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34)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38화(234/675)
제238화
클랜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튜토리얼에서 만나 기본적으로 이어지는 모임이다. 다만, 클랜이 오랫동안 원년 멤버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일단 튜토리얼부터 대부분의 클랜은 인원이 절반가량 줄어들게 되고, 탑을 등반하면서 그 수는 점차 줄어들게 마련이니까.
결국, 그 수가 줄어든 클랜은 서로 뭉치게 되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이 몰려들어 클랜을 넘어 길드의 수준으로 오르게 된다.
하지만, 세운의 수준은 달랐다.
‘처음부터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현재 디아블로 클랜은 튜토리얼이 시작했을 때와 거의 같은 멤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본격적으로 탑을 들어온 이후에는 탈락자가 전무한 수준.
– 디아블로 클랜을 격상시키겠습니까?
잠시 시스템 메시지를 바라보던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길드에 존재하는 항목들은 클랜 이상으로 다양하다.
길드로 격상하면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설명해 줘야 하는데, 괜히 두 번 설명하기는 싫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시련을 마친 유서아가 거주지에 나타났다.
“어? 역시 먼저 도착해 계셨네요.”
“33층은 좀 어땠어?”
“이 팔찌를 얻었어요. 바람의 저항도 줄여주고 이동 속도도 빨라지는 거라 바로 착용했어요.”
“잘 어울리네.”
“그렇죠?”
유서아의 손목에는 구름을 꼬아 만든 것처럼 멀끔한 흰색의 팔찌가 있었다.
확인해 보니 무려 A+급의 액세서리.
높은 등급의 액세서리류의 아이템을 찾아보기 극히 어렵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대단한 수준의 장비였다.
들어보니 시련의 난이도도 제법 어려운 것 같은데, 용케도 빨리 공략했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공략이 오래 걸리는 것을 넘어 실패할 가능성도 농후한 시련이었는데, 과연 디아블로 클랜의 전투력은 세운의 기대 이상인 듯했다.
“네가 왔으니까, 시작해도 되겠네.”
“뭘요?”
“지금부터 디아블로 클랜을 길드로 격상시킬 거야.”
“네? 분명 저번에 다섯 번째 쉼터쯤에서 할 거라고…….”
“지하 벙커에서 조건이 충족됐거든.”
“아, 잘됐네요!”
세운이 다시금 시스템 메시지를 일으켜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나타난 것은 클랜의 격상을 축하해 주는 메시지가 아니었다.
– 지금부터 ‘디아블로 클랜’의 격상을 위한 세부 설정을 다루기 시작합니다.
– 클랜의 유형을 선택해 주십시오.
– 1. 평화
– 2. 유희
– 3. 정의
…….
길드는 클랜장의 목표에 따라 다양한 유형을 띄고 있다.
이 유형에 따라 길드는 특화 능력이 생겨나고, 길드 버프 역시 해당 유형을 따라간다.
예를 들어 탑에서 법과 질서를 수호한다며 읊조리고 다니는 ‘심판’ 길드의 경우에는 세 번째로 보이는 정의의 유형을 띄고 있다.
그 능력은 길드에서 자체적 규칙을 정하고, 이를 강제적으로 따라야 하는 대신 이에 반하는 플레이어를 상대할 때 전투력이 더욱 강해진다.
이 외에도 오딘을 따르는 발할라 길드의 경우 전투의 유형을 가져 전투 시에 전체적인 능력치가 상승하는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유형의 종류는 100가지를 넘을 정도로 다양하게 존재한다.
“엄청 많네요.”
“그러게.”
뭐든 알 것 같은 세운이었지만, 사실 이 길드의 유형에 대해 자세히는 알지 못한다.
앞서 설명한 두 길드 같은 경우에는 워낙 대외적으로 잘 알려져 있었기에 유형을 알고 있었을 뿐. 회귀 전의 세운은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채 솔로 플레이를 지향했으니까.
길드 마스터의 전유물인 길드 설정을 자세하게 알 리가 없었다.
다만, 베테랑으로서 이곳저곳 주워들은 소문을 통해 남들보다 정보가 조금 더 많을 뿐이다.
