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35)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39화(235/675)
제239화
콰아아앙!
넓어진 거주지의 외곽에 만들어진 대련장.
아니, 쌍둥이 자매가 정식으로 만든 대련장이라기보다는 전투를 하다 보니 크레이터와 잔해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곳이다.
그 안에서 세운과 강한철이 주먹을 맞대고 있었다.
“갑자기 전투력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평소와 같은 대련.
다만, 전투 양상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노련하게 전투를 이끄는 세운에게 밀리던 모습과는 달리, 오늘은 강한철이 미약하게나마 우위에 서 있었으니까.
세운이 능숙하게 다양한 무공으로 대응해 보았지만, 강한철은 그 모든 방어를 뚫고 주먹을 휘두른다.
주먹에 닿지 않아도 충격파로 인해 몸이 부웅 뜰 지경이다.
“33층에서 기연을 얻었다.”
“기연?”
“천공혈(天空穴)이라 하더군.”
그 말을 들은 세운이 고개를 갸웃했다.
천공혈이라.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게, 세운이 공략했던 ‘일출의 무덤’과 비슷해 보이는…… 아니, 그 이상으로 보이는 시련 이름이었다.
그 뒤에 들리는 말은 더욱 가관이었다.
“랭킹 1위를 쟁취했다.”
“오?”
분명, 세운 역시 33층의 시련을 끝낼 때의 성적이 랭킹 1위였다.
그런데 그 순위를 뚫고 새롭게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천공혈이라는 시련이 케프리가 준비한 안배의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뜻.
강한철의 무지막지한 주먹에 정면으로 충돌했던 세운이 손목을 풀며 자세한 내용을 물었다.
그 내용은 그야말로 들을수록 가관이었다.
‘미친…….’
32층의 지형을 모조리 부수고 천장에 나타난 거대한 구멍이라니.
세운이라도 생각해 내지 못한 방법이다.
아니, 생각해 냈다고 해도 통로의 존재를 확신하지 않는 이상 쉽사리 도전하기 힘든 방법이었다.
“시련 내용은 어땠는데?”
“구름으로 만들어진 몬스터들이 길을 막고 있더군.”
들어보니 일종의 정령형 몬스터를 만난 듯했다.
아무리 신성을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물리적인 형체가 존재하지 않는 정령형 몬스터는 강한철에게 극상성인 몬스터다.
그러한 몬스터를 만난 강한철의 대처법은 간단했다.
“그래서 더 강하게 쳐부쉈다.”
안 되면 더 강하게.
그게 안 되면 더욱더 강하게.
그저 주먹을 무식하게 휘두를 뿐이었다.
신성이 담겨 있으니 효과는 있었겠지만, 효율이 극악에 가까운 공략법이었다.
다만, 강한철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주먹에 새로운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동(波動)의 힘이라더군.”
과연, 그게 아까 전부터 세운을 괴롭히던 공격이었던 모양이다.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나오는 충격파. 강한철은 대지를 진동시키는 지진의 힘을 넘어 대기를 진동시키는 힘마저 손에 넣은 것이다.
– 플레이어 강한철이 ‘격돌(激突)’을 사용합니다.
콰아앙!
이번에도 마찬가지.
강한철은 평소처럼 대지를 내려찍는 대신 텅 빈 대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허공에 휘둘렀음에도 투명한 벽에 닿은 것처럼 거대한 굉음을 울렸고, 그 충격파가 세운을 향해 쏟아졌다.
마법으로 보호막을 펼치지 않았다면 꼼짝없이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으리라.
“이제 안 되겠네.”
세운은 방어막을 뚫고 들어와 팔뚝에 얼얼한 충격을 남긴 강한철의 공격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웃음기가 감돌고 있었다.
“드디어 드는 건가.”
강한철을 상대할 때 언제나 허리춤에서 대기하고 있던 뒤랑달을 꺼내 들었다.
이 이상 강한철과 주먹만을 이용한 대련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도 다섯 번째 쉼터까지는 맨주먹으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성장 속도다.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검을 든 이상 살살 해 줄 수는 없으니까.”
“환영하는 바다.”
콰아앙-!!
공기를 찢어발기는 둘의 충돌에 대련장에는 또 하나의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 * *
– 디아블로 길드의 유형 ‘등반(登攀)’이 강화됩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성향 ‘파멸의 구원자’가 강화됩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공격력 버프가 상승합니다.
– 디아블로 길드의 방어력 버프가 상승합니다.
…….
세운은 예정대로 길드원들에게 공적치를 거뒀다.
길드를 강화시키는 것은 곧 전투력 강화를 의미하고, 이는 곧 시련에서 살아남을 확률을 높여준다.
