게 뭉쳐 있던 흙은 세운의 마법에 의해 두부처럼 가볍게 파여나갔다.
시련이 시작됨과 함께 눈앞에 떨어졌던 삽을 집어 들 필요도 없었다.
게다가, 디그는 대지 마법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1서클 마법.
현재의 세운은 무려 6서클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마법은 수백 번 사용해도 별다른 부담이 없었다.
‘회귀 전에는 여기서 미스릴을 얻었었지.’
31층의 시련은 다른 층에 비해서 특히나 많은 광석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플레이어 대부분은 광석을 발견하더라도 단단하고 무거워 피해 가는 편이었지만, 세운은 달랐다.
디그 마법을 통해 그 누구보다 깔끔하게 광석을 채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광맥 몇 군데를 파내던 중.
– 히든 퀘스트, ‘고고한 진은’을 완료하였습니다.
– 시련 ‘땅굴 파기’에 추가 점수가 부여됩니다.
마침내, 회귀 전에도 찾아냈던 미스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스릴은 고작 31층에서 발견하는 게 수준이 안 맞을 정도로 희귀하고 질 좋은 광석이다.
다음 쉼터에서 비싸게 팔리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고창석에게 가져다주면 분명 질 좋은 장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세운은 깜짝 놀라 하는 고창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스릴을 챙겨 넣었다.
원석인 상태였기에 크기가 커다랬지만,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기에 챙기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아공간 주머니도 벌써 네 개째네.’
아공간 주머니라고 해도 아이템이 무한정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대충 작은 창고 정도의 물품만 보관할 수 있었기에 세운은 할 수 없이 마몬의 창고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추가로 꺼내야만 했다.
처음에는 상관없었는데 주머니가 네 개가 되자 관리하기가 영 귀찮았다.
조만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시 클랜챗을 확인해 보았다.
[ 고창석 : 다들 주목해 주게! 급하다네! ] [ 한아름 : 웅? 할아버지가 웬일로 클랜챗을 다 써? ] [ 한다운 : 다들 얼른 주목! 할아버지가 부르신다구! ] [ 한다운 : 주목! ] [ 한다운 : 주목!! ] [ 한다운 : 주목!!! ] [ 박정필 : 아, 뭐여, 시끄럽게? ] [ 유서아 : 무슨 일이신가요? ]시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클랜챗이 제법 요란스러웠다.
세운이야 평소에 클랜챗의 알람을 꺼두는 터라 몰랐는데, 클랜원들은 한다운의 알람 테러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평소에는 귀찮다며 확인도 잘 안 하시는 분이, 의외네.’
다만, 그가 무슨 말을 할지는 대충 예상이 갔다.
그라면 이미 땅을 파면서 광석을 발견했을 것이고, 그것에 관해 얘기하려는 것이겠지.
세운의 예상대로 곧이어 고창석의 클랜챗이 올라왔다.
[ 고창석 : 여기 곳곳에 광석이 숨겨져 있다네! 무시하지 말고 꼭 챙겨 와주게! 특히 진한 은색 광석을 발견한다면 단단하다고 포기하지 말고 신경 써서 파주게! ]‘미스릴을 발견한 건가.’
미스릴은 다른 광석과는 다르게 좀 더 깊은 곳에, 좀 더 단단한 흙 안쪽에 숨겨져 있었다.
회귀 전에는 여정의 지침표를 따라가다 발견한 거고,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아니었다면 찾지 못했을 거다.
그런 미스릴을 세운과 비슷한 시간대에 발견하다니. 아무래도 고창석의 능력은 단순히 제련만이 아닌가 보다.
[ 고창석 : 이 광석들이라면 장비 강화…… 아니, 더 좋은 장비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꼭 부탁하네! ] [ 유서아 : 저도 같이 부탁드릴게요! 시간이 들어도…… 아, 세운 씨. 괜찮을까요? ]광석을 채굴하는 데 신경을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련을 통과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늘 이득을 추구하며 최대한의 효율을 따라 빠르게 시련을 공략하는 세운이었기에 그녀가 눈치를 보는 듯했다.