“이건 어떤가요? 정예. 인원수 50 이하를 유지할 시 추가 버프라는데요?”
“괜찮네. 일단 보류해 두자.”
디아블로 클랜이 길드로 격상된다고 하여도 사람을 더 받을 생각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을 들여봤자 불신만 생겨날 뿐이니까.
회귀 전에 솔로 플레이를 지향했던 세운이니만큼 등 뒤의 칼날을 걱정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이제야 믿음과 신뢰가 생겨난 디아블로 클랜에서 인원 변동이 생기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로 유서아의 선택은 괜찮았다.
실제로 탑의 상층에는 상위 랭커로 이루어진 정예 유형의 길드도 존재했으니까.
‘그냥 저걸로 해야 하나.’
그렇게 목록을 쭉쭉 내리던 중, 세운은 자신의 일차적인 목표와 가장 닮은 목표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등반(登攀).’
그 내용은 간단하다.
탑을 오를수록 길드의 힘이 증가한다.
회귀 전에도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던 유형이었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려면 최소 60층 이상은 돼야 한다던가.’
그것도 ‘쓸 만한 수준’에 도달하는 게 그 정도다.
이론상으로 80층 이상에 도달하면 다른 유형을 앞지를 정도로 강력한 힘을 드러낸다지만, 그전까지는 길드의 버프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길드 유형은 중간에 바꿀 수도 없고,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시스템이기에 나중에 새로 만들어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 이유로 회귀 전에 보았던 유명 길드 중에서 ‘등반’의 유형을 선택했다는 곳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대기만성(大器晩成)형 유형이란 건가.’
단기간의 강함을 생각하면 골라서는 안 되는 유형이다.
하지만, 세운의 손가락은 이미 등반이라는 두 글자를 향하고 있었다.
어차피 탑의 92층까지는 오른 경험이 있다.
생각대로만 진행된다면, 디아블로 클랜을 이끌고 92층까지 무사히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 ‘등반’의 유형은 눈앞에 적힌 모든 유형 중에서도 최고의 효율을 끌어낼 게 분명하다.
그 힘이라면, 세운도 알지 못하는 93층 이후의 영역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유서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세운 씨 생각대로 선택하세요. 전 언제나 세운 씨를 믿으니까요.”
등반의 유형을 선택하면 다른 길드에 비해 당장 탑을 오르는 난이도가 오히려 어려워질 터다.
하지만, 세운은 그 페널티를 안고 클랜을 이끌어갈 자신이 있었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유형을 선택하였다.
– 디아블로 클랜의 유형이 ‘등반(登攀)’으로 결정되었습니다.
– 다음으로 버프의 밸런스를 유형에 맞게 조절합니다.
이후로도 여러 가지 설정들이 나타났다.
평소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선택을 이어가던 세운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시간을 들여 진지하게 머리를 굴렸다.
대기만성형 유형을 선택한 만큼, 다른 설정들만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선택하고 싶었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저희 클랜에는 전투계 말고도 다양한 직종이 있으니까요.”
그때 유서아의 조언이 도움이 됐다.
세운이 클랜장이라고는 하여도, 솔직히 말해서 디아블로 클랜의 세부 사항에 관해서는 유서아가 더욱 자세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클랜의 세부 설정이 하나하나 완성되어 갔다.
그리고 마지막.
– 디아블로 클랜의 성향을 파악합니다.
– 성향은 현재까지 디아블로 클랜이 거쳐온 행보와 업적 등이 다양하게 종합되어 결정됩니다.
– 특히 클랜장의 성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설정이 나타났다.
클랜의 성향.
이는 임의로 지정할 수도 없으면서 등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거주민들은 이 성향에 따라 클랜의 첫인상을 결정하게 마련이니까.
예를 들어 성향이 악에 관련되면 첫 만남부터 적대심을 드러내거나, 성향이 선에 관련되면 첫 만남부터 호의를 불러일으킨다.
이건 어디까지나 예일 뿐, 성향은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디아블로 클랜의 행보가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일까?
대략 일 분 가까이 지난 후에야 시스템이 성향을 정해 주었다.
– 디아블로 클랜의 성향이 ‘파멸의 구원자’로 정해집니다.
