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3화(23/675)
제 23화
[ 튜토리얼 첫 번째 장 – 적응 ]-아홉 번째 웨이브를 성공적으로 통과하였습니다.
-웨이브에 참여한 모든 인원에게 200point를 제공합니다.
[ 1위 : 정세운 41,660point ] [ 2위 : 유서아 4,820point ] [ 3위 : 강한철 4,760point ]그렇게 아홉 번째 웨이브의 막이 내렸다.
평소 같았으면 몬스터를 조금 남겨두어 사람들이 상대하게 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세운이 마무리를 지었다.
뒤랑달을 사용해 볼 생각에 설레고 있었는데, 사람들을 위해 마법으로 빠르게 몬스터를 정리하다 보니, 검을 꺼낼 타이밍을 놓쳤다.
아쉬운 마음에 뒤랑달의 손잡이를 매만지고 있으니, 세운의 앞으로 유서아와 강한철이 다가왔다.
“세운 씨!”
“돌아왔군.”
무덤덤한 강한철과는 다르게 유서아는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였다.
아무래도 세운이 없는 동안 리더로서 캠프를 관리하며 어려움이 생각보다 컸나 보다.
“도대체 어디에 다녀오신 거예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다급하게 설움을 토해내는 그녀.
하지만, 잠시 주변을 살펴본 세운은 그녀의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설명은 나중에 하고. 일단 너는 할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네? 아…….”
유서아는 실질적인 캠프의 리더로서 자리 잡고 있었다.
세운으로 인해 웨이브를 막아 내긴 했지만, 캠프는 현재 만신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시설이나 부상자, 식량 등. 그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중에 꼭 설명을 들을 거예요.”
그 말을 남기고는 유서아는 자리를 떠났다.
세운으로서는 자기 대신 캠프를 관리해 주고 있는 그녀가 고마울 따름이다.
강한철이 말을 이어갔다.
“전보다 더 강해졌군.”
“너도 많이 세졌던데?”
“……잠시 후에 부러진 나무 앞에서 보지.”
“그래.”
부러진 나무 앞.
세운이 약속한 대련을 뜻하는 말이었다.
여섯 번째 웨이브 이후로는 대련을 해 주지 않아서 그런지, 강한철의 얼굴에는 진한 기대감이 묻어나 있었다.
그렇게 둘을 보낸 세운이 이제는 익숙해진 이름을 불렀다.
“정필아.”
“네, 형님!”
박정필.
회귀 전의 행동으로 인해 감시할 생각 반, 괴롭힐 생각 반으로 옆에 두고 있었는데, 나름대로 웨이브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던 것은 물론, 무려 서열 6위의 마왕 발레포르의 관심까지 받고 있었다.
이걸 미운 정이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된 이상, 더욱 철저하게 이용하여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상황 보고.”
“넵! 형님이 바위산으로 향한 뒤에 여섯 번째 웨이브는 피해 없이 끝났습니다! 다만 일곱 번째 웨이브부터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듯이 박정필의 보고가 술술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의 몬스터 웨이브에 관한 얘기, 전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들, 전투가 끝나고 캠프의 식량 관리 등.
가만히 듣고 있긴 했지만, 세운은 속으로 살짝 놀라고 있었다.
‘이놈한테 이런 재능이 있었나?’
회귀 전에는 강한철에게 붙어서 깐죽대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역시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인지, 녀석은 회귀 전과 전혀 다르게 두각을 보이고 있었다.
“또 남는 시간에 쌍둥이를 필두로 캠프 주위에 목책을 설치하고…….”
목책이라.
세운은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분명 세운이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대충 나뭇잎과 풀로 만들어 낸 간이 잠자리나 요리를 하기 위한 간단한 시설들이 전부였는데.
지금은 제법 그럴듯한 간이 오두막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캠프 주위로 제법 두꺼운 목책도 형성되어 있었다.
날카로운 끝에 붉은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보니, 웨이브 때도 제 역할을 톡톡히 한 듯했다.
“쌍둥이라고 했나? 그게 누구지?”
“아, 형님은 모르시겠네요. 이쪽으로 오시죠! 아마 지금도 바로 보수 작업에 착수했을 테니 말입니다.”
세운이 박정필을 따라 조금 걸었다.
걷는다고 해도 캠프는 한눈에 딱 들어올 정도의 크기였기에 금방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금 불안하다 싶더니, 역시 여기가 문제였네.”
“그러게, 내가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잖아!”
“네 방식대로 했다가는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에 절대 완성하지 못했을걸?”
“윽! 일단 나무가 더 필요하겠지?”
“응, 근데 우리 둘이서는 다음 웨이브 때까지 시간을 못 맞출 텐데…….”
