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ed the God's Warehouse RAW novel - Chapter (257)
마신의 창고를 털었습니다-261화(257/675)
제261화
“아흑! 이게 대체 얼마 만에 먹는 맛있는 요리야?”
“쓰레기들만 먹느라 미각이 이미 망가진 줄 알았는데, 너무 맛있잖아…….”
“지금 이런 걸 먹으면 앞으로 남은 기간은 어떻게 버티라는 거야?”
“인간! 너는 여기에 계속 들락날락할 수 있는 거지? 제발 식자재만이라도 계속 가져다주면 안 될까? 요리는 내가 할 테니까!”
“너 요리 뒤지게 못 하잖아.”
“그럼 생으로 처먹든지!”
괴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눈물의 흘리는 것은 물론, 감격의 비명을 지르는 이들까지. 지금까지 억눌러 왔던 감정이 일순간 폭발한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그러는 중에도 세운의 꽉 쥔 주먹 안에서는 식은땀이 스멀스멀 차오르고 있었다.
‘언제 듣는 거지?’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침을 삼키며 당신과 긴장을 나눕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무려 자신의 보물까지 내어줬다며, 걱정할 것 없다며 조용히 침을 삼킵니다.
– 성좌, ‘배부른 왕자’가 점점 완성되어 가는 식탁에 기대를 품습니다.
만약, 약효가 어중간하게 돈 상태로 독의 정체가 알려진다면 세운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아니, 분명 위험할 거다. 대부분 단순해 보이지만 저 케스라는 놈은 꽤나 이성적이었으니까. 독이 있음을 알아채자마자 세운을 지목할 것이다.
“크, 크흠. 맛있군.”
지금은 음식에 빠져 있지만 말이다.
긴장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평소보다 시간이 늦게 가는 기분이다.
몇 초 지나지도 않았는데 손바닥에는 이미 식은땀이 흥건하다.
다행히도 괴인들은 맛을 음미하기보다는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먹고 싶어 했기에 스튜는 금방 줄어들었다.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거대한 냄비가 국물까지 싹 비워졌다.
“크아- 배불러!”
“대체 얼마만의 포식이야, 이게?”
“식재료의 조달은 분명 재고해 볼 만하군. 아, 물론 맛있어서 그렇다기보다는 현재 우리의 식량 재고가 부족하기에…….”
“네네, 우리 케스도 맛있다는 거지?”
“크흠,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종이 차려준 음식이니 맛있을 수밖에.”
“부끄러워하기는.”
다들 배가 빵빵하게 오른 채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 지금 이 순간 섬에서 걱정이 가장 많은 건 세운이 아닐까?
다들 느긋하게 포만감에 젖어 있는 사이, 케스만이 정신을 차리고 세운의 앞으로 다가왔다.
“고맙군. 다들 이렇게 기뻐하는 건 흑해를 점령하던 시절 이후 처음이다.”
그 말에 동정심이 들 법하지만, 흑해의 사건을 떠올리니 그렇지도 않았다.
그들은 에스트롯샤의 지시하에 누구보다 앞장서 바다의 모든 존재를 학살하고 다녔으니 말이다.
이대로 풀려난다면, 그런 행동을 다시 벌일 게 분명하다.
‘그나저나, 왜 아직 아무런 기미가 안 보이지?’
괴인들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배가 불러서인지 온 세상의 행복을 다 껴안은 모습이다.
설마, 이들 모두 독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것도 6서클에 달하는 흑마법으로 만들어 낸 극독과 마몬이 내어준 극독을 해독할 만큼?
그렇게 걱정하던 중.
“쿨럭, 쿨럭.”
“아 씨. 갑자기 왜 코앞에서 기침질이야? 더럽게.”
“아니, 쿠웩!”
“악! 이놈이 미쳤나? 어딜…… 쿠웩!”
드디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괴인들의 신체가 독을 알아차린 듯이 저도 모르게 먹은 것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먹은 것을 토해 봤자 의미는 없었다. 두 극독은 이미 그들의 몸속 깊은 곳까지 침투한 이후일 테니까.
“이게 어떻게 된…… 크아아악!”
잠잠하던 증상은 이 신호를 시작으로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혈관이 검게 부풀어 오르더니 목이 막히고, 눈이 충혈된다. 전신의 근육이 뒤틀려 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필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뿐이다.
