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3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41화(237/675)
제241화
이후로도 절벽을 올라오려던 좀비 몇 놈들 붙잡자, 왕국군의 환호는 극에 달했다.
솔직히 좀비의 전투력이 형편없었기에 좀비를 사냥하는 것보다는 소인들을 밟지 않는 게 더 신경 쓰일 정도였다.
“으하핫, 그래! 우리가 영웅이다! 형님, 여기 정도면 쉼터 못지않을 것 같은데요?”
“진짜 영웅이라도 된 것 같네요…….”
세운은 박정필을 조용히 시킨 후, 왕국군의 관심을 유서아에게 떠넘기고 절벽 끝으로 향했다.
과연, 그 아래에서 당장 코앞까지 올라온 좀비 몇 마리가 세운과 눈이 마주쳤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플래쉬 플러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 적탑의 묘리에 따라 ‘플래쉬 플러드’의 범위가 확산됩니다.
콰아아아!
“그어어어-”
절벽 끝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홍수의 거센 물길이 절벽을 타고 내려가며 좀비들을 휩쓸었다.
소인들 입장에서야 거인일 뿐이지, 세운을 포함해 디아블로 길드에게는 튜토리얼에서도 상대가 가능했을 정도로 평범한 좀비일 뿐이다.
녀석들이 홍수에 쓸려 구름 속으로 집어삼켜졌다.
“오오! 저 괴물들을 단숨에 쓸어 버리다니! 과연, 예언에 알려진 내용 그대로입니다!”
“예언에서는 뭐라 하였습니까?”
“……하하, 사실 예언에서는 자세한 얘기가 없었습니다. 구원자들이 나타날 것이라는 정도밖에.”
예언이라.
순간, 네 번째 쉼터에서 겪었던 고대인들의 예언이 떠올랐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이번 시련에서 말하는 예언은 네 번째 쉼터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시스템에 의해 약속된 설정 같은 기분이랄까?
‘역시 잘 안 보이네.’
구름 위로 보이던 좀비들은 모두 홍수에 휩쓸려 떨어졌지만, 공개된 필드는 딱 여기까지라는 듯, 구름이 무성하게 들어차 있어 아래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세운이 아니었다.
– 흑탑의 묘리에 따라 ‘거스트 오브 윈드’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휘이이-
세운의 손아귀에 작은 회오리가 생겨났다.
손목에 살짝 스냅을 주자 회오리가 사뿐하게 아래로 내려갔고, 그렇게 움직일 때마다 세운의 마나를 삼키며 크기를 불려 나갔다.
손바닥만 하던 게 사람 크기로, 사람 크기였던 게 집채만 한 크기로.
그렇게 크기를 점차 불려 나가던 회오리는 곧 포악한 소용돌이가 되었고.
휘휘휘휘-!
아래의 구름을 빨아들여 바깥으로 밀어냈다.
구름층이 제법 두꺼운지 꽤 많은 구름을 휩쓸어냈음에도 여전히 아래가 보이지 않지만, 걱정 않고 마나를 밀어 넣었다.
어차피 몬스터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마나가 없어도 충분했으니까.
“오오, 태풍을 만들어 내셨어!”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힘이라니! 과연, 신의 사자께서……!”
소인들이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저 거대한 회오리는 보통 사람이 보아도 깜짝 놀랄 정도로 규모가 커다란데, 소인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하나의 태풍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회오리가 얼마나 활약했을까?
구름이 비워지고, 그 사이로 새로운 구름이 차오르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던 중.
“그어어어어-”
“그으으어어어-”
마침내, 회오리가 구름을 뚫고 그 아래가 드러났다.
“뭐야 저게…….”
세운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절벽을 시퍼렇게 채운 좀비 떼.
좀비들이 기어오르고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는 수였다. 그 수가 어찌나 많은지, 절벽 특유의 회색빛이 좀비에 가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소인들이 과연 저 수의 좀비들을 막아낼 수 있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좀비가 아무리 약하다 한들, 저건 소인 수준으로…… 아니, 저 수라면 플레이어라도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구울, 벤시, 가스트에 미트 골렘까지.”
