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4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45화(241/675)
제245화
콰직!
사이클롭스의 손이 내려 찍히며 엄청난 양의 혈액이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손바닥이 닿기 직전, 세운은 재빠르게 범위를 빠져나왔다. 손이 어찌나 빨랐는지 내공을 실어 허공까지 박차고 나서야 간신히 공격을 피해 낼 수 있었다.
다만, 세운이 타고 있던 거인은 꼼짝없이 짓뭉개지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무리야.’
세운의 전투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이라지만, 무적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게 사이클롭스는 탑의 랭커들도 상대하기 힘들어하는 몬스터 중 하나였으니까.
아니, 사실 몬스터라고 부를 상대가 아니었다. 사이클롭스는 덩치도 크지만, 지성 역시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다만.
“어어디- 갔지이-?”
저 녀석은 아닌 것 같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질질 끄는 게, 대충 보아도 어린아이 정도의 지성을 지닌 듯했다. 공격 패턴 역시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단순하다.
‘그렇다고 해도 얕볼 건 아니지만…….’
저 거체를 봐라.
머리는 구름에 닿을 지경이고, 거인을 맨손으로 으스러트릴 정도의 괴력을 지니고 있다.
덩치만큼이나 공격 범위도 넓어서, 공격을 한 번 피하는 데 기본으로 두 번은 도약해야 한다.
“히히- 재밌다아-”
녀석이 뒤뚱거리며 다가와 상체를 숙여 세운에게 손을 뻗는다.
다분히 장난스러운 움직임이지만, 그 위력은 엄청났다.
“으어어어- 살려-”
콰직.
거인 하나가 녀석의 손에 얻어맞고 수십 미터를 날아가 바닥을 구른다. 팔이 꺾이고, 다리가 휘어지는 걸 넘어 머리가 기괴한 각도로 비틀어진다.
‘역시 이건 포기해야 하나?’
아무리 세운이라 하더라도 저 괴물을 이길 방법은 없다.
운석을 공격했을 때의 상황이 다시 한번 찾아온다면 가능성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너무 달랐다.
운석은 공격을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고, 계획까지 완벽했었으니까.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에 도망까지 다니면서 그때의 공격을 재현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때.
‘잠시만, 어쩌면…….’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 방법이라면, 저 괴물을 죽이는 건 몰라도 이 필드에서 제거하는 건 가능할 것이다.
진짜 사이클롭스라면 통하지 않을 방법이지만, 녀석은 어째서인지 지능이 상당히 낮아 보인다.
계획은 신중하게, 결정은 빠르게.
생각을 마치자마자 세운이 사이클롭스를 가리켰다.
– 시기의 눈초리가 ‘사이클롭스, 풀’을 응시하기 시작합니다.
“우웅-? 뭐지이?”
비록 지능이 낮다고는 하나, 신체 능력은 세운이 알던 사이클롭스와 같았다. 어지간하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시기의 눈초리를 곧바로 알아채는 것을 보면 말이다.
질투의 권능을 사용하자마자 세운이 택한 것은.
타앗!
“가지 마아-”
도망치는 것이었다.
뒤도 안 돌아보고, 우측을 향해 내달린다.
사이클롭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양손을 뻗으며 세운을 따라온다.
거인들이 향하는 방향과는 완전히 다른 곳이라 그런가, 장애물이 눈앞에 빼곡하다.
눈앞에 갑작스러운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허공답보를 이용해 공기를 발판삼아 재빠르게 움직인다.
지그재그로 장애물 사이를 활보하는 모습이 꼭 번개를 닮아 있었다.
“같이 가자아-”
그에 반해,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은 단순했다.
앞으로 손을 휘적여 세운이 힘들게 피하고 있는 거대한 나무나 바위들을 부수고 일직선으로 직진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지간한 장애물은 사이클롭스의 앞길을 방해할 수 없었다. 놈의 크기는 거인의 수준마저 뛰어넘었으니까.
‘이대로는 부족해.’