다만, 이곳의 광석은 세운도 신경 써서 챙길 정도로 쓸 만한 것들이므로 곧바로 긍정을 알렸다.
[ 한아름 : 흐흐, 이왕 제대로 할 거 굴착기라도 만들어 볼까? ] [ 한다운 : 역시 땅 파는 데는 드릴이 최고지! ] [ 강한철 : 파내다 보니 원석이 부서졌는데, 이도 괜찮겠습니까? ] [ 고창석 : 어차피 녹여서 새로 가공해야 하니 상관없다네! ]그 즉시 클랜원들이 광석 채굴에 협조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제한도 없고 쉼터를 통과한 후 첫 시련인 만큼 다들 체력이 쌩쌩해 활기가 넘쳐 보였다.
광석을 캐다 보면 시련의 공적치도 높아질 테니 손해 볼 건 없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마른 신음을 흘려댑니다.
그때 떠 오른 베엘제붑의 메시지.
생각해 보니 제법 오랫동안 폭식의 권능을 사용하지 않았다.
최근 대충 저런 식의 메시지를 두세 번 넘게 보았던 걸 기억하면 상태가 제법 심각하다는 뜻이겠지.
‘여기도 몬스터가 있긴 하지.’
끈기를 확인하는 시련답게 몬스터가 별로 없긴 하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잘 찾아보면 벌레 몇 마리는 있을 것이다.
어차피 광석도 찾아낼 겸 세운은 마법의 범위를 더욱 넓히며 주위를 수색해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한 몬스터는.
“츠츠츠츳-”
지네였다.
전신이 갑옷 같은 갑각으로 덮여 있고, 수십 개의 다리가 파도처럼 물결친다.
가위처럼 벌어진 주둥이에서는 독이 뚝뚝 흐르고 있는 게, 제법 위협적으로 보였다.
녀석이 세운을 위협한답시고 기묘한 소리를 내며 팔을 활짝 벌렸지만.
푹.
세운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게 지네의 가슴을 베어냈다.
뒤랑달은 지네의 단단한 갑각을 가뿐하게 베어내며 그 속의 체액을 드러냈다.
애초에 이번 시련은 전투 위주의 시련이 아니었기에 몬스터라 해도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물론, 세운의 기준에서 보자면 말이다.
– ‘땅굴 지네’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체력이 1 상승합니다.
권능을 사용하자마자 포식의 어금니가 지네를 덮쳐온다.
능력치 상승량이 미미하긴 해도 애초에 이번 사냥의 목적은 능력치 상승이 아니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오래간만에 생겨난 먹이를 조심스럽게 받아 듭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지네의 분절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합니다.
폭식이라는 이름답게 먹이만 주면 시원하게 들이켜던 베엘제붑이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있다니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여유롭게 먹이를 챙겨주고 싶지만 애초에 31층에 몬스터의 수는 많지 않았다.
감각이 따르는 데로 움직이며 주변에 존재하는 광석은 대부분 찾아냈다.
그사이 찾아낸 몬스터의 수는 총 세 마리.
베엘제붑은 아껴먹는답시고 먹이를 입 안에 넣고 삼키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뭐, 다음 층부터는 질리게 먹여줄 수 있으니까.’
사실, 미스릴을 찾아낸 시점에서 31층의 가장 중요한 히든 피스는 끝이 났다. 지금도 나름 신경 써서 주위를 뒤져보고 있었지만, 기껏 해 봐야 상급 광석 몇 개가 더 발견될 뿐이었다.
‘슬슬 올라갈까.’
– 흑탑의 묘리에 따라 ‘디그’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디그’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후두두둑!
세운의 마법과 함께 다음 층으로 향하는 길이 빠르게 뚫려 나갔다.
* * *
도착한 곳은 지상이 아니었다.
애초에 31층의 시련이 가리키는 목적지는 또 다른 지층일 뿐, 완전한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아직 두 개의 층을 더 거쳐야만 했다.
