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3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37화(233/675)
제237화
“첫 번째 사도여, 케프리 님께서 그대를 위해 안배해 둔 힘을 쟁취하라!”
파라오가 손을 뻗어 제단 위의 쇠똥구리 석상을 가리켰다.
이게 바로 케프리가 준비해 둔 진정한 보상.
척 보기에도 제법 많은 양의 신성이었는데, 이 정도면 케프리 자신의 힘을 깎아 먹을 정도의 양이다.
저런 양의 신성을 어떻게 시련 속에 감춰두었는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조금씩 조금씩 힘을 불어넣어 왔겠지. 언젠가 사도를 임명하여, 그 사도가 탑을 이끄는 기대를 하면서.
“그러지.”
세운이 망설임 없이 보상을 향해 다가갔다.
터벅, 터벅.
가벼운 발걸음으로 석상 앞에 도착하자 케프리가 흐뭇한 얼굴로 세운을 바라보았다.
아, 물론 황금 가면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가면 안에서 들려오는 미약한 웃음소리로 그 표정을 예측할 뿐이다.
“근데 그전에.”
“음? 무슨 일인가, 사도여.”
세운이 석상을 앞에 둔 채 뒤로 돌아 파라오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잠잠해졌던 성흔을 다시금 붉게 밝혔다.
주인의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던 쇠똥구리 석상이 이에 반응하여 낮게 진동하였다.
– 성흔이 익숙한 기운을 만나 공명을 시작합니다.
– 성흔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태양의 기운이 증폭됩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태양의 기운이 올곧게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진정한 케프리의 신성이 깃든 석상이 매개체로 반응해 주니 신성을 다루기가 훨씬 편해졌다.
이에 여전히 의문을 표하고 있는 파라오를 향해 성흔이 따스한 햇볕을 내뿜었다.
곧이어, 그 햇살에 성흔의 힘이 뒤섞이며.
– 성흔이 혈랑전설의 설화에 반응합니다.
– 성흔의 두 번째 능력, ‘광란’이 깨어납니다.
콰직!
뒤에서 승리를 만끽하고 있던 미라들이 파라오의 뒤를 습격했다.
발목을 옭아매고, 종아리를 물어뜯고, 허벅지에 기다란 손톱을 박아 넣는다.
가슴이 갈려 갈비뼈가 드러난 미라는 자신의 몸을 포박구처럼 이용하여 파라오의 팔을 봉쇄한다.
“무슨 짓이더냐! 아무리 케프리 님의 사도라 하여도, 감히 이 몸에게 이빨을 드러내다니!”
미라들은 강력했지만, 애초에 녀석들은 파라오에 의해 만들어진 소환체였다.
광란의 권능으로 힘을 증폭시켰다고 해도 파라오를 완전히 잡아둘 수는 없었다.
파라오가 지팡이를 한 번 바닥에 두들기기만 해도, 오십 구의 미라들은 한 줌의 모래가 되어 사라질 것이다.
“이는 감히 위대한 태양을 직시하는 것과 같은 능멸이자 반역!”
파라오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미라들이 필사적으로 어깨와 팔을 짓눌렀지만, 과연 파라오의 힘이 깃든 몬스터라는 것일까? 미라들의 발악에도 파라오의 손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이제 저 지팡이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미라들은 사라진다.
다만, 파라오의 지팡이가 힘겹게 위로 올라가 미라들에 의해 멈칫거리던 그 짧은 순간. 세운의 검이 먼저 움직였다.
이미 이 순간을 위해 단전의 내공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 내공을 통해 자하검결의 제일 초식, 자하개벽(紫霞開闢)이 강화됩니다.
– 자하신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에 열기가 더해집니다.
서걱-
일순간 세상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순간, 파라오의 목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목이 스르르 기울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까지도 파라오는 자신의 죽음을 깨닫지 못한 것처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파라오의 목이 대리석 위로 떨어지고, 미라들의 몸이 모래 먼지로 변해 사라지는 순간.
–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간신히 도망쳐 나와 다급하게 자신의 안배를 내려봅니다.
