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3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35화(231/675)
제235화
시련을 통과하는 사이, 32층의 시련 종료를 알리는 메시지가 눈앞에 떠 올랐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1등.
방금 고른 케프리의 안배인 ‘일출의 무덤’이 그만큼 높은 수준의 통로라는 걸 뜻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아주 즐거운 관람이었다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곧 운석으로 쓸 만한 걸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며 자리에서 물러납니다.
처음 운석 파편을 얻었을 때부터 마몬은 계속 운석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었다.
세상 모든 보물을 탐하는 마몬이었으니, 물건을 탐구하는 능력은 어지간한 지혜신에 비견될 만하다.
곧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낼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무덤인가.’
이동이 끝나자마자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입구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하얀 대리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내벽, 그 위로 금으로 새겨진 문양이 앞으로 쭉 이어졌다.
연식이 오래되었음을 증명하듯 천장에 난 빈틈으로 모래가 스르르 떨어졌다.
– 33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일출의 무덤
– 당신은 땅굴을 탐사하던 도중, 고대의 무덤으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하였습니다.
– 고대의 무덤에서 탐사를 마치고 지상으로 올라가십시오.
시련의 내용은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를 찾거나 죽이거나 해결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지상으로 올라가면 끝이다.
이 무덤에 어떤 몬스터나 함정이 있든지 상관없다.
만약 입구 바로 옆에 지상으로 향하는 샛길이 있어 그곳을 오른다면 곧바로 시련이 끝나게 된다.
다만, 그렇게 지상으로 오르는 자들은 공적치는커녕 제대로 된 보상을 얻지 못한다.
‘33층은 일종의 보너스나 다름없으니까.’
말했듯이, 잘만 고른다면 이 33층의 시련 전체가 히든 피스나 다름없었다.
운이라는 요소가 가미되어 있지만, 운과 실력이 따라준다면 33층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보상을 얻을 수 있을 터다.
게다가…….
‘딱 보기에도 여긴 심상치 않고.’
세운이 고른 ‘일출의 무덤’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최고의 시련 중 하나였다.
무려 일출의 신인 케프리가 미래의 사도를 위해 안배해 둔 시련이었으니까.
연이어 케프리의 안배를 털어가는 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든다 해도 눈앞의 보상을 걷어찰 생각은 없었다.
세운이 앞으로 몇 걸음 걷자마자.
끼릭.
귓가에서 미묘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좌우의 석벽이 열리며 끈적한 독이 발린 석궁의 화살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 자탑의 묘리에 따라 ‘리무브 트랩’의 시전 속도가 빨라집니다.
재빨리 마법을 발현하여 함정을 멈추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가 힘없이 풀어지며 독화살이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
‘제법 수준 높은 함정 같은데.’
다른 사람이었다면 꼼짝없이 당하고 말았으리라.
세운조차도 이번에는 함정이 발동한 직후에야 그 정체를 알아냈으니 말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마나를 투사하는 센서 같은 게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도가 아닌 침입자에게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이에 세운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처음 석문을 들어왔을 때처럼 성흔을 빛내며 그 깊은 곳에 감추어 있던 뜨거운 기운을 끌어 올렸다.
바로 한 시간도 전에 경험한 기운이니 찾는 건 금방이었다.
뜨거운 기운이 태양이 떠오르듯이 서서히 그 기운을 발산하자, 주위에 은은한 온기가 감돌았다.
– 성흔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태양의 기운이 드러납니다.
성공했다.
이미 9층의 시련인 ‘이른 아침의 무덤’에서 쇠똥구리의 보물을 통해 케프리의 신성을 일부나마 흡수했다.
그 대부분이 세운의 신성에 동화되었다지만, 그 기운을 흉내 내는 것에 성공한다면 센서를 속이는 게 가능할 것이다.
끼릭-
열 발자국을 채 걷기도 전에 미약한 금속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치가 발동했음에도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센서가 세운을 ‘케프리의 사도’로 인식하고 함정의 발동을 멈춘 것이다.