이번 테마인 지하는 총 세 개의 시련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후두둑.
디그를 사용하고 처음으로 새로운 흙이 아닌 빈 공간이 튀어나왔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신선한 공기.
아니, 신선하다고는 하나 지나쳐온 땅굴에 비해 신선할 뿐이지 여전히 습기와 먼지가 뒤섞인 불쾌한 공기였다.
– 31층의 시련 ‘땅굴 파기’를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히든 퀘스트 ‘고고한 진은’ 완료.
– 히든 퀘스트 ‘무더기 광맥’ 완료.
…….
– 총 누적 공적치 251,100point
– 축하드립니다! 31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히든 피스를 신경 쓴 만큼 랭킹은 당연하게도 1위.
31층의 공적치에는 ‘광석을 얼마나 많이, 깔끔하게 파냈느냐’ 같은 것들도 점수로 종합된다.
디그 마법을 통해 누구보다도 깔끔하게 광석을 캐낸 세운이 공적치에서 밀릴 리가 없었다.
‘그래도 어르신이라면 혹시 모르지.’
직접 보지 않아도 고창석의 채굴 실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까 클랜챗으로 보았던 집념이라면 31층에 존재하는 모든 광석을 캐낼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 어쩌면 세운의 공적치를 넘길지도 모르겠다.
뭐, 어차피 세운은 이미 1등의 추가 공적치를 획득했으니 미련은 없었다.
[ 한아름 : 어, 할아버지! 나 찾았어! 은색 광석! ] [ 고창석 : 오오오! 역시 우리……. ] [ 한아름 : 아니, 아닌가? 가까이서 보니까 하얀색 같기도 하고. ] [ 고창석 : ……혹시 표면 상태는 좀 어떤가? ] [ 한아름 : 거칠해! 소금 같기도 하고? ] [ 고창석 : 그건 아마…… 미스릴이 아니라 백운암일 걸세. ] [ 강한석 : 뭔가 부숴 버렸는데, 꽤나 단단하더군. 이것도 챙기겠습니다. ] [ 고창석 : 조심히 좀 다뤄주게……. ]클랜챗을 보고 있자니 헛웃음이 나왔다.
다들 노력해 주고는 있었지만, 아무래도 고창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건 어려워 보였다.
이대로라면 다들 공략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으니 세운은 바로 다음 시련을 시작하였다.
동굴처럼 뻥 뚫린 공간으로 발을 내미니 바로 시련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 32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땅굴 미로
– 삽질을 이어가던 당신은 마침내 뻥 뚫린 공간을 발견하였습니다.
– 해당 장소를 수색하여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를 찾아내, 선택하십시오.
32층에 발을 들이자마자 무수히 많은 통로가 드러났다.
당장 앞에만 해도 두 개의 갈림길이 있었고 왼쪽에는 세 개의 통로가, 오른쪽에는 공동같이 큰 공간이 어둠에 잠겨 있었다.
땅굴 미로.
말 그대로 지하에 존재하는 거대한 땅굴이 미로처럼 얽힌 곳이었다.
대부분의 땅굴이 몬스터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자연적으로 생성되어 있었지만, 인공적으로 판 듯한 공간 역시 존재했다.
그리고 시련의 내용에 보이는 마지막 내용, ‘선택하십시오’.
그 말처럼, 32층의 시련에는 수많은 선택지가 존재한다.
어느 통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플레이어들은 저마다 다른 33층에 올라가게 된다.
예를 들자면 사막의 시련에서 유적지를 선택했던 것과 비슷하다.
다만, 그와 다른 점이라면 이곳이 미로라고 설정된 만큼 수많은 함정과 몬스터가 존재한다는 것.
그것을 알아챈 베엘제붑에게서 즉시 반응이 나타났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축축한 공기를 타고 느껴지는 먹이의 냄새에 입 안에 머금고 있던 먹이를 꿀꺽 집어삼킵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식기를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아무래도 목적지를 찾기 이전에 베엘제붑의 배부터 좀 채워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