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43)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47화(243/675)
제247화
“흔들리거나 불편하지는 않으십니까?”
“아, 뭐. 괜찮아.”
“반응이 별로시잖아! 좀 더 중심을 낮추고 조심히 움직이라고!”
“역시 내가 태워드릴 걸 그랬어!”
“크윽! 좀 더 노력하겠습니다!”
“아니…….”
다들 덩치는 산더미 같은 게 성격은 어찌나 소심한지. 세운이 조금만 반응을 보여도 자기들끼리 야단법석이다.
‘뭐, 덕분에 편하게 마나나 채우며 도착할 수 있겠네.’
세운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건 어디까지나 거인에게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었다.
거인이 흔들리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었기에 탑승감은 놀랍도록 편안했다. 덕분에 그 위에서 가만히 집중하며 마나를 회복할 수 있었다.
내공은 이미 거의 다 채워진 상태였다.
‘이번에 거주지에 가면 무공의 합일을 시도해 봐야겠어.’
자하검결이나 북해검결, 또는 아직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사용하기 힘든 고위 상승 무공인 파극암공.
이러한 상승무공의 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만큼 사용하기도 어렵고 큰 힘이 소모된다.
하지만, 여러 무공의 묘리를 합쳐 만들어진 합공은 조금 다르다. 기본 무공보다 강력하면서도, 난이도나 내공의 소모가 그리 크지 않다.
6갑자에 이르러 중수와 고수의 사이에 이른 세운에게는 그야말로 딱 알맞은 기술이다.
‘뭐, 문제는 내 맘대로 가능하냐지만.’
이번에 세 가지 보법을 합쳐서 만들어 낸 경공, 호접활공(胡蝶滑空).
이는 세운이 의도한 게 아니라 깨달음과 무아지경, 실전의 다급함이 만들어 낸 우연에 가까웠다.
물론, 한번 해 봤으니 감은 잡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게 다른 무공에도 마음대로 먹힐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 거주지에 들어가는 즉시 다양한 무공을 활용하여 합공(合功)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저기 보입니다!”
“입 열지 말고 움직이는 거나 조심해! 떨리잖아!”
“흡!”
“아니, 이 정도는 괜찮다니까.”
“아닙니다! 저희가 안 괜찮습니다! 저희가 해 드릴 거라고는 이것밖에 없는데…….”
거인들이 미안해했지만, 세운은 딱히 상관없었다. 이들이 이렇게 신경 써주는 것만으로도 성흔에서 신성이 차오르고 있었으니까.
사이클롭스를 통한 히든 피스 공적치와 능력치 상승. 거기다 신성의 획득과 새로운 설화까지…….
이번 층에서 얻은 수확은 생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
따지고 보면 그게 이 거인들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이들에게 굳이 무언가 더 뜯어내 생각도 없었다.
사실, 뜯어낼 게 없다는 게 정답이지만.
“거, 거인들이 다시 온다! 공격 준비!”
“젠장, 갑자기 멈추길래 시련 끝난 줄 알았는데!”
“그래도 세운 씨를 기다려야 해요! 다들 어떻게든 버티…… 어?”
디아블로 길드원은 이미 목적지의 바로 앞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세운이 오면 같이 시련을 끝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사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
조금 대견하기는 하다.
수십의 거인이 다가오는 모습에 그들이 전투를 준비하였지만, 유서아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거인들의 이변을 발견하였다.
이성을 되찾아 멀쩡해진 자세에다가 그 위에서 대접받고 있는 세운의 모습까지.
“저거, 거인 위에…….”
“클랜. 아니, 길드장?”
“형니이이임!”
35층의 시련은 생각보다 거창하게 끝이 났다.
* * *
– 35층의 시련 ‘거인국’을 훌륭하게 완수하였습니다.
– 공적치 집계 중…….
– 히든 퀘스트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위협’ 완료.
…….
– 총 누적 공적치 400,000point
– 축하드립니다! 35층의 시련을 랭킹 1위로 통과하였습니다.
– 보상으로 100,000point를 획득하였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번 시련 역시 랭킹 1위.
시련의 주체라 할 수 있는 사이클롭스를 쓰러트린 덕이 컸다.
구원이라는 명목 덕분인지, 소인국 때처럼 놀라울 정도로 많은 공적치를 획득하였다.
‘이 추세라면 공적치를 막 써도 될 정돈데.’
잠시 그런 생각을 하던 세운은 곧 머리를 저었다.