윗부분에는 평범한 좀비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래는 상태가 심각했다.
시각을 강화해 보니 좀비보다 강력한 상위 언데드가 즐비했다.
놈들은 극히 느린 속도로 팔을 꿈틀거리며 절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는데, 속도는 느려도 지치는 법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사흘 안에 절벽 위로 당도할 게 분명했다.
‘회귀 전에는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시련을 통과했으니까.’
세운이 저들의 정체를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그 심각성을 인지한 순간, 눈앞에 퀘스트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 올랐다.
– 히든 퀘스트, ‘소인국에 다가오는 멸망’을 발견하였습니다.
– 수락하시겠습니까?
– 퀘스트를 수락할 시, 적의 침공 속도가 가속됩니다.
“형님, 뭐 떴는데요?”
“아무래도 이번 시련은 조용히 통과하기 그른 것 같네요.”
“오히려 이게 더 재밌지 않아?”
“하긴,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다.”
그저 소인들을 무시하고 조용히 성벽에 도달하기만 될 줄 알았던 34층의 시련.
그 안에서 새로운 히든 퀘스트를 발견하였다.
하긴, 회귀 전의 세운이 이것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아무리 여정의 지침표를 가지고 있다 하여도 34층의 수준에서 길드에 소속되어 있고, 거기에 그 길드가 ‘구원자’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극악에 가까웠으니까.
만약 발견한다고 하여도 공략해 내지 못했을 게 분명하다.
“신의 사자분들이시여! 부디 저희를 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저, 정말이십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히든 퀘스트, ‘소인국에 다가오는 멸망’을 수락하였습니다.
– 지금부터 적의 침공 속도가 가속됩니다.
– 소인국을 공격해 오는 적을 모조리 쓰러트리십시오.
단순한 의협심이 아니었다.
공적치 보상은 물론 퀘스트에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구원자라는 명목으로 소인국에서 보상을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길드를 성장시킬 기회다.’
이러한 대규모 퀘스트를 길드 단위로 해결할 시, 해당 퀘스트는 길드의 업적으로 인정되어 성장에 가산점이 붙는다.
고층의 쉼터에서가 아니면 기회조차 잡기 힘든 성장의 기회를 고작 34층에서 발견한 셈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아, 그전에.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발효식품들을 내려보며 조급해합니다.
얼마나 굶었다고 그새 배고픔을 토로하고 있는 베엘제붑의 배부터 채워야겠다.
* * *
세운의 지시하에, 디아블로 길드는 소인국의 절벽으로 퍼져나갔다.
좀비들이 습격해 오는 절벽은 동쪽과 서쪽.
시련의 출발점인 남쪽과 목적지인 성벽이 있는 북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좀비들이 올라왔다.
“그어어-”
시스템이 말한 ‘침공 속도의 가속’은 생각 이상으로 빨랐다.
기껏해야 오 분에 한 마리꼴로 기어 올라오던 좀비가 일 분에 한 마리씩 올라오더니, 시간에 지남에 따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연이어 나타났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좀비 떼는 올라오자마자 절벽을 타느라 갈라진 손톱을 드러내며 적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 플레이어 강한철이 ‘진군(進軍)’을 사용합니다.
그 자리에는 이미 디아블로 길드가 대기하고 있었다.
주먹 한 방에 머리가 터져나가는 좀비. 강한철은 이어서 절벽 아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바닥이 아닌 텅 빈 대기를 향한 주먹이었지만, 그 주먹은 단단한 벽에 닿은 듯이 커다란 충격을 일으켰고.
콰아앙!
거센 충격파가 절벽을 기어오르던 좀비들을 휩쓸었다.
확실히, 33층의 히든 피스에서 얻은 ‘파동’의 힘은 강한철의 힘과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이쪽 라인은 제가 전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른쪽을 부탁드립니다. 만티코어?”
