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51)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55화(251/675)
제255화
“어째서 방어막이 뚫린 거냐! 마나석의 용량을 점검하지 않았던 거 아닌가?”
“아, 아닙니다! 해적 섬에 도달하기 한 시간 전에 모든 마나석의 점검을 끝냈습니다! 마법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포탄이 그대로 꽂힌 것이냐!”
“그, 그건…….”
제만 제국의 총사령관, 다이탈.
그는 전 사령관이었던 발스타크의 빈자리를 채우고 제국에게 첫 임무로 배신자의 처단을 하명받은 새로운 제3 사령관이었다.
발스타크는 해군 사이에서는 전설같이 내려오던 인물이었기에 걱정이 되었지만, 제국에서는 그만큼 충분한 지원을 해 주었다.
무려 열다섯 척의 함선을 지원해 줌은 물론, 마탑에 지원까지 요청하여 모든 함선에 방어 마법의 인챈트를 마쳤다.
그러니 승부의 결과는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제11번, 13번 함선. 전투 불능입니다…….”
“12번 함선은 돛대가 완전히 부러졌습니다. 일단은 기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돛대를 완전히 치워두었습니다.”
“15번 함선, 선수가 무너져 내린 탓에 가동 시 침수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젠장!”
쾅!
보고가 하나둘 들어올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던 다이탈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쳤다.
고작 한 번이다.
단 한 번의 공격을 받아냈을 뿐인데, 두 척의 함선이 전투 불능이 되고 두 척의 함선은 큰 손상을 입었다.
그것도 마나 보호막을 전개한 상태로 말이다.
“조사 결과, 대포환에 폭발 계열의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일회성 대포환에 인챈트를 새겨 넣었다고? 이런 미친…….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방어막을 뚫기는 무리였을 텐데?”
“확실하지는 않지만, 적함에서 대포가 발사되었을 때 들린 발포음과 뿜어진 화염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대포에도 인챈트가 적용된 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젠장, 그 정도라면 마법사 고용비뿐만 아니라 마나석의 가격만 해도 엄청났을 텐데. 배신자 놈, 단단히 준비했나 보군.”
다이탈이 으득 소리를 내며 이빨을 깨물었다.
그러나, 이대로 당황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함선 두 대가 전투 불능이 되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 함선의 수는 13대.
무려 13배의 전투력 차이가 나는 이상, 저들이 아무리 발악해 봤자 승리는 제국의 것이다.
“아무리 강한 대포라도 재사용까지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전 함선, 조준!”
“조준!”
열 세대의 함선이 대포를 드러내 적함을 조준했다.
다이탈의 예상대로 적함은 대포를 바로 쏘지 못하고 조준을 피하고자 선회를 하고 있었다.
그래봤자 이쪽은 제만 제국에서도 정예 해군들이 모여 결성한 제3 해군대대.
저 정도야 가볍게 조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피융-
파도 소리를 뚫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소리.
대부분이 그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다이탈은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화살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공을 비행하고 있지만, 물속을 유영하듯 부드러운 움직임.
“하하, 고작 화살 한 발 따위로…….”
그 화살은 물고기가 하늘을 만끽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듯이 함선 바로 앞의 바다에 추락했고.
그 순간.
솨아아아아-!!
“뭐야!”
“무슨 일이야!”
화살이 떨어진 자리에서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아니, 단순한 물기둥이 아니다. 용이 승천하듯이 소용돌이를 치며 거세게 지름을 키워나가는 그 모습은 용오름을 연상시켰다.
그 거대한 함선이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종이배처럼 흔들거렸다.
문제는, 화살이 그 한 발이 끝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솨아아-
솨아아아-
해군의 함선들 주위로 용오름이 몇 개나 더 치솟았다.
그럴수록 해류가 더욱 사납게 돌변하여 함선을 크게 뒤흔들었다.
“버텨라! 버티고 조준하라! 우리 모두 폭풍 속에서도 해전에 승리하고 돌아오지 않았던가!”
“알겠습니다!”
“조준!”
“발사!”
쿠궁!
쿠구궁!
곧이어, 다이탈의 지시와 함께 전 함대가 포탄을 쏘아냈다.
과연, 해군들 모두 베테랑 실력자임을 증명하듯 함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조준은 놀랍도록 정확했다.
포물선으로 그리며 날아간 포탄이 하늘을 가득 메웠다.
그 수는 대충 세어봐도 수백 발 이상.
사실, 이 정도 수면 조준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균등하게 퍼진 포탄들은 적함이 도망칠 사각지대를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다.
“끝났다! 감히 제국의 뒤를 물려고 준비를 단단히 한 듯하지만, 결국 네놈 따위는 제국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다!”
콰과과광!!
하늘을 가득 채운 포탄이 마침내 적함으로 떨어졌다.
포탄이 틀어박히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고, 바다에 떨어진 포탄이 큰 물보라를 일으켰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키가 100m가 넘어가는 대양의 괴수라도 버티지 못하리라.
“저 배신자의 목을 못 가져가는 게 아쉽군. 이 정도 포탄 세례라면 시체는커녕 배의 잔해조차 찾기 힘들 테니.”
물보라가 가라앉았다.
뿌연 안개처럼 일렁거리던 바닷물이 점차 걷혀가고, 다이탈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러나, 걷힌 물안개 속에는.
“무, 무슨!”