부서진 목책을 눈앞에 두고 토론을 나누고 있는 두 여성.
쌍둥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똑 닮은 외모와 구불거리는 곱슬머리가 인상적이었다.
‘이 둘이었구나.’
회귀 전의 기억에는 남지 않은 이들이었지만, 세운은 그 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전투에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유난히 유서아의 지시에 잘 따르던 이들.
특히, 세 번째 웨이브 때부터였나? 누구보다도 열심히 몬스터를 막아 내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 있었다.
“어이, 둘 다 뭐 하고 있어? 우리 형님이 오셨는데 얼른 와서 인사도 안 하고!”
“어? 혈랑이다!”
“와, 혈랑이다!”
쌍둥이가 세운의 존재를 알아채고 가까이 다가왔다.
혈랑이라니.
회귀 전에는 전투보다 탐험 쪽으로 이름을 떨친 세운이었기에, 영 적응 안 되는 이명이었다.
그 때문에 가볍게 박정필을 노려보았지만, 녀석은 ‘예?’라며 의문을 표할 뿐이었다.
눈치를 못 챈 건지, 못 챈 척하는 건지.
세운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쌍둥이가 만들었다는 목책을 바라보았다.
“제법 잘 만들었네. 도구는 포인트로 구입한 건가?”
“네! 서아 언니가 알려줬거든요! 아, 그것도 혈랑 오빠가 알려준 거라면서요?”
“지금은 많이 부서졌지만, 빨간 늑대랑 멧돼지들 상대할 때는 꽤 활약했거든요!”
공적치 포인트로 살 수 있는 건 유서아가 구입한 검뿐만이 아니다.
간단한 기본 장비만 아니라, 이 둘이 손에 들고 있는 톱이나 망치 같은 것도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보통 저런 데 포인트를 지불하는 플레이어는 그리 많지 않긴 하지만.
둘의 실력을 보니, 충분히 지불한 포인트 이상의 득을 보고 있는 듯했다.
“이거라면 다음 웨이브 때도 쓸 만하겠는데.”
“으으, 또 무슨 몬스터가 나올까요?”
“으으, 이번에 나온 빨간 애들도 무서웠는데. 역시 그보다 더 강한 몬스터겠죠?”
열 번째 웨이브 때 나오는 몬스터의 정체를 알고 있는 세운이었기에, 가볍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이들에게 자신이 회귀자라는 것을 설명할 게 아닌 이상, 너무 자세한 정보를 언급해 봤자 의심을 사게 될 뿐이다.
“듣자 하니 나무가 더 필요하다던데.”
“앗, 들으셨어요?”
“원래는 여유 시간에 사람들의 힘을 빌렸는데, 이번에는 부상자도 많고 해서…….”
건축 능력이라.
다른 때 같았으면, 세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을 거다.
지금 애써 목책 같은 걸 만들어 봤자, 어지간한 목책은 열 번째 웨이브에서 별 도움도 못 되고 튜토리얼의 첫 번째 장이 끝나자마자 무쓸모가 되어 버리니까.
그런데도 세운이 이리도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였다.
-성좌, ‘검은 새’가 날카로운 창끝 위에 앉아 플레이어 ‘한아름’을 관찰합니다.
-성좌, ‘거대한 새’가 플레이어 ‘한다운’에게 날개를 활짝 펼쳐 보입니다.
검은 새와 거대한 새.
각각 서열 38위의 마왕 ‘할파스’와 서열 39위의 마왕 ‘말파스’였다.
여기서 할파스가 상징하는 것은 죽음과 파멸. 이 때문인지 좋아하는 것 역시 ‘전쟁’으로써 그 능력은 특이하게도 전쟁과 관련된 건축 능력에 맞춰 있었다.
때문에 ‘죽음의 새’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성좌이기도 했다.
바로 뒤에 붙어 있는 말파스는 ‘사기꾼의 총통’이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지만 할파스와 비슷하게 축성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건축과 축성.
그 두 가지 힘이 합쳐진다면…….
‘어지간한 전투계 플레이어보다 큰 도움이 되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기에, 세운이 쌍둥이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다.
“나무 정도야, 내가 구해 주지.”
“정말요?”
“와아! 혈랑 오빠 최고!”
“……대신, 그 이명 좀 안 붙여줬으면 좋겠는데.”
“왜요? 멋있지 않아요?”
“풉.”
“…….”
“야, 웃으면 어떡해! 혈랑 오빠 상처 받는다구!”
“푸흡! 그래도 웃긴 걸 어떡해!”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다음에 꼭 박정필에게 혈랑과 걸맞은 이명을 지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세운은 늑대 숲으로 향했다.