허공답보를 이용해 최대한 빨리 달리고 있다지만, 지그재그로 움직이다 보니 속도가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엄청난 거리를 좁혀오는 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는 더욱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장애물은 니추공으로 피한다.’
적의 공격을 피하듯이 부드럽게, 그 과정에서 생긴 제약은 허공답보로 피해 낸다.
장애물을 피하느라 부족해진 속도는 초상비로 충당한다.
세 개의 보법을 동시 사용.
본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세운은 이 보법들을 마몬의 보물로 습득한 덕분에 이해력이 매우 높은 편이다.
– 내공을 통해 니추공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집니다.
– 내공을 통해 초상비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집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혈관이 꼬이는 기분이다.
그도 그럴 게, 각기 다른 세 개의 보법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으니 내공이 길을 못 잡고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세운은 이를 악물고 다리를 앞으로 내디뎠다.
‘확실히 속도는 더 빨라졌다.’
빨라진 속도에 다리의 혈관이 부풀어 올랐지만, 이 정도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속도가 줄어들어 사이클롭스에게 짓밟히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평지에서는 초상비를 이용하고.’
장애물 앞에서 니추공을 이용하여 몸을 비튼다. 그러고도 부족한 간격이나 엇나가는 몸은 허공답보로 메꾼다.
그 기묘한 움직임에 사이클롭스도 혼란스러운 듯이 손을 계속 휘젓기만 한다.
“우웅- 잡기 힘드을다아아-”
하지만, 그 소리는 세운에게 들리지 않았다.
보법에 너무 집중한 탓에 전신의 감각은 내부를 향해 있었고, 시야는 오로지 눈앞의 장애물만 잡아냈다.
그 덕분일까? 갈 길을 못 찾고 헤매던 내공이 점차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각기 다른 세 길이 합쳐져 올바른 형태를 이루었다. 그에 터질 듯이 부풀던 다리의 힘줄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통증이 줄어들었다.
그 순간.
– 초상비(草上飛), 니추공(泥鰍功), 허공답보(虛空踏步). 세 개의 보법이 조화를 이룹니다.
– 세 보법의 새로운 묘리를 깨달아 무공의 효율이 증가합니다.
– 합공(合功), 호접활공(胡蝶滑空)을 창조하였습니다.
[ 호접활공(胡蝶滑空) ]– 초상비와 니추공, 허공답보. 하나하나가 전부 깊고 광대한 뜻을 가진 세 경공을 하나로 합쳐 만들어 낸 단독무공(單獨武功).
세운에게서 새로운 이변이 나타났다.
다리의 통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넘어, 가볍게 느껴졌다.
발걸음은 나비가 날아가듯 부드러웠고, 앞에 장애물이 닥쳐도 공기의 흐름을 따라 움직임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야말로 한 마리 나비의 비행.
호접활공.
어지간한 고수조차 폐관에 들어가 몇 년, 또는 몇십 년 동안 강구해야 이뤄낼 수 있다는 무공의 개발.
그것을 세운이 이루어냈다.
‘가볍다.’
하지만, 세운은 이에 대해 놀라움을 겪기보다는 당장 몸의 가벼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무아지경에 가까운 경지. 이미 뒤에서 따라오는 사이클롭스 따위는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그저 비행하듯이 가볍게 앞으로 나아갈 뿐. 그 어떤 장애물도 세운에게 방해되지 못했다.
“으, 우어어어? 같이 가아아-”
이제 사이클롭스는 팔을 휘적이지도 못했다. 그저 장애물을 넘어트리고 세운을 따라오기에 급급할 뿐이다.
세 무공이 합쳐지며 소모되는 내공도 줄어든 덕분에 몸도 지치지 않았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얼마나 오래 달렸을까? 길고 길었던 숲이 끝나고, 휑한 절벽이 나타났다.
“후…….”