– 당신들은 선의 극의라 볼 수 있는 구원자의 성향을 지녔지만, 이를 위해 검을 휘두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 비록 전장이 붉게 물들며 타인의 적의를 사더라도, 당신들은 구원을 위해 앞장설 것입니다.
파멸의 구원자.
그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세운이 생각에 잠겼다.
구원자라 함은 저 설명에 적힌 것처럼 선의 성향에서 가장 높은 지위로 알려져 있다.
다만, 그 앞에 붙여진 파멸의 이름은 아무리 보아도 선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구원자가 붙은 이상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시스템이 알려주는 설명은 저걸로 끝.
성향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아보려면 직접 탑의 거주민과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다.
– 디아블로 클랜의 세부 설정이 모두 끝났습니다.
– 디아블로 클랜이 길드로 격상되었습니다.
– 기존에 강화한 버프들은 길드의 설정에 맞게 변색되어 계속 유지됩니다.
– 가입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150명까지 늘어나며, 공적치를 지불하여 늘릴 수 있습니다.
…….
성향이 결정되는 것을 마지막으로, 격상이 완료되었다.
이제 더 이상 디아블로 클랜이 아닌, 디아블로 길드가 된 것이다.
‘강화 비용도 많이 올랐네.’
클랜의 강화 비용은 세운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길드는 다르다.
물론, 세운의 공적치가 워낙 많았기에 지금으로써는 문제 될 것 없지만 굳이 혼자서 전부 감당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길드의 강화는 길드원의 공적치를 모아 진행하는 게 당연했으니까.
클랜을 벗어났으니, 세운 역시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공적치를 모아 강화를 진행할 생각이었다.
‘다들 공적치가 모자라지는 않을 테니.’
보통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공적치가 여유롭지 않다.
가까스로 시련을 통과해 봤자 10만도 되지 않는 공적치를 획득하고, 그마저도 쉼터에 들를 때마다 식재료 등을 구입하느라 소모하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디아블로 클랜. 아니, 디아블로 길드는 달랐다.
시련을 통과할 때마다 얻는 공적치도 평균적으로 높았고, 쉼터에서 공적치를 소모하긴커녕 오히려 더 많은 공적치를 벌어들였다.
아마 지금쯤 세운보다는 못해도 어지간한 플레이어의 몇 배 이상의 공적치를 지니고 있을 거다.
– 세력, ‘솔로몬의 악마’가 당신의 길드를 지지합니다.
– ‘솔로몬의 악마’의 지지 선언으로 인해 해당 세력의 성좌들이 더욱 깊게 관여할 수 있게 됩니다.
– ‘솔로몬의 악마’의 고유 특성 중 하나인 ‘악마의 계약’이 적용되어 공격력/마법 공격력 버프가 강화됩니다.
‘음?’
길드가 만들어지자마자 떠 오르는 메시지.
솔로몬의 악마라 함은 바알이나 아가레스, 가미긴과 같은 서열 72위까지의 마왕들을 뜻한다.
디아블로 길드에 유난히 관심을 드러내며 계약도 많이 진행하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지지 선언을 내뱉는다.
‘뭐, 손해 볼 건 없으니까.’
현재 디아블로 길드의 이들은 절반 이상이 마왕들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지지 선언을 받았으니 그들 모두의 힘이 증가할 게 분명하다.
뒤에 따라온 ‘악마의 계약’이라는 버프 역시 쓸 만해 보인다.
이렇게 모든 일이 끝나자, 33층의 시련을 통과한 이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형니이이임! 보십셔, 저 이거 얻었습니다!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다들 광석은 챙겼나? 오, 고맙네!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오빠! 이거 뭐야? 길드?”
“그럼 우리 이제 디아블로 클랜이 아니라 디아블로 길드인 거야? 우와아!”
길드로 격상되었다는 메시지가 모두에게 떠 올랐는지 쌍둥이 자매를 시작으로 모두의 시선이 세운을 향한다.
설명을 요구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유서아, 부탁해.”
세운은 유서아에게 일을 떠맡긴 채 자리를 떠났다.
역시, 그녀와 함께 격상을 진행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