–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훤하게 모습을 드러낸 쇠똥구리 석상과 목이 잘린 채 쓰러지고 있는 파라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잠잠하던 케프리의 메시지가 다시금 나타났다. 아무래도 세운을 감시하기 위해 라에게서 급히 탈출한 모양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운은 하던 일을 계속했다.
시험을 끝내고 케프리의 안배까지 나타났음에도 파라오를 공격한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었다.
‘특식.’
무려 파라오의 힘이 깃든 몬스터인 만큼, 녀석은 훌륭한 ‘양분’이 될 테니까.
– ‘네페르카레 8세’를 포식하였습니다.
– 양분을 흡수하여 지력이 20 상승합니다.
– 먹잇감에 깃든 성좌의 신성을 일부 흡수합니다.
콰직!
폭식의 어금니가 다급하게 파라오의 몸을 물어뜯었다.
실제 파라오에 비할 바는 안 될 터고, 일반 몬스터에 비하면 아득히도 격이 높은 만큼 높은 마력으로 신체가 보호받고 있을 테지만 소용없었다.
폭식의 어금니 앞에서 방어 따위는 무의미했으니까.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눈앞에 차려진 화려한 만찬에 눈을 반짝입니다.
파라오의 단단한 살갗이 꿰뚫리고, 상처에서 금빛에 가까운 혈액이 흘러내렸다.
폭식의 어금니는 혓바닥까지 드러내며 혈액 한 방울까지 게걸스럽게 집어삼켰다.
‘저건 좀 아까운데.’
어금니는 파라오가 쥐고 있던 지팡이까지 까득까득 집어삼켰다.
꽤 쓸 만해 보였는데, 저래서야 챙기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리고 얼마 후, 파라오의 몸은 공동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현실을 부정합니다.
아무리 세운이라 하여도 파라오를 죽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일까? 충격이 도를 넘어서면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다고, 케프리에게 별다른 반응이 들려오지 않았다.
세운은 시끄러워지기 전에 다시금 제단을 향했다.
쇠똥구리 석상에서는 더 이상 공명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파라오를 죽이는 순간, 태양의 기운을 가진 존재가 자신의 주인이 될 자가 아니란 것을 깨닫기라도 한 듯이.
은은하게 흘려대던 금빛 신성도 거짓말처럼 싹 갈무리한 상태였다.
‘이미 늦었어.’
세운이 그 위로 오른손을 얹었다.
더 이상 일출의 기운을 따라 하기를 포기한 성흔이 특유의 검붉은 빛을 포악하게 내뿜었다.
석상 안에 숨어 있던 신성이 공포에 떨며 바들거렸다.
그것들을 끌어내기 위해 성흔에 더욱 힘을 주는 순간.
– 탐스러운 먹이로군.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아니라 뇌리에 새기듯이 들려오는 목소리.
얼마 전에도 들었던 성흔의 의지가 분명했다.
그와 함께, 성흔의 빛이 더욱 강해지며 석상 안에 숨어 있던 신성이 서서히 올라왔다.
누군가에게 멱살을 잡힌 채 억지로 끌어올려지듯 난폭하게.
빠직-
석상의 중앙에 균열이 일며, 그곳을 통해 금빛 신성이 흘러나와 세운의 성흔에 흡수되었다.
흡수된 신성은 순식간에 세운의 신성과 동화되어 검붉은 빛으로 바뀌었다.
전신에서 햇볕과도 같이 따뜻한 힘이 차올랐다.
신체적인 힘이 아니다. 영혼 그 자체에 힘이 차오르는 느낌.
세운은 지금 케프리의 신성을 흡수하여 영혼의 격을 상승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쇠똥구리 석상이 완전히 박살 내며 그 안의 신성이 모조리 흡수되자…….
–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릅니다.
– 성좌, ‘태양을 굴리는 자’의 비명으로 인해 헬리오폴리스의 태양이 흔들립니다.
– 헬리오폴리스의 성좌들이 인상을 찌푸립니다.
마침내 정신을 차린 케프리가 발광을 하기 시작했다.
* * *
다행히 케프리의 발광은 금방 멈췄다.
세운이 채널을 차단하기도 전에 헬리오폴리스가 나서 케프리를 막아선 덕분이다.