그러니 사람들 모두 선뜻 공적치를 내주었다.
한 명당 지불한 공적치는 무려 100만 포인트.
동층의 플레이어들은 당장 소지하고 있는 것도 비현실적인 양의 공적치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불했다.
‘이러고도 절반가량 남았다고 했지.’
특히 유서아는 여유가 있다며 공적치를 더 내려고 했지만, 세운은 고개를 저었다.
길드 강화도 중요하지만, 다섯 번째 쉼터에 올라가면 개인 공적치도 필요하다.
아무튼, 그 덕분에 한 번에 무려 5,000만 포인트에 달하는 공적치를 모았다.
그 모두를 과감하게 길드 강화에 사용했다.
“오, 손이 근질근질한 게 뭐가 달라지긴 한 것 같은데?”
“제 소환수들로 확인한 결과, 움직임이나 공격력 등이 전체적으로 10% 이상 상승했습니다.”
길드 강화에 의한 버프는 능력치의 개념과는 달라 정확하게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백현은 버프의 수준을 정확하게 판단해 냈다.
역시 그는 단순히 네크로맨서의 재능뿐만 아니라 연구나 탐구 등의 분야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근데 우리 거주지는 이제 어지간한 쉼터보다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
“헤헤, 우리 덕분이야!”
“신경 좀 썼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쌍둥이 자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확실히, 길드 거주지는 처음과 비교하면 완전히 달라졌다.
처음에도 둘의 실력 덕분에 어지간한 마을 정도의 규모와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인원이 적어 건물이 적을 뿐이지 그 수준은 도시에 못지않았다.
“좋은 나무를 구했거든!”
“신기한 흙도 발견했어!”
다섯 번째 쉼터에서 구한 재료들을 포함하여, 둘은 33층의 시련에서 다양한 건축 자재들을 구해 왔다.
당연하게도 시련에서 구해 온 자재들은 평범한 것들이 아니었다.
평범한 자재에 비해 다양한 능력이 부과되어 있었는데, 그게 둘의 실력을 거쳐 최상의 건물로 탄생했다.
“땅도 훨씬 좋아졌고! 근데, 이 정도면 진짜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제가 실험해 봤습니다만,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좋아 보여도 여전히 농작이나 사육이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렇구낭…….”
디아블로 클랜이 길드로 격상하며 거주지의 필드 자체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텅텅 빈 황무지 같았는데, 지금은 잔디가 파릇파릇하게 올라와 있었다.
하늘도 밝아지고 태양 빛도 들어온다.
백현의 실험처럼 여전히 길드원 이외의 생명은 거부하는 땅이었지만, 적어도 외양만은 어지간한 리조트급이었다.
실제로 쌍둥이 자매는 거주지 옆의 땅에 거대한 수영장을 만들었을 정도였으니까.
물론, 그 물은 세운과 최수창이 힘을 합쳐 채워 넣었다.
‘슬슬 수성전 준비도 해야겠지만, 당장 급한 건 아니니까.’
디아블로 길드의 성장세는 세운 역시 만족할 수준이었다.
그 외에도 고창석이 새로 얻은 광석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해 주거나 이하늘이 새로운 포션을 제조하는 등.
고작 몇 층 더 올라왔을 뿐인데 성과들이 눈에 보였다.
‘이 정도면 다섯 번째 쉼터에서 길드원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다.’
다섯 번째 쉼터는 지금까지의 쉼터들과는 전혀 다르다.
쉼터의 규모는 물론, 사회생활이나 그곳에 상주하는 플레이어 등. 쉼터의 규모가 단숨에 몇 배는 부푼다.
당연하게도 신규 플레이어에 대한 시기나 질투, 적대 등으로 일어나는 사건 역시 다양하다.
그 때문에 쉼터에 들어가서 기반을 쌓을 때까지는 신경을 써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상태라면 알아서들 잘할 것 같았다.
“가자.”
“네! 다들 준비되셨죠?”
“당연하죠! 얼른 올라갑시다!”
“이쯤 되니 오히려 다음 쉼터가 기대돼서라도 빨리 올라가고 싶습니다. 하하.”
그렇게 세운을 시작으로, 디아블로 길드가 다음 시련을 향해 진입하기 시작했다.
* * *
수십 번. 아니, 세운은 이미 백 번 넘게 경험한 층을 이동할 때 느껴지는 이질감.
그 강제력에 의해 눈이 감기고, 감각이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들린 것은 유서아의 목소리였다.
“세운 씨?”
“형니이이임! 오예, 형님이 있으면 이번 시련은 거저먹기지!”
“단체…… 시련인가?”
디아블로 길드원 모두가 시야에 잡혔다.