당장 아무리 많은 공적치를 얻었다고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혼자로서의 기준이다.
탑에서는 특별한 자격을 얻거나 물품을 구하기 위해 공적치를 모으는 이들이 존재했다.
길드라는 이름으로 상납을 받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서 갈취하는 등……. 그들은 이러한 방법으로 플레이어 한 명이 결코 가질 수 없는 양의 공적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 이들을 제치기 위해서는 공적치를 최대한 많이 모아둘 필요가 있었다.
만약 공적치가 더 필요하다면…….
‘놈들을 쓰러트리면 되겠지.’
그들의 방식대로 ‘갈취’를 하면 될 뿐이다.
어차피 부당한 방법으로 공적치를 갈취하는 놈들의 얼굴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 이유는 당연하게도, 세운 역시 그 피해자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시련은 뭘까요?”
“역시 하늘을 나는 섬 아니겠습니까? 걸리버 여행기는 크게 네 편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37층까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뇨, 일단 거주지로 돌아가죠.”
“네? 하지만, 테마가…….”
– 디아블로 길드의 거주지로 입장하시겠습니까?
“……어?”
테마는 끝났다.
즉, 34~37층까지의 시련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 같은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오해할 만하지만, 탑은 지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니니까.’
특히나 성좌의 출현이 많은 지구이기에 지구의 비중이 크다고는 하지만, 탑은 다양한 차원과 연결되어 있다.
시련이 지구의 것과 비슷하다고는 해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만약 시련들이 다 지구에 있을 법한 것들과 연관되어 있다면, 그건 지구 출신의 플레이어들에게 혜택의 주는 꼴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리고 이것보다는 다음 테마가 진짜라고 할 수 있으니까.’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제 곧 40층, ‘광휘의 바다’에 다다른다. 아니, 자세하게 말하자면 ‘광휘의 바다’였던 곳에.
그곳에 도착하면 드디어 튜토리얼에서 레비아탄과 나누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어려운 일이 되겠지만, 성공만 한다면 질투의 권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조금 지치긴 했지?”
“시련 두 개밖에 안 했는데, 너무 격렬했어서 그런가…….”
“이미 정해진 거, 다들 뭘 고민해! 얼른 가서 씻자아!”
36층부터는 하나의 테마가 유지되기에 거주지의 출입 없이 40층까지 쭉 연결된다.
그러니 기왕이면 이번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하고 다음 층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 * *
거주지에 들어와 간단하게 휴식을 마친 후, 세운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유서아에게 호접활공을 가르쳐 주는 일이었다.
기존에 존재하던 세 가지 보법을 합친 만큼, 호접활공은 그 효율이 놀랍도록 뛰어났으니까.
유서아가 배운다면 전투력이 한 단계 상승할 게 분명했다.
다만.
“……대체 어떻게 하는 거죠?”
“깨달음을 설명해 줄 수는 없어. 보여줄 테니까 알아서 배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유서아는 세운의 다리를 따라오지 못했다.
지금까지 옆에서 대충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복사라도 한 것처럼 잘만 따라 하던 그녀였는데, 이번만은 쉽지 않나 보다.
세운 역시 깨달음으로 인해 만들어진 보법을 쉽게 설명할 수는 없었다. 본래 깨달음이란 입으로 설명하거나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었으니까.
“언제까지나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으니까, 보고 알아서 배워.”
“……네.”
“강한철?”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세운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재능 같은 건 없었다.
지금까지 유서아나 강한철을 비롯한 사람들이 세운의 덕을 볼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그들이 그 분야에 재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세운은 유서아에게 호접활공을 가르쳐 주는 것을 빠르게 포기했다.
역시 무언가를 알려주기에는 실전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강한철과의 대결에서 호접활공을 사용하며, 그녀가 알아서 배워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카앙!
세운의 검과 강한철의 주먹이 부딪혔다.
검과 주먹의 충돌이라니.
당연히 주먹이 베여나가는 게 정상이지만, 강한철의 주먹에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듯한 투명한 건틀릿이 끼어 있었다.
그 강도가 어찌나 단단한지, 뒤랑달의 일격을 버틸 정도였다.
“괜찮은데?”
“아직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군.”
“그건 네 실력이 조금 더 오르면.”
“……금방 밑천을 드러내 주지.”
검과 주먹이 충돌하며 주위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그런데도 유서아는 호접활공에 집중하느라 눈도 감지 못하고 전투에 집중하고 있었다.
세운을 이기기 위해 분발하는 강한철이었지만, 정작 세운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했다.