그나마도 괴인들의 저항력이 강해서 저 정도인 것이다.
세운이 사용한 독은 어지간한 범인이었으면 혓바닥에 대는 것만으로 즉사에 이를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설마!”
캉!
그래도 리더는 리더라는 건가?
괴인 하나가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 케스가 상황을 파악하고 즉시 세운을 향해 가오리 특유의 넓적한 지느러미를 휘둘렀다.
곧게 펴진 지느러미는 칼날처럼 날카로웠고, 미리 공격을 대비하고 있던 세운이 검을 뽑아 들었다.
“커헉!”
“끄르륵- 사, 살려-”
그러나 상황은 세운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괴인들 모두 독을 감당하지 못하고 몸이 괴이하게 뒤틀리며 목숨을 잃었다.
겉으로는 강해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이 섬에 틀어박힌 채로 제대로 된 영양 섭취도 못 하고 오랜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움직임을 제한하며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을 뿐이지, 몸 상태는 죽기 직전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런 상태로 극독을 섭취했으니,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한 거지! 설마 어머니께서…… 아니, 그럴 리가!”
케스가 입가에서 죽은 피를 흘려보내며, 이를 악물고 지느러미를 휘둘러댄다.
충혈된 눈은 시각이라는 기능을 점차 상실하고 있었다. 근육 역시 움직일 때마다 밧줄처럼 뒤틀리는 게, 얼마나 큰 통증이 동반되는지 눈에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케스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케스는 동료들이 다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세운이 에스트롯샤가 보낸 종이라는 사실을 의심하고 있지 않았다.
그 반대로, 에스트롯샤가 세운에게 자신들을 죽이라고 명령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필사적으로 부정의 말을 입으로 내뱉고 있지만, 그것 자체가 속으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뭐, 완전히 거짓이라고는 할 수 없지.’
세운이 이 섬에 대해 알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바로 레비아탄에게 섬의 존재를 알린 에스트롯샤 때문이었다.
섬의 존재를 내뱉으면 자기 자식들의 생사가 어떻게 될지, 과연 그녀가 모르고 있었을까?
그럴 리가.
존재가 유출되는 순간 어떻게든 자식들의 목숨이 위험하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에스트롯샤는 자신의 자식들보다 자기 자신이 더욱 소중했을 뿐이다.
당장 느껴지는 고통.
당장 느껴지는 공포.
그것들을 덜어내기 위해 자식들을 팔아먹은 거다.
“무슨 말이라도 좀 해 보란 말이다!”
크게 외친 케스의 입에서 죽은 피가 콸콸 흘러나온다.
몸 상태를 보아하니 한 발자국만 움직여도 쇼크가 올 정도 인 것 같은데, 정신력 하나만으로 지느러미를 힘차게 휘두른다.
과연, 강자.
아무리 악인이라 하여도 랭커에 다다른 힘을 지니게 되면 그에 걸맞은 정신력을 가지게 되게 마련이다.
게다가 더 심각한 건…….
‘저항하고 있어.’
케스의 몸에 퍼져나가고 있던 독이 정체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장 툭 건드리면 죽을 것처럼 보이지만, 그의 몸은 생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독을 저항하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리며 성장하는 것은 영웅만이 아니다.
저러다가 독에 대한 완전한 저항력이라도 생겨나면 자칫 세운에게 위험한 상황이 닥칠 것이다.
“원인은 너희 어머니에게나 들어. 얼마 안 가 같은 곳으로 보내줄 테니까.”
“뭐라?”
세운의 말에서 에스트롯샤에 대한 적대심을 느낀 케스의 얼굴에 혼란이 보였다.
말로는 부정해도 속으로는 에스트롯샤가 저들을 죽이기 위해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 것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머리를 굴릴 시간이 없었다.
시간뿐만 아니라 머리로 향하는 혈액마저 부족한 지금, 머리를 굴릴 상태도 아니었다.
– 내공을 통해 혈랑검법의 제삼 초식, 혈랑습격(血狼襲擊)이 강화됩니다.
– 파극심공의 묘리에 따라 무공의 위력이 강화됩니다.
당황해하는 케스를 향해 기습적으로 검을 내질렀다.