‘편하네.’
그 이후로는 거리낄 게 없었다.
그저 길만 잃지 않도록 방향을 눈에 익히며 다리를 자유롭게 놀렸다.
함정은 물론, 갖가지 몬스터가 침입자에 대항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세운 앞에서 고개만 갸웃할 뿐이었다.
“고생해라.”
그런 녀석들을 툭툭 두드리며 앞으로 지나가는 세운.
그 어떤 몬스터도 세운을 적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 * *
바스스-
“……크흠.”
32층으로 올라온 강한철이 손아귀를 내려보았다.
그곳에는 고창석이 부탁했던 광석이 쥐어져 있었다.
아니, 이걸 광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떤 충격을 주었길래 이 모양이 된 건 모르겠지만, 광석은 조각 수준을 넘어 가루로 변해 있었다.
손을 살짝만 움직여도 바람에 가루가 흩어질 정도로.
비록 고창석이 어차피 녹일 생각이니 조금 부서져도 상관은 없다고 했지만, 이건 무리였다.
그건 강한철도 알고 있었다.
다만.
[ 고창석 : 정말 고맙다네! 미스릴을 발견한 건 자네가 처음일세! ] [ 강한철 : ……네. ]강한철의 주먹에서도 살아남은 광석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미스릴이었다.
이건 특히나 신경 써서 채굴하거나 한 게 아니라, 단순히 광석중에서 강한철의 힘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광석이었을 뿐이었다.
강한철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함께 흩어지는 금속 가루.
어쩔 수 없이 미스릴만을 챙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땅굴 미로라…….”
강한철이 침음을 흘렸다.
차라리 강한 몬스터를 처치하라거나 어딘가 도착하라는 심플한 내용이라면 몰라도, 이렇게 유연한 내용의 시련은 강한철이 특히 싫어하는 시련 중 하나였다.
가만히 서서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서 주먹을 휘두르는 게 더 적성에 맞았으니까.
지금도 그렇다.
통로를 어떻게 찾아야 하나 가만히 고개를 굴려보아도 머리가 아플 뿐이었다.
방법은 몰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있었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뭘 고민하냐며 다 때려 부수면 결국 해결될 일이라며 부드럽게 악어가죽을 문지릅니다.
아가레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강한철이 하체를 단단히 고정하고 허리를 돌렸다.
무엇을 할지는 안 봐도 뻔하다.
있는 힘껏 주먹에 힘을 주고, 격진의 힘을 주먹에 담아 그대로 휘두른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콰아앙!!
어지간해서는 꿈쩍도 안 하는 땅굴의 벽면이 거칠게 무너져 내린다.
진동 때문에 땅굴이 왕왕 울려 천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될 법도 했지만, 강한철의 머리에 그런 걱정은 없었다.
이미 31층에서의 경험을 통해 눈치를 챈 것이다.
‘이곳은, 무너지지 않는다.’
벽은 무너질지라도 땅이 완전히 폭삭 무너질 일은 없다.
자신의 힘이 부족한 건 아니고, 아무래도 시련의 지형에 일종의 보정이 들어간 듯했다.
그 때문에 강한철은 이후로도 망설임 없이 주먹을 뻗었다.
땅굴 미로에서 미로라는 말이 무식해질 정도로 주위가 휑하게 뚫려 나갔다.
– 성좌, ‘악어를 탄 노인’이 악어의 다리를 타고 느껴지는 지면의 진동을 흐뭇하게 감상합니다.
당연하게도, 무너진 건 벽면만이 아니었다. 다음 시련으로 향하는 통로 역시 흙에 묻혀 사라졌다.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한철은 힘자랑을 하듯이 반복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이 반복될수록 진동이 더욱 심해졌고, 그 위력은 시스템적으로 보호를 받는 천장까지도 뒤흔들 지경이었다.
그렇게 32층을 얼마나 많이 무너트렸을까?
결국, 버티지 못한 천장이 우레와도 같은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함성(喊聲)’을 사용합니다.