“필요한 목재의 종류나 크기 같은 건?”
“에이, 당장 몇 시간 후면 몬스터가 쳐들어오는데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있나요?”
“그런 건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아무 나무나 최대한 많이 베어 주시면 돼요!”
아무 나무나 최대한 많이.
세운으로서는 이렇게 쉬운 주문이 또 없었다.
철컥.
‘뒤랑달의 첫 활약이 벌목이 될 줄은 몰랐는데.’
세운이 뒤랑달을 빼 들었다.
목책이나 간이 오두막의 재료가 된 것인지, 늑대 숲의 초입은 이미 벌목이 꽤 진행된 상태.
그러나 장비가 부족했던 탓일까?
조금이라도 두껍다 싶은 나무들은 대부분 굳건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도끼가 없는 이상. 아니, 도끼가 있더라도 강한철 정도가 아닌 이상 저런 나무를 벌목하는 건 힘드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세운은 당당하게 남들이 벌목을 포기한 두꺼운 나무 앞에 섰다.
“그걸로 베게요?”
“도끼라도 빌려올까요?”
“아니, 됐어.”
뒤랑달의 첫 시연이 몬스터가 아니라는 건 아쉽지만, 이 정도 두께의 나무 기둥이라면 스스로의 힘과 뒤랑달의 능력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어 보였다.
세운은 다리를 넓게 벌리며 ‘하멜가 장검술’의 기본 자세를 잡았다. 내공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힘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곧이어 검을 수평으로 기울인 세운이 하체에 힘을 주며.
“흡!”
나무 기둥을 향해 깔끔한 횡 베기를 날렸다.
서걱!
“와아!”
“진짜 세다!”
“역시 형님이십니다!”
뒤랑달이 나무 기둥의 절반가량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뒤에서는 두 쌍둥이와 박정필의 감탄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정작 세운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아 보였다.
‘뒤랑달이 아무리 날카로워도, 내공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게 한계인가.’
‘바위를 쪼갠 검’이라 불리는 뒤랑달이지만, 주인의 힘이 부족하면 지금처럼 나무 하나 제대로 베지 못한다.
두 마신의 권능과 각종 히든 피스를 얻으며 꽤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세운이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으며 뒤랑달을 꽉 쥐었다.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태산십팔반검(泰山十八盤劍) ]– 대체로 크고 강한 체구를 타고나는 편이라 패도적인 무공이 발달한 황보세가(皇甫世家)의 고유 무공.
이제는 제법 몸에 익은 혈랑검법도 있지만, 지금 세운에게 필요한 것은 ‘힘’이다.
나무 기둥 따위는 단 일격에 베어낼 만큼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무공이 필요했다.
때문에 선택한 것이 바로 이 황보세가의 무공이다.
태산의 힘을 지녔다고 알려진 ‘태산십팔반검’과 바위를 쪼갠 검 ‘뒤랑달’의 힘이라면, 나무 기둥 따위 더 이상 세운의 앞에 서 있지 못하리라.
그것을 증명하듯.
서걱-!
우드드득- 콰앙!
“와, 진짜 베었어!”
“검으로 저 두꺼운 나무를 두 번 만에!”
“이야, 형님! 멋지십니다!”
세운의 횡 베기가 나무 기둥을 깔끔하게 베어냈다.
제법 큰 나무 하나가 쓰러지자, 숲을 울리는 소음과 함께 캠프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세운의 벌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내공을 통해 태산십팔반검의 제이 초식, 태산이격(泰山二格)이 강화됩니다.
서걱!
우드드득- 콰앙!
내공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상, 세운의 일검을 버텨내는 나무 기둥은 존재하지 않았다.
캠프의 수많은 사람이 베기를 포기한 나무들이, 단 일격도 버텨내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그런데도 세운의 손에 들린 뒤랑달은 날이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우드드득!
쾅!
쾅, 콰앙!
순식간에 나무 수십 개가 쓰러져 나갔다.
늑대 숲 초입의 나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잠시 검을 멈춘 세운이, 뒤에서 입을 벌린 채 이 말도 안 되는 ‘벌목’의 장면을 지켜보던 두 쌍둥이를 보며 말했다.
“아, 목재를 옮기는 건 정필이가 맡아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넵, 형님! 이 정필이한테 맡겨……. 네? 잠깐만, 이거 전부요? 저 혼자서?”
“물론이지, ‘오른팔’.”
-성좌, ‘당나귀 머리의 날치기’가 플레이어 ‘박정필’을 보며 도저히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며 배꼽을 부여잡습니다.
졸지에 힘쓰는 팔이 되어 버린 박정필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