지느러미로 방패처럼 앞을 가로막았지만, 세운의 검은 그것을 예상한 듯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케스의 하체를 찢어 갈겼다.
“그 말은 어머니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뜻인가?”
독에 의해 붉게 충혈되었던 케스의 눈에 화색이 돌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머니의 사랑을 찾다니. 집착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관심이었다.
‘하긴, 저 마음 하나로 이곳에서 그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었으니까…….’
화색이 감도는 순간, 케스의 몸에서 꿈틀거림이 사그라들었고, 충혈된 눈도 점차 본래의 색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
독을 저항하는 것을 넘어, 자체적으로 독을 회복하고 있었다.
세운의 걱정이 들어맞은 것이다.
타앗!
독이 완전히 해독될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다.
세운은 곧바로 내공을 끌어 올리며 바닥을 박차고 호접활공을 밟았다.
나비처럼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번개처럼 빠르게 앞으로 질주한다.
아직 충혈된 눈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케스가 일순간 세운의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어머니께서 우리를 기억하신다면, 우리 역시 이곳에서 죽을 수는 없다!”
기이잉!
케스의 지느러미에서 오러가 감돌았다.
이전에 해적왕의 검에서 보았던 오러와는 다른 진짜 오러. 검의 절정이라 일컬어지는 경지인 소드 마스터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오러의 빛은 장인이 제련한 무기처럼 단단했지만, 독에 의해 흐트러져 균형을 잃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오러는 오러.
양쪽의 지느러미가 교차되는 순간, 세운을 향해 오러가 쏘아졌다.
콰콰콰쾅-!
오러는 엑스 모양으로 벌어지며 동굴을 부숴나갔다.
독으로 인해 완벽하지 않은 오러라지만, 파괴력만큼은 그 어떤 검격보다 강력했다.
그러나, 처참하게 벌어진 풍경 속에 세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사라진…….”
“여기.”
고개를 들어 올린 케스.
그 흔들리는 눈동자의 모습에 세운의 모습이 담겼다.
초상비와 니추공, 허공답보. 이 세 개의 무공을 조합하여 자유로운 움직임과 빠른 속도를 모두 담은 호접활공이기에 가능한 움직임.
그런 세운의 검에는 태산처럼 거대한 늑대의 형상이 담겨 있었다.
– 내공을 통해 태산혈랑(泰山血狼)의 일격이 강화됩니다.
콰앙!!
아무리 세운이라 해도 아직까지 완벽한 오러를 뚫어낼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는 독으로 인해 오러가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
게다가 지금은 세운의 방향을 놓치고 공격까지 실패하여 빈틈이 크게 드러난 상태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케스가 가까스로 몸을 돌려 지느러미로 검을 막아냈지만, 버티기는 어려웠다.
새로운 오러를 끌어 올리기에 그의 몸은 너무 망가져 있었다.
그그극!
결국, 늑대의 형상은 케스의 지느러미에 붉은 이빨을 박아넣었고.
콰직!
죽는 그 순간까지도 어머니를 부르짖던 케스는 늑대의 아가리에 먹혀 사라졌다.
“후우…….”
극독에 중독되어 몸이 망가진 상태에서도 이런 전투력이라니…….
역시, 멀쩡한 상태에서 맞붙었다면 상대도 되지 않을 뻔했다.
다수와의 전투는 물론, 멀쩡한 상태에서 케스와 일대일로 맞붙었다고 하더라도 아슬아슬했을 거라 생각될 정도였다.
– 성좌, ‘시기를 둘러싼 뱀’이 어쩐지 먹먹한 느낌으로 당신의 주변을 둘러봅니다.
– 성좌, ‘고개를 숙인 까마귀’가 자신이 내준 보물의 성능에 만족합니다.
케스와의 전투가 끝나고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괴인들은 이미 모두 숨이 끊긴 상태였다.
간신히 숨이 붙어 허덕이고 있는 놈들은 심장에 검을 꽂아 마무리를 해 주었다.
독과 피가 낭자 된 처참한 광경.
세운은 이를 정리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능력을 발현하였다.
– 폭식의 권능으로 ‘흑해의 은둔자들’ 섬 전체를 지정하였습니다.
– 폭식의 어금니가 몬스터를 덮쳐옵니다!
콰직!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 괴인들을 물어뜯는 이빨들.
곧이어 베엘제붑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