어찌나 시끄럽게 비명을 내지른 것인지 라를 포함한 성좌들이 모두 케프리의 입을 막아냈다.
케프리가 아무리 주신급 성좌라고 해도, 헬리오폴리스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라에게서 풀려날 수는 없었다.
‘뭐,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만.’
시끄럽게 군다면 채널을 막으면 그만이다.
힘들게 준비해 둔 안배를 갈취한 것이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세운은 어디까지나 합당하게 시련의 보상으로 습득한 것이니까.
이건 다 어설프게 안배를 숨겨둔 케프리의 잘못이다.
물론, 세운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안배를 발견하더라도 입장조차 하지 못했을 테지만 말이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33층의 시련을 녹화해 두길 잘했다며 벌레를 비웃습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나중에 봐야겠다며 수정구를 품에 넣은 채 사라집니다.
녹화 기능이라.
마몬의 창고에는 워낙 다양한 종류의 보물이 있었으니 그 정도야 충분히 있을 법했다.
생각해 보니 제법 쓸 만할 것 같아서, 그 존재를 머릿속에 새겨넣었다.
계약에 의해 수정구 정도라면 충분히 빌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한아름 : 와, 여기 뭐지? 신기한 나무들이 종류별로 널렸네? 목재 파티다! ] [ 한다운 : 어? 33층 말하는 거 아니야? 여기는 완전 진흙투성이인데. ] [ 유서아 : 통로마다 다른 시련에 입장하는 듯해요. 다들 시련 이름 보고 잘 선택하세요. ] [ 박정필 : ‘보물 사냥꾼의 최후’, 여기 좋나? ]클랜챗을 확인해 보니 다른 사람들도 슬슬 33층에 진입하고 있는 모양이다.
유서아의 언질도 있었지만, 대부분 통로의 유형을 파악하고 알아서 잘 선택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보물 사냥꾼의 최후라…….’
박정필이 고른 통로.
그곳은 세운이 회귀 전에 선택한 통로였다.
다른 시련에 비해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고, 무엇보다 그 끝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회귀 전의 세운이 오래 사용했을 정도로 쓸 만하다.
여정의 지침표로 찾아낸 만큼 교묘하게 숨겨진 통로였는데, 용케도 발견한 모양이다.
괜히 기분이 찜찜하긴 하지만, 박정필의 전투 스타일은 회귀 전의 세운과 흡사한 편이니 보상 역시 잘 어울릴 터다.
‘먼저 올라가 있어야겠네.’
숨겨진 안배까지 발견한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
이곳까지 이동하며 탈출구의 위치는 이미 파악해 두었기에 목적지엔 쉽게 도착했다.
지상으로 올라가는 비밀 계단 같은 통로였는데, 첫 계단에 발을 올리자마자 시련 종료를 확인하는 메시지가 떠 올랐다.
33층의 시련은 얻을 게 많은 시련인 만큼, 시스템도 플레이어를 배려하여 시련을 끝낼 것인지 재확인을 해 주는 것이다.
다만, 세운은 이미 시련을 끝내리라 마음먹었기에 고개를 끄덕였고.
– 33층의 시련 ‘일출의 무덤’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총 누적 공적치 3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33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랭킹 1위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시련을 끝낼 수 있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수치였다.
다른 시련이 아무리 거창하다고 해도 일출의 신이 자신의 힘을 불어 넣어가면서까지 만들어 낸 시련에 비할 바는 안 될 테니까.
게다가, 세운은 단순히 안배를 챙기는 것만 아니라 안배를 지키던 파라오까지 무찔렀다.
가산점이 붙는 게 당연했다.
– 디아블로 클랜의 거주지로 이동하시겠습니까?
다음 시련으로 이동하기 전, 세운은 거주지를 향했다.
이번 ‘지하’ 테마는 33층의 시련이 끝이기도 했고, 클랜원과 공략 속도를 맞추는 것과 함께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쉼터의 일을 끝내고 떠 오른 메시지.
– 디아블로 클랜의 위업이 최대 수치를 뛰어넘었습니다.
– 디아블로 클랜의 격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디아블로 클랜을 작은 모임 정도로 그치는 ‘클랜’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힘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조직의 개념인 ‘길드’로 격상시킬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