쿠우웅!
강한철이 가슴 앞에서 양 주먹을 부딪쳤다.
수천, 수만 명의 병사가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그 소리는 곧 파동의 형태로 변해 주위로 퍼져나갔다.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흙더미가 밀려 나가고, 흙먼지 역시 멀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위로.
– ‘천공혈(天空穴)’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하였습니다.
– 해당 통로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세운조차도 발견해 내지 못한 32층에서 가장 큰 히든 피스.
32층의 천장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구멍이 윙윙거리는 기묘한 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다만, 강한철에게는 히든 피스고 뭐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드디어 통로를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 뿐.
– ‘천공혈(天空穴)’을 선택하였습니다.
– 33층의 시련, ‘천공혈(天空穴)’에 진입합니다.
강한철의 몸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 * *
‘벌써 거의 다 왔네.’
성흔의 빛 덕분에 그 어떤 함정이나 몬스터도 세운을 공격하지 않았다. 덕분에 산책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무덤의 끝자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끝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벽화.
새하얀 벽면에 그려져 있던 금빛의 벽화 덕분이었다.
대부분 상형문자와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언어를 습득한 세운이었기에 대충이나마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충, 이 무덤의 끝에는 왕이었던 자가 묻혀 있다는 뜻. 그리고 무덤에 끝에 도달하는 순간, 왕이 직접 일어나 침입자를 심판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냥은 못 넘어가겠지.’
케프리가 만들어 둔 시련의 보스 몬스터.
왕이라는 말에 대충 어떤 몬스터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파라오(Pharaoh)라 불리는 이들이겠지.
물론 시련에 존재하는 파라오가 실제 설화를 가진 파라오일 리는 없다. 대충 파라오의 힘을 깃들게 하여 만들어 낸 몬스터일 것이다.
그런 세운의 생각을 증명하듯.
구구구구.
무덤의 끝에 도달하자마자 그 중앙에 세워진 관의 뚜껑이 열렸다.
주변에는 왕을 위한 보물과 시간이 흘렀음에도 생기 넘치는 과일, 새하얀 불이 피어난 양초 등. 대충 보아도 범상치 않은 것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쩌면 이번에도 케프리의 사도로 오인 받아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성흔의 빛을 밝혔다.
곧이어 관뚜껑이 완전히 열리며, 그 안에 갇혀 있던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이 붕대로 칭칭 감겨 있는 미라. 얼굴에는 황금으로 만들어진 가면이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세운을 내려보고 있었다.
느껴지는 기운 역시 상당하다.
세운의 예상대로 파라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몬스터인 모양이다.
녀석은 관 아래에 쌓인 금화를 밟으며 세운의 앞으로 다가왔다.
3m에 달하는 녀석은 붕대 때문에 몸집이 더욱 커 보였는데, 특히 손에 들린 지팡이는 대충 보아도 범상치 않은 물건 같아 보였다.
– 성흔이 익숙한 기운을 만나 공명을 시작합니다.
– 성흔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태양의 기운이 드러납니다.
파라오의 기운을 감지한 성흔이 태양의 기운을 더욱 밝게 피워냈다.
녀석이 고개를 숙여 빛을 내려보았다.
그러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케프리가 준비해 둔 안배의 보스 몬스터인 만큼 이게 거짓된 힘임을 알아채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다.
“위대한 일출의 신. 찬란하게 떠오르는 태양- 케프리 님의 사도여.”
녀석이 금빛 지팡이를 들어 올린다.
단순히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있음에도 갈무리되지 못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케프리의 신성.
이전에도 한 번 흡수한 적 있던, 그 힘이었다.
사도로 인정까지 받았으니 이대로 보상을 습득하고 끝나나 싶었지만, 아쉽게도 길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그대가 케프리 님에게 어울리는 종인지 확인하기 위해- 나, 네페르카레 8세가 그대를 시험하겠도다.”
케프리가 준비해 둔 사도의 시험이 세운을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