“크아아앙!”
백현의 만티코어가 포효를 내지르자, 절벽을 오르기 위해 손을 뻗던 좀비들이 일순간 경직되었다.
하지만, 이는 신호일 뿐. 절벽에 나열되어 있던 백현의 언데드가 포효를 인식하자마자 아래를 향해 공격을 쏟아냈다.
백현의 언데드는 효율적인 움직임을 위한 개조를 마친 것은 물론, 가미긴의 힘까지 깃들어 있었다.
당연히 같은 언데드라도 평범한 좀비 따위가 대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야, 이거 진짜 쓸 만한데?”
박정필이 석궁을 쏘아내자, 볼트를 따라 밧줄이 따라 움직였다.
볼트에 꽂힌 좀비가 휘청였고, 그에 따라 주변에 있던 좀비들까지 밧줄에 걸려 절벽에서 떨어졌다.
“그어어어-”
“그어어어어-”
사방에서 들려오는 좀비들의 거북한 목소리.
인해전술(人海戰術)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여유롭게 상대하던 디아블로 길드도 점점 움직임이 바빠졌다.
좀비가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평범한 좀비가 아닌 구울이나 스켈레톤 나이트 같은 특이 개체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휴, 끝났다!”
“이제 못 올라오겠지?”
“당연히 못 올라오지! 혈랑 오빠도 이건 생각 못 했을걸?”
다들 전투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쌍둥이 자매는 절벽의 한쪽을 아예 다른 구조로 만들어 버렸다.
서리 요새에서 얻은 녹지 않는 얼음, 만년빙을 이용해 만든 구조물인데 표면이 매끄럽고 곡선으로 휘어 있었다.
그곳에 다다른 언데드들은…….
“그, 그으어어?”
절벽에서와 달리 잡을 곳이 없어 볼품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바깥을 향해 휘어 있는 탓에 서로를 밟고 올라가는 것도 무리였고, 몸을 비벼대도 미끄럽기만 할 뿐, 얼음은 녹지 않았다.
대신, 길이 막혀 다른 곳으로 더 많은 언데드가 올라왔지만 오히려 상대하는 건 훨씬 편했다.
이대로 쌍둥이 자매의 구조물이 절벽 전체에 설치된다면 언데드의 침공을 완전히 막아낼 수 있어 보였다.
그러던 중…….
“그아아아아악-!!”
본격적인 강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좀비가 뭉치고 뭉쳐 만들어진 미트 골렘이나 4m는 될 법한 크기의 상위계 좀비, 가스트 등.
척 보아도 보스 몬스터급으로 보이는 놈들이 포악한 함성을 내질렀다.
– 플레이어 유서아가 ‘타란튤라의 네 번째 다리’를 사용합니다.
서거거걱!
“이건 제가 맡겠어요! 다들 좀비들이 포위망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주세요! 소인들을 지켜야 해요!”
“큰 놈은 내가 쓰러트리겠다.”
유서아의 쌍검이 전장을 휩쓸고, 강한철의 주먹이 대지를 뒤흔들었다.
디아블로 길드가 온 힘을 다해 언데드의 침공을 막아냈다.
소인들은 감히 끼어들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저 멀리서 공포에 떨거나 디아블로 길드를 응원했다.
“으아악! 형님, 어디 가신 겁니까?”
그런데 어째서일까? 보스 몬스터의 등장으로 히든 퀘스트가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세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 중 한 명.
세운에게 미리 언질을 들었던 유서아가 미트 골렘의 분절을 모조리 해체하며 핵심이 되는 머리를 찍어 누르고 뒤의 절벽을 내려보았다.
희미하게 걷어진 구름 아래. 어찌나 높은지 바닥이 흐릿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그 허공에.
펄럭!
세운이 이카로스의 날개를 펼치며 날카롭게 빛나는 아킬레우스의 창, 아펠리온을 집어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