‘합공의 경지. 일단은……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봐야겠지.’
– 내공을 통해 태극십팔반검의 제일 초식, 태산일격(泰山一格)이 강화됩니다.
세운의 검에 태산의 힘이 실렸다.
강한철이 강한 힘에 대비하여 무게 중심을 낮추는 순간, 세운의 움직임이 돌변하였다.
분명 상체의 자세는 평소에 사용하던 태산일격의 초식이지만, 하체는 날카로운 늑대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이 초식, 혈랑아(血狼牙)가 강화됩니다.
“……뭐지?”
강한철의 하체를 노리며 나아가던 뒤랑달이 위에서 찍어 누르는 강한철의 주먹에 의해 튕겨 나갔다.
강한철은 새로운 타입의 공격에 당황한 듯했다.
태산의 힘을 담은 기습적 하체 공격.
분명 뛰어난 기술이지만, 세운은 만족하지 못했다.
‘이래서는 두 무공의 힘을 저하할 뿐이야.’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이미 성공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실상은 달랐다.
방금의 공격은 태산일격의 힘도, 혈랑아의 민첩함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나름대로 허를 찌르는 일격이었는데도 강한철이 곧바로 반응하여 뒤랑달을 내려찍은 게 바로 그 증거였다.
‘단순히 두 무공을 동시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 묘리까지 완전히 조화시켜야 한다.’
머릿속으로 두 무공의 묘리를 떠올린다.
황보세가의 강검으로써, 큰 힘을 담은 패도적인 검을 휘두르는 게 특징인 태산십팔반검.
무당파의 고수였던 자가 당파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 야생에 적응하여 만들어 냈다는 원초적인 검술, 혈랑검법.
버릴 건 버리고, 합칠 건 합친다.
거기서 더 나아가 두 묘리의 접점을 찾아내 새로운 묘리를 만들어 낸다.
“제대로 하고 있지 않군.”
방금의 공격이 실험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강한철이 더욱 강하게 나왔다.
파동의 힘으로 공기를 울리고, 지진의 힘으로 땅을 울린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온 세상이 떨려오는 듯했다.
캉, 카강!
‘역시 생각대로는 안 되나.’
태극검으로 공격을 흘리는 동시에 혈랑검법을 사용한다.
완전히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아도 절묘한 회피와 공격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 내공을 통해 카밀식 쌍검술이 강화됩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 내공을 통해 태극십팔반검의 제오 초식, 태산압정(泰山壓頂)이 강화됩니다.
깡-
콰앙!
세운의 손에서 온갖 무공들이 빠르게 발현한다.
공격이 이어질수록 무공과 무공 사이의 멈칫거림이 사라지고, 이를 넘어 묘리가 점차 합쳐지기 시작한다.
‘무공의 수도 부족하다.’
지금까지 세운은 필요에 의해서만 탐욕의 권능을 사용해 무공을 배워왔다. 높은 능력치 덕분에 이것만으로도 전투에서 곤란을 겪을 일은 없었으니까.
다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검을 펼치기 시작하니 느껴졌다.
변검, 쾌검, 패검, 비검, 첨검, 환검, 중검, 유검, 강검, 절검…….
수많은 검 중에서 세운이 익힌 검은 극히 일부였다.
그러니 당연히 무공의 묘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도 어렵고, 서로 잘 어울리는 무공을 찾아내기도 힘든 것이었다.
‘순서가 잘못됐어.’
바로 무공과 무공을 합치려 했지만, 그건 욕심이었다. 일단은 여러 무공을 익히며 다양한 묘리를 익히는 게 먼저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세운은 탐욕의 권능을 펼쳐 새로운 무공을 꺼내 들었다.
– 탐욕의 보물창고를 개방하였습니다.
[ 화류검법(花流劍法) ]– 화산파의 일대 제자였던 단일화가 깨달음을 얻고 10년 동안 잠에 빠져들어 꿈속에서 익혀왔다 알려진 신비의 환검(流劍).
사르르-
머릿속에 밀고 들어오는 화류검법의 묘리에 따라 내공을 움직이자, 주위로 은은한 꽃향기가 감돌았다.
검을 움직이자 검로를 따라 꽃이 피어나는 듯했다.
하나둘 피어나는 꽃송이가 시야를 교란하고 환영을 만들어 낸다.
“이제야 제대로 할 생각이 들었나 보군.”
“난 언제나 제대로였어.”
검과 주먹이 충돌하며 주위로 때아닌 꽃향기가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