모두 방금 막 작별 인사를 마친 후였기에 괜히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여긴 또 어떤 시련이죠?”
“나무가 작다.”
“어? 진짜네. 나무만 아니라 뭔가 다 작아 보이는데?”
“잠깐만. 저기 저거 설마 건물인가?”
길드원 하나가 저 멀리 떨어진 건물을 가리켰다.
나무나 바위 모두 50cm도 채 안 되는 크기였기에 시야가 막히지 않아 거리가 멀어도 선명하게 보였다.
미니어처처럼 보이는 건물과 건물이 모여 이뤄진 마을.
그 아기자기한 모습에 신기하다는 듯이 박정필이 앞으로 움직이는 순간.
“멈춰.”
“넵?”
세운이 팔을 뻗어 그들을 막아섰다.
그러자마자 모두의 눈앞으로 시련의 내용이 나타났다.
– 34층의 시련에 도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 주제 : 소인국
– 세계 각지를 탐험하던 당신은 마치 이세계(異世界)처럼 느껴지는 신비로운 대륙에 도착했습니다.
– 당신은 스스로 정한 원칙에 따라 그 어떤 상황에서도 대륙의 주민들을 해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 비살생(非殺生)을 지키며 성벽을 넘으십시오.
– 현재 ‘디아블로 길드’에 소속 중입니다. 시련이 길드 합동 유형으로 전환된 상태입니다.
비살생.
이번 시련의 핵심을 뜻하는 단어였다.
주제에 나와 있다시피 이곳은 소인국.
거주하는 사람들은 물론, 동물들 모두 고블린이나 난쟁이와도 비교할 수 없이 작았다.
그들을 해치지 않고 통과하는 것이 시련이 원하는 바였다.
“아래를 봐.”
“아래…… 어? 헐, 저 방금 시련 시작하자마자 탈락할 뻔한 겁니까?”
다다닷-
박정필이 발을 내디디려 했던 곳에서 10cm만 해 보이는 사슴 한 마리가 다급하게 도망갔다.
이처럼 이곳에서의 살생은 의도치 않아도 실수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다.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처럼 작은 생물을 짓밟게 된다.
‘물론, 한 번에 탈락은 아니지.’
34층의 시련에서 살생의 페널티는 공적치의 차감.
회귀 전의 기억으로 생명체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번의 살생으로 2,000point가량의 공적치가 떨어졌다고 기억한다.
그러다 남은 공적치가 제로가 되면, 꼼짝없이 시련에서 떨어지고 만다.
“다들 주위 잘 살피고, 조심해서 움직여.”
“알겠습니다!”
“……귀찮군.”
시련이 시작하자마자 손목을 풀고 있던 강한철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투를 피하기는커녕 찾아가는 그에게 이번 시련은 족쇄나 다름없을 테니까.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요?”
“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좋은 생각?”
“야- 호오오오오!!”
뜬금없는 박정필의 외침이 주변에 퍼져나갔다.
저게 갑자기 미쳤나 싶던 중, 주변의 기척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세운이 느끼기에 박정필의 외침은 그저 시끄러운 수준이었지만, 이곳에 살아가던 생명들에게는 그게 아니었다.
산이 울리고, 땅이 떨리는 굉음.
그야말로 천재지변을 만들어 낸 격이다.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하아…….”
세운이 고개를 저었다.
당연하게도, 세운은 저 생각을 못 해서 안 하던 게 아니었다.
이제 얼마 후면 도착하게 되는 마을과 도시, 성과 왕국들.
저렇게 큰 외침이라면 그곳의 사람들에게도 굉음이 퍼져나갔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시작부터 적개심을 사게 된다.
그들이 먼저 덤벼들면 죽이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맞으며 도망가야만 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돌진이라도 해 와도 오히려 어떻게든 그들을 살려야 한다.
다만, 이미 엎어진 물을 주워 담을 수는 없는 법.
세운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유서아에게 조언했다.
“이제 곧 마을이야. 소인들이 뭐라 하든, 공격을 해 오든 무시하고 비살생만 지켜.”
“네! 다들…….”
유서아가 세운의 말을 길드원들에게 전달했다.
사람들은 그제야 박정필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아 그쪽을 노려보았다.
순식간에 집중된 몇십 개의 시선에 활발하던 박정필이라도 주눅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을의 앞에 도착했다.
박정필의 외침 때문에 이미 마을 앞으로 수십의 소인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제 저 소인들의 공격을 무시하며 조심스럽게 마을을 통과해야…….
“오, 오셨다!”
“정말 엄청나게 거대하시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응?”
하는 대신.
디아블로 길드는 예상치 못한 소인들의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