그제야 정신을 차린 세운이 절벽 특유의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너무 빨리 달린 탓인지 놈은 아직 숲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방향만은 확실히 기억하는 듯, 나무와 바위를 쳐부수며 세운을 향해 똑바로 직진하고 있었다.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낸 건 아니지만, 세 개의 무공을 합쳤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애초에 세운은 무공을 합치려고 했던 게 아니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세 개의 무공을 동시 운용하려 했을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두 개도 아니고 세 개의 무공을 합치려면 엄청난 노력과 깨달음이 필요한 법이다.
‘실전이라 그런가?’
무인이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내거나 무공을 합치는 등의 일을 이룰 때는 크게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첫 번째가 수련.
주로 폐관에 갇혀 자신이 쌓아온 깨달음을 무공에 섞어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내거나 기존의 무공을 합쳐낸다.
두 번째가 실전.
급박한 상황 속에서 깨달음이 극에 올라 저도 모르게 무공을 창조하거나 합치는 일이 일어난다.
세운에게 일어난 일은 당연히도 후자였다.
다만, 이것도 어느 정도의 경지와 깨달음이 쌓여 있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어쩌면, 다른 무공도 합칠 수 있지 않을까?’
본래 무엇이든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비록 저도 모르게 이뤄낸 합공(合功)이라지만, 그 깨달음은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이것이라면 지금까지 탐욕의 권능으로 배워온 무공을…… 아니, 앞으로 배워나갈 무공까지 합쳐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른다.
우드드득!
“허어어억- 허어어억- 찾았다아! 이제 도망 못 가아아-”
그사이, 사이클롭스가 드디어 숲의 마지막 나무를 짓밟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숨을 허덕이는 게 제법 급하게 쫓아온 모양이다.
정신은 몰라도 신체 능력만은 본래 알던 사이클롭스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철저한 하위호환.
그래도 35층이라고 최소한의 밸런스는 맞췄나 보다.
“끝이다아- 이제 나랑 놀자아-”
아직도 지금의 상황을 놀이라 생각하고 있는 사이클롭스.
다만, 그 놀이의 결과는 앞서 보았던 거인들과 같이 끔찍하게 끝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세운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기 위해 검을 꺼내 들자, 타이밍 좋게 질투의 권능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 시기의 눈초리가 ‘사이클롭스, 풀’의 힘을 질투합니다.
– 외눈박이의 거력을 앗아옵니다.
– 외눈박이의 감각을 앗아옵니다.
…….
“우웅-?”
몸에서 힘이 차오른다. 상대와의 능력치 차이가 워낙 큰 탓이다.
다만, 이것만으로 놈의 신체 능력을 뛰어넘거나 할 수는 없었다.
이전에도 경험했다시피, 저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적을 상대로는 질투의 권능이라 하여도 온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까.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아직까지 저 거인을 상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당신을 걱정합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일단은 도주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게 어떻냐며 당신을 타이릅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저렇게 큰 먹이라면 이틀은 배고픔을 못 느낄 것 같다며 눈을 반짝입니다.
베엘제붑은 제쳐두고, 레비아탄이 세운을 걱정해 주었지만 듣지 않았다.
사이클롭스를 상대하는 게 무리라는 건 세운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풀.”
“우웅-? 내가 이름을 알려줬던가아-?”
헤실거리며 다가오던 놈이 제 이름을 말하는 세운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긴, 질투의 권능으로 알아낸 정보를 보고 말한 것이니 녀석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지능이 떨어지는 게 이럴 때는 좋다는 것일까? 놈은 곧 ‘그랬던 것 같아아-’라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세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같이 놀자.”
세운은 피하지 않았다.
여섯 개의 마나 서클을 맹렬히 회전시키며 눈앞의 거인을 환영해 주었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그만두라며 소스라치게 놀랍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저놈을 왜 걱정하냐며 당신이 보여줄 활약상을 기대합니다.
– 성좌, ‘배고픈 왕자’가 당신의 먹이 사냥을 응원합니다.
그렇게 사이클롭스의 거체가 세운을 덮치기 직전, 보법만을 운용해 오며 마나를 아껴온 덕분에 서클을 가득 채우고 있던 마나가 순식간에 메말라가며.
화르륵!
둘 사이에 빨간 커튼을 닮은 불의 장벽이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