전혀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듯이 평온한 모습을 유지한 채, 다음 포탄 장전을 마친 적함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우와,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이거 진짜 대단한데요. 형님?”
“내 주먹을 버텨낸 방어막이다. 저딴 공격에 부서질 리가 없지.”
세운이 새겨둔 그레이트 실드 마법진의 효과는 대단했다.
수백 발의 포탄. 아니, 사실 조준이 불안정해 명중한 포탄은 수십 발에 지나지 않았지만, 거기에 적중당하고도 작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용골 역시 밸런스가 잘 잡혀 거센 파도 속에서도 중심이 무너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최고의 함선.
물보라가 걷히니 당황하고 있는 해군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반격해 볼까? 발사!”
“발사!”
쿠구궁!
대포가 불을 내뿜으며 포탄을 발사했다.
해군 쪽의 함선 역시 옅은 방어막을 생성하였지만, 이번에도 역시 포탄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다음 공격을 위해 새로운 포탄을 장전하기 직전, 백현이 세운의 옆으로 다가왔다.
“저도 세운 씨가 하는 걸 보고 응용해 본 게 하나 있습니다.”
“인챈트를 말입니까?”
“네, 해상전에서 도움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연구해 본 결과입니다.”
그 말과 함께 아래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니, 사람들이 포탄을 충전하는 것을 멈추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포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현이 일으킨 좀비들이 알아서 대포 속으로 기어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포와 딱 알맞은 사이즈로 만들어 둔 좀비에게 ‘시체 폭발’ 인챈트를 걸어 두었습니다.”
“인챈트는 어떻게 배우신 겁니까?”
함선의 인챈트를 끝내기 위해, 세운은 요 며칠간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였다. 당연히 백현에게 인챈트를 알려줄 시간 따윈 없었다.
그러나, 세운의 질문에 백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옆에서 곁눈질로 배웠습니다.”
– 성좌, ‘죽음을 짓밟는 말’이 콧김을 푸르릉거리며 사도의 천재성을 자랑합니다.
곁눈질로 인챈트를 배우다니.
인챈트는 사용하는 마법진이나 마나의 운용, 방식 등이 무척이나 까다로운 마법이다. 아니, 솔직히 마법과는 방향성이 전혀 다르다.
마탑에서도 인챈트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마법사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으니까.
그중에서 서클이 높은 마법사는 더더욱 찾기 힘들다.
그런데 백현은 그런 인챈트를 곁눈질로만 배웠다는 뜻이다.
‘하긴, 연구 쪽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긴 했지.’
생각해 보니 말이 되었다.
애초에 백현의 재능은 마법 그 자체보다는 네크로맨서에 대한 연구 쪽이었으니까.
부족한 마법에 대한 재능은 성좌 가미긴의 도움을 받아 충당하고 있었다.
“평범한 대포였다면 괜찮겠지만, 저 대포에는 파이어 캐논이 인챈트되어 있습니다. 좀비가 버티기는 힘들 겁니다.”
“아, 괜찮습니다.”
“발사!”
“발사!”
쿠구궁!
“그어어-”
발사 신호와 함께 좀비들이 해군을 향해 날아갔다.
세운의 말대로 파이어 캐논의 여파로 인해 몸이 절반 넘게 터진 채로 바다에 죽은 피를 흩뿌리며 날아간다.
그러나, 세운은 볼 수 있었다. 터진 몸체를 절묘하게 피해 상체 위주로 새겨진 마법진을.
백현은 애초에 좀비의 몸이 손상될 걸 예상하고 인챈트를 새겨둔 것이다.
“상체만 잘 도착한다면 충분할 테니까요.”
철퍽!
좀비의 상체가 적선에 착륙했다.
일부 좀비들은 바다에 떨어지거나 외벽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놈들은 끈덕지게 팔을 움직여 갑판 위로 기어올랐다.
“뭐, 뭐야! 이것들은!”
“죽여, 죽여!”
탕!
푹, 푸북!
해군들은 좀비를 발견하자마자 총을 쏘고 창을 내질렀다.
볼품없이 고개를 숙이며 쓰러지는 좀비들.
“뭐야, 별거 아니었잖아?”
“저것들 이제 포탄이 다 떨어진 모양인데? 이딴 거나 쏴대는 걸 보니.”
“맞아! 포탄이 다 떨어진 거야! 하긴, 그 정도 포탄을 대량으로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포탄의 위력 때문에 절망하고 있던 해군들이 활기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사이.
불룩, 꿀럭.
“어, 어? 잠깐만, 이놈들…….”
구멍 좀비의 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속에서부터 무언가가 맹렬하게 차오르는 것처럼.
수상함을 눈치챈 해군들이 미처 도망치기도 전에.
콰아아아앙-!!
해군들의 배에 올라탄 좀비들의 몸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애초에 전투 능력을 배제하고 시체 폭발용으로 만들어진 좀비들이었기에 크기는 작아도 그 폭발력은 대단했다.
해군들이 시체 폭발의 여파를 대처하기도 전에 재장전을 끝낸 디아블로 길드가 새로운 포탄을 날려댔다.
“이, 이럴 수는 없다! 고작 한 대의 배 따위로! 어떻게 이럴 수가!”
콰아아앙-!!
열다섯 척의 거대한 함선이 디아블로 길드의 함선 아래 속수무책으로 침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